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32)
이세계 골드리치-32화(32/256)
# 32
<– 배후성 선택 –>
“이젠 뭐.”
별로 기분 나쁘지도 않네.
야타가 중얼거린다.
그리고 옆에 있던 마이크를 가져와 책상에 설치한다.
원래 있던 마이크를 부숴버렸기 때문이다.
“하하. 이젠 화도 안난다니깐.”
야타는 자세를 제대로 한 뒤, 마이크에 목소리를 불어넣었다.
“자- 여러……”
그런데 소리가 송출되지 않았다.
“아.”
이제야 깨닫는다.
이 마이크는 3일 전에 집어던졌었다.
“풀리는 일이 없네.”
결국 야타는 새로운 마이크를 주문했다.
마이크가 오기까지 30초 정도 걸릴 것이다.
야타는 광고 하나를 틀어놓고, 옆에 있는 커피를 빨아 먹었다.
“쯥쯥…..”
그리고 생각에 빠졌다.
칸에 대해서.
지금껏 한 달 반 정도 칸을 봐왔는데.
볼때마다 다른 선별인원들과 다른 활약을 보였다.
이번 시험도 그랬다.
마지막 시험을 이렇게 통과하는 것은 처음 봤다.
클리어 방법이 너무 체계적이었다.
원래 마지막 시험의 유형은 두 가지였다.
특출난 한 명이 클리어하던가.
아니면 다 같이 몰살당하던가.
이 두 가지 뿐이었다.
그런데 시험 결과는 둘 다 아니었다.
특출난 존재 ‘하르미노’가 있긴 했지만 그녀는 아직 15살밖에 안된 어린 정령족이라 수준이 낮았다.
이번 시험은 특출난 존재가 없었다.
그럼 몰살을 당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가장 약한 존재 하나가 모든 존재들을 규합해서 시험을 이끌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알타나이브의 역린을 알고 있는 것부터 이해 안되었다.
알타나이브가 멸망시킨 리티엘에서 칸이 살았었나?
아니, 살았다 쳐도 용족의 약점을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러모로 이해가 안되었다.
“하아.”
야타는 칸이 이뤄온 것들이 행운에 기인한 것임을 바랬다.
우연의 일치임을 바랬다.
칸이 전설적인 인물로 떠오르는 것은 죽어도 보기 싫었다.
“에라 모르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들.
야타는 결국 떨어져 나갔다.
그냥 좋은 것만 생각하자고 다짐한 것이다.
좋은 점은 많았다.
먼저 방송이 흥했다.
평소와는 다른 진행에 성좌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칸만 중계한 것도 아니니 돈 나눠 먹을 일도 없었다.
여러모로 이득만 본 것이다.
[ 나이스블랙 마이크(인기)(1개)가 도착했습니다. ]“이제야 왔네.”
배송 예상시간 30초라더니.
1분이나 걸렸다.
야타는 마탑특송택배를 욕하며 마이크를 설치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
[ 축하합니다! ]용암화산에 야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기쁨에 서로를 끌어안았던 선별인원들은 야타를 올려다 보았다.
야타는 선별인원들이 장하다는 듯 박수까지 치고 있었다.
[ 잘 하셨습니다. 여러분. 지금만큼은 칭찬해 드리지요. ] [ 마지막 시험까지 합격하신 여러분은 기뻐할 자격이 있습니다. ]야타의 칭찬.
선별인원들이 서로를 보며 히죽거린다.
그들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것이다.
[ 자! 그럼 여러분들에게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야타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하다.
[ 선별인원분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 [ 어떤 분은 수 년을, 어떤 분은 수십 년을, 어떤 분은 수백 년을 달려오셨을 겁니다. ] [ 바로 오늘을 위해서 말이죠. ]선별인원들의 침을 꿀꺽 삼킨다.
야타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모두 맞았다.
187년간 시험을 도전한 해인족은 눈물까지 글썽였다.
야타는 그들 모두를 보며 미소지었다.
[ 그럼 이제, ] [ 배후성 선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야아아아!…..”
“드디어! 드디어 내가!…..”
“엄마! 나 이제 효도할게요!…..”
