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27)
이세계 골드리치-227화(227/256)
<육성>
칸은 베르몬트를 보았다.
“너 좋아한다고…….”
어깨는 움츠러들었고, 손은 불안한 듯 꼼지락거렸다. 두 눈동자도 사정없이 떨리며 불안한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게임 속 그녀는 그저 npc, 미개척층을 함께 할 동료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속마음을 털어놓은 한 명의 인격체였다.
‘…어떡하지?’
칸은 고민에 빠졌다.
베르몬트의 고백은 좋은 일이었다.
예쁜 외모는 물론, 세로스 상단의 주인이 될 여자였고, 관계가 진전되면 목숨까지 바쳐올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고백을 받아들일 이유는 아니었다.
그녀는 인격체였다.
좋은 일을 겪으면 웃고, 나쁜 일을 겪으면 슬퍼한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고백을 받아들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그녀를 싫어한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 언행 자체를 지양하고 싶었다.
그렇게 발전된 관계가 서로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서로의 마음을 얼마나 갈기갈기 찢어놓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쉽사리 동의할 수 없었다.
고민해야 했다.
자신이 베르몬트의 고백을 받아들여도 되는 상태인지, 그녀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주의깊게 살피고, 판단해야 했다.
그래서 칸은 살폈다.
베르몬트의 얼굴과 눈빛을 보았고, 그녀와 겪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고민을 거듭할수록 생각은 정리되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이 섰다.
…그는.
“나중에 답해도 될까?…….”
결정을 보류했다.
베르몬트는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대형 상단의 주인이 될 최고의 신붓감이었으나, 고백은 받아들일 때가 아니었다.
“…거절은 아닌 거지?”
“나중에 꼭 답해줄게.”
“…알았어.”
베르몬트는 힙겹게 웃었다.
“…그럼 내일 봐.”
그리고 처량한 얼굴로 일어나서 몸을 돌렸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는 사람 구슬퍼지게 하는 면이 있었다.
‘…나도 배가 불렀지.’
베르몬트 같은 여자가 고백하는 건 꿈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거절했다.
다른 여인과의 관계에 금이 갈까봐,
베르몬트와 쌓아온 관계가 틀어질까봐.
그것이 두려워서 베르몬트와의 연애 기회를 걷어찼다. 아직 결정을 번복할 기회는 남아 있었지만, 한 번 보류했다는 사실은 영원히 남을 것이었다.
“…후회되긴 하네.”
그도 남자인지라 연애 욕구는 있었다.
‘그냥 받아줄까?’
악마가 속삭였다.
“…아무래도 안 되지.”
그러나 안될 일이었다.
베르몬트와 연애를 시작하면 잉그리드, 아스트리드, 하르미노와의 관계가 껄끄럽게 변한다.
그녀들의 마음을 어떻게 달랠까?
그건 능력 밖의 일이었다.
“…능력이 있어도 하면 안 되는 일이고.”
칸은 집으로 돌아갔다.
* * *
이어 밤이 되었다.
칸은 레벨업하느라 고생하는 잉그리드를 위해 따끈따끈한 저녁상을 차렸다. 수저와 젓가락을 놓으니 밤 7시였다.
그때 현관문 열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복도 뛰는 소리가 다다다― 들려왔다.
잉그리드가 주방에 나타났다.
“아빠! 나 왔다!”
그녀는 땀도 안 닦고 안겨들었다.
“이히히!”
땀만 없으면 더 예뻤을 텐데.
칸은 한숨을 쉬며 잉그리드를 식탁에 앉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화려한 저녁상을 볼 수 있었고,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아빠가 다 만든 거야?…….”
“있던 거 끓이기만 했어.”
“거짓말!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
“고기 조금 넣은 거야.”
“역시 그랬어!”
잉그리드가 빵긋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잉그리드.”
칸은 그녀를 불러서 주의를 줬다.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야 했다.
“아빵…….”
그런데 오늘 그녀는 배가 많이 고픈 모양. 눈빛이 보통 간절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만이야.”
“아빠 짱!”
칸은 눈빛에 굴복하고 말았다.
자식 교육에 이렇게 물러도 되나 싶었지만, 복스럽게 먹는 잉그리드를 보니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
“아빠도 먹어!”
“…알았어.”
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식탁에 앉았다.
단란한 분위기의 식사는 금방 흘러갔고, 어느새 거실 소파에 누워 잡담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빠! 내 옆에 누워!”
잉그리드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방긋 웃으며 소파를 팡팡 쳤다. 자세를 보니 무릎 베게를 해주려는 모양이었는데, 끌리긴 해도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오늘은 할 일이 있어.”
“…할 일?”
칸은 그녀 옆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능력치를 올려줄 거야.”
