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3)
이세계 골드리치-3화(3/256)
# 3
<– 이세계 생활 시작 –>
[ 물론 그 전에, 여러분들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려야겠죠? 지루한 이야기들 말이에요. ]박서준은 야타를 올려다보며,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었다.
[ 첫 번째로 음. 형식적이긴 하지만 안하면 안되고, 또 성좌님들 좋아하시니까 말하자면…… ] [ 힘의 탑, 1층 ‘야타의 층’에 오신 선별인원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야아~ 추카추카~ ]야타는 힘차게 환영해주더니,
[ 하아…. ]갑자기 귀찮아진듯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턱을 괴더니 말을 이었다.
[ 여러분, 솔직히 제가 뭔 얘기할지 다 알잖아요? ] [ 탑 위로 올라갈수록 강해질 거다, 탑을 올라가는 일은 굉장히 고될 거다, 하지만 탑을 오르는 자들은 분명 보답을 받을거다. ] [ 뭐 이런 시시껄렁하고 진부하고 의미없는, 뻔한 이야기들이요. 그쵸? ]‘대사가 왜 이렇게 많이 바뀐거지?’
박서준은 야타를 보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튜토리얼을 새로 할 때마다 야타의 대사가 바뀌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건 그 어떤 회차에서도 본 적이 없는 대사들이었다.
‘새로운 회차라는 건가? 아니, 그건 말이 안되는데. 내가 보지 않은 회차가 있다고?’
새로운 회차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그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박서준은 모든 회차를 봤다.
[ 근데 뭐, 막상 또 여러분 얼굴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다들 긴장에 쩔어있는 것이…. 기초적인 설명을 드리지 않으면 울 것 같은 분도 보이고. ]정해진 스토리라인대로 흘러가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다른 구석이 보인다.
무언가 이상하다.
어딘가 나사라도 빠진 마냥, npc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
[ 그럼 몇 개만 빠르게 이야기하고 넘어갈게요. 성좌님들 기다리시는 거 딱 질색하시니까. 흐흐. ]이젠 애드리브까지 친다.
박서준은 이런 애드리브를 본 적이 없다.
이런 애드리브는, 종족 전쟁 대사에 적혀 있지 않았다.
[ 일단 아무리 초짜인 여러분이라도 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 아실거고, 선별인원 여러분이 알고 싶어하시는건 시험에 대한 정보일 거에요. 그렇죠? ]야타는 마치, 자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마치 자기가 일개 npc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젠장…. 이세계에 떨어진 것도 모자라서 npc까지 진짜 사람으로 변한거냐….’
박서준은 이 세계의 npc들이 모두 인간으로 변한 것이라 받아들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야타의 행동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 그러니까 이제 진행될 시험에 대해서만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은? 시험치뤄야죠. 딴 게 있겠습니까. 흐흐. ] [ 그럼, 이 시험에 참가하신 분들 리스트 좀 잠깐 읽어볼게요. ] [ 저도 지금까지 여러분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받아놓고는,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지라…. ] [ 으흡. 웃기죠? 시험관 주제에 선별인원 여러분에게 관심이 없다니. 웃기면 웃어도 되요. 으히히. ]선별인원 중 웃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 어디보자…… 이번 시험에 참가하신 선별인원분들 중에 환상족 분들은 한 명도 없네요? 하긴, ‘종족 서열 1위’ 탑의 왕족 그 자체이신 분들 존안을 뵙기는 힘든 일이니 넘어가고…. ] [ 오! ‘종족 서열 2위’ 정령족은 한 분 있네요!? 탑의 귀족을 뵙게 되다니. 으히히. 어디 손 좀 들어봐요! 그 잘난 얼굴 좀 보게! ]야타의 말에, 선별인원들이 시선이 한 곳으로 모인다.
그 곳에는 손을 든 한 명의 여인이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푸른 머릿결을 가진 걸로 보아, 물 속성을 다루는 정령족으로 보였다.
[ 이야. 이쁘장하니 아주 꼬셔버리고 싶네요. 뭐, 진짜 꼬시는건 시험관이라 하면 안돼고. 어쨌든, 앞으로의 활약. 기대합니다? ]박서준은 자기 멋대로 시험을 진행하는 야타를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나대봐야 힘들어지기만 하고, 사실 나댈 수도 없었다.
