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36)
이세계 골드리치-36화(36/256)
# 36
<– 제니아 왕국 –>
보나스는 시녀가 도착한 것을 보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이리 오너라.”
“알겠사옵니다.”
시녀가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칸의 앞에 섰다.
유려하고 부드러운 움직임.
마치 귀족같았다.
“인사드리거라. 우리의 국부님이시다.”
시녀가 고개를 들어 칸을 보았다.
“위대한 국부님의 존안을 뵙습니다.”
그녀가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며 예를 표했다.
“…..그래.”
칸은 그녀에게서 눈을 피했다.
지나친 예의가 편하지 않았다.
게임에서 볼 때는 괜찮았는데, 실제로 보니 조금 그랬다.
“시녀.”
“네. 국왕님.”
“너는 오늘부터 국부님을 극진히 섬기거라.”
“명을 받드옵니다. 폐하.”
시녀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칸에게 전속 시녀가 생긴 순간이었다.
“이제 우리는 재무장관실로 향할 것이다.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폐하.”
시녀는 한 번 더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걸었다.
보나스가 말한 재무장관실로 향하는 것이다.
“칸님. 우리도 가요!”
그때, 데이라가 말했다.
재무장관실에 가는 것을 재촉하는 듯.
그 동작이 유난스럽다.
그 곳에 제임스가 있는 모양이다.
“그럽시다.”
칸은 적당히 모른 척을 해주었다.
*
재무장관실.
보나스들이 그 앞에 도착했다.
그들은 보나스의 노크를 시작으로 문을 열고는, 한 명씩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시지요”
칸은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금발의 남자가 있었다.
제임스였다.
“칸님!”
제임스가 칸을 보자마자 웃는다.
그리고 일어나 칸에게 안겨든다.
따뜻하지만 밋밋한 포옹이 이어졌다.
둘은 서로의 어색함을 깨닫고 몸을 뗐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장내를 채웠다.
“하하하!”
침묵을 깬 것은 보나스의 호탕한 웃음소리였다.
왕 되더니 웃음소리까지 왕이 됐다.
“죽을 고생을 했던 우리 넷이 이렇게 다시 모였군요!”
그가 기쁜 듯 외쳤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게요!”
제임스와 데이라가 호응한다.
“오라버니. 이렇게 모인 것도 기쁜 일인데, 같이 저녁이라도 함께 하는 건 어떨까요?”
데이라는 한 술 더 떴다.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거 좋지. 우리 넷만 하자꾸나!”
보나스는 그 생각이 아주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칸님. 칸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보나스가 칸의 의중을 물었다.
“좋지요.”
칸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하하! 역시 칸님!”
보나스가 크게 웃는다.
그가 호탕하게 웃더니, 웃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그럼 칸님. 저녁 식사까지 잠시 쉬면서 피로를 좀 푸시겠습니까?”
“그거 좋군요.”
칸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휴식이 절실했다.
하루종일 고생스러운 일정을 이어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나스가 휴식을 제안했으니.
덥석 물 수 밖에 없었다.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보나스도 그것을 눈치챘다.
“여봐라!”
보나스가 바로 행동을 취했다.
“예.”
문 밖에서 시녀의 대답이 들려왔다.
“들어오너라.”
“예.”
시녀가 들어왔다.
“잘 들어라.”
보나스는 그녀에게 명령을 시작했다.
칸에게 왕족이 쓰는 침실을 줄 것.
칸의 명령이리면, 죽는 것 빼고 모든 것에 순종할 것.
이것이 명령의 끝이었다.
“국왕님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시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 이제 나가 보아라.”
보나스가 시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국부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시녀가 칸에게 말했다.
“그래.”
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이후 칸과 시녀는 제무장관실에서 나왔다.
“국부님. 제가 앞장 서도 될까요?”
“맘대로.”
칸은 시녀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앞에서 걷는 시녀를 보았다.
그는 이 시녀를 알고 있었다.
세실라.
몰락한 후작가의 영애였다.
여자캐릭터 외모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만큼, 외모 하나는 뛰어났다.
