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40)
이세계 골드리치-240화(240/256)
[습지대의 황금줄기(최상급)(치유)]93층 습지대에서 희귀하게 자라난다는 황금줄기이다. 각종 저주와 역병 치료에 효과적이다.
[등급 : 에픽] [종류 : 소비] [특수 능력] [치료]각종 저주와 역병을 1회에 한 해, 깔끔하게 치유한다.작은 황금줄기가 손 안에 들어왔다. 칸은 그 줄기를 만지며 옅게 웃었다. 뜻하지 않은 득템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운이 좋았네.”
칸은 줄기를 인벤토리에 넣고 벌떡 일어났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다시 달릴 시간. 칸은 흙탕물을 퍽퍽 밟으며 달음박질의 준비를 했다.
쏴아아아아아―!
…그런데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이젠 아픈 수준이어서,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어우 따겁다.”
칸은 양팔을 쓱쓱 쓸며 옆 나무를 보았다. 상당히 뭉툭한 나무였는데, 그 둘레만큼이나 커다란 나뭇잎을 갖고 있었다. 거의 잉그리드가 안고 자는 쿠션 수준.
“이거면 우산 대용으로 쓸 수 있겠는데.”
칸은 쿠션 크기의 나뭇잎을 떼어서 우산처럼 썼다. 그러자 예상대로 세찬 빗줄기를 막아주었다.
“안락―하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 칸은 호수로 내달렸다.
그렇게 약 1시간, 아니 2시간, 혹은 3시간이 지난 끝에, 칸은 정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고된 피로를 한숨으로 털어내며, 베르몬트에게 맡겼던 호수를 바라보았다.
“…뭐지 저건?”
호수 앞에는 오두막 한 채가 지어져 있었다.
전에는 없던 것이었는데.
목재로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구운 흙 벽돌을 쌓아 만든 듯한 집이었다.
문도 지어져 있고 창문으로 보이는 작은 틈도 있는 것이,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집이었다.
“…베르몬트한테 저런 손재주가 있었구나.”
칸은 작게 감탄하며 오두막으로 걸어갔다. 첨범첨벙 발소리가 오두막 안쪽으로 흘러들어간 듯, 흙문이 안에서부터 열렸다.
“고생했어~!”
베르몬트가 웃는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 * *
오두막으로 들어간 칸은, 옷부터 싹 벗고 몸을 말렸다. 체력이 EX등급이라 감기 걸릴 걱정은 없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기에.
“패, 팬티까지 벗지는 말아라!?”
얼굴을 가린 베르몬트만 안절부절할 뿐이었다. 정작 칸은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데. 칸은 팬티 차림으로 베르몬트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왜, 왜 찔러…….”
“내 옷 좀 말려줬으면 해서.”
“네가 말리면 되잖아!”
“난 화염 마법 못 써.”
베르몬트는 눈동자를 돌려 칸을 보더니, 칸의 탄탄한 상체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모, 몰라. 니 알아서 해!”
“…아니 그냥 옷만 말려주면..”
“알아서 하라곳!”
“…….”
얘가 왜 이러나. 칸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원시인 차림으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오늘의 식사는 바나나와 정글닭이었다.
“베르몬트. 밥 먹게 불 좀..”
“말 걸지 맛!”
“…….”
* * *
그렇게 칸은 식량을 준비하고 베르몬트는 집을 보수하는, 나름의 부부(?)같은 협력 관계가 지속되기를 어언 6일.
시험 일주일 차의 아침해가 밝았다.
‘드디어 일주일.’
오늘은 ‘선점한 호수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교환할 때 문제가 터지지는 않겠지?’
일주일 내내 [호수2],[호수3]팀과 연락을 주고 받았으니, 교환 과정에서 위기를 경험할 확률은 아주 낮았다. 거의 벼락 맞을 난이도였다.
‘아침에 출발해야 하니, 슬슬 준비해 볼까.’
나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결국 나가를 보려면 움직여야 했다. 칸은 호수에 걸터앉아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칸. …벌써 일어났네?”
“어푸, 어.”
부스스한 머리의 베르몬트가 다가와 인사하길래, 대충 대답해주고 계속 씻었다. 그렇게 몸을 청결하게 하기를 약 5분. 칸은 머리를 털고 벌떡 일어났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베르몬트는 씻는 데 꽤 걸리니까.’
거진 일주일을 함께하면서 칸과 베르몬트는 서로의 생활 패턴을 알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은 가락이 맞았다.
칸은 아침형 타입이고, 베르몬트는 저녁형 타입이어서 그랬는데.
칸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식량을 조달해오면, 베르몬트는 집을 보수하고 밤 늦게까지 보초를 서며 칸의 편안한 휴식을 도왔다.
나가의 기묘한 등장 법칙만 없었다면, 시험 종료 때까지 둘이 함께 해도 무리가 없었다.
‘오늘 아침은 정글뱀 꼬치구이다.’
칸은 베르몬트가 만들어놓은 화톳불에 손질한 정글뱀을 올려놓았다.
지글지글. 닭고기와는 다른 뱀 고기가 익어가며, 특유의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오늘도 뱀 구워?”
그 냄새는 베르몬트가 뾰루퉁한 얼굴을 짓게 했다.
“…맛은 있잖아?”
칸은 어색하게 답하며 꼬치구이를 뒤집었다. 이내 꼬치구이가 노릇노릇 잘 구워졌을 때, 칸은 꼬치 2개를 들고 걸어가서 베르몬트에게 하나를 건넸다.