[ 그리고 계속 봅시다. 용족이랑 거인족 분들은 계시지도 않고…… 천족 분들도 없네요. 이잉. 아쉬워라. 어라. 마족은 몇 분 있네요! 서큐버스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 없네. 아깝다, 아까워. ] [ 그리고오……. 드워프족 분들은 30분이나 오셨네요! 요정족 분들은 60분이나 오셨고. 나머지 분들은 수인족, 해인족, 괴이종 분들이시네요. ]시험참가자 표를 읽으며 선별인원들을 겁주고 있는 야타.
박서준은 그를 무시한채 주변의 선별인원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선별인원들은 종족 서열의 뒷순서대로 많이 와 있었다.
종족 서열 2위인 정령족은 1명이었고, 마족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2,3명은 온 것 같았다.
그리고 박서준의 주위에는 대부분 괴이종이었다.
오크나 트롤같은 존재들이 괴이종이다.
‘이 세계에 떨어진 인간은 나 혼자인건가….’
혹시나 자기 외에 다른 인간이 있을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다른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몇 명 보이기는 하는데 외모랑 옷차림으로 보아 지구 출신은 아니었다.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거군….’
주위를 쭉 둘러본 박서준은, 이세계에 떨어진 지구인이 자기 혼자임을 알았다.
안 그래도 난이도 높은 이세계에 떨어져서 힘들어 죽겠는데, 동료까지 없는 것이다.
[ 그리고 종족 서열 꼴찌 인간족 분들은 딱 네 분, 오셨군요. ]‘에라……’
결국, 박서준은 체념한 채 다시 위를 올려다 보았다.
‘뭐야!……’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순간 욕이 나갈 뻔 했지만 간신히 억눌렀다.
[ 흐흐. 뭘 그렇게 생각해요. 검은 머리 인간 선별인원님? ]지금, 야타가 박서준을 뜷어지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 이야. 검은 머리라. 특이하네요. 인간 주제에 그런 특이함을 가져도 되는 거에요? 제일 약한 주제에. ]야타가 장난끼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박서준을 바라본다.
박서준은 그제야 선별인원들의 주의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세계에서 검은 머리란, 존재하지 않는 머리 색이기 때문이다.
“저 사람, 검은 머리야…..”
“게다가 외모도 특이해.”
“어디 출신인거지?”
저 멀리 있는 인간 무리가 박서준을 보며 속닥거린다.
박서준은 그들의 대화를 애써 무시하고는, 야타의 시선을 맞받아쳤다.
그러자 야타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 호오….. 제 시선을 받고 있으면서도 쫄지 않으시네요? 저에 대한 소문을 못들으신건가? 아니면 너무 무식해서 겁대가리가 없으신건가? 이히히. ]그리고는 박서준이 어이없다는 듯, 공격적인 말을 쏟아낸다.
“시험관님.”
박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야타의 말을 잘랐다.
‘튜토리얼 npc주제에 말 한번 더럽게 많네.’
고작 튜토리얼 npc 주제에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박서준에게 야타는 기분 나쁜 동네 초딩이었다.
백 몇십번을 봤는데 일말의 정도 들지 않는 동네 개초딩.
성격은 드러운 주제에 또 생기긴 잘생겨서 여성 팬유저는 많이 갖고 있는 놈.
그게 야타였다.
근데 그런 놈이 위협한답시고 자신을 말로 공격하니, 당연히 어이가 없다.
[ 잉? 왜 저를 부른거죠?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종족 서열 꼴찌. 힘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나약한 인간 따위가, 저같은 시험관을 불러도 되는 겁니까? ]“닥치고 시험이나 시작하시죠.”
[ 뭐, 뭐요? ]“시험이나 시작하라고요.”
황당함에 눈을 부라리는 야타에게, 박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시험이나 시작하라고.
농땡이 피지 말고 네 할 일이나 좀 하라고.
‘하. 왠만하면 어그로 안끌려고 했더니만 또 꼬이네…..’
박서준은 현재 스트레스가 꽤나 쌓인 상태였다.
야타가 원래 저 정도로 막나가는 놈은 아닌데, 자기에게만 시비를 걸어대니 말이다.
다른 인간들 많은데 검은 머리라고 박서준에게만 난리다.
