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46)
이세계 골드리치-246화(246/256)
독사과 마녀.
나가의 뒤를 잇는 부 보스이자, 선별인원 사망률에 크게 기여하는 고위험 성래족이었다.
그 위험성을 말하자면 감염의 폭풍, 역병의 바람, 마녀의 독사과 등… 끝이 없었다.
마녀와 조우했을 때 선별인원들은, 공략 루트를 철저히 따라야만 했다.
‘…이제야 왔구나.’
칸은 지근거리서 다가오는 마녀를 보았다. 귀여운 얼굴에 작은 몸뚱아리. 그 짧은 다리로 마녀는 걸어왔다.
“넌 누구니?”
마녀가 눈 앞에 당도하여 말했다.
“이 사과라도 먹어 볼래?”
게임 그대로의 모습. 마녀는 방긋 웃으며 독사과를 건넸다. 그 미소는 분명 귀여웠고, 보라색 독사과도 뽀얀 빛이 흘렀다.
그러나 이것은 마녀의 선전포고였다. 하여 칸의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그는 잿빛 활을 꺼내들며 속으로 외쳤다.
‘잿빛!’
콰앙!
활에서 잿빛 안개가 터져나왔다. 안개는 삽시간에 거대해져 칸을 숨겨주었다.
“무슨……!”
안갯속에서 당황하는 마녀를 무시하며, 칸은 안개를 빠져나왔다.
고개를 드니 오두막에서 나온 베르몬트가 보였다.
그녀가 완드를 꺼내며 물었다.
“…적이야?”
“…어. 독사과 마녀야.”
칸은 대답하고 몸을 돌렸다.
휘이―
농구장 크기로 불어난 잿빛 안개가 보였다. 본래라면 야구장만큼 거대해야 하지만, 스킬 효율의 감소로 저 지경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개 따위를 상관할 때가 아니었다.
“…가증스럽게 이딴 짓을 벌이다니.”
안갯속에서 피어난 마녀의 분노, 그것이 문제였다.
“독사과로 편히 보내주려 했는데…….”
마녀는 자존심이 높았다. 하여 분노에 이르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93층의 2인자로 살아온 그녀가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 칸이 벌인 짓은, 마녀가 분노하기에 충분했다.
후웅―
마녀가 양팔을 펼치자 안개가 걷혔다. 안개가 농구장 크기였고, 칸의 스킬 효율이 99% 낮아진 상태라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
마녀가 음산한 한기를 흘렸다.
“넌 널 편히 보내주려고 사과까지 줬는데…….”
그녀의 발밑에서 보라색 액체가 부글부글 끓었다. 마녀의 특기, 역병과 극독의 진조였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마녀는 이미 격노했다.
“어떻게 나한테……!”
마녀가 고개를 들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를 드러냈다. 그 눈동자는 명백한 살의로 불타고 있었다.
“…칸. 이제 어떻게 해?”
마녀와의 전투가 명백한 상황.
베르몬트가 옆구리를 찌르며 물어왔다.
“우리 약해진데다 시험 난이도까지 올랐으니까… 함부로 싸움 걸면 안 되잖아.”
그녀는 선별인원 패널티는 물론 상승된 난이도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괜히 대견스러워지는 모습.
칸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싸울 거야.”
“…진짜?”
“당연하지.”
칸은 마녀를 응시하며 끄덕였다.
마녀는 분명 까다로운 상대였지만, 적절한 상대법이 존재했다.
“마녀는 여기서 처치한다.”
칸은 팀원 모두에게 상시 크리스탈을 켜놓으라 말했다.
마녀가 아무리 강해도 나가보다는 약했고, 5~6명이 모이면 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호수2,3의 세 여인을 불러오면 끝이었다.
능력치 EX등급을 돌파한 그녀들이 오기만 하면 상황은 알아서 정리되고, 마녀는 제발로 도망치게 된다.
‘어려울 건 하나도 없다…….’
난이도가 올랐지만 크리스탈에 문제가 생길 리도 없다. 그저 크리스탈로 팀원을 부르면 되었다.
“네 뜻대로는 안 된다……!”
그런데 순간 마녀가 외쳤다.
콰앙!
