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23)
이세계 골드리치-223화(223/256)
“하아…….”
베르몬트는 방 침대에 누운 채 한숨을 쉬었다. 몇 달 전부터 느껴진 가슴의 통증이 원인이었다.
“…내가 뭐 때문에 이러는 거지.”
멍하니 말했지만,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무거운 감정의 원인은 1년 전 만난 인간족…
-딸. 들어간다.
불현듯 들려온 목소리. 뒤이어 문이 열렸고, 그녀의 아버지 세로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할 얘기가 있다.”
“…얘기?”
베르몬트는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곧이어 세로스도 그녀의 옆에 앉았다.
“중요한 얘기다.”
세로스가 진지한 얼굴로 말문을 텄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나 싶었지만, 베르몬트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세로스가 말했다.
“네가 나타샤의 층을 통과하면, 상단을 맡길 생각이다.”
베르몬트의 눈이 토끼처럼 떠졌다.
“임시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단주 대리인이지.”
“자, 잠깐만!…….”
“걱정하지 마라. 내가 만들어놓은 업무 체계는, 상단주가 사인만 해도 잘 돌아간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베르몬트가 다급한 얼굴로 말했지만, 세로스는 방 밖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너는 내 피를 이었다. 할 수 있다.”
그 말을 끝으로 문이 닫혔다.
베르몬트는 허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나보고 상단주를 하라고?”
임시직이라고는 하나 결국 상단주(商團主).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이름값만 따지자면 마족 대표, 환상족 대표보다 무겁고 책임이 높은 자리였다.
베르몬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칸이랑 미개척층 공략도 해야 하는데…….”
게다가 그녀는 칸과 미개척층 공략을 약속한 상태였다.
‘칸’과 함께.
“으… 또 가슴이…….”
칸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통증이 느껴졌다.
뾰족한 물건으로 쿡쿡 찔러대는 느낌이었다.
혹자는 이 감정을 연심이라고 부른다는데,
솔직히…
베르몬트도 알고 있었다.
칸이 보여줬던 놀라운 모습에 그녀는 관심이 끌렸었고, 그 관심은 오래전에 호감으로 변해 버렸다.
아사신의 층에서 받은 호감도 테스트도 그 일부였다. 그 테스트는, 그녀가 칸과 같이 있을 때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랬다.
그녀는 반 년 전부터 칸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털어놓기 부끄러워서 말은 못했지만, 칸이랑 조금 깊은 관계를 맺어도 나쁘진 않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반 년. 일수로 따지면 180일이 지났으니, 마음에서 은근하게 느껴지던 답답함은 노골적으로 바뀌었고.
때로는 침대에 얼굴을 박게까지 했다. 당장 오늘 아침만 해도, 칸이 식사 제안을 거절한 탓에 꿍한 기분이 풀리지를 않았다.
칸의 얼굴 한 번만 보면 좋을 텐데,
메세지라도 몇 번 주고 받으면 참을만 할텐데,
그런 생각이 하루종일 떠올랐다.
“…내가 대체 왜 이래. 답답해 죽겠네.”
그녀는 입술을 잘끈 깨물고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이러고 있으면 마음이 진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이불의 보드라움은 답답하게만 느껴졌고, 베게의 푹신함도 갑갑하기만 했다.
마음을 아려오는 감정은 심장을 쿡쿡 찔렀고, 진심을 말하라고 재촉했다.
그녀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칸한테 말이라도 해볼까?…….”
계속 혼자서 끙끙 앓을 바에야, 칸에게 물어보기라도 하면 편해질 수도 있었다.
“으하…….”
그러나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이불을 꽉 쥐며, 마음의 갑갑함만을 겨우 달랬다.
* * *
같은 시각, 칸은 오리할콘 길드였던 건물에 있었다. 비밀스럽게 처리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보자.’
칸은 소파에 앉은 채 오늘의 주인공을 꺼냈다.
[‘볼테르의 프란베르크 +15’를 장비합니다.]검잡이를 쥔 손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칸은 인상을 찌푸린 채 프란베르크를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상태창을 열어서 [특수 능력] 중 하나를 확인했다.
[기연]환상등급 검법서를 획득할 확률이 50,000% 증가합니다.(3회 한정)환상의 상자를 열면, 검법서가 무조건 나오는 효과였다.
‘바로 얻어볼까.’
검법서 하나만 얻어도 데미지가 뻥튀기되는 상황. 고민할 것은 없었다.
칸은 기적의 창조자를 불렀다.
“기적의 창조자님.”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환상의 상자가 필요합니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필요한 골드는 같다고 말합니다.]기적의 창조자는 칸이 원하는 것을 바로 얻게 해주었다. 그 배려에 감사하며, 칸은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에게 10,500,000 골드를 바쳤습니다.] [환상의 상자 3개를 획득합니다.]거래는 완료되었다.
‘시작해보자.’
칸은 상자 3개를 꺼내어 카펫 위에 두었고, 프란베르크를 소파에 놓고 일어났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첫째 상자를 열었다.
[상자가 열립니다!]검법서를 얻을 확률은 50,000%.
환상의 상자는 확률 배분형 뽑기템이었고, 50,000% 확률의 검법서를 뱉어낼 수 밖에 없었다.
[환상급 아이템 획득!]찬란한 백색 빛이 터졌고, 낡았지만 비범한 책 한 권이 등장했다.
‘…이게 바로 환상급 검법서.’
칸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성기사 검법서]대마왕을 처단했던 성기사의 검법서이다. 보잘 것 없는 태생으로 대마왕을 처단했기에, 환상에 걸맞는 명성을 지니게 되었다. 성(聖) 속성 검 장착 시 추가 효과를 부여하며, 언데드 속성 적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선사한다.
