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40)
이세계 골드리치-40화(40/256)
# 40
<– 루비의 층 –>
“일어나십시오.”
한 남자가 침대에 엎어져 있다.
남자 옆에는 시녀가 있다.
“일어나십시오. 국부님.”
시녀가 한 차례 더 말했다.
시녀의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으으……”
남자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눈을 떴다.
그가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허전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으음?…..”
그런데 바지가 없었다.
하얀 수건 하나만 올려져 있을 뿐.
바지도 없고, 윗옷도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남자의 눈이 번쩍 떠졌다.
“세실라!?”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크게 떠진 눈이 시녀를 본다.
시녀의 눈은 여전히 싸늘했다.
“왕녀님은 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입으실 옷은 침대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준비가 끝나면 나와 주십시오.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녀가 등을 돌렸다.
그녀의 걸음이 빠르다.
“자, 잠깐!”
남자가 소리쳤다.
“데이라는 먼저 돌아갔다고?”
시녀가 몸을 돌렸다.
그녀의 건조한 입이 열렸다.
“예. 제가 이 방에 찾아 왔을때 왕녀님은 국부님의 입술을 탐하고 계셨습니다. 타이밍이 안좋았지요. 아무튼, 왕녀님은 애정행각을 발각당하시고서 도망치듯 방에서 나가셨습니다.”
시녀가 할 말을 다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뒤돌아 방을 나갔다.
“하아……”
칸은 한숨을 길게 내뱉고는, 옆에 있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
“아. 맞다.”
옷을 다 입은 칸이 손가락을 튕겼다.
지금껏 성좌 메세지와 크리스탈 메세지를 차단하고 있었다.
[ 성좌 메세지 차단을 해제합니다. ]먼저 성좌 메세지를 열었다.
밀렸던 메세지가 한꺼번에 떴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네가 그러고도 남자냐고, 고추 떼버리라고 말합니다. ] [ 성좌, 기….. ]“전체 삭제.”
전부 읽을 가치가 없는 메세지였다.
칸은 메세지 전부를 삭제했다.
‘얘는 진짜……’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차단한 탓일까.
기적의 창조자가 칸을 놀려먹었다.
그러면서 골드 한 푼 안던져준다.
역시 사기꾼짠돌이성좌답다.
‘에흐..’
칸은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다고 합리화하며, 성좌 생각을 털어냈다.
이제 크리스탈 메세지 차단을 풀어야 했다.
뭐, 부재중 메세지 한 통 없겠지만.
[ 크리스탈 메세지 차단을 해제합니다. ]우웅!-
“음?”
그런데 크리스탈 메세지가 진동했다.
우우우웅!-
한 번이 아니다.
여러 번, 심지어 지금까지 울린다.
칸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모습.
부재중 메세지가 많은 듯 하다.
“이상하네.”
칸이 크리스탈을 눌렀다.
그러자 밀렸던 메세지가 떴다.
“베르몬트?”
메세지는 베르몬트의 것이었다.
칸이 크리스탈을 한 번 더 터치하자, 메세지가 띄워졌다.
[야.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지금 타르톨트랑 아카이랑이 마왕성으로 가버렸거든?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다음 시험에서 힘을 합치면 꽤나 그럴싸한 모양새가 나올 것 같거든. 그래서 하는 말인데…..] -8시간 전.수신 시간은 8시간 전.
메세지 차단 직후였다.
[너 나랑 팀 맺을래?] -8시간 전.음?
베르몬트가 먼저 팀을 맺자고 하다니?
“잠깐.”
크리스탈이 왜 그렇게 울려댔는지 이해가 갔다.
베르몬트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답장이 오지 않은 것이 큰 상처가 됐을 것이다.
이팔저팔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에게 답장을 하지도 않고 8시간을 보냈으니..
이건 상황이 심각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야. 너 나랑 팀 맺을래?] -7시간 전.세 번째 메세지.
두 번째와 똑같다.
잘못 보냈나 싶어서 재전송 한 것 같다.
[팀 맺을 거냐니까?] -7시간 전. [야. 팀 맺을 거냐고.]-7시간 전. [팀 맺을 거냐고 물어보잔아???]-7시간 전. [야.]-7시간 전.메세지가 짧아졌다.
