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28)
이세계 골드리치-228화(228/256)
<나타샤의 세 번째 시험 – 소녀 구출>
“상단주님?…….”
상단 본점에 들어서니, 당직 근무 중인 엘프가 보였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이전에 본 금발 엘프였는데, 늦은 밤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칭찬해 주고 싶었다.
“나중에 설명해 줄게!”
그러나 지금은 여유가 없었다.
잉그리드가 회로의 꼬임을 겪고 있다.
그것이 목숨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칸은 딸의 고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 넵! 시간을 뺏어서 죄송했습니다!”
엘프의 사죄를 들으며 칸은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1층, 지하 2층……. 팻말이 빠르게 지나갔고, 어느새 지하 4층에 도착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칸은 벽의 조금 튀어나온 타일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다. 지하 5층 계단을 여는 의식이었다.
[상단주 정보 인식 중…….] [0%…….] [87%…….] [100%…….] [상단주 정보가 인식되었습니다.] [지하 5층 계단으로 가는 길을 개방합니다.]카가가강-
벽 내부의 마법 장치들이 작동하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랄라데아 퀘스트 안 했으면 보물고가 있는 줄도 몰랐겠네…….’
[지하 5층 계단이 열렸습니다.]바닥이 갈라졌고, 새로운 계단이 보였다.
‘가자.’
칸은 계단으로 뛰었다. 계단은 상당히 길었고 수많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무시하며 뛰기를 20초쯤. 철로 만들어진 작은 문이 보였다.
저 문이 바로 보물고의 입구였다.
칸은 철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상단주 정보 인식 중…….] [0%…….] [53%…….] [100%…….] [정보가 인식되었습니다.] [보물고의 문을 개방합니다.]‘오래도 걸린다.’
문이 열렸다. 칸은 바로 들어갔다.
[릴라데아의 보물고에 입장했습니다.]벽의 횟불이 공간을 밝혔다.
10평 남짓한 보물고였다. 이 곳에 릴라데아가 수집해놓은 보물들이 잠들어 있었다.
‘보물 저기 있네.’
칸은 벽에 붙은 5개의 보물상자 중 하나 앞에 무릎을 꿇었고, 상자를 열었다.
[만병통치약]x1 [10만년산 황금벌꿀]x1보물들이 보였다. 여유 부릴 틈은 없었다.
[만병통치약 1개를 획득했습니다!] [10만년산 황금벌꿀 1개를 획득했습니다!]칸은 두 아이템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 * *
“아빠…….”
거실로 들어오니, 칸을 부르는 잉그리드가 보였다.
“나 왔어.”
칸은 만병통치약의 뚜껑을 따서 던져버렸고, 잉그리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목으로 약물을 넣어주었다. 한 모금이 넘어갈 때마다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한 병이 전부 들어갔을 때 창백했던 얼굴색이 깔끔하게 돌아왔다.
“아빠!”
잉그리드가 칸을 와락 끌어안았다.
“나 아팠어어!”
이 기회를 틈타 어리광을 잔뜩 피울 모양. 너무 받아주면 버릇 나빠지니 진정시킬까 생각이 들었지만, 내일이면 시험 시작이니 그냥 받아주기로 했다.
“커, 컥!…….”
…SS등급 무력은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칸은 목숨을 담보로 한 곰인형 역할을 간신히 수행했고, 잉그리드의 결핍이 채워졌을 때 풀려날 수 있었다.
…침대에서.
“누워!”
침대에 발라당 누워 베게를 팡팡 치는 잉그리드. 그녀는 내일 88층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편안한 잠자리가 오늘로 끝이라는 슬픈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밤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빨리 누워!”
“…응.”
칸은 가녀린 첩처럼, 수줍은 동작으로 침대에 누웠다. 잉그리드가 콧김을 뿜는 것을 보니 닭살이 돋았지만, 무력 SS등급에 오른 그녀에게 저항할 수도 없었다.
“크하앙!”
잉그리드는 호량이처럼 포효했다.
* * *
“카아악.”
그리고 아침이 되었을 때, 잉그리드는 배를 깐 채 코를 골았다.
“그래도 자는 모습은 귀…….”
“카아아악.”
칸은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를 빠져나왔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88층 메세지 도착까지는 여유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집밥이라도 먹여줘야지.”
칸은 잉그리드를 보며 피식 웃었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 * *
같은 시각, 관리국 비공개회의실.
이곳에서는 4성과 안전관리부 본부장이 내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야기에 진척이 없군. 좋은 생각이 그렇게 없는 건가?”
“…저도 답답할 노릇입니다.”
회의 목적은 칸의 처리였다.
“황당한 노릇이군. 인간 하나 처리 하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되었다니.”
“저도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 인간이 릴라데아의 맹독견을 처리한 강자이니…….”
“골이 깨질 것 같군…….”
“그렇습니다…….”
칸은 탑에 폭풍을 불러왔고, 종족 서열에 변혁을 일으켰다.
폭풍, 변혁, 변화…….
관리국에서 제일 싫어하는 단어들이었다.
“어서 처리할 방법을 생각헤 보게!”
“넵!…….”
그 단어를 실현하는 칸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역병같은 존재였다.
“우리 관리국은 이 행성에서 수천 년, 아니 수만 년은 더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네.”
“저, 저도 그렇습니다!”
“그 인간 하나 때문에 행성의 상업적 수명이 단축되면 아주 전쟁이야. 알았나?”
“명심하겠습니다!”
정령족 본부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4성의 압박에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인간족 대표를 확실하게 끝내는 것을 목표로 삼게!”
“알겠습니다!…….”