그러나 안 좋은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불쌍한 캐릭터 순위였다.
그녀는 불행을 타고났다.
후작가 출신에 얼굴까지 예쁜 그녀는 누가 봐도 축복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은 불행 그 자체였다.
그녀의 인생은 이렇다.
가문이 망했고, 왕궁에 팔려가 시녀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 해인족에게 팔려갔다.
이후는 알 수 없다.
이것이 그녀의 인생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다 가져놓고는,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야망 하나는 커서 평생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까지 했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여인인 것이다.
“이 방이 국부님이 묵으실 방입니다.”
시녀, 세실라의 인생사를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방에 도착했다.
“들어가시지요.”
세실라가 문을 열었다.
칸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방 좋네.”
방에 대한 짧은 평가였다.
해인족의 도시에서 묵었던 방보다 좋긴 한데.
감탄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침대가 더 크고, 조명이 밝을 뿐.
“으어..”
그러나 그거면 충분했다.
침대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칸이 좀비처럼 걸어서 침대로 향했다.
지금이 휴식 시간이라는 생각 덕분에 몸의 긴장이 풀어져 있었다.
“어후.”
칸이 침대에 얼굴을 박았다.
그리고 숨을 길게 내뱉는다.
세상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끼익.
그때,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세실라가 나간 듯 하다.
온전한 휴식의 시작이었다.
칸은 침대에서 뒹굴거리기 위해 몸을 뒤집었다.
“…..음.”
그런데 이상했다.
누가 안나간것 같은 기분이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
세실라가 있었다.
“왜 나가지 않았나?”
칸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그러자 세실라가 입을 열었다.
“국부님에게 봉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봉사?”
칸이 미간을 좁혔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었다.
“봉사라고?”
“예. 봉사.”
그러나 세실라는 진지했다.
그녀가 팔을 등 뒤로 넣는다.
이내, 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시녀복이 내려갔다.
속옷을 입은 그녀의 몸이 드러났다.
“..뭐하는 거지?”
칸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봉사입니다.”
세실라는 짧게 대꾸하며 손을 움직였다.
‘봉사’를 하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브래지어가 풀려서 내려갔다.
칸은 그녀의 몸에서 눈을 뗐다.
“필요없다. 물러가라.”
“봉사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세실라는 팬티까지 벗었다.
그녀가 칸의 앞으로 다가온다.
보기 싫어도 볼 수 밖에 없다.
그녀의 매끈한 알몸이 보였다.
남자라면 이 봉사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칸은 달랐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물러가라.”
매몰찬 거절이었다.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유혹하는데 눈 하나 깜짝 안한다.
“예…..”
세실라가 칸에게서 조금 떨어진다.
칸의 말대로 물러난 것이다.
“이대로 있겠습니다. 만지는 것이 싫으시다면 그저 보면서 즐겨 주십..”
“말을 정정하겠다. 나가라.”
그러나 칸은 여전했다.
거시기가 없나 싶을 정도로 무뚝뚝한 반응이다.
“…..명을 받듭니다.”
결국 세실라는 옷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방을 나갔다.
“하아.”
칸은 한숨을 쉬었다.
거절하는게 힘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피곤해서 그랬다.
그는 구질구질한 관계를 좋아하지 않았다.
부자로 살아본 그다.
돈을 노리고 접근해 온 여자들은 많았다.
그 과정에서 몇 번 데여 봤다.
그리고 알았다.
공짜는 위험하다는 것을.
세실라에게 봉사를 받으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구질구질한 관계를 의미했다.
세실라는 돈으로 만족할 여인이 아니다.
그녀의 봉사를 받아들였다면, 칸이나 그녀나 서로 피곤해졌을 것이다.
칸은 그 불편한 인연을 진즉에 끊어낸 것이다.
“잠이나 자자..”
칸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제 복잡한 고민은 그만하고, 잠깐의 휴식에 집중할 때였다.
*
칸은 푹 잤다.
수면은 2시간에 불과했지만 피로가 싹 풀렸다.
푹신한 침대 덕에 수면의 질이 달랐던 것이다.