동시에 마녀의 발밑에서 섬뜩한 형태의 뿌리가 솟아났다. 장장 20m 크기의 뿌리. 촉수처럼 보이는 봉우리에서 매쾌한 가스가 흘러나왔다.
‘설마…….’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러나 늦었다는 직감 또한 느껴졌다.
[독사과 마녀의 히든 필드, 저주받은 들판 발동!] [필드 내에 있을 시 모든 종류의 회복,치료,연락 수단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늦었다는 직감은 거짓이 아니었다. 연락 수단, 크리스탈을 차단하는 특수 필드가 전개되었다.
‘뭐 이딴…….’
마녀의 필드 ‘저주받은 들판’은 회복,치료 수단만 금지하는 필드였다. 그런데 난이도가 2단계 상승하면서 연락 수단까지 금지되었다.
‘…마녀의 스킬이 강화될 줄이야.’
타란튤라같은 타 성래족의 전투력이 그대로여서 마녀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천천히 죽여 주지…….”
분노로 가득찬 마녀가 천천히 걸어왔다.
저 마녀를 칸은 베르몬트와 단둘이서 상대해야 했다. 마녀의 스킬 중 무엇이 강화됐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싸울 수밖에 없겠네.’
그러나 칸은 당황하지 않았다.
현 상황을 극복할 믿을 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랑 베르몬트한테 들어간 골드가 얼만데…….’
그것은 EX등급 능력치였다.
‘부상은 입을 수 있어도, 마녀를 못 잡을 일은 없겠지.’
그렇기에 당황하는 일은 없었다.
칸은 되려 차분하게 전투를 준비했다.
“베르몬트. 언제나 그랬듯이 내가 전방, 네가 후방이야.”
“…널 지원해주면 되는 거지?”
“어.”
칸은 마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프란베르크와 흡혈검을 장비했다. 그리고 옆의 베르몬트를 잠깐 바라보다가, 마녀를 향해 제자리를 박찼다.
…그런데 순간 콧등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졌다. 시도 때도 없이 비를 내리는 이 정글은, 지금 마저 비를 내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귀찮게시리…….’
비로 인한 시야 방해, 전투가 끝난 뒤의 찝찝함…….
여러 단점이 생각난 칸은 미간을 좁힌 채 전투로 돌입했다.
쏴아아아아―
마녀의 지근거리에 당도하자 비 한방울은 소나기가 되었다. 그 무수한 빗줄기 사이로 마녀를 응시하며, 칸은 공격의 때를 기다렸다.
“…감히 나에게 반격을 하려는 건가?”
상황을 관조할수록 마녀는 분노의 날을 세웠지만… 승리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칸은 마녀의 공격―역병의 화살,독포자 폭탄 등을 맞을 건 맞고 피할 건 피하며 어그로를 끌었다. 공격은 아주 가끔씩 베르몬트의 공격으로 빈틈이 생겼을 때 뿐이었다.
“…가증스러운 놈!”
그렇게 몇 분을 버틴 결과, 마녀는 격분하여 칸을 타겟으로 삼았다. 저편의 베르몬트가 뭘 하든 간에, 사사로이 자신을 방해하는 칸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셈이다.
과연 2인자다운 판단이었다.
“너부터 죽여 주마……!”
마녀가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폭발하는 반딧불 수십 마리가 소환되어 칸에게 날아왔다.
…은근히 초라한 공격이지만, 방어력이 99% 감소한 현 상태에서는 나름 위협적이었다.
‘전부 맞으면 위험하겠는데…….’
칸은 구르고 뒹굴며 반딧불이를 피해냈다. 그러면서 [제 5식:무쌍의 시간]을 전개할 기회를 기다렸다.
화아―!
그런데 그때 타오르는 불줄기 하나가 저편에서 천천히 날아왔다.
‘저건…….’
베르몬트가 쏘아낸 불줄기였다.
베르몬트의 스킬 효율 99% 감소를 고려하면, 저 불줄기는 마나의 30%를 털어넣은 과감한 공격이었다.
칸에게 빈틈을 만들어 주려고 무리한 듯 한데, 이렇게 된 이상 잘 써먹어줘야 했다.
칸은 반딧불이 폭발을 맞아주며 마녀에게 쇄도했다.
“뭐야? 승산이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거야?”