“암살 시도같은 무리수만 아니면 내 어떻게든 커버해 줄테니까 안심하고.”
“옙!…….”
“그래, 열심히 해보라고.”
4성은 몸을 일으켰고, 회의실을 나갔다.
“뜨하아…….”
본부장은 억누르던 한숨을 토해냈고 답답한 심장을 두드렸다. 그렇게 긴장한 육체를 진정시키를 잠시. 몸이 진정되니 열분이 터졌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쾅!
본부장이 책상을 치며 소리쳤다.
“뭐!? 암살 시도만 아니라면 커버를 쳐줘? 암살 말고 어떻게 처리하라는 건데 이 미친!”
책상이 부서질 듯 진동했다.
부서지는 건 본부장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개같은 4성 새끼!”
4성이 말한 명령이 너무나도 명확했다.
암살 시도만 아니면 커버쳐주겠다는 말.
그건 암살을 하라는 소리였다.
“하… 인간을 어떻게 암살하지?”
이제 본부장은 힘과 권력, 인맥을 동원해서 칸을 암살해야 했다. 여기서 가장 쓸만한 건 인맥이었다.
“…그 애한테 맡기면 되려나.”
본부장도 93층까지는 올라본 인물. 뛰어난 정치적 능력에 기반한 커넥션을 갖고 있었고, 권력을 위해 더러운 짓을 해주는 신성들을 알고 있었다.
“그래. 그 아이한테 맡기면 되겠다…….”
본부장은 크리스탈을 들어서 연락을 걸었다. 높은 액수의 골드를 불렀다.
답장은 빨랐고, 만남은 신속하게 성사되었다. 본부장은 탑 1층 공원 가로수길에서 ‘그 애’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 * *
‘저기 오는군.’
본부장은 가로수에서 걸어오는 소녀를 보았다. 외견은 열여섯 정도로 어려 보였는데,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금발 머리칼을 갖고 있었고, 왼쪽 눈에는 안대를 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왔구나.”
“관리국 높은 자리에 절 꽂아준다는 게 사실이에요?”
“물론.”
백금발 소녀가 진하게 웃었다.
“그럼 할래요. 인간족 대표를 암살하면 되는 거죠?”
“어. 열심히 해라.”
“네!”
“내가 아는 환상족 중에 88층 참가하는 애가 너밖에 없어서 맡겨주는 거야. 실패하면 안 되니까 긴장 단단히 해.”
“잔소리도 참! 저 엄청 쎄거든요.”
백금발 소녀가 혀를 샐쭉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어쩔 수 없이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 환상족이잖아. 안간족 대표를 못 죽이지는 않겠지.’
본부장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해 봐라.”
* * *
칸은 식사를 끝내고 잉그리드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빠. 88층 메세지 언제 와?”
“곧 올거야.”
“이제까지는 7시 넘자마자 왔잖아…….”
“…그러게. 오늘은 좀 늦네.”
현재 시각은 7시 13분.
잉그리드와 파이팅 단단히 하고 소파에 앉았는데, 13분째 메세지가 오지 않았다.
“히잉…….”
잉그리드가 지루하다는 듯 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때였다.
[나타샤의 층, 세번째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 [당신은 자격을 갖춘 선별인원입니다.] [시험 참가를 원하신다면, “예”를 외쳐주십시오.]오래도록 기다렸던 초대 메세지가 왔다.
“메세지다!”
잉그리드가 벌떡 일어났고, 칸은 그런 그녀를 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쳤고, 서로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를 단박에 알았다.
둘은 메세지를 보며 소리쳤다.
“예!”
“예!”
* * *
화아아-
이제는 익숙한 빛살의 번짐. 칸은 시야가 뜨일 때까지 잠시 기다렸고, 앞이 보일 때 눈을 떴다.
‘여긴…….’
[힘의 탑 88층, 악마의 협곡에 도착했습니다.]언데드 성래족이 서식하는 저주받은 골짜기였다.
“아빠, 여기 좀 으스스하다…….”
정신 연령이 낮거나 심신이 약하다면,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도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선별인원들 도착하네.’
칸은 강심장이라서 괜찮았다.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선별인원들의 소환을 보았다.
“여기가 88층이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스트리드가 소환되었고,
“이제 시작이네.”
꽤나 먼 지점에서 하르미노가 소환되었다. 칸은 그녀들의 목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외모로 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명만 더 오면 되네.’
이제 남은 것은 베르몬트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파아-
바로 옆에서 빛무리가 피어났고, 베르몬트가 소환되었다.
어제 고백한 여인을 옆자리에 소환시키다니, 이렇게 짖궂은 장난도 드물었다.
“88층이 여긴가보네.”
아직 칸을 못 본 베르몬트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칸도 벌써 왔나?”
순간 칸과 베르몬트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
“…….”
둘은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시선을 마주한 상태에서 입만 달싹거릴 뿐, 누구 하나 먼저 말을 하지 못했다.
“아빠 여기 분위기 진짜 무섭!… 아빠?”
잉그리드의 표정이 굳어져도, 입에서 말이 안나왔다.
“…아빠 뭐해?”
무슨 말이든 해야만 했다.
‘뭐라고 하지?’
칸은 머리를 회전시켰다. 약 20초간 서로 바라보고 있던 상황을 설명해줄 말을 고민했다.
‘그 말로 하자.’
다행히도 칸의 두뇌는 회전이 빨랐고, 상황을 종결시킬 답을 떠올려냈다.
그러나 그 답을 말할 수는 없었다.
“나, 날씨가 좋네.”
베르몬트가 먼저 말해버렸다.
날씨가 좋다고.
‘베르몬트의 고백을 숨길 수 있을까?…….’
칸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