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41)
이세계 골드리치-241화(241/256)
“그럼 나는 아빠랑 짝~!”
칸이 호수의 교환을 알리자마자, 잉그리드가 칸을 꼭 껴안았다. 자신의 짝이 아빠라는 걸 온 세상에 알리는 것이었다.
“…나는 정령이랑 호수3으로 가면 되는 거?”
그때, 베르몬트는 탐탁치 않다는 얼굴로 말했다.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간다는 냄새가 풀풀 났다.
“…누군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아나.”
꾹 참고 있던 하르미노가 중얼거린 그때.
“어, 응. 베르몬트가 하르미노랑 호수3으로 가줘. 호수3 팀원들은 호수1로 갈 거니까.”
칸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다른 게 아니라, 최근 칸은 다섯 여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 원인은 참으로 남사스러웠는데.
…다섯 여인이 전부, 칸과 짝을 맺고 싶어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다섯 여인을 차례대로 살펴보면,
첫째, 베르몬트는 고백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둘째, 잉그리드는 설명하기도 입이 아프다.
셋재, 하르미노는 칸을 노골적으로 원한다.
넷째, 아스트리드는 노골적으로 칸을 원하지는 않지만, 아주 은은하게―마치 자신과 짝을 해주지 않으면 삐질 수도 있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 노예는 ‘주인이랑 짝이 되면… 매일 밤 그렇고 그런… 으흐흣.’ 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음산하게 웃어댔다.
이렇듯 다섯 여인은 모두 칸을 원했다.
칸과 짝을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암투를 벌이며 치밀한 계략을 펼쳤다.
…이러다간 시험이고 뭐고 전부 망할 판.
칸은 상황 정리. 즉, 다섯 여인을 만족시킬 방법을 궁리해야 했다.
그는 고심했고,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 방법은 이렇다.
첫째 주, 베르몬트와 [호수1]을 지킨다.
둘째 주, 잉그리드와 [호수2]를 지킨다.
셋째 주, 아스트리드와 [호수3]을 지킨다.
넷째 주, 노예와 [호수1]을 지킨다.
다섯째 주, 하르미노와 [호수2]를 지킨다.
…첫째 주로 돌아가서 반복.
다섯 여인을 만족시킨다기 보다는, 분노를 겨우겨우 추스르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다른 수가 없었다. 모든 여인이 소외받지 않으려면 이것 밖에 없었다.
결국 칸은 이 스케줄을 공개했고, 완벽하게 나쁜 놈이 되었다.
…그래도 그 댓가가 다섯 여인과 번갈아서 짝을 하는 것이니, 남자의 인생으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았다.
“그럼 칸. 4주 뒤에 보자~”
“나랑은 3주 뒤야~”
마침 베르몬트와 하르미노가 집을 나가며 인사했다.
“그래. 다들 나중에 보자~”
칸은 양손까지 써가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들에게 몹쓸 짓을 했으니 이 정도는 해야 했다.
그렇게 베르몬트와 하르미노가 집을 나가고, 문이 닫혔을 때.
잉그리드와의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아빵!”
옆구리에 안겨서 반짝이는 눈빛을 보내는 잉그리드. 그녀를 보니, 앞으로의 일주일이 지루하지는 않겠다는 직감이 든다.
* * *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서, 잉그리드와 만난지 3일차 되는 아침.
장소는 주택의 바깥마당.
“푸라닭아……. 힘내라앙…….”
―꼬… 꼬끼오옷…….
푸라닭이라는 타조만한 암탉이 알을 낳고, 잉그리드가 앉아서 응원하는 진풍경을 바라보던 칸은, 푸라닭이 뽕―! 알을 낳은 순간 구경하기를 그만두었다.
“우왓! 알 짱 크다!”
그는 잉그리드의 음성을 들으며 잔잔한 호숫결을 감상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근 2일은 전쟁에 가까웠지만…….’
최근 이틀 동안, 칸은 지옥을 경험했다.
잉그리드 때문이었다.