“내 인생 폈다!……”
용암화산 전체가 감동의 물결이었다.
칸도 지금만큼은 작게 웃었다.
배후성을 선택할 수 있어서 웃은 것은 아니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고생길에 대한 허탈한 미소였다.
띠링!
[ 안내방송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여자 아나운서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 여러분은 지금까지 시험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 [ 성좌님들은 지금까지의 행적을 바탕으로 여러분을 판단할 것입니다. ] [ 여러분의 행적이 마음에 들었다면, 여러분을 선택해 주실 것입니다. ] [ 최종 선택권은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 [ 10초 뒤 배후성 선택이 시작됩니다. ]아나운서가 말할 때마다 용암화산이 조용해졌다.
말이 끝날 즈음에는 어떤 잡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다.
선별인원들 모두가 단단히 긴장했다.
‘여기가 중요한데.’
칸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성좌 대부분을 알고 있기는 하다.
초반부 성능과 후반부 포텐셜, 특유의 장단점까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성좌가 선택 안해주면 말짱 꽝이었다.
선택권이 선별인원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성좌의 선택이 먼저였다.
‘그 성좌가 떠야 할텐데…..’
칸은 바라고 있는 성좌가 있었다.
그가 손을 내밀어 줘야 했다.
[ 4… 3… 2.. 1….. ]카운트가 흐른다.
선별인원들의 땀도 같이 흐른다.
[ …..0. ]카운트가 끝났다.
띠링!
선별인원 전원에게 메세지가 떴다.
선별인원들은 정신을 집중한 채 그 메세지를 읽었다.
그리고 칸은,
‘이게 다 뭐냐…..’
자신 앞에 띄워진 수백 개의 메세지 앞에서 난색을 표했다.
메세지 전부가 성좌의 간접 메세지였기 때문이다.
[ 성좌, 황혼에 드리우는 영원한 악몽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 성좌, 숨결을 먹는 사냥꾼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 성좌, 황금을 좋아하는 사자왕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 성좌, 이성을 현혹하는 환술사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 성좌, 산을 절반으로 자른 검사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 성좌, 피를 먹는 하수인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 성좌, 심해의 폭군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
…
…
…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나지 않는다.
세 번은 내린 것 같은데 아직도 한참 남았다.
‘내가 유일한 유저라서 이러나?’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칸은 인간의 육신으로서 야타의 층을 통과했다.
몇몇 시험은 혼자서 다 해먹었다.
3번째 시험에서의 활약은 대단했고, 4번째 시험에서의 활약은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인간족이 다른 종족들을 이끌다니.
칸은 성좌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성좌들은 그의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인간족의 몸으로 배후성도 없는 상태에서 저런 활약이라면.
그 잠재력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인가.
성좌들은 예측조차 하지 못했다.
칸은 트리플 S급 유망주였다.
그 결과가 현 상황이었다.
‘이건 없을 수가 없겠는데.’
칸이 찾는 성좌가 없는 게 이상한 수준이었다.
‘조금 천천히 볼까.’
이왕 선택지도 넓어진 거.
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었다.
칸은 성좌목록을 천천히 내렸다.
[ 성좌, 사막의 대제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이건 좀 끌리는데?…..’
칸이 멈칫한다.
사막의 대제는 일대다 전투에서 최고의 성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랭커들이 사막의 대제를 골랐다.
전투적 강함은 커다란 장점이니까.
‘역시 아니다. 패스.’
그러나 칸은 사막의 대제를 패스했다.
다 좋은데, 화신을 너무 많이 삼기 때문이다.
이쁨을 독차지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지금도 환상족 몇을 화신으로 두고 있을 것이다.
칸은 환상족에게서 이쁨을 빼앗아 올 자신이 없다.
“어디 보자…..”
사막의 대제는 패스했지만, 칸은 계속 성좌 목록을 내렸다.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성좌를 발견할 수도 있고, 잊고 있던 좋은 성좌가 기억날 수도 있었다.
[ 성좌, 최초의 개척자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이건..”
칸의 시선이 멈춘다.
이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가치가 있었다.
