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20)
이세계 골드리치-220화(220/256)
<상단 창고 정리>
중계실에서 깽판을 친 칸은 샘물로 올라왔다.
“아, 아빠. 지금 뭐하고 온 거야?”
기다리던 잉그리드가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탈락하기 싫어서 깽판 좀 치고 왔어.”
“깽판?…….”
“응.”
잉그리드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 칸은 그녀의 어깨를 안고 샘물 바위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말했다.
“내가 뭘 하고 왔냐면…….”
“응.”
입은 설명하는 데 썼고, 눈은 스크린을 보는 데 썼다.
[탈락자 여러분에게 재시험의 기회를 드릴게요!]칸의 제안을 받은 나타샤는, 부드러운 상황 연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방금 인간족이 무슨 말을 한 거지?]합리적 의심이 들어온다 한들,
[오빠는 몰라도 돼용!]애교로 무마해 버렸다.
[저는 그저, 탈락자분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싶은 것 뿐이랍니다~]나타샤는 노련한 경험을 통해 ‘재시험’ 떡밥을 던졌다. 그 떡밥은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웠다.
[합격자들 다 조용히 해!] [여기서 탈락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재시험은 무조건 받아야지!]60여명의 불합격자들.
그들은 갑작스럽게 날아온 행운을 받기 위해 발악했다. 1년을 아낄 수 있다는데, 인간족이 무슨 말을 했건 아무 관심도 없었다
나타샤가 원하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다들 이렇게까지 좋아하시니 어쩔 수 없네요!] [일주일 후 아침!] [83층 패자부활전을 진행하겠습니다!]그녀가 방긋 웃었다.
탈락자들은 놀라운 행운에 기뻐하며 소리쳤다.
[이런 복이 다 있네!] [나 탈락시킨 놈 나와! 합격하고 복수하러 간다!] [잘만 하면 88층으로 갈 수 있겠어!] [패자부활전이라니!]“그렇게 된 거야.”
칸은 설명을 끝냈다. 잉그리드의 궁금증을 전부 말해주었다. 이제 그녀도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고마워 아빠. 전부 말해줘서.”
“별 거 아니야.”
칸은 희미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런데 몸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잉그리드가 돌린 것이다.
칸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왜 그래?”
“그냥… 조금 화내고 싶어서.”
“화?… 화났어?…….”
“응.”
잉그리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빠가 다 나아서 하는 말인데…”
“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뭐가?…….”
“아빠 혼자서만 아파했잖아!”
잉그리드가 칸의 가슴을 팡 쳤다. 그리곤 주먹을 쥐고 가슴팍을 퍽퍽 때리며 소리쳤다.
“왜 아빠 혼자서만 아파해! 나도 아파할 수 있는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피칠갑이었던 칸의 모습은, 그녀에겐 상당한 충격이었다.
“짜증나! 짜증나! 나는 보호받고 아빠는 아파하고! 뭐야 이게!”
잉그리드의 주먹이 쉴새없이 날아왔다.
“미, 미안. 잉그리드.”
사과가 자동으로 나왔다. 칸은 잉그리드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내가 잘못했어. 잉그리드.”
“아빠아!…….”
잉그리드는 칸의 품에서 펑펑 울었다. 흘러나온 눈물 탓에 가슴팍이 뜨거워졌고, 잉그리드가 워낙 세게 끌어안아 통증까지 느껴졌다.
“아빠가 아픈 거 싫어!”
“이제 안 아플게.”
“거짓말!”
“…….”
“왜 대답 안 해!”
“미안.”
잉그리드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곤 칸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아빠가 왜 미안해 해!”
“…어?”
칸은 잉그리드의 감정 변화를 따라갈 수 없었다.
“아빠가 왜 미안해 하냐고! 으하아앙!”
잉그리드가 다시 칸의 품에 얼굴을 박았다. 칸은 차마 말을 못하고 잉그리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이상한 거겠지? 그렇겠지.’
칸은 더욱 노력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채 잉그리드의 정수리에 입술을 맞췄다. 잉그리드가 죽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어서 특별히 해주었다.
“아빠……. 지금 나한테 뽀뽀 해줬어?”
잉그리드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칸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가 그려졌다. 아마 자신은 잉그리드에 의해…….
“아빠!”
덮쳐질 운명이었다.
“잉그리드! 아빠 아직 다 안 나았어!”
“거짓말 하지마아!”
“으악!”
칸은 팔다리를 버둥거렸으나, 잉그리드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뽑뽀 하자! 뽑뽀!”
“지, 진정 해 잉그리드!”
칸은 그렇게 범해졌다.
[선별인원분들을 밖으로 보내드립니다!]나타샤의 말이 없었다면, 하루종일 범해질 수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살았다…….’
칸은 가슴 부근에서 피어나는 빛살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왜 지금 이러고 난리야! 멈춰 봐!”
