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36)
이세계 골드리치-236화(236/256)
<나타샤의 네 번째 시험 – 보물의 수호자, 나가>
나타샤의 네 번째 시험.
93층 습지대에서 진행되는 이번 시험의 목적은 선별인원들을 미개척층에 맞게 훈련하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시험의 난이도는 아주 높았고,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위험도 산재해 있었다.
선별인원들은 자신의 실력을 확신해야만 이번 시험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습지대 스폰지역에 도착한 칸은 선별인원들의 숫자를 세었다. 총 24명이었다.
88층 합격자와 패자부활전 합격자를 합치면 30명은 넘어가야 맞았는데, 많은 선별인원이 이번 시험 참가를 거부했다.
‘현명한 선택이네.’
환상족이나 정령족이 아닌 이상에야, 대부분의 선별인원은 88층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굳이 목숨을 걸어가며 93층에 도전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칸은 언제나 그랬듯이 선별인원들의 종족을 파악했다.
‘환상족 8명, 정령족 8명, 용족 3명이네.’
미개척층 팀원을 제외한 결과였다. 총 19명이었는데, 상위종족의 숫자가 하위종족의 숫자를 넘어섰다.
“아빠. 저기 저 놈들… 그때 그… 맞지?”
옆의 잉그리드가 먼곳을 가리켰다. 그곳을 보니 ‘그 놈들’이 있었다. 이름이 아마,
‘비엔또와 세리파였지…….’
83층에서 만난 악연이었다.
이번 시험에서 팀이 될지, 적팀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만. 칸은 일단 저들을 눈에 담아 두었다.
“칸, 일주일 만이네?”
그때 옆에서 베르몬트가 불쑥 나타났다.
“나 네가 보내준 시험공략집 다 외웠어.”
그녀의 얼굴이 위풍당당하다. 칸이 보낸 93층 공략본을 전부 외웠기 때문이었다.
‘그 많은 걸 다 외우다니.’
칭찬이라도 건네줘야겠다.
칸은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인간.”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오른쪽 어깨를 잡았다. 오른쪽을 보니 아스트리드가 씨익 웃는 것이 보였다.
“공략본은 나도 외웠다. 뭣하면 시험해봐도 좋다.”
암기 대결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야,용가리! 내가 먼저 얘기하고 있던 거 안 보여?”
“그게 대화였나? 꼬맹이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고?”
갑자기 두 여인 사이에서 불꽃이 튀겼다.
“…난 보이지도 않나 봐?”
가만히 있던 잉그리드까지 불꽃에 합세할 기세. 칸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인들의 분위기를 조절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
“주인님! 오늘은 발 핥게 해 줘!”
갑작스런 광녀의 등장에 모든 이가 얼어붙었다. 분위기를 바로잡으려던 칸은 물론, 실랑이를 하던 세 여인까지 전부.
“…카, 칸? 방금 무슨…….”
저멀리서 걸어오던 하르미노는 입을 막았다.
나타샤가 등장할 때까지 몇 분 안 남았는데, 여인들의 오해를 풀어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칸은 일단 해보기로 했다.
* * *
“아 뭐야, 그런 거였어?”
“인간. 오해할 뻔 했다.”
칸은 여인들의 오해를 풀어주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칸의 진정성 있는 호소와 베르몬트의 증언, 노예의 자백이었다.
…베르몬트의 증언과 노예의 자백이 99% 지분을 차치했지만.
“저는 칸의 노예가 되기로 했답니다!”
노예가 빵긋 웃으며 소리쳤다.
“그치? 주인님?”
그리고는 칸에게 팔짱을 껴왔다. 순간 네 여인의 불만스런 눈초리가 꽂혔다. 칸은 큼큼 헛기침하며 노예를 밀어냈다.
“난 네 주인이 아니야.”
“왜 그렇게 매정한 고양? 주인님!”
노예는 되려 좋다는 듯, 응큼한 미소를 지으며 달라붙었다.
그것은 잉그리드를 분노케 했다.
“우리 아빠한테 붙지마!”
“끄앙!”
잉그리드의 꿀밤을 맞은 노예는 눈물을 삼키며 물러났다.
* * *
그렇게 광녀가 벌인 해프닝이 종결된지 몇 분이 지난 순간.
칸은 네 여인과 나란히 서서 허공의 스크린을 올려다보았다. 나타샤가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성신들에게.
