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5)
이세계 골드리치-25화(25/256)
# 25
<– 현질로 공격력 무한. –>
[ 너무 막나가시네요.. 정말로….. ]그 말을 끝으로 야타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얼굴에 분노가 서려 있다.
칸을 없애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안그래도 칸 때문에 ‘위엄 없는 시험관’이라는 멸칭을 받았다.
야타가 다른 시험관들에게서 얼마나 깨지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초딩이란다.
초딩 시험관.
다른 시험관들 귀에 들어가면 끝장이다.
이건 시험관의 자질과 관련된 문제이다.
위엄은 시험관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
위엄 없는 시험관은 방송을 지속할 수 없다.
[ 성좌들이 당신의 새로운 별명에 크게 웃습니다. ] [ 소수의 성좌들이 6 골드를 후원합니다. ]벌써부터 성좌들이 웃고 있다.
간접 메세지창의 대부분을 미리 차단해 놓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메세지 창이 시선을 다 가렸을 것이다.
야타는 메세지 창을 신경질적으로 닫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선별인원.
칸을 내려다보았다.
그도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꽤나 열 받은 모양이다.
화살 맞고 쓰러진 여자 때문일 것이다.
잠깐, 인간 남자는 여자를 끔찍히 아낀다는데.
이거 복수하기에 너무 좋은 기회가 아닌가?
야타가 웃는다.
지금껏 봤던 그 어떤 웃음보다 사악하다.
하늘에서 어두운 기운이 흐른다.
어두운 기운은 구름이 되었고, 삽시간에 하늘을 뒤덮었다.
칸에게 절망을 안겨주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끝났다.
야타기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 그래요….. 저 여자를 치유의 샘으로 보내달라. 이거죠? ]*
“그래.”
칸은 바로 대답했다.
화살을 쏜 범인들은 하르미노를 시켜 처리했고, 이제 데이라와 수인 소녀들을 치유의 샘으로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야타를 설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해야만 했다.
[ 흐음. 안타깝지만 그건 안되겠군요. 제가 죽기 직전인 선별인원을 치유의 샘으로 보내줄 수 있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시험관이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 에이. 그건 아니죠. ]역시 쉽지 않다.
[ 탑의 유명한 격언을 모르십니까? ‘강자만 살아남는다.’ 이게 탑의 존재이유입니다. 그 여자도 강해지려고 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강해지려고 탑에 들어와 놓고서 이제와서 약하니까 빼달라고 한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웃기지 마라. 탑의 또 다른 격언, ‘발화하지 않은 씨앗을 멸하는 자들은 돌로 쳐죽어야 한다.’ 이 격언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헤츨링이 조금 모자라다고 해서, 약하다고 해서 죽여버리고 말 것인가? 그것이야 말로 탑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 …..그래서 저 여자가 헤츨링이라는 겁니까? ]야타의 정곡을 찌르는 물음.
그러나 칸은 단단했다.
“그렇다. 이 여자는 인류의 영웅이자 미래다. 인류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 흐음…… ]야타가 눈을 감으며 침음을 흘린다.
칸의 맞대응에 성좌들의 메시지가 폭발한다.
그러나 그것에서 시선을 거둔 야타는 칸을 지그시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 그래서 어쩌라고요? ]“뭐?…..”
[ 그 여자가 인류의 영웅이건 뭐건 왜 신경을 써야 합니까? 어차피 결국 인간 아닙니까? 인간족 따위가 어떻게 강자가 된다는 겁니까? 말도 안되는 궤변 늘어놓지 마십시오. 저 여자는 발화하지 않은 씨앗이 아닙니다. 이미 다 자라난 잡초일 뿐이죠. ]데이라는 잡초가 아니다.
멋지게 날아오를 독수리다.
그러나 야타는 그걸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 뭐, 좋은 시도였습니다. 그런 격언까지 알고 있으니 머리에 똥만 차 있던 건 아니었나 보네요. 그러나 미래는 변하지 않습니다. 저 여자는 죽을 거고, 당신은 절망할 겁니다. 왜인지 아세요? 저하고 성좌님들이 그걸 보고 싶어하거든요! ]야타의 손가락이 칸을 향한다.
[ 성좌님들은! 약자가 생존하는 것보다는 죽는 걸 즐겨 보십니다! 게다가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은 완전한 약자! 죽음으로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전 당신의 절망한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보고 싶단 말입니다! ]야타가 본심을 드러냈다.
