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2)
이세계 골드리치-22화(22/256)
# 22
<– 에픽 정령석 –>
복수의 시작은 성래족 사냥이었다.
칸은 압도적인 무위를 가진 베르몬트와 하르미노 사이에 끼어 성래족을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했고, 포인트 가뭄을 겪었다.
이대로면 정산 때 포인트를 얻지 못하게 되는데, 골드로 먹고 사는 칸에게는 커다란 타격이었다.
때문에 칸은, 하르미노를 철저하게 이용했다.
“하르미노. 저 괴물이!…..”
“젠장할! 갑자기 왜 저래!..”
“우리 어떻게 해?……”
베르몬트들이 하르미노를 노려보며 이를 간다.
하르미노가 그들의 성래족 사냥을 막았기 때문이다.
물의 정령은 절대적인 방어가 강점이었다.
하르미노가 무언가를 작정하고 보호한다면, 그 무언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존재는 야타의 층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칸은 하르미노에게 성래족을 보호하도록 명령했다.
“나이아스. 이 일대의 모든 성래족을 수호하거라.”
-넵!!
-넵!!
하르미노가 소환한 수백의 나이아스들.
그들이 재난의 숲 서쪽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워터 실드!
-워터 실드!
그리고는 숲 서쪽에 있는 모든 성래족에게 방어막을 씌웠다..
이 행위의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선별인원들은 더 이상 성래족을 사냥할 수 없었다.
선별인원들의 공격은 성래족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고, 오히려 성래족이 선별인원들을 압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베르몬트의 지옥의 염화를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그 결과, 숲 서쪽은 다른 선별인원들이 오지 않는 곳이 되었다.
마족A,C는 자존심을 버리고 숲 동쪽으로 가서 성래족을 사냥했으며, 베르몬트는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고 숲 서쪽에 남아 삽질을 계속했다.
“으으!….. 왜 뜷리질 않는거야…..”
이틀이 지났지만 베르몬트는 성래족을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했다.
그녀는 나이아스의 방어막을 뜷을 수 있는 유일한 선별인원이었고, 하르미노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하르미노가 직접 그녀를 따라다니며 방어막을 거는 것이었다.
베르몬트는 무슨 짓을 해도 하르미노의 방어막을 뜷을 수 없었다.
이렇게 모든 선별인원들은 숲 서쪽의 성래족을 한 마리도 사냥할 수 없었다.
한 명 빼고.
칸은 숲 서쪽에서 사냥할 권력을 갖고 있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이아스들은 칸이 사냥할 때에만 방어막을 풀었다.
칸은 숲 서쪽을 독식했다.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사냥했다.
그 결과물이 이것이었다.
[ 〈 메인 스토리(3) – 생존하고, 성장하라. 〉 팀포인트 순위 ]1위. 베르몬트팀 (마족 3인), (48,841P)
2위. 칸팀 (인간족 1인), (41515P)
3위. 하르마노팀 (정령족 1인), (41,421P)
4위. 엘리나팀 (엘프족 7인), (10,641P)
5위. 바토르하우저팀 (드워프족 11인), (8653P)
…
이틀만에 40,000포인트를 벌며 2위로 떠올랐다.
괴물같은 상승세였다.
칸의 전투 방식이 몰이사냥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메르세데스의 활과 뇌전궁신의 마법 화살은 범위 공격이었기에, 수십 마리든 수백 마리든 사냥하는 속도는 같았다.
칸이 성래족 수십 마리를 몰아서 한 번에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칸은 이틀 동안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레벨 : 72
무력 : 13/999(E)
체력 : 701/999(F)
마력 : 87/999(F)
스킬 : 궁술(D+), 난사(D+), 용기(D), 카리스마(D), 신뢰(E), 달리기(E) ,희생(F), 공포(F), 학살(F), 권력(F)
겨우 이틀만에 레벨을 12나 올렸고, 스킬 등급을 올렸으며, 새로운 스킬들을 습득했다.
레벨 제한 하락 스크롤이 필요 없어지는 날도 멀지 않았다.
28레벨만 더 올리면 레전더리템도 장비할 수 있었다.
강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후..”
칸은 또 한 번의 몰이사냥을 끝마쳤다.
어느새 노을이 타오르고 있었다.
2일차 사냥을 마무리할 때가 온 것이다.