[귀여운 나타샤가 최신 TV를 추천드립니다!] [요즘 4K다 6K다 말이 많은데, 이 TV는 무려 8K입니다!] [성신님들이 응원하는 선별인원의 모공까지 보실 수 있단 말씀!] [덕력을 증명하려면, 이 정도 최신제품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굳이 안 봐도 되는 광고. 허나 안 보면 네 여인을 상대해야 했는데, 그건 너무 고된 일이었다. 그래서 칸은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잠깐의 시간이 흘러서 광고가 종료되었고, 본 시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양피지를 공개합니다!]< 메인 퀘스트(20) – 보물의 수호자, 나가 >
분류 : 메인
난이도 : S+
클리어 조건 : 93층의 괴수, 나가를 죽이고 보물을 획득하라. 보물을 먼저 획득한 팀이 승리.
보상 : 20,000 골드, 다음 시험 응시 권한
실패 시 : 탈락
난이도는 무려 S+.
퀘스트의 처치 대상이 반신급 힘을 가진 초대형 뱀 ‘나가’라는 걸 고려해도, 고작 한 마리를 처치하는 것이라 난이도 S+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나타샤의 설명을 들으면, 난이도를 납득할 수 있었다.
[사실 보물의 수호자, 나가는 그렇게 강한 상대가 아니에요!] [그러나 이번 시험의 스테이지가 93층인 만큼, 여러분에게는 아주 강한 디버프가 적용된답니다!] [여러분의 육체를 몇 년 전의 인간족처럼 만드는 디버프지요!]디버프가 있었기에, 이번 시험의 난이도는 S+였다.
[디버프를 적용드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이번 시험에 계속 참가하시겠습니까?] [만약 무리라고 생각되신다면, 오른손을 들어주십시오!] [원래 있던 층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나타샤가 양팔을 벌리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몇몇 용족은 움찔하며 손을 들려는 듯 했다.
그러나 실제로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여기 있는 모두는 의지를 굳게 다져놓은 상태였다.
[좋습니다!] [그럼 본 시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세한 설명을 시작합니다!] [첫째로……!]그렇게 나타샤의 긴 설명이 시작되었다. 그것을 요약하면 이랬다.
*24명의 선별인원은 각각 12명씩 팀을 나누어 시험을 진행한다.
*클리어 조건은 보물의 수호자, 나가를 처치하는 것이다.
*나가는 본드래곤보다 훨씬 약한 괴수이다.
*그러므로 모든 선별인원들에게는 여러 종류의 디버프가 적용된다.
*디버프는 다음과 같다.
*물리공격력이 99% 감소한다.
*마법공격력이 99% 감소한다.
*물리방어력이 99% 감소한다.
*마법방어력이 99% 감소한다.
*스킬효율이 99% 감소한다.
*모든 면역,치유계 패시브/액티브 스킬의 발동이 금지된다.
*10년 전 인간족의 허기/갈증 패널티를 부여받는다.
*질병 내성,육체 면역력이 10년 전 인간족과 동등하게 설정된다.
*외부에서 구비해온 음식/물/치료형 소비 아이템은 전부 사용이 금지된다.
*시험관은 선별인원들을 위해 최소한의 지식을 제공한다.
*지식은 다음과 같다.
*보물의 수호자, 나가는 단 한 마리만이 서식하며, 12곳의 작은 호수에서 랜덤으로 등장한다.
*나가와 먼저 전투에 돌입한 팀이 있다면, 그 팀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 다른 팀은 전투에 참가할 수 없다.
*선별인원 간 전투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모든 선별인원의 육체 면역력이 인간족과 동등하기 때문에, 작은 상처에도 생명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또한 전투력이 99% 감소되기에, 선별인원 한 명이 있고 없고는 나가의 처치 여부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식은 이것으로 끝이다.
장장 20분 간 이어진 복잡한 설명.
“다, 다시 설명좀요…….”
“메모 좀 해야겠다…….”
선별인원들은 멍한 얼굴로 재설명을 요구했다. 원래라면 안 되는 요구였지만, 나타샤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시 말해 드릴게요!]“살았다…….”
선별인원들은 감사한 얼굴로 메모지를 꺼내들었다. 다섯 명만 빼고.
“우리는 뭐…….”
“굳이 메모 안 해도 되잖아?”