[ 내가 잘못들었나? 아니죠? 잘못..들은 거 아니죠? ]물론, 야타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종족 전쟁’ 공인 최약체 종족, ‘인간’에게 닥치란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얘기가 퍼진다면 동료 시험관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것이 분명했다.
[ 으흐… 으하하! ]때문에, 이 굴욕적인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서는 절대 안되었다.
[ 아주! 아주 웃겨요! 지금 시험관이 선별인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고 아주 막나온다 이거군요! 그죠! 그런거죠!? ] [ 으히히히히히히! ]물론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시험관의 대굴욕 이야기가 밖으로 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선별인원 전부가 죽지 않는 이상에야 절대 불가능하다.
[ 하아…… 간만에 아주 배아프게 웃었어요. 으히히! ]물론 야타도 그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극도로 어려운 시험을 내서 선별인원 전부를 죽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본인도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복수는 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준 저 검은 머리의 인간을 죽여버리는 일 말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저 검은 머리의 인간은 죽게 될 것이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그 누구보다 약한 존재들이며, 앞으로 시작될 시험은 선별인원들끼리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시험이다.
저 검은 머리의 인간은, 이번 시험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 그래요. 뭐, 선별인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저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 [ 그럼 귀하신 선별인원님 말씀대로, 바로 시험을 시작해드리죠. 제 일을 잘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야타가 음흉하게 웃는다.
그 시선을 보니 구렁이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능글맞다.
[ 그렇죠? 검은 머리 선별인원님? ]그리고 그 시선은 오로지 박서준을 향하고 있었다.
박서준은 여전히 그 시선을 무덤덤하게 맞받아치고 있었다.
조금 떨리긴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다 알고 있다.
박서준은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 뭐야. 진짜 무서운 기색 하나도 없네. 지가 환상족이라도 되는 줄 아나. 아주 돌아버렸나 봐요! ] [ 뭐, 그럼 우리 검은 머리 ‘인간’ 선별인원님 바라시는대로! 바로 시험을 시작해봅시다! ]두둥!
북치는 소리와 동시에, 야타가 있던 화면에 양피지가 떠오른다.
그 양피지에는 시험의 내용이 있었다.
〈 메인 스토리 – 튜토리얼, ‘첫 번째 시험’ 〉
분류 : 메인
난이도 : B
클리어 조건 : 선별인원이 500명 남을 때까지 살아 남으시오.
제한시간 : 없음.
보상 : 100 골드
실패 시 : –
박서준이 시험의 내용을 끝까지 읽은 순간, 야타가 양피지를 화면에서 잡아채서 던져버렸다.
[ 자. 여러분 다 보셨죠! 그럼 바로 시작해버립시다! 저는 시험관의 책무를 다해야하거든요! ]‘거, 겁줄라고 고생이다.’
시험내용 하나도 안바뀌었구만.
역시 야타는 일개 튜토리얼 시험관.
시험 내용을 수정할 권한조차 없었다.
이세계에 떨어졌지만, 시험관까지 어렵게 바뀐 것은 아닌 듯 하다.
조금 나대도 되겠다.
[ 뭐라고요? 제가 드린 정보가 너무 적다고요! 알게 뭡니까! 정보는 스스로 찾아가는 겁니다! 으하하! ] [ 뭐, 딱 하나 말해드리죠! 지금 이 시험장에 와있는 선별인원 분들의 총 인원수는 1392명입니다! 그러니까, 892명이 죽어야 끝난다, 이 말이죠! 어때요! 재밌겠죠! ]‘알려줄 것도 다 알려주네. 귀여운 놈.’
[ 크하하! 후원 들어오는 것 좀 보세요! 아. 여러분들은 못보시죠! 지금 성좌분들이 얼마나 즐거워하시는지 이것 참! ]‘그건 당연한 거야. 임마.’
의외로 정해진 스토리 라인으로 잘 흘러가는 것을 보며, 박서준은 마음 한 구석에 안정감이 들어차는 것을 느꼈다.
이 세계에서 살아갈 구석이 보였다.
[ 자. 그럼 바로 진행해봅시다! ]딱!
야타가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시야가 일변하며 다른 곳에 와 있었다.
본 시험의 시작을 위해, 위치 초기화가 된 것이다.
[ 자, 그럼 시험 시작! 서로 죽이고 죽이세요! 딱 500명 살아남을 때까지! 으하하! ]본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작이군.’
박서준은 평야의 한 가운데에서 활을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