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47)
이세계 골드리치-247화(247/256)
비가 멈췄다.
그 덕에 베르몬트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의 색이 보였다.
보라색이었다.
마녀가 건넸던 독사과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은 보라색.
“끄으…….”
베르몬트는 극독에 중독되었다. 그 극독은 93층에서 가장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독사과의 원액이었다.
“카, 칸…….”
베르몬트는 고개 조차 들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이미 독이 전신으로 퍼져 마비가 진행된 것이다.
EX등급 체력 덕에 자연 치유가 되기는 하겠지만, 그 속도는 달팽이가 나무를 뜯어먹는 것보다 느리다.
죽을 일은 없어도, 아주 오래 고통 받는다는 소리다.
“아… 아아…….”
고통은 이미 시작되었다. 베르몬트가 힘겹게 내쉬는 숨은 병자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몸에 퍼진 독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극한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칸을 대신해서.
‘…베르몬트.’
칸은 베르몬트를 내려다 보았다.
그는 베르몬트가 자신을 대신해서 칼에 찔리고, 극독에 중독되어서 바닥에 엎어지는 모든 과정을 보았다.
그녀의 앓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귓전을 때리는 것은 당연했다.
‘네가 왜…….’
그는 멍한 얼굴로 베르몬트를 보았다.
그녀가 왜 자신을 대신해서 독칼에 찔렸는지, 자신에게 그럴 가치는 있는 것인지.
머리로는 알면서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지… 베르몬트를 이렇게 만든 마녀에게 분노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마녀를 보았다.
“귀찮은 마법 때문에 성가셨는데, 잘 됐네.”
마녀는 손에 묻은 독을 옷가지에 닦아내며 태연자악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 다음은 너냐, 인간족?”
마녀는 자신이 문제를 만들었다는 자각도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칸을 보았다.
‘…웃기는군.’
마녀는 저런 표정을 지어서는 안 되었다.
베르몬트의 마법을 치유하며 소모한 대량의 마나, 그리고 단 하나만 들고 다니는 독사과를 써버린 것을 생각하면, 마녀는 지금 죽음의 공포로 벌벌 떨고 있어야 했다.
…아니, 칸의 무력을 모르니 저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인간족은 어디까지나 약자였으니까.
마녀 따위가 인간족의 최근 상황에 대해서 알 리가 없었다.
“인간족, 넌 내 역병으로 깔끔하게 죽여주지. ”
마녀가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냐.”
칸은 덤덤한 얼굴로 두 자루의 프란베르크를 들었다. 독수리처럼 쇄도하여 마녀의 뒤편을 잡았다.
“…무, 무슨?”
마나도 없고 독사과도 없는 마녀 따위, 타란튤라 만도 못한 잡졸에 불과했다. 칸은 프란베르크를 굳게 쥐고 무쌍찌르기를 내질렀다.
푸확―!
프란베르크는 정확하게 목표물을 베어냈다.
툭. 마녀의 머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마녀의 죽음…은 아니었고, 마녀의 ‘처치’였다.
‘…애초에 죽을 리가 없으니까.’
93층의 마녀는 이론상의 영생을 얻은 존재. 본체는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다. 그곳은 찾으라면 못 찾을 것도 없지만……. 찾아서 이득이라곤 분풀이 밖에 없으니 할 가치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마녀 따위가 아니야.’
게다가 지금 중요한 건 다른 곳에 있었다.
빛가루로 흩어져 사라지는 마녀는 무시하고, 칸은 베르몬트에게로 몸을 숙였다.
“카…”
베르몬트는 말 조차 하지 못했다.
입에선 피가 흘러나오지, 몸은 굳어서 안 움직이지. 이대로면 질식사 확정이었다. 칸은 조심스럽게 베르몬트의 겨드랑이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들어서 자신의 품으로 안았다.
푸헿
…베르몬트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피 재채기를 했지만, 괜찮았다. 자신을 대신해서 희생한 여인인데, 피 재채기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칸은 모피를 꺼내서 베르몬트의 입가와 상처부위의 혈흔을 닦아 주었고 [ 버섯을 달여만든 회복의 물약 ]과 [ 습지대의 황금줄기(최상급)(치유) ]를 사용해서 복부에 뚫린 상처를 말끔히 없애 주었다.