‘조금 아쉬운데…..’
그러나 칸은 조금 더 사냥하고 싶었다.
땡길 수 있을때 땡기는 것은 rpg의 기본이었다.
칸은 오크 성래족의 울음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옮겼다.
10초쯤 걸었을까.
오크 성래족이 보였다.
그런데 그때,
“우리 이제 어떡해?”
“나두 몰라!”
칸의 시선을 잡아끄는 존재들이 있었다.
수인족 소녀 둘과 그 사이에 있는 인간 여인이었다.
인간 여인은 붉은 노을을 받아 금빛으로 빛났다.
그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인간 여인은,
“데이라?..”
데이라였다.
그녀를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무식하게 강한 두 여자 사이에서 지내다가, 자신에게 의지했던 여인을 만나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데이라!”
칸이 소리쳤다.
그러자 데이라가 고개를 돌렸다.
데이라가 이쪽을 보더니, 칸을 발견했다.
데이라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찌푸러져 있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찼다.
“칸님!…..”
미소를 머금은 그녀가 칸에게 뛰어온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뵙네요!”
데이라가 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정말 반가운 모양이었다.
“오호라…..”
“저게 데이라의…..”
그때, 데이라 뒤쪽에서 장난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인족 소녀들이었다.
그녀들은 은근한 눈빛으로 데이라를 바라보았다.
데이라가 그녀들을 확 째려본다.
수인족 소녀들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이 팀은 분위기가 진짜 좋구나..’
칸은 그녀들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 어딘가가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은 근 일주일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데이라에게 감사인사마저 전하고 싶었다.
사실 칸보다 데이라가 더 기뻐하고 있었지만.
“칸님! 이렇게 만난 것도 반가운데 우리 같이 좀 놀면 안될까요? 그동안 있었던 일 얘기도 좀 하구….. 그리고 또 이런저런.. 아무튼 여러가지요!””
데이라가 횡설수설하며 칸에게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한다.
그 어수선한 모습이 왕국의 공주치고는 적잖이 안어울렸지만, 칸을 반가워 하는 마음은 넘치도록 전달되었다.
은은한 미소가 자동으로 나왔다.
“데이라.”
“넵?”
칸이 작은 목소리로 데이라를 불렀다.
칸의 생각도 데이라와 같았다.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아직 재해가 오기 전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재해는 밤 12시에 시작된다.
지금은 노을을 보아 밤 7시도 안되보였으니, 고기 구워먹으며 잡담을 떠들 시간은 충분했다.
칸이 조금 남사스러워진듯 딴 곳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제 거점에서 생선구이 드실래요?”
“생선구이요?”
“네.”
“꼭 먹고 싶어요!”
그러나 칸이 무안하게도, 데이라는 활짝 웃으며 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갑시다.”
칸은 무덤덤한 척을 하며 뒤돌았다.
그리고 거점을 향해 걸었다.
“네!”
데이라는 힘차게 대답하며 칸의 옆에 따라붙었다.
“우리도 따라갈까?”
“..당연하지! 데이라는 우리랑 팀인걸!”
“그렇지? 따라가자!”
수인족 소녀 둘도 그 뒤에 붙었다.
*
“와 냄새 대박…..”
“인간. 생선 좀 구울 줄 아네? 생선 굽는 건 우리가 전문인데…..”
마법 버너 위에서 마등어꼬치구이들이 노릇노릇 구워진다.
흘러 나오는 구수한 냄새가 예술이다.
수인족 소녀들은 꼬치구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먼저 먹어도 돼.”
칸이 아량을 베풀었다.
“알았어!”
“맛있겠다!”
그러자 수인족 소녀들이 허겁지겁 꼬치구이를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굉장히 맘에 든다는 듯 온 몸을 배배 꼬며 기쁨을 표현했다.
수인족 소녀들은 순수하다는 말이 실감났다.
“저렇게까지 좋아하네요.”
“그러게요.”
칸과 데이라는 수인족 소녀들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데이라도 하나 들어요.”
“아, 넵!”
칸은 다음 꼬치가 구워지자마자 데이라에게 건냈다.
데이라는 그것을 한 입 베어물고는 오물오물 씹었다.
그리고는 수인족 소녀들을 따라하기라도 하는 듯 양 손으로 볼을 감쌌다.
