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21)
이세계 골드리치-221화(221/256)
칸은 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회의실입니다. 궁금하신 사항은 뭐든 물어보십시오.”
“괜찮습니다. 돌아가 보세요.”
“…감사합니다.”
엘프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칸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잉그리드에게 혼날 것 같아서 눈을 거두었다.
‘뒤에서 나타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이제 들어가자.’
칸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골드를 덕지덕지 바른 내부가 보였다.
벽화, 탁자, 의자.
모든 것에 보석이 박혀 있었다.
칸은 혀를 차며 회의용 탁자에 앉았다.
그리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3시 40분이었다.
회의 예정 시간이 4시였으니, 각층 층장들이 모이려면 시간이 좀 지나야 했다.
* * *
‘시간 됐네.’
벽걸이 시계가 4시를 가리켰다. 층장들은 아직 안 왔지만,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보니 도착해서 대기하는 것 같았다.
‘바로 안 들어오는 건 상단의 전통이라도 되는 건가?’
…그럼 내가 들어오게 만들어야지.
칸은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금발 엘프가 들어오더니,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층장님들 모두 도착하셨습니다. 안으로 들여보낼까요?”
이제 보니, 그녀가 층장들을 모아온 모양이었다. 칸이 공지를 개재한지 30분도 채 안 지났으니, 탁월한 판단이었다.
“수고했어요. 층장들 들어오라고 하세요.”
칸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엘프는 그의 명령을 바로 따랐다.
“상단주님이 입장을 허하셨습니다.”
그녀가 몸을 비키며 말했다. 그러자 릴라데아가 관할하는 20개 층의 층장들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상단주님을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상단주님.”
지극히 깍듯한 태도.
층장이란 직위가 특별한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중간에서 골드를 옮기는 직책이었으니 당연한 태도였다.
“모두 층 순서대로 자리에 앉으세요.”
칸은 그리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층장들은 칸의 말대로 앉았다. 예컨데, 칸과 가장 가까운 자리가 1층 층장, 가장 먼 자리가 20층 층장이라고 보면 되었다.
그렇게 20명의 층장이 모두 자리에 앉아서 칸을 바라보았다. 무슨 연유로 긴급 회의를 소집했는지 궁금한 눈치들이었다.
“그럼, 긴급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칸은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엘프는 조용히 나가며 문을 닫았고, 층장들은 침묵을 지켰다. 은근히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칸은 말했다.
“오늘부로 창고 정리를 하겠습니다.”
“…예?”
층장 한 명이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다른 층장들은 수염을 쓸어내리거나, 미간을 좁히며 불안감을 표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창고 정리는 상단이 망할 때 나오는 단어였다. 지금 상단이 규모는 작아졌어도 하수인들의 만족도는 최상인데, 이런 상황에서 창고정리라니. 때 아닌 날벼락이었다.
칸도 층장들의 감정을 간파해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창고 정리는 상단의 골드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지금부터 그것을 납득시켜 줘야 했다.
“모두 상단 상태창을 열어 주십시오.”
“열었습니다…….”
층장들이 상단 상태창을 열었다.
칸은 브리핑을 시작했다.
[릴라데아 상단]상단 명성 : 25,886,300
상단 자금 : 4,869,400 (G)
상단 수익 : 271,230 (G)
“보다시피, 현재 상단의 수익은 27만 골드입니다.”
층장들은 귀를 기울였다.
“제가 이 상단에 부임한 후, 총 수익이 27만 골드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칸은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가만히 있던 1층 층장에게 날아갔다.
“예? 아 예. 그렇습니다. 확실히 릴라데아의 전성기 때에 비하면 수익이 절반 정도로 줄었습니다.”
층장은 릴라데아의 현 상황을 말했다.
칸이 바라던 모습이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는 세로스 상단과 접한 층에서 철수했고, 패배에 대한 보상으로 8개 층의 권리를 넘겨주었습니다. 수익이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지요.”
칸은 상단의 문제점을 바늘처럼 찔렀다. 자연스레 층장들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책임을 물을까봐 우려감이 든 것이다.
