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51)
이세계 골드리치-251화(251/256)
<나타샤의 마지막 시험, 영광의 보석 상인 호위>
다음날 아침.
“아빠~ 잘 다녀와~!”
방긋 웃는 잉그리드의 배웅을 받으며,
칸은 집을 나와 카페로 향했다.
어젯밤 도착한 메세지 때문이었다.
[칸님 오랜만이에요 ! 데이라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드릴 말씀이 있어 연락드렸는데요!] [혹여 폐가 되지 않는다면 만남을 청해도 될까요?] [현재 인간족의 발전 상황 및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만약 가능하시다면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자신과 만나달라는 데이라의 메세지.
인간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한 번 만나야겠네.’
최근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 인간족에게 소홀했기에, 칸은 데이라와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오늘 칸은 카페에 왔다.
[베네티아 플로리아]51층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베네티아 플로리아.
근방에서 가장 비싼 커피값을 자랑하는 이 카페는 맛좋은 디저트와 조용한 분위기로 유명했다.
‘3층 VIP석으로 예약했으니 만남 장소로는 딱이겠지.’
칸은 카페로 들어갔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3층에 도착했다.
“편안한 시간 되시길.”
직원은 물러갔다. 이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예약해 놓은 VIP석이었다.
[베테티아 플로리아 VIP석에 입장합니다.]칸은 커튼으로 장식된 VIP석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보랏빛 분위기의 내부 풍경이 보였다.
[화술 등급이 한단계 증가합니다.]돈값을 하는 메세지. 칸은 메세지를 흘려들으며 테이블에 앉아있는 금발 여인, 데이라를 보았다.
“와주셨군요 칸님!”
데이라는 칸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것이, 정말 반가운 듯 했다.
“앉아 있어요.”
칸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데이라도 살풋 웃으며 맞은 편에 앉았고,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날려버렸다.
“커피 나왔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 2잔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한잔에 5골드씩 하는 최고급 커피였다.
“디저트는 언제 나오죠?”
“지금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직원은 디저트를 가지러 다시 돌아갔다. 이제 데이라와의 이야기꽃은 그만 피우고 커피를 음미해야 했다.
“그럼…….”
데이라는 조심스레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
순간 데이라의 눈이 부릅 떠졌다. 커피가 상당히 달콤한 듯 어깨가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맛있나.’
칸은 의아한 얼굴을 하며 커피를 마셨다.
‘……!’
그리고는 데이라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커피의 놀라운 맛에 감탄을 표했다.
그는 결국, 직원이 왔을 때 말하고 말았다.
“커피 두 잔 더 주십시오.”
* * *
“그럼, 슬슬 이야기해 볼까요?”
그로부터 대략 1시간이 흐른 시점. 디저트&커피 먹방을 끝낸 칸은 오늘의 목적 달성을 위해 분위기를 잡았다.
“데이라. 인간족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넵!”
데이라는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현재 인간족은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전부 칸님 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 칭찬은 나중에. 인간족에 대해서만 말해 주세요.”
“아, 넵.”
데이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현재 인간족은 마나 친화력과 자연 친화력, 정령 진화력과 수명이 극적으로 늘어나면서 놀라운 기회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기회요?”
“네. 이제 인간족은 마법사도 될 수 있고, 정령사도 될 수 있고, 길어진 수명으로 어떤 지식이든 습득할 수 있게 되었어요. 모든 인간에게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군요.”
칸은 커피를 홀짝이며 데이라의 말을 경청했다.
“이제 인간족은 ‘인재 양성’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어요. 수도만 해도 마법사와 정령사, 검사를 위한 아카데미를 여러 개 건축하고 있고, 급속도로 불어날 인구를 대비하기 위해 농경지 개척에도 힘쓰고 있죠.”
“잘 하고 있네요.”
데이라는 그렇죠? 하며 방긋 웃었다.
“전부 칸님 덕이에요.”
“결국 제 칭찬인가요.”
“그런 법이죠 뭐, 헤헤.”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얼굴. 칸은 데이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인간족은 저 없이도 잘하고 있네요.”
“그런가요?”
“예. 제가 일궈놓은 종족 보너스와 영토를 잘 활용하고 있잖아요. 백점 만점에 백점이라 해도 되는 모습이에요.”
“백점 만점에 백점…….”
데이라는 메모장을 꺼내서 칸의 말을 끄적였다. 보나스가 백점 소리를 들으면 좋아 죽는단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더 이상 할 얘기는 없나요?”
데이라가 메모를 끝냈을 때, 칸은 말했다.
“네?”
“인간족에 대한 이야기요. 아카데미 건설이나 농경지 개척 말고, 다른 건 더 없나요?”