잉그리드는 능력치 상승 효율이 뛰어났지만, 동시에 경험이 부족했다.
무력,체력을 EX등급에 올린 날에는 하루종일 붙어서 사고 치지 않도록 감시해야 했고, 마력을 EX등급에 올린 날에는 마나 회로가 꼬여버려서 하루 내내 간호해 줘야 했다.
잉그리드에게 머리채가 잡혀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직도 머리카락이 빠질 것처럼 아팠다.
“잘 했어 푸라닭아. 이제 알 하나 더 낳아 봐.”
―꼬… 꼬끼옷…….
다행인 건, 잉그리드가 끝내 올스탯 EX등급에 적응했다는 것.
레전더리 너클을 장비하고 있는 그녀지만, 순수 전투력으로 따지면 칸에게도 밀리지 않을 것이었다.
‘키운 보람이 있다는 거지.’
잉그리드에게 환상급, 아니 신화급 아이템을 주면 얼마나 강해질까.
행성 뿌셔를 실현할 지도 모르겠다.
“아빠~ 계란 삶아 먹자~”
그때 잉그리드가 타조알을 품에 안은 채 달려왔다.
* * *
적막한 달이 떠오른 밤.
베르몬트는 홀로 달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고작 사흘 지났는데…….”
칸이 원인이었다.
헤어진지 고작 사흘 지났건만, 벌써부터 보고 싶었다.
오두막에서 보낸 일주일이 그리웠다.
그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꼭 고백을 다시 하고 싶었다.
“…이미 전부 늦었지만.”
오두막이 허름해서, 별바다를 보며 누웠던 감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고백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안 했냐고 스스로에게 욕을 하고 싶었다.
“으아아……. 다시 만나려면 25일이나 남았는데…….”
25일. 그 자체만으로도 절망적인데, 그 동안 칸은 하르미노를 만나고, 아스트리드를 만나고, 이브라는 이름의 변태를 만난다.
…그 이브라는 여자, 외모 하나는 괜찮은데. 칸한테 무조건 꼬리칠 텐데. 그 유혹을 칸이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갈수록 불안해져서, 다른 여자가 칸을 뺴앗을 것 같아서 버틸 수가 없었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마족으로써, 인간 따위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에이 씨……!”
그러나 머리에 있는 수많은 생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그녀가 아는 명확한 진실은, 자신이 칸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인정하는데만 1년 가까이 걸렸는데 그걸 다시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칸을 좋아한다. 고로… 쟁취한다.”
베르몬트는 그런 마음을 품고 자신의 멘탈을 다스렸다.
남자에게 매달리는 여자만큼 매력 없는 여자도 없으니까.
다른 여자들이 칸을 유혹하지 못 할 거라 믿고, 25일 뒤 칸을 만나서 당당하게 고백하는 것. 그것이 최선이자 베스트였다.
“…그때까지 애교라도 연습해야 하나?”
베르몬트는 진지한 얼굴로 돌아섰다. 예전이라면 바보같은 생각이라며 스스로 꿀밤을 박았겠지만, 매력적인 여자가 된다는데 얼마든지 바보가 될 수 있었다.
“애교… 연습해본다…….”
베르몬트는 달빛을 머금은 수면을 거울 삼아 연습을 시작했다. 첫째는 루비가 선보였던 흔한 애교. 뿌잉뿌잉이었다.
베르몬트는 목을 가다듬고, 두 손을 앙증맞게 모았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뿌잉뿌잉~”
* * *
‘…쟤 뭐해?’
2층 주택의 하르미노는 베르몬트를 구경하고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자연계에 퍼져 있는 나이아스들이 키득거리길래, 뭐 그리 재밌는 일이 벌어지나 궁금했을 뿐이었다.
‘…아니 근데, 진짜 뭐하는 거야?’
창밖으로 보이는 베르몬트는 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호수에서 세수라도 하는 건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호수를 거울 삼아 무언가를 연습하고 있었다.
―아흑. 뿌잉뿌잉이래…….
