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63)
이세계 골드리치-63화(63/256)
# 63
<– 마지막 시험 –>
이번 시험을 공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동서남북에 위치한 탑 옥상.
그 위에 있는 구속용 사슬을 발사해서 맞춰야 한다.
네 발 모두 맞춰야 하니, 신중히 쏴야 한다.
특히 첫 발이 빗나가면 사망 확정이다.
“베르몬트. 이해했지?”
칸은 이번 시험 공략을 베르몬트에게 알려주었다.
“날 뭘로 보냐? 당연히 알아들었지.”
베르몬트는 큰소리를 내며 가슴을 팡 쳤다.
정말 이해했는지 걱정이지만, 공략에 어려운 건 하나도 없으니 믿어야 헀다.
“그럼 시작하자.”
“엉.”
칸은 옥상 중앙에 있는 사슬 발사기로 걸어 갔다.
대포처럼 생긴 이 것은, 대포알 대신 사슬이 날아갔다.
작동 방법은 간단하면서 어려웠는데.
대포 뒷부분에 고정된 안전핀을 제거하면 사슬이 날아갔다.
참 쉽다.
그러나 안전핀을 ‘제거’하는 게 어려웠다.
안전핀은 게임 설정상 환상족의 마법 술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뭐, 뭔소리인지는 잘 모르겠고 엄청 단단하다.
때문에 보통 방법으로는 안전핀을 제거할 수 없었고.
부숴버려야 했다.
부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냉각 후 폭발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많은 게임의 클리셰인데, 이 게임도 적용한 모양이다.
“베르몬트. 내가 얼린다. 그 다음은, 알지?”
“어. 지져 버릴게.”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단어 선택이 묘한 감이 있지만.
이해는 제대로 한 것이다.
[ ‘아이스 블레이드’를 장비합니다. ]칸의 손에 냉기 어린 얼음검이 들려졌다.
이제 이걸 약간 수정해야 했다.
[ 특수 능력, [빙하]를 비활성화했습니다. ]옥상에서 ‘빙하시대’를 전개했다간, 아스트리드의 어그로를 맞고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 일은 사전에 방지해야 했다.
칸은 아이스 블레이드를 들고 대포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철제 야구방망이처럼 생긴 안전핀이 보였다.
이제부터 이걸 후두려 팰 것이다.
“흡!”
콰앙!-
공격력 501짜리 검으로 때렸는데 안전핀은 상처 하나 없다.
괜히 손만 아린다.
쯔즈즈즈-
하지만 변화는 생겨났다.
아이스 블레이드 특수 능력 [냉기]가 발동한 것.
안전핀이 서서히 얼어 붙는다.
콰앙!- 콰앙!- 쾅!
안전핀을 계속 가격했다.
안전핀이 급속으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얼음검 갖구싶다..”
베르몬트가 칸의 아이스 블레이드를 본다.
그 눈동자에 소유욕이 일렁인다.
콰앙!- 쾅! 쾅!
칸은 그것을 무시하고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안전핀이 시퍼렇게 물들었다.
완전히 얼어붙은 것이다.
“베르몬트. 내가 말한 거 기억하지?”
“어.”
베르몬트가 칸의 옆에 섰다.
그리고 지옥의 염화를 준비했다.
칸이 쏘라고 말하는 순간, 그녀가 쏠 것이다.
‘자.. 와라……’
칸은 쏠 기회를 기다렸다.
게임에서 수십 번도 더 해본 짓이지만.
긴장은 어쩔 수 없었다.
첫 타가 실패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와라…….’
사슬 대포는 발사각이 고정되어 있었다.
아스트리드가 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수 밖에 없었다.
“크르르..”
“으아악!”
“시험 포기!”
아스트리드는 선별인원들을 사냥했다.
[학살자]와 [광전사]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그녀의 본성이 중간 정도니까 다행이지.
본성까지 사악했으면 선별인원의 절반이 죽었을 것이다.
아직 5명 정도밖에 안 죽었다.
“아악!..”