“으흐으므음.. 맛있어요!…..”
수인족 소녀 못지않은 반응이었다.
칸이 만들어준 것이라 그러는지, 순수히 생선 맛이 좋아서 그러는지는 데이라만이 알 일이었다.
‘맛은 있네.’
칸도 꼬치구이 하나를 잡고 뜯었다.
일주일동안 생선만 먹어서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이상하게 먹을 만 했다.
역시 누군가가 같이 먹어줘야 맛이 나는 듯 했다.
“근데 인간아! 저 마족은 머하는 애야?”
그런데 그때, 수인족 소녀 하나가 말했다.
수인족 소녀의 손가락이 왼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손가락의 끝에는 마족이 하나 있었다.
“베르몬트야.”
“….베르몬트라고? 근데 왜 저렇게 꾸겨져 있어?”
수인족 소녀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베르몬트가 꾸겨져 있는 것은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그런게 있어…..”
칸은 그런 베르몬트가 이해가 갔다.
베르몬트는 이틀 내내 하르미노에게 완패를 당했다.
성래족을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했고 자존심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은근히 안쓰러웠다.
아니, 많이 안쓰러웠다.
칸은 베르몬트에게 처음으로 연민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마등어꼬치구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칸은 베르몬트의 거점까지 걸어갔다.
“너도 와서 먹어라.”
그리고 꼬치구이를 건내며 합석을 제의했다.
베르몬트가 혼자 찌그러져 있는 것이 보기 안쓰러웠다.
칸은 베르몬트의 코 앞까지 꼬치구이를 가져다 댔다.
베르몬트는 꼬치구이를 응시하더니, 고개를 들어 칸을 보았다.
그녀의 무기력한 감정이 칸에게까지 전해졌다.
“안 먹어..”
베르몬트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칸은 그런 그녀를 잠시 보더니 꼬치구이를 거두었다.
“그래. 그럼 강요는 안할게.”
본인이 싫다는데 계속 강요하는 것은 지양해야 했다.
칸은 베르몬트에게서 몸을 돌렸다.
“…..두 번까지는 물어봐야 할 거 아냐.”
그런데 뒤에서 베르몬트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칸에 들고 있던 꼬치구이가 스윽 빠졌다.
뒤를 돌아보니, 베르몬트가 꼬치구이를 뜯어먹고 있었다.
“…..맛은 있네.”
덤덤해보이려고 노력하는건 알겠는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잘먹었다.
역시 꼬치구이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서서 먹지말고 와서 먹어.”
칸이 다시 한번 합석을 제의했다.
“..알았어.”
베르몬트는 칸의 두 번째 제의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칸의 제의가 자존심을 세우는 데 나름 도움이 된 모양이다.
그렇게 베르몬트는 꼬치구이에 합석하게 되었다.
데이라와 베르몬트 사이에는 시험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지만, 수인족 소녀들 덕에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포근한 기운이 주변을 감쌌다.
정말 평화로운 밤이었다.
“칸님. 뭔가 이번 시험은 되게 편한 것 같아요. 특별히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도 없고.. 성장하기도 좋고..”
어찌나 편안한지 데이라가 저런 말까지 했다.
9일차의 밤은 그 정도로 평화로웠다.
“..아마 내일부터는 아닐 겁니다.”
그러나 칸은 데이라의 말에 맞장구 쳐줄 수 없었다.
“..네?”
“평화로운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거에요.”
평화라는 단어는 내일부터 그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을테니까.
내일은 시험이 시작된지 10일이 되는 날이다.
아침해가 뜨는 순간, 거점 15개가 사라질 것이다.
현재 선별인원팀은 85팀.
거점은 85개였다.
지금은 그 수가 딱 맞으니 선별인원 간에 경쟁이 필요없었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아니다.
내일은 거점이 15개 줄어 70개가 된다.
거점을 차지하지 못한 15팀은 재해의 밤을 맨몸으로 견뎌야만 한다.
그건 죽음을 의미했다.
재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선별인원은 없었다.
내일부터는 지옥의 시작이었다.
[ 안내방송드립니다. 내일부터는 선별인원간의 살인이 합법화됩니다. ] [ 시험이 끝날 때까지 지금의 안내방송은 유효합니다. ]여자 아나운서의 딱딱한 목소리가 숲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