[등급 : 환상] [종류 : 검법서] [특수 능력] [전수] 성기사 검술(S+)을 획득합니다.“…성 속성 검술?”
칸의 얼굴에 실망이 번져나갔다.
성 속성 검을 장비하려면 신성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스탯이 필요했는데, 인간족은 신성력이 없었다.
결국 이 검법서를 활용하려면, 서열을 내리고 다시 올려서 신성 계열 혜택을 얻어야 했다.
“…그게 뭔짓거리야.”
강해지기 위해서 퇴보한다니.
그런 헛짓도 드물었다.
“이건 보류.”
칸은 2번째 상자를 열었다.
[상자가 열립니다!]첫 상자와 비슷한 백색 이펙트가 터졌고, 보랏빛 표지의 책이 등장했다.
[마검사 비전검술서]9서클 마스터이자 소드 마스터였던 용족, 말라리스의 비전검술서이다.
[등급 : 환상] [종류 : 검법서] [특수 능력] [전수] 말라리스의 비전검술(S+)을 획득합니다.“음…….”
칸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구겨졌다. 마법을 쓰라면 못 쓸 것은 없었지만, 높은 경지에 오르려면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결국 이것도 강해지려면 퇴보해야 하는, 칸과 맞지 않는 검법서였다.
“어느새 마지막이네…….”
환상의 상자도 하나만이 남았다.
이번에도 쓸만한 검법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게오하르그를 재활용해야 할 판이었다.
“…설마, 그렇게 되겠어?”
칸은 삼연속 꽝일 수는 없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
[상자가 열립니다!]덜컥! 상자가 입을 벌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빛이 터져나왔다.
“…어?”
그런데 빛의 색이 달랐다. 첫째와 둘째 상자가 열릴 때는 하얀색이었는데, 지금은 주황색이었다.
“설마?…….”
대박의 기운이 여기까지 전해져왔다.
두 차례나 재물을 바쳤으니 확신도 들었다.
[환상 등급 아이템 획득!] [축하합니다!]상자에서 검은 책이 등장했다.
‘뜬 건가!’
좋은 검술서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칸은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무쌍쌍검술(無雙雙劍術)]작자 미상. 기원도 알 수 없고 유래도 알려지지 않은 쌍검 검법서이다. 그 불가사의한 능력은 세간에 알려진 바가 없다.
[등급 : 환상] [종류 : 검법서] [제한]레벨 200이상
[특수 능력] [전수]무쌍쌍검술(S+)을 획득합니다.“뜬… 건가?”
칸은 아리송한 얼굴을 지었다.
환상급 검법서에 대한 정보가 적은 탓도 있었고, 검법서의 설명이 부실한 탓도 있었다.
책에서 범접하기 힘든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보통 물건이 아닌 건 맞는데, 좋은 건지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앞에 나온 두 검법서보다는 낫겠지.”
칸은 체념했다.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한 번 써보자. 안 좋아도 두 개 남았으니까.”
칸은 속는 셈 치고 검법서를 사용하기로 했다.
[무쌍쌍검술(無雙雙劍術)을 사용하시겠습니까?]“예.”
[무쌍쌍검술(無雙雙劍術)을 사용합니다.] [무쌍쌍검술(S+)을 획득했습니다!] [게오하르그의 비전검술(S)이 비활성화됩니다.]검은책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스킬이 되어 체내로 흡수되었다.
눈 앞에 스킬창이 떠올랐다.
[무쌍쌍검술(S+)] [제 1식:경량화](패시브)모든 두손검을 한손검처럼 다룰 수 있습니다.
해금 조건 : 무력(A)
[제 2식:쌍검술](패시브)쌍검 장비가 가능해집니다.
단 등급이 같은 검은 동시에 장비할 수 없으며, 등급이 낮은 검은 패시브를 제외한 [특수 능력]이 비활성화됩니다.
해금 조건 : 무력(S)
[제 3식:무쌍의검사](패시브)쌍검 장비 시 크리티컬 확률이 100%로 고정됩니다.
해금 조건 : 무력(S) 100 이상, 체력(S) 100 이상.
[제 4식:무쌍찌르기](액티브)500% 데미지로 검을 찌릅니다.
(중량의 마나 소모)
해금 조건 : 무력(S) 500 이상
[제 5식:쌍검의 시간](버프)5분 간, 등급이 높은 검을 복사하여 등급이 낮은 검을 대체합니다.
(대량의 마나 소모)
(재사용 대기 시간 : 1시간)
해금 조건 : 체력(S) 800 이상
[제 6식:무쌍의 시간](액티브)20초간 빛처럼 빠른 쌍검술을 전개하여 최대 100회의 검격을 찌릅니다. 제압기를 받으면 검식 발동이 중지됩니다.
(초대량의 마나 소모)
(재사용 대기 시간 : 1시간)
(최소 데미지 : 100% )
(최대 데미지 : 10,000%)
해금 조건 : 무력(S) 999 이상, 체력(S) 999 이상
[제 7식:죽음의 비](광역)시전자의 쌍검으로 비를 내립니다.
(극대량의 마나 소모)
(재사용 대기 시간 : 하루)
(최소 데미지 : 100%)
(최대 데미지 : 1,000,000%)
해금 조건 : 무력(S) 999 이상, 체력(S) 999 이상, 마력(S) 999 이상
“…허.”
이 검범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굴러 들어온 복덩이?
그 정도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다.
이건 프란베르크 강화보다 수십 배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렇다.
이 검법은,
“미쳤다.”
미친 사기 검법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