―자, 잠깐. 이제 또 딴거 한다!
―귀요미! 귀요미다앗……!
“…귀요미?”
하르미노의 입에서 이질적인 단어가 흘러나왔다.
루비가 성신들에게 후원 받았을 때 해주던 ‘귀요미’였다.
사파이어도 가뭄에 콩나듯 했었고, 나타샤도 종종 하는 애교인데…….
“그걸 왜 쟤가 해.”
하르미노의 미간이 의문으로 좁혀졌다. 한 번 궁금한 건 알아야 하는 그녀의 성격 상, 지금 베르몬트가 뭐 때문에 저러는지 알아야 했다.
“생전 애교 한 번 안하던 애가…….”
하르미노는 창문을 슬쩍 열고 손가락을 튕겼다. 이내 운디네 한 마리가 소환되어 베르몬트에게 날아갔다.
그렇게 운디네가 베르몬트의 정수리에 착지했을 때, 하르미노의 귀와 운디네의 귀가 연결되었다.
―십층 더하기 십층은! 쪽쪽쪽쪽쪽……!
―꺄하하하! 쪽쪽이래!
―나도! 나도 쪽쪽!
―나도 쪽쪽할래!
하르미노의 눈빛이 차게 식었다. 베르몬트가 어울리지 않게 쪽쪽거리고, 그 입술에 나이아스들이 장난으로 뽀뽀하는 광경은 분명 귀엽고 어울렸다.
그러나 역겨웠다. 저것이 모두 가식인 걸 알았기에.
“대체 쟤가 왜 저러는 거지?”
운디네와의 연결을 당장 끄고 싶었지만, 하르미노는 조금 더 인내하기로 마음 먹었다.
베르몬트는 그 뒤로도 나 귀신 꿍꼬도! 애교는 나만 하꾸야! 같은 역겨운 애교를 이어나갔다.
“끄으…….”
하르미노가 치맛자락을 쥐고 근근히 참아내기를 무려 5분.
―이쯤할까?
만족한 얼굴의 베르몬트를 보며, 하르미노는 인내가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베르몬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베르몬트가 말했다.
―이 정도면 칸도 넘어오겠지.
“……?”
순간 하르미노의 눈빛이 멍하게 풀렸다.
“…뭐?”
그 대답도 한 발 늦었다. 그만큼, 베르몬트의 말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칸이 넘어올 거라고……?”
이내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하르미노는, 베르몬트가 말한 ‘넘어오겠지’의 진의를 파악하려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다음에 만나면, 꼭 고백할 꺼니까.”
베르몬트의 마지막 말은, 그녀의 명확한 목적을 알려주었다.
“베르몬트 너……!”
하르미노는 깨닫고 말았다.
베르몬트가 한 발 앞서 마음을 전하려 한단 사실을.
“감히 누구 맘대로……!”
하르미노의 입술이 꾹 깨물어졌다.
* * *
햇빛이 대지를 적시는 아침.
잠에서 깨어난 칸은 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끄응…….”
껌딱지처럼 달라붙은 잉그리드가 보였다. 어찌나 잘 붙었는지, 양팔과 양다리로 칸을 곰인형처럼 껴안고 있었다.
“…어떻게 풀지.”
칸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답을 내렸다.
“내 힘으로는 못 푼다.”
잉그리드의 무력은 EX등급 300에 도달했다. 젖먹던 힘을 끌어낸다면 어떻게든 풀어낼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오늘 하루 움직힐 힘을 소모하는 꼴이 된다.
오늘은 시험의 2주 차. [호수3]으로 이동하는 날이니, 쓸데 없는 기력의 소모는 피해야 했다.
결국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뜻인데,
…그 방법은 잉그리드가 손수 보여주고 있었다.
“…우웅.”
잉그리드가 입술을 쭈욱 내밀어서 아침 뽀뽀를 요구했다. 아주 적극적인 모습. 안 해주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안 놔준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어쩔 수 없네.’
칸은 눈을 감고, 잉그리드의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