시간 간격이 넓어졌다.
설마. 잠도 안 자고 기다린건가?
[너 딴 짓 하는 거 아니지?]-4시간 전.진짜 안 잤나보다.
[너 설마 내 말 씹ㅂ냐?]-3시간 전. [씹냑ㅗ]-3시간 전.오타가 잦아졌다.
안 잔게 확실하다.
[야. 너 혹시 죽었냐?????]-3분 전.“……이건 좀 낫네.”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 메세지는 누그러졌다.
칸은 크리스탈을 조작했다.
[ 미안하다. 크리스탈을 차단하고 자고 있었다.근데 팀은 못맺겠다. ]
우웅.
크리스탈이 바로 울렸다.
칸은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왜 팀 못맺어?]-방금 전.서운함이 느껴지는 메세지.
읽은 것만으로도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길어지겠네.”
칸은 다시 장문의 메세지를 작성해 나갔다.
한 번에 100골드씩 빠져 나가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은 골드 아낄 때가 아니었다.
*
500골드를 더 쓰고 나서야 대화가 끝났다.
결론은,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
500골드가 아까운 결론이지만, 별 수 없었다.
칸은 크리스탈을 주머니에 넣고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
이후 칸은 왕궁 식당에서 식사를 끝냈다.
그리고 제니아 왕국과 힘의 탑을 오갈수 있는 아이템.
‘순간이동 크리스탈’을 받았다.
그 후, 왕궁 발코니에 가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잠시 보았고, 마지막으로 데이라와 부끄러운 재회를 했다.
데이라는 자기가 칸 입술을 유린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했고, 칸은 그런 데이라를 보며 어색해 했다.
서로의 부끄러움이 나아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둘은 다시 손을 잡고 힘의 탑으로 돌아갔다.
*
“데이라.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저도 금방 따라갈게요!”
힘의 탑으로 돌아온 칸은 곧장 데이라와 이별했다.
오늘은 ‘루비의 층’ 첫번째 시험이 시작되는 날이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를 끝내야 했다.
‘일단 식량부터 사자.’
첫 번째 준비는 식량 조달이었다.
다음 시험은 한 달 동안 치러진다.
먹어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인 칸에게 식량 조달은 중요한 임무였다.
엘프처럼 물 한 모금 마시고 한 달을 버틸 수는 없었다.
“어이구, 인간. 또 왔수?”
“식빵 100개 팥빵 100개 주십시오. 여기 100골드입니다.”
“바로 내드리지!”
칸은 먼저, 마법 방부처리된 빵 200개를 샀다.
하루에 3개. 한 달이면 180개.
이것만으로도 식량 문제는 충분히 해결이 되었다.
물론, 다음 시험 장소를 생각하면 빵만으로는 안되었다.
“물 200통. 100골드 드릴테니 빨리 준비해 주십시오.”
“아이고 손님, 여기 소파 앉아서 기다려유.”
나약한 인간의 육체는 물도 필요했고,
“여기 있는 사과랑 딸기 다 주십시오. 얼마면 됩니까?”
“전부 다요? 100골드면 뭐……”
“여기 있습니다. 100골드.”
“손님, 거서 움직이지 마쇼. 내 바로 봉투에 담아줄탱께!”
비타민 풍부한 과일도 필요했다.
특히 과일은 저번 시험에서 중요성을 제대로 깨달았다.
“식량 준비는 끝났군.”
이렇게, 다음 시험을 위한 식량 준비가 모두 끝났다.
“이제 텐트를 사야되는데……”
아직 준비는 한참 남았다.
*
500골드 짜리 보온마법텐트 1개.
10골드 짜리 남성용이불 3개.(서비스 배게 1개)
70골드 짜리 영구보존마법횟불 1개
500골드 짜리 반경5M벌레퇴치마법수정구 1개.
총 1,100골드를 써서 모든 준비를 끝냈다.
게임이라면 무시해도 되는 부분들이지만.
칸은 현재 자연과 부대끼며 살아야 했다.
