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49)
이세계 골드리치-49화(49/256)
# 49
<– B팀의 반격 –>
“그나저나 인간. 궁금한 게 있다.”
“뭐지? 흡! ”
꽝!
한창 노동 중인데, 아스트리드가 말을 걸었다.
“그냥 캐면서 들어라.”
“알았다.”
꽝!
“시험 마지막 날 아침에 고블린이 B팀 1위로 오른다고 했지?”
“그렇다.”
꽝!
“그리고 정령족이 널 공격해 올거고?”
“그것도 맞다.”
꽝!
“그럼 궁금한 게 있는데, 그 고블린을 죽여버리면 만사해결 아닌가?”
꽝!
“고블린만 죽이면 마지막 날에 고생할 필요도 없지 않나.”
꽝!
“그리고 애초에 정령족이 우리를 공격해오지 않을 거라면, 그냥 정령족 빼고 다 죽여버리는 게 낫지 않나?”
꽝!
“그럼 남은 2주 동안 발굴에만 전념할 수 있지 않나.”
꽝!
“인간. 왜 자꾸 대답을 피하나. 어서 내 궁금증을 풀어달라.”
“후…..”
칸이 곡괭이질을 멈췄다.
곡괭이를 땅에 박아넣고, 아스트리드에게 몸을 돌렸다.
“아스트리드.”
칸의 얼굴에 피로가 만연하다.
“다 죽이는 게 왜 안 되냐, 그건가?”
“맞다. 다 죽여버리면 깔끔하잖나.”
아스트리드가 당당하게 말했다.
이해가 갔다.
그녀는 한 군데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미래를 모른다.
“아스트리드. 그렇게 되면, 우린 다음 시험에서 탈락할거다.”
“무슨 소리지?”
아스트리드가 미간을 모았다.
“탈락한다는게 무슨 소린가.”
“말 그대로다. 정령족이 이번 시험을 통과하면, 모든 선별인원들은 다음 시험에서 탈락한다.”
“이유를 묻겠다.”
“안그래도 말해 주려고 했다.”
칸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잘랐다.
대화가 길어질 줄은 예상했고, 가능한 빨리 끝내야 했다.
에메랄드가 기다리고 있다.
“아스트리드. 다음 시험이 랜덤이라고 알고 있지?”
“물론. 다음 시험은 당연히 랜덤이다.”
“틀렸다. 다음 시험은 이미 정해져 있다.”
“뭐라고?”
아스트리드가 팔짱을 고쳐 꼈다.
이야기에 흥미가 도는 듯 하다.
“다음 시험을 알고 있는 건가?”
“맞다. 다음 시험은 ‘위기 극복’이다.”
“위기 극복? 무슨 시험이지?”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한 선별인원들. 그 중에서 가장 강한 선별인원이 ‘보스’로 지정된다. 그 보스에게는 정신지배가 씌워지는데, 그에게서 12시간을 버티면 된다.”
“…..그게 다음 시험이란 말인가?”
벙찐 얼굴을 한 아스트리드.
칸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정령족은 탈락해야만 한다.”
“정령족이 보스가 되면 모두 12시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소리인가.”
“맞다.”
“이봐. 인간. 하나만 묻지.”
“말해라.”
“정령족이 탈락하면 다음 시험의 보스는 내가 될텐데, 그땐 버틴다는 건가?”
아스트리드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이래서 설명하기가 싫었다.
칸이 체념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괜찮다.”
“인간. 우리가 친해진건 맞지만 주제를 넘지 마라. 너는 인간. 나는 용이다.”
“그래. 사과하지. 근데 너는 정말 괜찮다.”
“인간…… 브레스 맛을 보고 싶은 건가?”
아스트리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달래줘야겠다.
“아스트리드. 진정해라. 네가 괜찮은 이유는, 너를 믿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지?”
“나는 너의 전투력을 믿는다.”
칸이 진지한 눈빛을 했다.
원래 진지하지만, 지금만큼은 특히 진지했다.
“아스트리드. 너는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선별인원이다. 최소한 여기 중에서는 네가 최고다.”
“잘 아는군.”
“아마 네가 보스가 된다면 선별인원 대부분이 죽겠지. 공격력만 따지면 정령족은 쨉도 안 될 것이다.”
“맞는 말을 하는구나.”
아스트리드의 미간이 풀렸다.
“하지만 방어력은 상대도 안된다.”
“음?”