“아, 그게 사실 꽤 많아요.”
데이라는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인간족의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는 듯 했다.
“오늘, 시간 많이 비어 계시죠?”
데이라의 강요하는 듯한 물음. 칸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2시간 후.
“인간족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인 것 같아요.”
“…다행입니다.”
칸은 기진한 얼굴로 커피를 홀짝였다.
데이라의 이야기는 좋은 것 투성이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긴 시간을 앉아 있다보니 피로가 쌓인 것이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순간.
“그럼 인간족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데이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칸의 말을 못 들은 듯 태연스러운 음성이었다.
데이라가 자기 실수를 깨달은 건 그 다음이었다.
“…그런데 칸님 왜 일어나 계세… 헉.”
“다른 이야기라는 게 뭔가요?”
“그, 그게…….”
어쩔 줄 몰라하는 데이라. 심술이 발동한 칸은 진지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데이라는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그… 인간족에게 여유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칸님의 향후 계획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향후 계획이요?”
“네… 칸님이 아내를 맞이할지 말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혹시 칸님은 결혼 계획이 있으신지 알려주실 수 있나 싶어서…….”
여친 있으면 알려달라는 소리였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는데…….”
“아뇨 죄송해요.”
꾸벅.
데이라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보니, 칸의 연애사를 알아내는데 지불하는 비용인 듯 했다.
‘말 안해주면 계속 저러고 있겠지.’
칸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기로 했다. 이미 다른 여인들에게 전부 들킨 상황이었고, 굳이 꽁꽁 숨겨둘 정보도 아니었으니까.
“저는 한 여인과의 결혼을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말하는 건 조금 그래서,
애매모호한 말로 끝을 맺었다.
“한 여인… 말이신가요?”
“예.”
“정말 한 여인…?”
“그렇습니다.”
“…진짜요?”
데이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추궁해 왔다. 칸이 ‘한 여인’이라 말했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는 일부다처제가 흔한 세계라 칸의 능력을 고려하면 첩을 백 명 둬도 무리가 없었다.
“일단은, 한 명입니다.”
그러나 칸은 단호하게 끝을 맺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로맨시스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예컨대 백성들의 호감도 상승 전략이라는 거다.
“그럼… 혹시 그 여성 분의 이름을 알려주실 수는 있나요?”
“안 됩니다.”
“하다못해 종족이라도…….”
“안 됩니다.”
“…….”
이어진 데이라의 추궁에도 칸은 입을 열지 않았다.
‘소문이 커지면 안 되니까.’
마족이랑 사귄다고 언질을 줬다가 베르몬트와의 관계가 알려지면, 그것만큼 큰일이 또 없었다.
‘언젠간 들킬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데이라에게 주는 정보는 여기까지면 충분했다.
“이제 할 이야기는 더 없죠?”
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이야기했으니까…….”
나는 피곤하다. 는 태도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아, 그럼 이쯤에서 헤어질까요?”
눈치빠른 데이라는 칸이 원하는 바를 알아냈고, 바로 말해주었다.
칸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데이라에게 듣는 인간족 이야기는,
이 시간 부로 끝이었다.
* * *
아침해가 떠오른 이른 시각.
창문에서 들어온 햇빛에 칸의 얼굴이 허옇게 빛났다.
‘…벌써 아침인가.’
칸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옆에는 잉그리드가 곤히 자고 있었다. 여느 나날과 다름이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다.
단치 다른 것이 있다면…….
‘벌써 한 달이 지났네.’
오늘이 98층 시험의 시작일이라는 것. 한 달 간의 달콤한 휴식은 어제 부로 끝. 앞으로 몇 시간만 지나면 고생길로 들어가야 했다.
‘마지막 집밥이나 먹고 갈까…….’
칸은 침대에서 나와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는 언제나처럼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잉그리드가 깨어나 비척비척 주방으로 걸어왔을 때 마지막 만찬을 함께 즐겼다.
그렇게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아빠. 시험 초대 메세지 금방 오겠지?”
“그럴 거야. 벌써 아침 7시가 넘었으니까.”
칸은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거실 소파에 앉아 98층 진입을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둘의 눈 앞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나타샤의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자격을 갖춘 선별인원입니다.] [시험 참가를 원하신다면 ‘예’를 외쳐 주십시오.]“아빠. 여기서 아니오라고 말하면 어떻게 돼?”
“…장난이지?”
“응. 히히.”
잉그리드의 자그마한 농담. 그닥 웃기지는 않았지만, 칸은 애써 웃으며 메세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잉그리드에 맞춰서 말했다.
“예.”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