잉그리드는 열이 뻗쳐서 구멍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도 빛살이 피어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창 좋았는데!…….”
칸과 잉그리드는 탑으로 이동되었다.
* * *
[힘의 탑 21층, 요정의 도시에 도착했습니다.]베르몬트는 빛가루와 함께 눈을 떴다.
그녀는 요정 도시 호텔에서 휴양 보내기를 좋아했는데, 시작은 21층 가로수길에 앉아 한숨 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건 중요하지가 않았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쉽게 합격할 것 같은 칸이 탈락하더니, 중계실에 난입해서 나타샤를 협박했다. 그리고는 패자부활전을 이루어냈다.
사건들 사이에 연관성도 없었고, 하나같이 놀라운 일들 뿐이었다.
“무슨 짓을 해야 패자부활전을 얻어낼 수 있는 거야?…….”
칸이 걸어온 길이 언제나 놀랍긴 했지만, 이번엔 정도가 심했다.
“뇌물 먹였나?”
베르몬트는 걱정으로 불안해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겠어.”
그녀는 크리스탈을 들었고, 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너 방금 무슨 짓 한 거야?] [밥 사줄테니까 알려줘.]그리고 답장을 기다렸다.
우웅―
“빨리 왔네.”
칸의 답장은 빨랐다.
[나중에 먹자. 지금 좀 바빠.]“…진짜냐.”
예상은 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웠다.
“…나쁜 놈.”
언제는 탑의 끝을 보자고 분위기 잡더만, 결국 이런 식이었다.
“진짜 나쁜 놈…….”
베르몬트는 실망한 얼굴로 크리스탈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였다.
크리스탈이 재차 울렸고, 메세지가 띄워졌다.
[미안해.]칸에게서 듣기 힘든 따듯한 말이었다.
“…조금은 착해졌나?”
* * *
같은 시각, 칸은 잉그리드와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빠. 오늘은 그냥 쉬면 안 돼?”
“해야할 일이 있어.”
패자부활전을 획득하며 약속한 천만 골드. 그 골드를 마련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먼저 들어가서 쉬어. 저녁엔 들어갈게.”
잉그리드는 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엔 꼭 돌아와야 한다?”
“약속할게.”
칸은 고개를 끄덕이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릴라데아 상단으로 이동하면서, 상단 공지를 개재했다.
[각층 층장들에게 알립니다.] [상단 본점으로 오후 4시까지 와주십시오. 긴급 회의가 있습니다.]* * *
칸은 상단 본점에 도착했다.
본점은 51층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이었다.
웅장하고, 격조가 있었다.
‘이게 내 소유란 말이지…….’
특별한 감흥은 없었지만, 부심 비슷한 기분은 느껴졌다.
칸은 릴라데아 상단으로 들어갔다.
“상단주님 환영합니다.”
들어서자, 금발 엘프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다른 하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헉! 상단주님이다!”
“뭐해 고개 숙여!”
서류를 나르던 하수인, 차를 홀짝이던 하수인 등 모두가 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전 상단주가 교육한 모습 같았는데, 칸에게는 영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과한 예의는 필요없습니다.”
칸은 그리 말하고 금발 엘프를 보았다.
“하실 말씀이라도?…….”
엘프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슴에 달린 배찌를 보면 1급 하수인으로 보였는데, 상단주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는 듯 했다.
‘당연히 모르겠지. 알려주는 수 밖에.’
칸은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다른 곳을 보며 말했다.
“오늘 긴급 회의를 마련했습니다. 회의실에 미리 앉아 있고 싶은데 안내해 주겠습니까?”
“…아!”
엘프는 그제야 본인의 임무를 알아차렸다.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엘프가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칸의 공지가 개재된 지 5분도 안 지났으니, 모른다고 욕을 먹을 상황도 아닌데.
‘최대한 부담 안 주려고 했는데…….’
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예의차리지 마십시오.”
“죄송합니다…….”
엘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안내해 드리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부담을 엄청 줘버렸네…….’
칸은 작은 후회를 느끼며 엘프의 뒤를 따랐다. 친근감 넘치는 회장이 되고 싶었는데, 물건너갔다.
“상단주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길가다 마주친 하수인들도 예외없이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손인사만 하고 지나가면 좋을 텐데, 한 명도 안 빼놓고 예의를 지켰다.
‘릴라데아가 대체 무슨 폭정을 했길래…….’
릴라데아가 공포로 다스렸구나, 칸은 그리 생각했다.
실상, 하수인들이 예의를 지키는 건, 연봉 2배 인상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칸에게 인사했던 하수인들의 대화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상단주님 덕에 마누라 앞에서 기세가 등등하다. 등등해.”
“나도 요즘 애들한테 돈 잘 버는 아빠라고 칭찬받고 산다.”
하수인들은 따듯한 눈빛으로 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장 좋은 회장님은 결국, 돈을 두둑히 챙겨주는 회장님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