칸을 위시한 미개척층 팀원들은 메모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나타샤가 설명한 것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설명해 주지 않은 꿀팁은 칸 덕분에 머릿속에 있었다.
게다가 칸은 누구도 모르는 핵심 지식을 알고 있었다.
나가의 등장 확률이 높은 호수의 위치였다.
‘이번 시험은 편하게 가야지.’
원래의 93층 시험은 유저들간의 피터지는 승부가 펼쳐진다.
나가의 등장률이 높은 호수를 선점하기 위한 혈투였다.
그러나 이번 시험은, 칸팀에서 호수를 쉽게 선점할 수 있었다.
상대팀은 열두 호수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테니까.
[설명 끝!] [이제 본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그러던 중 나타샤의 설명이 끝을 맺었다. 이제 선별인원들은 12명씩 쪼개져서 팀을 맺고, 시험을 진행할 것이다.
[30분 드리겠습니다!] [선별인원 여러분은 12명씩 자유롭게 팀을 맺어주세요!]팀 맺기가 시작되었다. 선별인원들은 자연스럽게 네 분파로 나뉘어졌다.
하나는 8명의 환상족으로 이뤄진 ‘환상족파’
하나는 8명의 정령족으로 이뤄진 ‘정령족파’
하나는 3명의 용족으로 이뤄진 ‘용족파’
하나는 칸을 중심으로 이뤄진 ‘칸파’였다.
[과연 어떤 팀이 만들어질까요?] [정말 기대되지 않나요! 성신님들!]나타샤의 목소리를 들으며 선별인원들은 눈치를 살폈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환상족이 많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환상족파, 정령족파, 용족파, 이 3개의 분파는 칸파를 주시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88층에서 인간족의 활약은 잊을 수가 없지.’
‘인간족 혼자서 수십 명의 소녀를 구출했으니까.’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란 법은 없고.’
‘게다가 저 다섯은 이미 뭉쳐있잖아.’
‘이번 시험도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게 분명해.’
그들은 발걸음을 옮기지는 않았지만, 칸에게 붙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동족도 중요하고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험의 합격이었으니까.
‘만약 이 생각을 나만 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인간족에게 붙어야 한다는 건 기정사실이지.’
‘아무나 인간족한테 붙어 봐라.’
‘그러면 나도 움직일 테니까.’
선별인원들은 누군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신호탄이 울리기를 바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곧장 인간족에게 붙을 것이었다.
그때였다.
“주인님! 저를 받아주세요!”
다름아닌 환상족 소녀가 인간족에게 내달렸다.
인간족에게 붙어야 한다는 가설이 사실로 증명된 순간이었다. 선별인원들은 칸에게 달려나갔다.
“뭐, 뭐야. 쟤들 왜 저래!”
베르몬트가 당황했다. 그러나 칸은 덤덤했다. 그는 오히려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너무 늦긴 했지만.’
npc들의 유저 집중 현상은, npc 입장에서 유저가 쓸만하다고 판단될 때 시작되는 현상이었다. 93층이나 와서 시작된 것이 아쉽긴 했지만, 일단 시작되었으니 칸이 어느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제부터 칸은, 을이 아닌 갑의 좌(座)에 앉으면 되었다.
“주인님! 저를 받아주실 거죠?!”
“인간족! 나는 환상족이다. 나와 팀을 맺으면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어허. 습지대는 정령족의 메인 스테이지다. 비켜줬으면 좋겠군.”
“우스운 소리하지 마라! 만물의 정점에 군림하는 우리 용족이 있는 이상, 환상족과 정령족은 아무것도 아니다!”
환상족, 정령족, 용족.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칸 앞에 서서 자신의 가치를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비엔또와 세리파같은, 자존심이 드센 자들은 자기 자리를 지켰다.
‘…자존심 강한 놈들은 나도 필요없으니.’
칸은 그들은 무시하고 자신 앞에 몰려온 선별인원들을 보았다. 이들은 자존심을 내려놓았고, 시험 합격을 위해서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누굴 골라도 평타는 치겠지.’
그러므로 선택은 쉬웠다. 칸은 습지대에서 최강으로 불리는 물의 정령족 2명을 팀으로 맞이했고, 남은 5자리는 환상족으로 꼭꼭 채웠다.
이 팀의 리더는,
“내가 하겠다.”
칸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