“끄으~”
칸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뒤, 방을 나갔다.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세실라가 보였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 그는 먼저 입을 열었다.
“가지.”
“예.”
그러나 세실라는 처음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별로 기분이 나빠지지 않은 듯 하다.
단지 입이 약간 나와 있는게, 자존심이 조금 상한 것 같다.
“왕궁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칸은 세실라를 따라 왕궁식당으로 향했다.
*
왕궁식당에 도착했다.
세실라가 문을 열어줬다.
칸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미 모여 있는 보나스들이 보였다.
“칸님! 오셨습니까!”
“어서 앉으시지요!”
“여기 앉아요! 제 옆자리.”
그들이 칸을 반겼다.
칸은 그들에게 호응하듯 작게 웃으며 식탁에 앉았다.
보나스와 마주보는 데이라의 옆자리였다.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왕궁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식탁이 음식으로 채워졌다.
그 음식이 최고인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보나스들과 칸은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
모두가 배불리 먹자, 식탁이 정리되었다.
보나스들과 칸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제가 왕으로 즉위했는데, 이 왕이란게 참 할게 못되지 말입니다. 백성들 신경 쓰랴, 귀족들한테 쪼이랴. 아주 죽을 맛입니다. 죽을 맛. 으하하!”
보나스는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했다.
국왕으로 즉위하고 열심히 사는 듯 하다.
“저는 재무장관으로 취임했는데, 왕국에 쌓인 비리가 참으로 많더군요. 이 비리들을 싹 걷어내려면 반백년은 필요할 듯 합니다. 아, 그리고 인간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조금 진행했..”
제임스는 자기가 해온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것을 듣는 것은 즐거웠지만, 졸음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는요!…..”
마지막으로 말문을 튼 것은 데이라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칸과 함께 겪었던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보나스와 제임스는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데이라는 그게 재밌는 듯 더욱 열심히 설명했다.
“다과와 허브티입니다.”
대화는 점점 무르익었다.
데이라가 이야기 하면, 보나스와 제임스는 과장스럽게 반응했다.
칸은 괜히 무안할 따름이었다.
정해진 공략을 따라간 것 말고는 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고!”
어느새 데이라의 이야기는 막바지로 치달았다.
그녀는 70층 성래족을 박살내버린 칸의 모습을 열성적으로 묘사했고, 보나스와 제임스는 이야기에 몰입했다.
“그래서, 칸님이 그 괴물을 잡았단 말이야?”
“당연하지! 이제 어떻게 잡았는지 설명해줄게!”
칸에게는 은근히 고문이었다.
칭찬도 과하면 부끄럽다.
지금 칸 띄워주기는 너무 과했다.
“그만들 하세요.”
“시러요! 더 할거에요!”
칸이 말려도 소용 없었다.
데이라는 칸과 겪은 이야기들을 신나서 이야기했다.
어느새 이야기는 결말에 다다랐다.
“그렇게 나는 탈락했고, 칸님은 시험을 계속 치르셨어.”
데이라의 말을 끝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그러나 보나스와 제임스의 의문은 그대로였다.
“그럼….. 칸님이 야타의 층을 통과하셨다는 거야?”
그 의문은 칸이 야타의 층을 통과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보나스와 제임스, 데이라.
그들의 눈에 기대감이 서려 있다.
지금껏 야타의 층을 통과한 인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칸이 야타의 층을 통과했다는 소식은, 보나스의 국왕 즉위보다 백 배 중요했다.
보나스들이 칸에게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들은 인류의 희망을 보고 싶었다.
이윽고, 칸의 입이 열렸다.
“예. 통과했습니다.”
별 것 아니라는 듯한 칸의 말.
그 말이 보나스들의 귀에 들어간 순간.
“야타의 층을 통과하셨다니…..”
“이런 경사가…..”
그들의 얼굴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습니다!”
보나스가 식탁을 내리쳤다.
그의 눈빛에 결의가 담겨 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내일, 무도회를 엽시다! 칸님의 야타의 층 통과를 축하하기 위해.”
국왕의 무도회 개최 선언이었다.
‘…..어?’
칸은 내일 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