그런데 그때, 익숙한 얼굴이 넘어졌다.
마리앙이었다.
아스트리드가 날뛰며 발생한 돌무더기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크르르…..”
“아, 안돼……”
아스트리드의 콧김이 마리앙의 얼굴에 뿜어졌다.
마리앙은 두려움에 달달 떨었다.
‘아.’
칸은 탄식했다.
이번 시험은 사슬이 100% 맞는 특수한 타이밍이 있었다.
칸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 아스트리드의 위치는 90% 밖에 안 됐다.
10%의 실패 확률이 있는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강화 할때 10만 골드나 깎아준 그녀다.
못 본 체할 수는 없다.
“베르몬트. 쏴!”
“알았어!”
베르몬트의 양 손에서 지옥의 염화가 터져 나왔다.
그 맹화가 안전핀을 집어삼켰다.
안전핀에서 뜨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펑!-
폭발음과 함께 안전핀이 부숴졌다.
세찬 기계음과 함께 사슬이 장전되었고, 발사가 시작되었다.
쯔르르르-
탑 지하층까지 이어져 있던 사슬이 발사되었다.
대포의 금속관을 지나 구경을 나와서 쏘아져 나갔다.
사슬 끝에 달려 있는 갈고리가 아스트리드를 향해 날아갔다.
‘맞아라!..’
목표는 아스트리드의 오른쪽 날개.
안맞으면 끝장이다.
푸확!
“끼에에에에!-”
‘맞았다!’
칸이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10%의 실패 확률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노파심이었던 모양이다.
“맞았다 맞았어!”
베르몬트도 신났다.
마리앙도 아스트리드의 빈 틈을 잡아 빠르게 도망쳤다.
지금까지 완벽하다.
이 기세를 이어가야 했다.
“베르몬트. 이제 남쪽 탑 정상으로 가자.”
“알았어.”
베르몬트가 칸의 앞으로 다가왔다.
“야 근데 말이야.”
“뭐.”
그녀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너 이런 걸로 연애 감정 생기고 그러면 안 된다?”
“..뭔 소리야.”
“아니. 블랭크 하려면 내가 안아줘야 되니까. 막 그런 걸로 나 좋아하지 말라고.”
“안 좋아해.”
“..말은 잘 해.”
베르몬트가 몸을 숙여서 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야. 눈 감아. 잘못하면 눈알 빠져.”
“..구라.”
“안 속넹. 블랭크!”
칸과 베르몬트는 남쪽 탑으로 순간이동했다.
“바로 시작한다.”
“엉. 해라.”
칸은 남쪽 탑 옥상을 밟자마자 움직였다.
선별인원을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고상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빨리 쉬고 싶었다.
콰앙!- 쾅! 쾅!
아이스 블레이드가 안전핀을 가격했고, 안전핀은 얼어붙었다.
“베르몬트. 쏴!”
“지옥의 염화!”
퍼엉!-
두 번째 사슬이 날아갔다.
100% 성공 각을 가진 발사였다.
이건 무조건 맞는다.
“끼에에에엑!-”
왼쪽 날개에 명중했다.
이제 아스트리드는 날 수 없었다.
공략을 위한 첫 번째 키가 완성되었다.
“베르몬트. 이제 서쪽 탑이다.”
“명령하지마.”
“부탁한다. 서쪽 탑이다.”
“..넌 남자가 자존심도 없냐?”
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딴 세계에서 자존심 따위, 강아지 간식으로 딱이다.
“아하. 나한테 안기고 싶어서 아주 환장을 했구나.”
“또 무슨 소리냐.”
“솔직히 말해 봐. 내가 안아주니까 미칠 것 같지?”
“..솔직히 말하라고?”
“엉. 이제야 본심을 말할 기분이 된거냐?”
칸을 안고 있는 베르몬트가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칸은 그녀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됐다. 할 말 없다.”
손만 잡고 있어도 블랭크는 발동한다고 말할까 고민했지만.
시험 중에 시간이 아까웠기에 그만 두었다.