마녀는 씨익 웃으며 공세를 키웠다. 반딧불이 뿐 아니라 딱정벌레, 사슴벌레까지 소환하여 칸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사슴벌레는 맞아줄 수 없지.’
칸은 데미지를 최대한 경감시키며 마녀의 지척에 당도했다. 그리고는 두 자루의 검을 내지르며 마녀의 움직임을 조정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불줄기 방향으로 밀어넣었다.
이 모든 과정은 단 5초 만에 이루어졌다.
마녀는 불줄기에 뒷통수를 맞는 방향으로 서게 되었고, 칸은 여차했을 때 무쌍의 시간을 전개할 자세를 잡았다.
[남은 생명력 – 100%]중간중간 흡혈검으로 벌레들을 때려잡았기에 생명력도 100%였다.
거진 승리를 확신하며 칸은 두 자루의 검을 굳게 쥐었다. 때마침 베르몬트의 불줄기도 코앞에 이르렀다.
앞으로 극히 짧은 시간만 지난다면…….
콰앙!
마녀는 뒷통수에 지옥의 염화를 정통으로 맞는다.
“끄아아악―!”
…흉흉하던 기세는 금세 사라지고, 마녀는 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원작대로라면 지금은 마녀를 ‘처치’한 순간이었다.
검 한 자루를 목에 가져다 대기만 해도, 마녀가 공포에 질려 도망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칸은 긴장의 끈을 유지한 채 검식을 준비했다.
지금은 난이도가 2단계가 오른 상태, 마녀가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칸은 프란베르크를 마녀의 목에 겨눈 채 상황을 관조했다. 마녀의 목숨은, 그녀의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
“아파… 아프다고…….”
마녀는 고통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주저앉은 채로 일어날 줄을 몰랐다. 뒷통수의 상처는 이미 자연 수복되어 완치되었는데 말이다.
‘…후유증이라도 남아있는 건가.’
칸은 고개를 살짝 들어서 오두막 쪽을 보았다. 그곳에서는 베르몬트가 걸어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무언가 말을 하고 있다.
―상황 종료인 거지?
빗소리 때문에 들리지는 않았지만, 입모양을 보니 대충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어. 상황 종료야.”
그래서 칸도 입 모양으로 말해주었다. 괜히 소리를 질렀다가 마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뭐라고?
“상황 종료라고.”
―…뭐라는 거야?
…베르몬트가 못 알아듣는 걸 보니 괜히 그랬나 싶긴 하다. 아니, 사실 곤란해하는 베르몬트를 구경하는 건 꽤 재밌다.
인상을 팍 찌푸린 베르몬트를 보며 칸은 실실 웃었다. 붉은 머리가 비에 젖어 붉은 미역이 된 게 여간 웃길 수가 없었다. 갈수록 빗줄기가 세져서 구경하기도 힘들었지만.
갑자기 놀란 얼굴이 되어 달려오는 베르몬트에게서 시선을 거둔 칸은 다시 마녀를 보았다.
“…어?”
순간 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게 아파하던 마녀가, 비릿한 미소를 띈 채 암해를 시도하고 있었다. 두 손으로 꽉 쥔 독칼이 심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잠깐만…….’
반응이 되지 않았다.
놀랐기 때문은 아니었다.
[저주받은 소나기를 일정치 이상으로 맞았습니다.] [모든 활동이 70% 둔해집니다.]난이도 상승으로 발생한 디버프형 소나기. 그것이 문제였다.
“죽어……!”
마녀의 독칼이 심장 언저리에 다다랐다. 조금만 더 지나면 심장이 뚫린다. [유령기사의 망토] 발동마저 금지된 지금, 마녀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영롱한 회복의 보석]이 있어 죽을 일은 없었지만, 그 보석을 소모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이런 미친…….’
칸은 눈을 부라리며 독칼로 손을 뻗었다. 무의식에서 발현된 생존주의적 행동이었다.
탁!
헌데 그 순간, 자신의 손을 내치는 하얀 손이 보였다. 그 손은 작았고, 눈에 익숙했다.
‘무슨…….’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 앞에서 빛무리가 터지며 베르몬트가 등장했다.
푹―!
베르몬트는 칸의 눈 앞에서 독칼에 찔렸다.
심장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복부였다.
“끄하악……!”
베르몬트의 입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