아스트리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칸은 바로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 네 방어력이 낮다는 게 아니라, 정령족의 방어력이 비정상적이라는 거다.”
“..알고 있다. 물 속성 정령의 방어력은 유명하니까.”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그럼 왜 정령족이 보스가 되면 안되는지도 알겠지?”
“정령족을 막을 수 없다는 건가?”
“바로 그거다.”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그녀가 이해해줬다.
“그런데 인간. 그냥 도망치면 되는 거 아닌가?”
마지막 의문이 나왔다.
칸은 기분 좋게 말했다.
“다음 시험은 구역이 한정되어 있다.”
*
아스트리드의 의문을 해결한 칸.
그는 바로 곡괭이를 들었다.
“인간. 근데 다음 시험을 어떻게 알고 있던..”
몇 개의 질문이 더 날아왔지만.
게임 내 지식으로 능숙하게 답해 주었다.
“흡!”
꽝!
그렇게 채광은 계속 진행되었다.
대략 10분 정도가 지났다.
“인간. 점심 시간이다. 빵 꺼내 먹어라. 나도 하나 주고.”
“알겠다.”
점심 시간이 왔다.
칸은 곡괭이를 인벤토리에 넣고, 빵 두 개를 꺼냈다.
아무리 노동이 즐거워도 밥은 먹으면서 해야 했다.
“인간. 빵이 딱딱하다.”
“물이라도 뿌려 먹겠나?”
“그럼 눅눅해진다.”
“어쩌라는 건가.”
“푹신한 빵을 달라.”
“없다.”
칸은 아스트리드와 잡담하면서 짧은 점심 시간을 즐겼다.
자신을 응시하는 B팀 선별인원들도 구경했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흐음.”
이렇게 있으니까 참 평화롭다.
어디 소풍이라도 온 기분이다.
날이 더워서 사막이 일렁이는 것만 아니면. 정말 소풍과 다를 게 없었다.
저 일렁이는 것이 마치 사람 모양으로 움직이는데, 기분이 묘하다.
저렇게 사람모양으로 공기가 일렁이는 건.
중급 은신 스킬의 이펙트였기 때문이다.
“잠깐.”
중급 은신 스킬.
그 생각이 칸의 뇌리를 스쳤다.
루비의 층부터는 중급 은신 스킬을 사용하는 선별인원들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저것은 날이 더워서 일렁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은신한 선별인원.
즉, 칸을 암살하려는 선별인원이었다.
“아스트리드!”
칸이 소리쳤다.
그러나 한 발 늦었다.
그의 눈 앞에 마족 하나가 생겨났다.
“인간. 죽어라!”
부하C였다.
그가 단도를 꺼내 칸의 목으로 내질렀다.
“젠장!”
[ 아이스 블레이드를 장비합니다! ]탕!-
그러나 칸은 방어에 성공했다.
아이스 블레이드와 단도가 부딪혔다.
“화염아. 저 자식을 태워 죽여라!”
아스트리드의 손에서 화염이 쏘아졌다.
부하C의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부하C 따위가 버틸 수 없는 강력한 마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살인마의 결계!”
“무슨!..”
부하C를 중심으로 3m 가량의 원형 결계가 생겨났다.
파아앗!
화염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결계를 뜷지 못한 것이다.
“뭐지?”
아스트리드가 놀라며 달려왔다.
화아!
그녀의 팔이 용으로 변했다.
강한 주먹이 결계를 강타했다.
쾅!
그러나 뚫리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아스트리드가 당황한다.
쾅! 쾅! 쾅!
계속해서 결계에 주먹을 휘두른다.
그러나 결계는 미동도 없었다.
“흐흐.. 용족도 이 결계는 뜷지 못한다.”
부하C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가 전개한 살인마의 결계가 특수 결계였기 때문이다.
‘공포의 살인마를 배후성으로 둔 놈이라고?…..’
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공포의 살인마는 암살형 성좌.
단 하나의 먹잇감을 죽이는데 특화된 성좌였다.
고유 스킬 ‘살인마의 결계’가 그 증거였다.
단 1분 간, 살인마와 살인대상 외에 그 어떤 생명체도 들어올 수 없었다.
“여기가 네 묏자리다 인간!”
부하C가 도약했다.
‘젠장할!’
위기였다.
칸이 엘프족을 이길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족에게는 안된다.
현재로선 이길 수 없다.
“피하는건 잘하는구나!”
“크윽!..”
게다가 검술 스킬이 없었다.
