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48)
이세계 골드리치-248화(248/256)
한 남녀의 고백이 이뤄진 밤.
“그럼… 우리 이제 1일차인 거네?”
베르몬트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고,
“그러게.”
칸은 은은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는 몰라도,
지금은 베르몬트와의 연애가 시작된 순간이니까.
고민은 제쳐두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였다.
“아직도 다리는 못 쓰겠어?”
“다리……? 응. 아직까진 잘 안 움직이네. 근데… 사귀고나서 말하는 첫 마디가 그거냐!”
칸이 다리를 가리키며 묻자,
베르몬트는 삿대질을 하며 큰소리를 쳤다.
‘…여자친구가 되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네.’
휙휙.
베르몬트의 삿대질을 피하며 칸은 하늘을 보았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축하한다고 말합니다.]기적의 창조자가 축하를 전해왔다.
한동안 바빴는지 많이 보질 못했는데,
베르몬트와 맺어지니까 바로 저런다.
[축하한다고 말합니다.]두 번씩 말하는 게 왜인지 꺼림칙하지만, 괜찮았다. 오늘은 베르몬트와 맺어졌으며, 그녀가 질투심을 억제하겠다고 선포한 날이니까. 모든 것이 좋게 끝났으니 꿍해 있을 수는 없었다.
“야 남친. 언제까지 하늘만 볼 거야?”
베르몬트의 부름에 칸은 아래를 보았다.
“이젠 나만 봐야지.”
달빛을 받은 채 방긋 웃는 베르몬트가 보였다.
“너만 보라고?”
“…아, 말실수.”
질투 안 하겠다고 펑펑 울었으면서, 베르몬트는 벌써부터 독점욕구를 내보였다.
“…미안.”
입술까지 꾹 깨무는 것이, 정말 미안한 듯 보였다. 힘들게 고백해놓고 차일까 두려운 걸까.
“실수할 수도 있지.”
칸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위로를 건넸다.
자신은 질투가 금지된 연애를 강요한 나쁜 놈이니. 이 정도의 배려는 해줘야 수지가 맞았다.
그는 베르몬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차 나아지면 되는 거야.”
“…노력할게.”
베르몬트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칸의 손을 놓치는 않았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반응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은근 귀엽네.’
칸은 베르몬트를 잠시 구경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가 숙면을 취해야 했다.
그는 찌뿌둥한 허리를 펴며 호수를 보았다.
그때였다.
평온하던 호수가 옅은 진동을 반복하더니,
지진하듯 떨리며 불길한 기운을 형성했다.
‘……?’
호수의 떨림.
피부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
이건…….
콰아아앙―!
순간 호수 중앙에서 세찬 폭발이 터졌다.
동시에 물줄기가 파도처럼 사면을 감싸며 올라왔다.
쏴아아아아―!
“으와악! 갑자기 뭐야―!”
칸은 호수를 보았다.
[보물의 수호자, 나가가 등장했습니다!]93층의 보스이자 힌두교 신화 속의 괴물, 나가가 호수에 등장해 있었다.
―크아아아아―!
그 외형은 인간과 섞인 초대형 뱀이었으며,
―나의 터전에 침입한 자들이여! 내 친히 죽음으로 인도하겠노라!
아가리에서 터져나오는 고성에는 압도적인 기세가 담겨 있었다.
“떠, 떴다……!”
그 모습이 어찌나 공포스러운지, 베르몬트는 당황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건 칸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간에 나오다니.’
나가는 본래 아침~오후 시간대에 등장하는 보스. 새벽에 등장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난이도 상승이 원인이겠지.’
칸은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첫째는 나가 처치에 필수적인 팀원 소집이었다. 그는 크리스탈을 들어서 팀원 모두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호수1에서 나가 등장.] [전 팀원은 최단시간 내에 호수1로 집결할 것.]빠른 집결은 팀원들의 몫.
칸은 크리스탈을 주머니에 넣었고, 팀원들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그는 일단 베르몬트를 끌어안았다.
“…어? 자, 잠깐! 나 블랭크 쓰면 되는…….”
“블랭크에 쓸 마나가 어딨어. 나중에 마법 한 번이라도 더 써야지.”
“그, 그런가……?”
“지금은 여유 부릴 때가 아냐.”
베르몬트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칸은 호수 반대방향으로 내달렸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았다.
―어딜 감히 도망치는 것이냐!
나가는 분노했으며, 칸과 베르몬트를 섬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진정한 역병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나가는 아가리를 벌려 공격을 개시했다. 유저들 사이에서 악명 높던 ‘역병의 바람’이었다.