최초의 개척자는 유저들이 꼽은 ‘획득하기 어려운 성좌 1위’에 오른 성좌였다.
눈도 높고 자존심도 강해서 왠만해서는 화신을 두지 않는다.
선택만 하면 이쁨을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성능이 뒤쳐지는냐 하면, 그 반대였다.
일대다 전투에서는 사막의 대제를 이길 수 없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는 사막의 대제를 압도했다.
일대일 전투, 암살, 사격, 탐색, 탱킹, 생존.
모든 부분에서 우월한 최상급 성좌인 것이다.
성능만 보면 전체 순위 1,2위를 다퉜다.
‘이건 진짜 고민이 좀 되네..’
최초의 개척자와 원래 고르기로 정한 성좌.
이 둘 사이에서 고심한다.
[ 성좌, 수행하는 사제가 나 좀 봐달라며 목소리를 냅니다! ]‘음?’
그런데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성좌가 간접 메세지를 보냈다.
[ 아 참! 벌써부터 이러시면 안된다니까요! ] [ 성좌, 수행하는 사제가 왜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나며 하소연합니다! ] [ 아 정말! 계속 이러시면 저 큰일나요! ]칸에게 애정을 표했던 성좌, 수행하는 사제였다.
“…..흠.”
칸은 그, 정확히는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약의 성좌였다.
힐러 유저들이나 선택하는 성좌다.
“좋아. 결정했다.”
칸은 고민을 끝냈다.
수행하는 사제가 생각의 흐름을 끊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고.
그저 최초의 개척자보다 ‘좋은 선택’이 있기 때문이었다.
칸은 스크롤을 내려 ‘좋은 선택’을 찾았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이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게임에서 역대급 똥으로 불리우는 성좌.
인성도 더러워서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성좌.
선택하자마자 캐릭터를 지우게 만드는 그 성좌.
기적의 창조자였다.
이름만 들으면 다른 성좌들 다 때려 눕힐 것 같은 이 성좌는, 사기꾼으로 그 악명이 높았다.
이름만 보고 골랐다가는 코뼈가 부러진다.
그 유명한 ‘무특성’ 성좌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주는 게 없다.
단 하나도 없다.
정말이다.
그 흔한 능력치 증가도 없다.
하지만 칸은 이 성좌를 고르리라 마음 먹었다.
이 무특성 성좌의 유일한 장점.
아니, 장점이라긴 애매하고 ‘특성’.
‘게임 내에서 얻기 힘든 무언가를 준다.’
기적의 창조자 특성은 이거 하나다.
다른 성좌들처럼 특성 설명으로 페이지 빡빡하게 채워져 있고 뭐 그런 거 없다.
‘게임 내에서 얻기 힘든 무언가를 준다.’
딱 이 한 줄이었다.
하지만 칸은 이 한 줄을 원했다.
이 한 줄이 기적을 가져와 주기를 바랬다.
수 억의 유저들을 대신하고, 오히려 압도할 수 있는 힘.
그 기적을 가져와주기를 바랬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를 선택했습니다. ]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의외라는 듯 어깨를 으쓱입니다. ] [ 배후성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반갑다며 1골드를 선물합니다. ]“…..어?”
칸의 얼굴이 멍해진다.
반갑다며 던져주는게 1골드라니?
아무리 못한 성좌를 골라도 1,000골드는 선물해준다.
그런데 1골드라니?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역시 이건 아니냐며 묻습니다. ]당연히 아니다.
이건 말도 안된다.
안좋은 게 아니라 버그 수준이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다른 선물을 하나 더 주겠다고 말합니다. ]칸이 안도의 한숨을 쉰다.
1골드였다면 야타한테 울면서 애원할 뻔 했다.
배후성 계약 취소해 달라고.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짐뭉치를 뒤적거리더니 이게 좋겠다며 화색을 표합니다. ]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다이아몬드 보물상자를 하나 던져줍니다. ] [ 어디 열 수 있으면 열어보라며 미소 짓습니다. ]그러나 야타에게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 다이아몬드 보물상자를 1개 획득합니다. ]‘…..역시 잘 골랐다.’
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