“야.”
베르몬트가 고개를 올려서 칸을 보았다.
그녀가 실실 웃고 있다.
“너. 그렇게까지 안기는 게 좋았냐?”
양쪽에 난 송곳니가 새하얗게 빛난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좋다는데 내가 뭐 어쩌겠어~”
베르몬트가 고개를 원래대로 했다.
그리고 말했다.
“블랭크.”
*
“팬도르. 아까부터 날아오는 사슬이 용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거 다행이군.”
“우리도 사슬 하나 날려야 하지 않겠나?”
“인간이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우리가 뭣하러 그러나.”
천족 두명이 시험 중에 잡담을 떤다.
처음에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갈수록 쉬워졌기 때문이다.
“팬도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시험이 너무 쉽다.”
“쉬우면 좋은 거지. 뭘 그렇게 고민하나.”
“너무 쉬우니까 그런다. 왠 인간이 혼자서 용을 잡고 있는데. 이거 이대로 합격하면 기분이 나겠나?”
“배부른 소리하지 마라.”
이젠 죽는 선별인원도 적었다.
용이 사슬 두 방을 맞더니, 높은 써클의 마법을 쓰지 않는 것이다.
시험 시작하고 몇 분 동안은 7서클 마법, 인페르노도 쏘고.
화염의 폭풍을 일으키는 7서클 마법, 파이어 스톰도 썼다.
몸 주변으로 원 형태의 불꽃을 폭파시키는 6서클 마법, 링 오브 파이어는 기본에, 지나간 길에 화염을 생성하는 5서클 마법, 블레이즈 스탭은 패시브였다.
그 과정에서 선별인원 백이 몰살당했다.
괴이족 대부분 전멸했고, 발이 느린 드워프도 절반 이상 죽었다.
발 빠른 수인족은 많이 살았지만, 해인족은 피해가 심했다.
시험 시작 10분도 채 안되서 백이 죽은 것이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3서클 마법, 파이어 볼 밖에 못 쏜다.
인페르노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펜도르. 그 자식 사실 인간 아닌 거 아니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니 진짜. 전투력이나 판단력이나 인간의 기준을 뛰어넘었잖아.”
“옥타비아.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은 괴물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인간은 처음이거든?”
“처음이면 안되는 법 있나.”
옥타비아와 팬도르.
그들을 포함한 선별인원들은 시험이 쉽게 변하는 기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
“쏴!”
“엉.”
펑!-
세 번째 사슬이 발사되었다.
푸확!-
“끼에에에에!-”
아스트리드의 오른쪽 뒷 다리에 명중했다.
“흐흐. 많이 아플거야.”
베르몬트가 흐뭇하게 웃는다.
‘아스트리드. 미안하다.’
칸은 뜻하지 않게 사과를 전했다.
정신이 지배당하고 있긴 했지만, 육체는 그녀의 것이었다.
사과 정도는 해줘야 했다.
“베르몬트. 이제 마무리를 짓자. 북쪽 탑으로 가면 이번 시험도 끝이다.”
“알았어. 알았어.”
베르몬트가 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블링크.”
이제, 북쪽 탑의 사슬만 발사하면 시험을 합격할 수 있다.
*
“조금만 더 기다려.”
“지금은?”
“어. 지금 쏴.”
“알았어.”
펑!-
푸확!-
아스트리드의 왼쪽 뒷다리에 갈고리가 박혔다.
“끼에에에!-”
고통에 찬 괴성이 감옥을 울렸다.
화아-
쇠사슬 4개가 보랏빛으로 빛났다.
환상족의 환상 마법 전개였다.
사슬이 스스로 움직이며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완전한 결박이었다.
“크아-”
그녀가 브레스를 쏘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사슬은 그녀의 모든 힘을 봉인했다.
“우와.. 저게 뭐야. 칸 너 알고 있었어?”
“아니.”
칸은 적당히 대꾸했다.
“뻥 치지마.”
아쉽게도 베르몬트는 속아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