“에으…….”
그러자 베르몬트가 고맙다는 듯 이상한 소리를 냈다. 독사과의 극독이 체내에 남아 있는 이상 고통은 그대로일 텐데…….
칸은 미간을 좁힌 채 말했다.
“괜찮은 척 하지 마. 아픈 거 다 아니까.”
자신의 방심 때문에 이 사단이 났는데, 베르몬트의 괜찮은 척은 보기만 해도 죄책감이 들었다.
칸은 인벤토리를 뒤적이며 말했다.
“너는 네가 책임질 테니까, 그냥 쉬기만 해.”
“…으므.”
베르몬트는 부끄러운 듯 몸을 뒤척였다. 아쉽게도 칸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는 인벤토리를 뒤적거린 끝에 [ 영롱한 회복의 보석 ]을 꺼냈고, 아무런 고민 없이 베르몬트에게 사용했다.
[ ‘영롱한 회복의 보석’ 1개를 소모합니다. ] [ 마족, 베르몬트의 역병, 또는 저주를 탐색합니다. ] [ 저주계 극독, ‘마녀의 독사과’가 발견되었습니다. ] [ ‘마녀의 독사과’ 치료를 시작합니다. ]베르몬트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그녀의 몸 곳곳에서 작은 빛살이 번졌다. 극독이 발견되어 제거된다는 증거였다.
‘’영롱’이라는 이름값은 하네.’
찬란한 치료의 과정을 지켜보며 칸은 베르몬트의 회복을 기다렸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베르몬트는 완벽히 회복되었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어긋났다.
[ 마족, 베르몬트의 치료가 완료되었습니다. ] [ 단, 단시간 치료의 부작용, ‘회복 중’ 디버프가 적용됩니다. ]―
[회복 중][디버프]치료 과정에서 마저 못한 수복을 진행합니다. 디버프 보유자는 앞으로 12시간 동안 자력으로 걸을 수 없으며 매우 피곤한 상태가 됩니다.(피곤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완화됩니다.)
―
이제부터 12시간, 베르몬트는 어부바도 해주고 맘마도 먹여줘야 하는 아가가 되었다.
“후…….”
“부, 불만이냐!”
그래도 기운은 차린 것 같아 다행이었다. 눈은 이미 졸려서 감기기 직전이지만.
칸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베르몬트를 업어서 오두막으로 들어가야 했다.
“…업어 주려고? 지, 진짜……?”
업어주는 과정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기는 했지만, 전부 무탈하게 흘러갔다.
“기… 기분은 좋네…….”
베르몬트의 달아오른 귓볼만 빼면, 모든 것이 선선한 온도의 초저녁이었다.
* * *
이후, 오두막으로 들어온 칸은 베르몬트를 침대에 눕히고 횃불을 꺼뜨렸다.
아직 취침까지는 한참 이른 시간이었지만.
“카아앙.”
…이미 베르몬트가 실신했기 때문이다.
“…피곤해진다더니, 그 말이 맞았네.”
업히고 10초 만에 잠들 줄은 몰랐지만. 그만큼 베르몬트의 내부 수복이 시급하다는 소리였다.
“자고 일어나면 정신 좀 차리겠지.”
칸은 가죽 바닥에 누워서 잘 준비를 했다.
“잘 자라.”
“카아아악.”
“…대답은 잘 하네. …하암.”
칸은 몰려오는 잠에 눈을 감았다.
* * *
…그리고 얼마 안가 잠에서 깨어났다. 자연히 깬 것은 아니었다. 자꾸 꿈 속에서 칸 칸 부르길래 악몽인가 싶어 일어난 것이다.
‘…뭔 개꿈이야.’
칸은 특유의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칸.”
그런데 순간 꿈 속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설마.’
꿈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바로 직감이 왔다.
“깼으면 대답 좀 해줘라~”
침대 위에 눕혀 두었던 베르몬트. 그녀가 상반신을 간신히 돌려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쟤가 왜 저러지.