푸화아아아―!
역병의 바람은 녹색 브레스처럼 보였으며, 그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맞으면 끝이다.’
타닥
칸은 방향을 급전환하여 역병의 사정거리에서 달아났다.
콰아아아아―!
눈먼 역병에 맞은 풀과 꽃들은 삽시간에 썩어서 고개를 숙였다.
“저거 맞으면 큰일나겠다…….”
칸은 계속 내달려서 호수에서 먼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라면 위험하진 않겠지.’
나가가 물 밖으로 나오면 여기도 안전하지는 않겠으나, 그 전에 처치하면 되니 문제는 없었다.
전투를 시작하기 위해, 칸은 베르몬트를 바닥에 내려줬다.
그때였다.
눈 앞에서 빛살 두 개가 피어났다. 하나는 붉은빛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얀빛이었다.
그 빛살들은 금새 모여서 형상을 이루었고, 이내 두 여인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스트리드와 잉그리드였다.
그녀들은 두리번거리더니 칸을 발견하고는,
“인간, 내가 늦지는 않은 거겠지?”
“아빠! 아빠다!”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주며 반가워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다.
―크아아아아―!
그녀들은 이곳에 왜 왔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인간. 전투 전략은?”
“말만 해. 아빠.”
그녀들은 칸에게서 몸을 돌려 나가 쪽을 주시했다. 앉아 있는 베르몬트에 대해선 묻지도 않았다. 나가 때문에 부상 당했겠다 예상했으니까.
그것이 오해이긴 했지만, 사국이 시급하여 칸도 설명을 미루기로 했다.
“일단 다른 팀원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자.”
그는 팀원들의 도착을 기다렸다.
“칸! 너무 늦지는 않은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르미노가 도착했고,
“주인님! 나 왔어용~!”
자칭 노예 이브까지 도착했다.
이렇게 총 6명이 모이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었다.
나가 공략 난이도의 상승을 감수하고 몇 분 더 기다렸지만, 이 이상의 팀원들은 모이지 않았다.
호수1과 4~6의 거리가 멀긴 해도, 한 명쯤은 도착하는게 맞았는데…
우우웅!
그때 크리스탈이 울리며 메세지가 도착했다.
[호수4팀에서 알림] [현재 ‘나가 소환 메세지’가 층 전체에 알려진 상황] [우리 4팀은 호수1로 이동하는 세리파팀 선별인원들을 발견했으며,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전투에 돌입할 것] [나가는 알아서 처치해 주기 바람.]우리는 상태팀을 견제할테니, 나가는 너네 알아서 처치하라는 내용이었다.
‘뭐 이딴…….’
칸이 어이 없는 반응을 보이던 그때.
우우우웅!
크리스탈이 연달아 울리며 호수5,6팀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내용은 호수4팀과 동일. 다른팀 견제하느라 바빠서 나가 공략에 참여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머리 아프네.’
칸은 상황을 정리했다.
온라인 시절에는 없던 ‘나가 소환 메세지’가 층 전체에 공지된 상황. 호수4~6 팀원 모두는 상대팀 견제에 들어갔다.
하여 나가 처치에 투입 가능한 건 지금 모인 6명이 전부였다.
‘고작 6명…….’
온라인 시절이었다면 진즉에 포기를 외칠 상황이었다.
그러나.
칸은 포기하지 않았다.
‘EX등급 능력치 보유자가 5명이나 되니까.’
EX등급 능력치.
그것은 모든 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었다.
‘6명이라 사용 가능한 공략법도 1개 뿐이지만, 해보는 수 밖에 없다.’
칸은 도전을 결심했다. 결심이 서니 행동은 쉬웠다.
“상황이 나빠졌어. 6명으로 전투 들어가야 해.”
그는 현 상황을 브리핑했고,
각자가 할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베르몬트는 이 자리에서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해. 잉그리드랑 나랑 근접전으로 들어갈테니 대기하고. 하르미노랑 아스트리드는 중거리에서 지원사격을 맡아줘. 이브는 베르몬트 옆에서 엄호 및 잡몹 처리를 맡아주고.”
“알겠다.”
“응. 아빠.”
“본부대로, 주인님!”
다섯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투를 준비했다. 모든 것이 속전속결.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럼.”
칸은 프란베르크와 흡혈검을 장비하여 앞으로 걸어나갔다. 잉그리드도 따라서 옆에 섰다.
“시작하자.”
나가 공략, 시작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