그는 아직 현대의 편안함이 좋았다.
“이제야 끝났네.”
생필품으로 인벤토리가 꽉 찼다.
다른 사람이 보면 캠핑 준비로 착각할 수준이다.
“이제 시험 알림이 뜰 때가 됐는데……”
칸은 해인족 도시 한 가운데에 있는 시계탑을 보았다.
고드름 시침이 천천히 돌아간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59분이다.
“얼마 안남았네.”
이제 1분 뒤면 시험 알림이 뜰 것이다.
고드름 시침이 5시를 가리켰다.
그 순간, 해인족 도시 곳곳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 알림음은 칸의 머리 위에서도 들렸다.
띠링!
[ 루비의 층, 첫번째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 [ 당신은 자격을 갖춘 선별인원입니다. ] [ 시험 참가를 원하신다면, “예”를 외쳐주십시오. ]“예.”
칸이 대답했다.
그 순간, 칸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
힘의 탑 두 번째 층.
‘루비의 층’
21층~23층을 칭하는 이 층은, 층수가 적어서 많은 선별인원이 얕보는 층이기도 했다.
그러나 얕본 선별인원들은 다 죽었다.
‘힘의 법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안전지대에서의 살인은 불법이지만.
시험 중 일어난 살인은 합법이다.
즉, 이제부터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루비의 층은 첫 시험부터 목숨이 걸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첫 번째 시험 장소가 숨을 곳 하나 없이 탁 트인 장소.
‘사막’이기 때문이다.
[ 치지지지지직. 치지지직. ]‘방송사고인가..’
칸은 현재 힘의 탑 21층. ‘광활한 사막’에 있었다.
시험에 참가한 1,000명의 선별인원들과 함께.
“아. 뭐야. 처음부터 방송사고냐?”
“시험관 뭐하냐? 귀 아프게.”
“야. 너무 그러지마라. 이번 층 시험관 여자아이래.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
“얌마. 생긴 것만 어리면 애냐? 천 년 넘게 살았다는 소문이 무성하구만.”
칸은 대충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별인원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야타의 층 선별인원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레벨 200은 기본이고, 500대도 보였다.
500을 찍을 때까지 루비의 층을 도전하고 있다니.
시험이 어렵다는 증거였다.
콰아아앙!-
“어이. 시험관. 빨리빨리 시작하자고.”
그때, 사막 한 곳에서 강한 충격이 발생했다.
그 충격에 모래바람이 일어났다.
“으악! 퉤퉤! 저 새끼 뭐하는 새끼야!”
“아니 어떤 미친 자식이 여기서 저 난리를!……”
선별인원들이 눈쌀을 찌푸리며 충격이 일어난 곳을 보았다.
욕짓거리를 퍼붓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충격의 근원지를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충격을 일으킨 장본인이,
“니들은 뭐지? 불만있나?”
10층 빌딩만큼 거대한 존재.
종족 서열 4위 거인족이기 때문이다.
“히이이익!”
“야 빨리 숨어!….”
“찍히면 망한다!……”
선별인원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칸은 그것을 보며 역시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확실히 루비의 층부터는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종족 전쟁 흥행의 대표적 요인.
극악의 난이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제작진들아……적당히 좀 하지…..’
칸은 푸념을 삼키고 하늘을 보았다.
지옥같은 시험과는 반대로 하늘은 참 푸르다.
지직거리는 스크린만 아니면 바랄 게 없었다.
[ 치직. ]‘멈췄네.’
그때, 스크린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크린 전체가 검은 화면으로 변했다.
그러기를 잠시, 방송 중계실이 띄워졌다.
중계실 중앙에는, 연분홍 머리가 발끝까지 자란 어린 소녀가 있었다.
그녀가 방긋 웃으며 화면으로 다가왔다.
[ 안녕하세요! 저는 루비의 층을 감독하는 시험관, 루비라고 해요! ] [ 이번 시험은 한 달 동안 진행된답니당! ] [ 그럼, 이제 시험을 시작해볼까요? ]그녀의 목소리가 사막 전체를 울렸다.
루비의 층에 입성했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칸은 주먹을 쥐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