칸은 미간을 좁히고 말했다.
“…뭐해?”
“응? 너 부르는데?”
“…그러니까 왜 불렀어. 오줌 마려워?”
“…뭐, 뭔 미친 소리야!”
베르몬트가 가죽배게를 집어던졌다. 다리는 못 쓴다더니 팔힘은 팔팔하다.
“그럼 목 말라?”
“…아니.”
“그럼 뭔데.”
“그게… 있잖아…….”
베르몬트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우리 별 보러 가자.”
“…별? 왜?”
“…그냥.”
“…그냥 같은 게 어딨어.”
별 따위 매일 보는 건데.
“아~ 그냥 좀~ 나랑 별 보기 싫어?”
“싫은 건 아닌데.”
“그럼 보러 가자~”
베르몬트가 어울리지 않게 앙탈을 부린다.
“여기 첫날 왔을 때 그 별을 보고 싶단 말이야.”
“…그럼 가자.”
칸은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베르몬트 말대로 움직여주는 날이었다. 그녀가 뭘 원하던 간에.
“아싸. 그럼 빨리 업어 줘.”
묘하게 즐기는 분위기가 없잖아 있었지만, 괜찮았다.
칸은 그녀를 업어들었다. 그리고 별을 보여주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괜찮네.’
다소 습하지만, 나름대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늘도 맑게 개어서 아름다운 별바다가 보였다.
“저기, 저기로 가자.”
그 덕에 베르몬트도 기분이 좋은 듯 싱글벙글 웃으며 칸을 마구 지휘했다. 칸은 내가 말이야 소야 중얼거리며 다리를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첫날 숙면을 취했던 호수 앞 들판이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오두막에서 열걸음밖에 안 걸었는데.”
“…넌 기분 좀 내면 덧나냐?”
베르몬트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듯 배실배실 웃으며 칸의 등을 퍽퍽 때렸다.
“됐고 내려줘 봐. 그때처럼 같이 누워서 별 구경하자.”
“알았으니까 그만 때려.”
칸은 등이 따가워서 베르몬트를 내려줬다.
“살살해~ 살살~”
베르몬트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실실 웃으며 풀에 엉덩이를 뉘였다. 그리고는 뒤로 발라당 엎어졌다.
“너도 내 옆에 누워.”
“…알았어.”
뭔가 잉그리드가 떠오르지만, 베르몬트의 부탁이니 애써 모른척 했다. 칸은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광활한 별바다가 보였다.
‘예쁘긴 하네.’
베르몬트가 왜 보고 싶어했는지 이해가 갔다.
칸은 머리 뒤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제 만족해?”
나름 쿨하게 말했는데 대답이 없다.
괜히 무안해진 칸은 재차 말했다.
“만족해?”
“…응.”
대답은 그제야 돌아왔다.
그런데.
대답하는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약간 침체되어서 미세하게 떨리는데…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있잖아. 칸.”
이것은 과거, 베르몬트 고백 당시의 목소리였다.
‘아니 지금?’
순간적으로 긴장이 된 칸은 하늘로 시선을 고정했다. 별바다는 그대로였고, 조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그러나 베르몬트는 그딴 거 없었다.
“…예전에 내가 했던 고백 말이야.”
불도저처럼 갑작스레 밀고 들어왔다.
“이제 그 답을 들, 들을 때가 된 것 같아서…….”
달달 떨렸지만, 그것은 분명 불도저였다.
불도저처럼 막무가내인 재고백이었다.
“소, 솔직히 네가 뭘 걱정하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뭐?”
“…네 여자 관계가 엄청 난잡하잖아. 그러니까 나랑 이어지면 다른 여자들이랑 관계가 틀어질지 몰라서 걱정된다, 뭐 그런 거.”
“…….”
칸은 심각한 얼굴이 되어서 그녀의 말을 청취했다.
“…근데 뭐, 다 괜찮다 이거야. 네가 바람둥이건 뭐건, 난 널 좋아하니까.”
“…그래서?”
“…난 네가 다른 여자랑 놀아나도, 최대한 질투 안하겠다 뭐 그런 거지…….”
“…뭐!?”