[ 크히히히힛! 당신은 도를 넘었어요! 도를 넘었다고요! 나한테 닥치라고 말한 것도 모자라서 이젠 초딩이라고요!? 시험관을 적으로 둔 선별인원이 어떤 최후를 맞는지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당신,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선별인원들에게 말이죠! ]아타는 칸을 괴롭히고 싶은 것이 다였다.
데이라의 목숨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군……’
그러나 칸에게는 데이라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
아껴두었던 수를 꺼낼 때가 왔다.
[ 당신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 볼 이유가 있는 겁니다!….. ]칸은 야타의 마지막 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았다.
데이라를 응급치료하는 운디네의 머리에 손을 얹어 주고는, 야타의 앞으로 걸어나갔다.
[ 왜 걸어나오는 겁니까? 포기한겁니까? 끼히히힛! ]데이라에게서 열 걸음 정도 떨어졌다.
이 정도면 되었다.
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야타를 보았다.
“시험관. 데이라를 치유의 샘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화는 없나.”
마지막 물음이었다.
[ 물론. ]야타는 미소를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렇게 가는군…..’
야타의 대답으로 확실해졌다.
이제부터는 도박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성공할지 말것인지는 하늘에 있는 존재들이 결정할 것이다.
“시험관. 이 자리에서 선언하겠다!”
칸이 목청을 높였다.
그 음성이 모두의 귀에 꽂힐 듯 강렬하다.
[ 선언이요? ]야타가 비웃는다.
그러나 칸의 선언은 이미 시작되었다.
“네가 시험관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나는 자리에서 자결하겠다.”
칸의 손목이 빛난다.
순간, 칸의 손에 뇌전궁신의 마법화살이 생겨났다.
칸은 그것을 자신의 심장으로 가져왔다.
“나는 책무를 다하지 않는 시험관이 있는 탑 따위, 오를 생각이 없다,”
그리고 화살촉을 가슴에 찔러넣었다.
피 한줄기가 흘러나온다.
고통스럽지만 괜찮다.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화살촉은 심장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성좌들을 위한 연출일 뿐이다.
“설마 지금…..”
야타가 그것을 깨닫는 데에는 짧은 시간만이 필요했다.
[ 성좌 대다수가 칸이 탑을 계속 오르기를 바랍니다! ] [ 성좌 대다수가 야타에게 시험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라고 말합니다! ] [ 성좌 대다수가 인간 데이라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 [ 성좌 대다수가 인간 데이라를 치유의 샘으로 보내라고 말합니다! ]성좌들이 어찌나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지, 간접 메세지가 시험장까지 새어나왔다.
[ 성좌 대다수가 시험관 야타에게 행동할 것을 강요합니다! ] [ 성좌, 수행하는 사제가 저러다 칸이 죽는 거 아니냐며 손가락을 깨뭅니다! ]야타는 성좌들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맥 빠진 웃음을 짓는다.
이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완벽한 패배였다.
인간 데이라가 죽는 것은 몇몇 성좌들도 바라는 일이었다.
그러나 데이라가 죽음으로서 칸이 죽는다면.
절대다수의 성좌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 좋습니다.. 칸….. 당신의 뜻대로 해드리죠. ]야타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와 동시에 데이라가 사라졌다.
“뭐야!..”
“갑자기 왜!..”
몇몇 선별인원들이 데이라가 사라진 것을 보고 당황했지만.
[ 놀라지 마세요. 여자는 치유의 샘으로 소환되었습니다. ]데이라는 치유의 샘으로 갔다.
그 곳은 사지가 없어도 다시 생겨나는 곳이다.
데이라는 목숨을 부지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수인족 소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그녀들은 안도해서는 안되었다.
이제 생명의 위협은 데이라에게서 그녀들로 넘어갔다.
“칸. 데이라 파티의 거점 소유자는 데이라였다.”
하르미노가 말해줬던 이야기.
수인족팀 거점의 소유자는 ‘데이라’였다.
즉, 수인족 소녀들은 거점의 소유권을 잃었다.
-데이라의 거점은 엘프들이 뺏었어요……
운디네의 말이 쐐기를 박았다.
수인족 소녀들은 거점을 빼앗겼다.
오늘밤의 재해를 맨몸으로 맞으며 죽는 것이다.
‘그리 둘 수는 없다.’
칸은 수인족 소녀들을 죽게 둘 생각이 없었다.
수인족 소녀들은 이미 데이라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지금 수인족 소녀들이 죽으면 데이라는 죄책감에 빠질 것이다.
그녀가 화살을 피했다면 수인족 소녀들은 죽지 않았을 테니까.
“시험관.”