부족한 식사였지만, 둘은 불평하지 않고 주린 배를 채웠다.
그렇게 출발할 시간이 다가왔다.
“가자.”
“응.”
칸은 베르몬트와 함께 [호수2]로 출발했다.
시험 개시 후 일주일이 지나 상대팀도 모두 각기 다른 호수에 정착했을 테니, [호수1]를 뺏길 염려는 안 해도 되었다.
둘은 장장 8시간이 걸릴 여정을 완수하기 위해, 범람원을 지나고 습지를 건너서 정글을 통과했다.
―쉬에에에엑―!
난이도가 2단계 오른 탓인지, 중간에 30m 길이의 아나콘다를 만나버렸지만 칸의 쌍검술과 베르몬트의 염화로 적절하게 처치했다.
…너무 적절해서 아나콘다를 싹 태워버린 게 문제였지만.
“적당히 구웠으면 식량으로 썼을 텐데.”
“나, 나를 물려고 하는데 어떻게 적당히 굽냐…!”
“…뭐, 어쩔 수 없지.”
칸은 아나콘다 식량을 잊기로 했다. 베르몬트 말마따나, 고기를 챙길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기는 했으니까.
칸은 베르몬트를 밀어주고 당겨주며 습지대를 계속 걸었다.
그렇게 효율적인 이동이 지속되기를 어언 6시간. 크고 작은 위험들을 무탈히 벗어난 덕인지, 예상보다 2시간 빠르게 [호수2]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칸! 저기 집 보인다!”
아이처럼 집을 가리키며 달가워하는 베르몬트.
칸은 피식 웃으며 그녀가 가리킨 집을 보았다.
건실한 2층짜리 목조 주택이었다.
[호수2]팀의 구성원이 잉그리드와 하르미노였으니, 집 하나 짓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정령과 환상력으로 착착 쌓아올렸겠지.“뭘 멀뚱멀뚱 보고만 있어! 어서 가자앙~!”
노곤한 여정에 지친 듯 베르몬트가 팔을 잡아당기며 앙탈을 부렸다. 이럴 때 보면 역시 귀엽긴 귀엽다.
칸은 옅게 웃으며 목조 주택으로 걸어갔다.
“그래. 가보자.”
* * *
[호수2]팀이 겪은 일주일은 평화로웠다. [호수2]가, 93층에서 꼭짓점에 위치한 노른자 땅이었기 때문이다.“난이도가 올랐다고는 하는데…….”
“평화롭기만 하고 좋네.”
잉그리드와 하르미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주변의 슾지대 암탉을 사냥하고, 사냥만 하다가 데려와 봤더니 계란을 낳는 암탉이라 식량 걱정을 끝내고.
…그러다 보니 조금 심심해서, 주변에 있는 나무를 뚝딱 베어다가 고급스런 목조 주택을 만들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서 ‘호수 교환’ 시기가 찾아오고. 칸이 시킨대로 [호수1]팀이 도착할 때까지 [호수2]에서 대기하고.
그게 다였다.
특이점을 굳이 찾자면, 잉그리드와 하르미노가 친해졌다는 것 정도?
어젯밤, 칸의 다음 팀원을 정할 때 말다툼을 한 뒤로는, 서로에게 말 한 마디도 안 했지만…
서로에게 말도 안 섞던 예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이었다. 두 여인은, 삐지더라도 필요할 때에는 말하는 수준이 되었다.
“…언니. 슬슬 우리 아빠 올 때 되지 않았어?”
거실 바닥에서 뒹굴거리던 잉그리드가 크리스탈 시계를 보며 말했다.
“어차피 칸은 너랑 같이 있을 건데, 뭐하러 묻니?”
하르미노는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어젯밤 칸이 잉그리드를 선택하면서 하루종일 우울 모드였다.
“언니도 질투가 심하네. 아빠가 딸을 선택하는 건 당연한 건데.”
잉그리드는 피식피식 웃으며 하르미노를 놀려먹었다. 칸에게 선택받았다는 승리감에서 나온 행동…은 아니었고, 그저 칸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었다.
“너 언니 놀리려고 말 걸었니?”
…하르미노가 삐져서 주방으로 가버리긴 했지만.
잉그리드는 ‘언니도 역시 아빠를 좋아하는 구나~’ 중얼거리며 다시 이리저리 뒹굴거렸다.
그렇게 양쪽 벽에 20번쯤 부딪히고 슬슬 뒹굴거리기도 지겨워졌을 때, 잉그리드는 계란이나 까먹어야지.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벌컥―!
열릴 이유가 없는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일주일간 너무나 보고 싶었던 남자가 들어왔다.
잉그리드는 그 남자를 보고는, 올라오는 감정을 터트리며 남자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아빠앗―!”
* * *
단지 문을 열었을 뿐인데, 백금발의 아리따운 소녀가 품으로 뛰어들었다.
“어우.”
칸은 잉그리드를 간신히 받아내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잉그리드는 여지없이 애교를 뿜뿜 발산했다.
“아빠아빠~ 내 아빠앗~!”
품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애교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 없이 털어낸다. 그 대단한 움직임에, 베르몬트와 하르미노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대단하군.’
‘저 정도는 해야 하는 건가.’
그렇게 두 여인이 깨달음 아닌 무언가를 얻었을 때.
“일단 호수부터 교환하자.”
칸은 호수의 교환을 알렸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