오늘은 잉그리드의 능력치를 육성시켜주는 날이었다. 그녀의 능력치 한계가 EX급이라서 골드 부담은 되었지만, 적당히 SS등급까지 올려주면 될 일이었다.
애초에 그녀의 적은 경험으로는 SSS등급 능력치를 제어하는 것도 힘들테고.
천천히 가면 되었다.
“눈 감고 편안히 있어. 끝나면 말해 줄게.”
“응…….”
칸과 밤새 놀아제끼고 싶었던 잉그리드는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반대로 능력치가 상승하면 칸을 더 잘 지켜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여 순순히 받아들였다.
“아빠한테 맡길게.”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방긋 웃었다.
아빠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미소였다.
그 미소는 보통, 아빠의 어깨를 활짝 펴주는 힘을 갖고 있었다.
“훨씬 강하게 만들어줄게.”
칸은 잉그리드 육성을 시작했다.
첫째는 상단 영입이었다.
[환상족, 잉그리드를 릴라데아 상단 부마스터로 영입합니다.]이것으로 [하수인 관리] 열람이 가능해졌다.
[하수인 관리-잉그리드]이름 : 잉그리드
종족 : 환상족
레벨 : 200
무력 : 300/999(S)
체력 : 300/999(S)
마력 : 300/999(S)
스킬 : 하늘이 내린 전투 감각(S), 공포(S), 폭군(S), 권투(A+), 카리스마(A+), 학살(A+), 압도(A+), 환상력(A), 마나 제어(A), 언어(B)
화려하게 성장한 스킬 쪽은 둘째치고, 능력치의 성장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력/체력/마력이 전부 300. 레벨 200때 얻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스탯 덕분이지.’
종족의 차이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스탯.
잉그리드도 그 스탯을 갖고 있었다.
‘잉그리드. 너한테만 보이는 스탯이 있으면, 아빠한테 말해줄 수 있을까?’
‘물론! 아빠잖아! 나만테만 보이는 스탯이 뭐가 있냐면… 일단 ‘가속 성장’이 있어!’
‘가속 성장?’
‘응! 레벨 100이 넘었을 때 생긴 스탯인데, 레벨 1 오를 때마다 모든 능력치가 2 올라가는 효과야.’
물어봐서 알게된 ‘가속 성장’.
레벨 100을 올리면, 모든 능력치가 200 올라가는 사기 스탯이었다.
‘이런 게 있으니까 환상족들 능력치가 그렇게 높지.’
같이 노력해도 혼자만 2배나 강해진다니,
성장에 한계도 없는 종족이 양심도 없었다.
“쯧.”
불만을 혀를 차고 날려버린다.
이제 능력치 상승을 시작해야 했다.
“육체랑 마나회로에 변화가 생길 거야. 놀라지 않도록 조심해.”
“…으응.”
칸은 간단한 주의사항을 말하고 능력치 상승을 시작했다.
[10,000,000 골드를 소모합니다.] [무력 300/999 ▶ 700/999(등급업!)]“…어?”
칸의 입이 헤 벌어졌다. 고작 천만 골드를 투자했는데, 무력이 300(S)에서 700(SS)로 성장해 버렸다.
성장 효율이 너무 좋았다.
‘…재능이 얼마나 높길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
칸은 쓴웃음으로 상황을 마감했다.
다음으로 올릴 능력치는 체력이었다.
[10,000,000 골드를 소모합니다.] [체력 300/999 ▶ 500/999(등급업!)]“…와.”
입이 또 벌어졌다. 효율이 진짜 좋았다.
‘천만 골드 넣었는데, 능력치가 1200이나 오르네…….’
칸 입장에서는 꿈도 못 꿀 일. 투자 대비 효율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제부터 잉그리드한테만 투자할까?’
칸은 변변찮은 생각을 하며, 마지막 능력치를 상승시켰다.
[10,000,000 골드를 소모합니다.] [마력 300/999 ▶ 900/999(등급업!)]‘…허.’
이제 찬양하기도 입이 아플 지경.
‘…진짜 재능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잉그리드의 능력치가 올 EX급을 찍는 날, 그 날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아, 아빠…….”
그런데 그때, 잉그리드가 힘겨운 목소리를 짜냈다.
“배, 배가 아파!…….”
“뭐? 배?”
“끄아앙!”
잉그리드가 배를 부여잡고 눈물을 찔끔 흘렸다. 마나 축척량이 급상승하며 마나 회로가 꼬인 것이다.
“…아, 아파!”
“자, 잠깐만 기다려. 만병통치약 가져올게!”
오늘의 육성은 여기서 끝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칸은 상단 보물고를 향해 달려나갔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