칸이 다시 한 번, 야타를 올려다본다.
“왜 데이라의 팀원들은 이동시키지 않는 거지?”
[ 음? ]그러나 야타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어이없다는 얼굴을 한다.
[ 제가 왜요? 그들은 시험 진행 불가 상태에 빠진 선별인원들도 아니고, 당신이 그렇게 말하던 발화하지 않은 씨앗도 아닙니다. 모두가 다 아는 평범한 동물귀 달린 수인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요. ]맞는 말 뿐이다.
그러나 찔러는 봐야했다.
“수인족들에게는 더 이상 거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남은 거점은 없다. 재해를 맞고 생존할 수 있는 선별인원 따위는 없다. 그런데 이들이 시험 진행 불가 상태가 아니라고?”
[ 물론이죠.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이상 시험 진행 가능 상태입니다. 게다가 수인족 소녀들은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할 수 있는 일 따위가 어디…”
[ 에이. 살고 싶으면 뭐라도 해야죠. 지금 저 수인족들은 당신 뒤에 숨어 있는 것 말고는 하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런 선별인원들을 살려서 집에 보내주라고요? 웃기지도 않는 소리죠. 탑의 법칙대로 한다면, 저 짐승들은 자기 몸이라도 팔아서 거점을 얻어내야 하는 겁니다. 얼굴은 반반하니까 괴이족들한테 몸 팔면서 회유하면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이번에도 반박할 수가 없다.
[ 당신도 제 말이 맞는 말이라는 건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의 노력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재해를 견디고 살아나가는 것은 저 수인들의 몫입니다. 동료를 잘못 둔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그들의 몫이지요. ]야타가 진하게 웃는다.
그는 이미 칸에게 절망을 주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데이라에게라도 절망을 줘야 했다.
[ 성좌님들도 제 이번 의견에는 아무도 토를 달고 있지 않으십니다. 제 말에 틀린 곳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죠. ]‘돌겠군……’
현재 수인족 소녀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도 암담했다.
쿠르릉
그때, 하늘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 오오. 시작되네요! ]재해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 오늘의 재해는 뭘까! 히히히! ]야타가 호기심 넘치는 얼굴로 하늘을 본다.
‘제발 재해라도…..’
칸은 간절한 눈빛으로 하늘을 본다.
자연 재해라면 수인족 소녀들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
하르미노에게 수인족 소녀들을 보호하라고 명령한다면, 극악의 확률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쿠르르
콰강!
하늘에서 낙뢰가 번쩍인다.
낙뢰는 붉은 빛이었다.
‘끝까지 안도와주는구나…..’
붉은 낙뢰가 뜻하는 재해는 하나.
‘성래족 소환’이었다.
[ 끼히히히히! ]야타가 배를 잡고 웃는다.
최고의 골드벌이가 시작된 것이다.
본디 이 시험장은 성래족과 자연재해가 선별인원들을 학살하도록 만들어진 장소.
성좌들에게 학살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장소였다.
[ 70층 출몰 성래족, ‘자이언트사우로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몹집이 향유고래보다 거대한 파충류.
그 녀석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런…..”
답이 없었다.
70층의 성래족이라니.
저건 하르미노도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면 수인족 소녀들은 오늘 밤 죽는다.
‘이런 개같은……’
칸이 욕을 삼키며 수인족 소녀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 소녀들은 자신의 뒤에 와 있었다.
“칸…..”
“그동안 즐거웠다……”
그녀들이 동시에 칸을 안았다.
“뭣……”
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들을 보았다.
수인족 소녀들은 칸을 보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히란. 그리고 여기 내 동생은 히룬이야. 까먹지 마.”
“데이라한데 울지 말라고 말 좀 전해주고.”
히란과 히룬이 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리고 또….. 생선구이 맛있었어!”
“맞아!”
칸은 멍하니 그녀들을 보았다.
“그럼….. 이제 안녕이네!”
“우리처럼 죽지 말고 잘 살으라고!”
이건 그녀들 나름의 작별인사였다.
칸은 수 초간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수 초 뿐이었다.
칸은 이를 악물었다.
“니들이 왜 죽어.”
그리고 수인족 소녀들을 품 안에 안았다.
그녀들의 몸을 단단히 붙잡는다.
“너네들은 안 죽을거야.”
그리고 자신의 거점으로 던졌다.
“우왁!”
“뭐야!”
수인족 소녀들이 놀란 얼굴로 날아간다.
그 순간, 칸이 뒤돌며 말했다.
“나는 거점의 소유권을 포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