칸의 검술은, 마족의 신속한 검격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목숨을 담보로 한 1분이 시작되었다.
“이것도 막을 수 있겠나!?”
부하C가 복부로 단도를 내질렀다.
팅!-
칸이 검을 들어올렸다.
검끝이 단도를 간신히 쳐냈다.
“어이쿠. 동작이 너무 큰데?”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게가 너무 쏠렸다.
“그럼 맞아야지!”
부하C의 단도가 어깨로 날아왔다.
“이런!..”
푹!
단도가 어깨를 파고들었다.
살이 뜷리는 고통이 전해졌다.
칸의 눈이 크게 떠졌고, 악 문 입술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푸확!
단도가 빠져 나왔다.
“커헉!..”
어깨 아래로 감각이 사라졌다.
아이스 블레이드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무기도 없구나 인간!”
‘이건 큰일이군…..’
두 번째 단도가 날아왔다.
이번엔 복부였다.
푸욱!
단도가 복부 정중앙을 뜷었다.
배꼽 위 상복부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크허..”
칸의 입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체력을 (C)까지 올려놓지 않았다면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피가 빠져 나가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칸이 무릎을 꿇었다.
‘실수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부하C의 단도가 목으로 날아온다.
이건.. 죽을 것 같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초반에 잘나갔다고 자만했다.
지옥같은 난이도의 세계에 떨어졌으면서, 용족 하나를 동료로 들였다고 방심했다.
수백 명의 선별인원들.
수십 만의 성좌들.
그들이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모르면서 무조건 안전한 것 마냥 행동했다.
어리석었으며, 무지몽매했다.
‘죽어도 싸군…..’
죽어도 할 말이 없다.
칸은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음?…..’
그러나 목이 아프지 않았다.
느껴져야 할 고통이 없었다.
목을 잘랐어야 할 단도가 날아오지 않았다.
‘뭐지?…..’
칸이 눈을 떴다.
단도를 내질렀던 부하C가 있었다.
그 부하C는,
“무..무서..무..무서워..”
달달 떨고 있었다.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으며, 두 다리는 굳어 있었다.
단도는 땅에 떨어졌으며, 두 팔은 경련했다.
특히 오른쪽을 보는 두 눈동자.
그 것이 심하게 떨렸다.
공포에 잠식된 눈동자였다.
‘뭐가 어떻게..’
칸이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았다.
‘아…..’
그러자 이해가 갔다.
부하C가 왜 저러는지.
후웅!-
지상 최고의 생명체, 드래곤.
그것이 결계 옆에서 콧김을 뿜고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성좌, 하늘을 지배하는 공포의 군주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냅니다. ]아스트리드의 배후성.
그의 기운이 땅에 내려와 있었다.
화신 아스트리드를 매개체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것이다.
“무..무서..무..무..”
부하C가 오줌을 지렸다.
[ 성좌, 공포의 살인마가 황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그의 배후성도 도망쳤다.
하늘을 지배하는 공포의 군주는 1티어 성좌다.
공포의 살인마는 기어다녀야 했다.
[ 살인마의 결계가 사라졌습니다! ]그때, 결계가 사라졌다.
“우매한 마족아. 너를 죽이겠다.”
아스트리드의 위엄 서린 목소리.
“히이이익! 제.. 제발. 사. 사. 살려.”
부하C가 무릎을 끓고 땅에 엎어졌다.
“입 닫고 죽어라.”
그러나 자비는 없었다.
아스트리드의 앞발이 부하C를 밟았다.
[ 마족, 이름을 알 수 없는 선별인원이 사망했습니다! ]부하C가 터져 죽었다.
‘살았네..’
칸은 희미하게 웃었다.
‘살았..어..’
그리고 눈을 감고, 모래바닥에 엎어졌다.
[ 생명력이 매우 낮습니다. ] [ 1시간 내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합니다. ]“인간.”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스트리드가 칸에게 다가왔다.
“기절한건가.”
그녀가 칸을 살핀다.
어깨의 상처, 그리고 복부에 뚫린 구멍을 본다.
그녀가 눈쌀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쯧. 이 정도 가지고 기절하다니.”
그녀가 칸의 어깨를 둘러업었다.
“나약하지 그지없군.”
그리고 다리를 들어서 칸을 업었다.
그녀의 등에서 날개가 솟아났다.
하늘로 날아올랐다.
인간의 상처를 낫게 해줄 자들에게 데려가야 했다.
“죽지 마라. 인간.”
그녀가 작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