“…그래도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분위기를 참지 못한 층장 한 명이 슬그머니 말했다. 칸은 그가 말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현재 릴라데아는 하수인들의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연봉 인상으로 생활이 윤택해진 것은 물론, 관리해야 하는 층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일이 편해졌지요.”
“맞습니다.”
다른 층장도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지금 우리 상단은 수익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외 모든 부분에서는 탁월한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최근 릴라데아 상단에서 이뤄진 변화가 얼마나 놀라운지, 하수인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자들이 넘쳐납니다.”
“당장 세로스만 봐도, 릴라데아로 넘어오고 싶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다른 말로 혼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떠들었다.
“알겠습니다.”
칸은 층장들의 말을 끊은 후, 옅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층장님들과 같은 생각입니다.”
“…허어.”
층장 한 명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칸은 계속 말했다.
“지금의 정책은 계속 유지될 것이며, 상단이 망하거나, 하수인을 내쫒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입니다.”
“그러나.”
층장이 미소지은 순간, 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얼굴을 굳혔다.
“현재 상단은 골드가 부족합니다. 상단 자금에 들어있는 400만 골드도 3년만 지나면 고갈되겠지요.”
일종의 경고였다.
“지금은 자금을 불려야만 합니다.”
칸은 팔짱을 끼고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의 모든 창고, 그 창고에 있는 물품 전부를 50% 할인가로 판매할 것입니다.”
“…예?”
“…그, 그건!”
층장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칸은 멈추지 않았다.
“상고에 쌓여있는 가구와 물약, 기타 아이템과 에픽과 유니크, 레전더리 아이템까지. 모든 것을 50% 할인가로 판매하십시오.”
“자,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층장이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 팔아버리면 안 됩니다! 관리국의 45% 세율을 제하고, 상단 하수인들의 급료를 지급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상단주님 이건 아닙니다!”
다른 층장들까지 일어나서 칸을 말렸다. 예상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칸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절 믿고 해보십시오. 결과로 보여드릴테니.”
그러면서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상단 자금에 4,000,000 골드를 입금합니다.]과거 칸이 출금했던 120만 골드의 3배가 넘는 400만 골드를 입금한 것.
층장들은 나불대던 입을 멈추고 경악했다.
“어, 어떻게 이런 거액이!…….”
칸이 300만 언저리의 골드를 창조해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층장들은 갑작스럽게 드러난 칸의 재력에 감탄했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칸은 다시 말했다.
“저는 골드와 관련된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창고 정리로 대량의 골드를 만들어 준다면, 저는 골드로 쌓아올린 산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칸은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골드에 한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긍심이었다.
“층장님들 표정을 보니, 제 이야기를 알아 들으신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칸은 씨익 웃으며 팔을 벌렸다. 그리고 상단주로서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창고 정리는 지금부터 시작하십시오.”
회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칸은 층장 한 명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음.”
“창고 정리 계획을 논의해야겠군.”
층장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상단주의 명령이 내려왔으니, 명령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회의를 시작해야 했다.
* * *
회의는 저녁 7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관리국에 얘기해서 50% 할인 광고를 내겠소.”
“에픽, 유니크, 레전더리 아이템은 3일 뒤에 1층에서 판매 시작하지.”
“식자재 및 기타 잡템은 나머지 층에서 골고루 팔면 되겠군.”
“대충 결론이 나와서 다행일세.”
층장들은 1층~10층, 20~30층에 있는 릴라데아 창고의 물품과, 51층 본점 창고에 있는 물품 전부를 판매할 계획을 완성했다.
“모든 물품의 판매가 끝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짧게 잡으면 2주, 길게 잡으면 한 달은 걸리겠지.”
“오래도 걸리는군.”
“뭐 별 수 있나.”
상단 창고에 잠들어 있는 아이템은 양이 어마어마했고, 파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50% 할인을 한다고 재깍재깍 팔리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럼 모두 해산하도록 하지. 연봉이 인상되서 열심히 일하는 건 좋지만, 일만 하다가 골병 들면 안 되지 않나.”
“허허, 자네 말이 맞네.”
층장들은 논의를 끝내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내일은, 아침부터 바삐 움직여야 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