칸이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지금 베르몬트의 발언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녀의 말은, 자신이 하르미노랑 놀건 아스트리드랑 놀건 아량을 베풀어주겠다는 말이었으니까.
사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맹점은,
“…그게 가능해?”
질투를 안 하는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베르몬트 성격에, 칸이 다른 여인과 있을 때 잠자코 있는 것이 진정으로 가능한가.
사실 불가능한 게 맞았다.
…그런데 베르몬트는 해결책을 갖고 있었다.
“…그, 나는 내가 질투를 안 하는 방법을 찾아냈거든?”
“…뭐? 진짜?”
베르몬트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브랑 일주일을 함께 할때 알아차린 건데. 이브는 누구보다 널 좋아하지만, 반대로 다른 여자가 너랑 있어도 질투를 하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거기서 답을 얻었다는 거야. 넌 이브한테 사랑의 묘약을 먹여서, 이브가 비현실적인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었잖아. 그러니까 나도 그 묘약을 먹으면, 너를 질투하지 않으면서 사랑할 수도 있겠다, 뭐 그런 거지.”
“…허.”
칸의 입이 떡 벌어졌다.
[ 여인을 사로잡은 사랑의 묘약 ] [매혹]호감도가 0~100 랜덤으로 상승합니다.확실히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이 묘약으로 호감도 100을 달성하면 바람둥이마저 용서하는 비현실적인 사랑을 할 수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아니, 베르몬트가 이 사실을 고안해냈다는 점에서 입이 벌어졌다.
아니……. 그 정도로 자신과 사귀고 싶었으면 얼마나 자신을 좋아한 건지 상상 조차 되지 않았다. 죄책감마저 들었다.
“베르몬트…….”
“응?”
들판에 누운 채 자신을 바라보는 베르몬트.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홀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 고통을 풀어줄 수 있다니 내심 기쁘기도 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것이 진정 맞는 길인지 의문이 든다.
“…그런 방법으로 사귀어도 괜찮은 거야?”
묘약에 의존하는 사랑. 그건 인공적인 애정에 불과했다.
“괜찮아…….”
그런데 베르몬트는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하면… 일단은 사귀는 거잖아……?”
그저 사귀는 것으로 좋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묘약을 줘.”
인공적인 희생을 감내하겠다며 묘약을 청했다.
그 모습은 이상하게도 참으로 안쓰러워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렇께까지 하는 여자에게 거절하면 완전한 쓰레기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알았어.”
그래서 칸은 묘약의 마개를 열었다. 열어서 베르몬트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응.”
베르몬트는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의 물음은 무의미했다. 하는 것이 실례였다. 칸은 하는 수 없이, 베르몬트의 입으로 묘약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베르몬트의 눈가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그것은 눈물이었다. 눈물 두 줄기가 베르몬트의 양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칸은 묘약을 거두고 말했다.
“…베르몬트?”
“…꼈어.”
베르몬트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생각이 바꼈어.”
베르몬트는 묘약을 밀어내며 말했다.
“네 말대로… 이런 인공적인 건 아닌 것 같아…….”
짜낸 듯 토해낸 목소리였다.
그녀는 무언가를 다짐한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칸…….”
“어?”
“미안한데… 진짜 미안한데… 우리 그냥 사귀면 안 될까?…….”
“…그냥?”
베르몬트가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다른 여자랑 놀아도 질투 안 할 테니까… 인공적이 아니라 진짜 내 노력으로 그렇게 할 테니까…….”
칸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니까… 진짜 부탁하니까… 나 진짜로 노력할 테니까 한 번만 믿어 주라…….”
눈물로 범벅이 된 베르몬트를 보기가 미안했다.
그리고.
그녀의 진심어린 고백을 한 번 믿어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내가 질투하면 바로 차버려도 괜찮으니까…….”
저렇게까지 간절한 고백을 하는데, 그 어떤 남자가 거절할 수 있을까. 자신은 거절할 수 없었다.
칸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으응?”
베르몬트의 눈이 토끼처럼 뜨였다. 그 눈동자는 놀라움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칸은 그 눈동자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고백의 마침표를 박았다.
“사귀자.”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