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64)
이세계 골드리치-64화(64/256)
# 64
<– 아니 이걸 주면 –>
[ 현재 11시간 32분 남았습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많이 남았다.
사슬 4개를 박아 넣으면서 시험은 끝났다고 봐도 좋았다.
이제 11시간 반을 때워야했다.
“야. 이제 시험 끝난거 같은데.”
“끝났지.”
“그럼 이제 뭐하고 시간 때우냐?”
“자야지.”
칸의 선택은 숙면이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고생만 했다.
“..잔다고?”
“어.”
칸은 바로 몸을 눕혔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마족 꼬실 타이밍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간접 메세지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뭐야.. 진짜 자냐?”
베르몬트는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허망한 얼굴이다.
칸은 이미 잠들었다.
피로가 쌓였던 것이다.
“..하여튼 재미 없는 놈이라니까.”
베르몬트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리고 그녀도 옆에 누웠다.
“하암.”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휴식시간도 안주는 시험 따위, 지옥에 던져버려야 했다.
*
[ 현재 0시간 22분 남았습니다. ]“으어..”
칸이 잠에서 깨어났다.
“어으..”
돌바닥에서 잔 탓에 몸 전체가 소리를 질렀다.
이번 시험만 끝나면 최고급 여관에서 푹 쉬어야겠다.
“으..”
칸이 기지개를 쭉 폈다.
허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풀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베르몬트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칸을 응시하고 있었다.
괜히 무안해진 칸이 입을 열었다.
“..뭐하냐?”
“너 구경.”
뻔뻔하리만치 당당한 태도에, 칸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인가.
칸은 다시 입을 열었다.
“구경은 왜?”
“재밌잖아.”
“재미는 무슨.”
“나름 재밌는데.”
무의미한 대화가 오갔다.
“야. 근데 넌 어째 코를 하나도 안 고냐?”
“글쎄.”
칸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타이머를 보았다.
[ 현재 0시간 20분 남았습니다. ]아직 20분이나 남았다.
짧은 대화를 하기에는 적절한 시간이다.
베르몬트한테 팁이나 던져 줄까.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그녀가 팁을 받아들인다면 마족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다.
칸에게 우호적인 그녀라면 후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베르몬트.”
“엉.”
“지금 집에서 나온지 얼마나 됐어?”
“글쎄. 한 반 년?”
베르몬트가 멍하니 대답했다.
그러다 눈을 부라렸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
“주워들었어.”
“그게 말이 되냐!?”
베르몬트가 소리를 빽 질렀다.
칸은 그녀를 진정시키려 입을 열었다.
“..베르몬트. 네 팬클럽이 있다고 했잖아. 걔네들은 많은 걸 알아.”
“걔네가 나 가출한 걸 얘기했다고?”
“그런 셈이지.”
“…..그럼 혹시 내 비밀 같은 것도 말하냐?”
베르몬트가 찝찝한 얼굴이 됐다.
“어.”
칸은 덤덤하게 답했다.
“예를 들면?…..”
베르몬트가 미간을 좁혔다.
“예를 들면.. 네 왼쪽 엉덩이에 점이 있다는 거?”
“……어?”
베르몬트의 얼굴이 굳었다.
“그걸 네가 왜 알고 있어 이 미친 새끼야!”
그녀의 귀가 새빨개졌다.
“어!? 왜 알고 있냐고!”
알고 있냐니.
그렇게 물으면 섭하다.
본 적도 있으니까.
공식 일러스트에 거의 다 벗은 그녀의 전신이 있다.
그 전신 일러스트를 보면.
왼쪽 궁둥이에 작은 점 하나가 귀엽게 찍혀 있다.
“베르몬트. 소문을 얘기한 것 뿐이야. 설마 진짜로 있어?”
“다, 당연히 없지 새끼야!”
“나보고 왜 알고 있냐며?”
“그, 그건 네가 잘못된 걸 알고 있으니까 정정해주려고 말한 거지!”
베르몬트는 목까지 붉어졌다.
놀리는 건 이쯤 해야겠다.
“알겠어 베르몬트. 근데 집을 나온 건 사실이지?”
“..맞긴 한데. 그건 왜.”
“그럼 집으로 돌아가.”
“……뭐?”
그녀가 얼굴을 찌푸렸다.
엉덩이 때보다 표정이 안 좋다.
“너. 내 가정사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해도 되냐?”
“사과할게. 나도 더 이상 할 말은 없어.”
칸은 여기서 이야기를 끊었다.
그녀가 기분 나빠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밑밥은 깔아 놓아야 했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돌아가기만 하면.
그녀는 npc 최강의 템빨을 얻게 된다.
정령족이고 뭐고 다 때려 부수는 것이다.
“야. 난 절대 안 돌아갈거야. 난 아빠가 진짜 싫거든.”
베르몬트의 고집이 세긴 하다.
이유라도 들어보자.
“왜 싫은데?”
“몰라서 물어? 우리 아빠는 완전 악마야! 하수인들 등골을 쪽쪽 빨아먹고, 필요 없어지면 버린다고!”
“독하네.”
“그게 다인줄 알아? 다른 상단들은 전부 밟아 버려. 상단주의 목을 따버린다고. 그렇게 죽은 상단주의 아내와 딸들은 어떻게 하는 줄 알아? 암시장에 팔아 버려! 난 그딴 쓰레기한테는 안 돌아가!”
베르몬트의 말은 모두 맞았다.
그러나 반박할 감정 논리가 몇 개 있었다.
“아버지가 악마같아서 싫은 거야?”
“당연하지!”
“마족은 원래 그런 거 아냐?”
“야. 마족도 착한 애 많거든? 나쁜 걸로 따지면 천족들이 한 수 위야.”
베르몬트가 깔끔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반박 감정 논리가 하나 남아 있다.
“베르몬트.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어.”
“뭔데.”
“네 아버지는 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뭐?”
베르몬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칸의 말은 사실이었다.
베르몬트의 아버지, 세로스는 하나 뿐인 딸을 정말 사랑했다.
워낙 감정 표현이 없는 양반이라 표현을 못 할 뿐이지.
베르몬트가 돌아가주면, 덤덤하게 고개 한 번 끄덕이고서.
방 들어가서 문 닫고 춤출 작자다.
그에 관한 악독한 일화들은 모두 사실이다.
하수인을 노예 부리듯 하는 것도 사실이고.
바람난 부인 목을 잘라버린 것도 사실이다.
다른 상단들을 핍박하는 것은 물론.
뒷세계 조직과 손을 잡고 상권 종사자들을 말라 죽이는 것도 사실이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최악의 쓰레기, 세로스.
그에게 유일한 약점이 있다면 베르몬트였다.
그는 베르몬트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는 딸바보였다.
정작 베르몬트에게 딸바보 들키는 걸 두려워하는 이상한 작자지만.
“우리 아빠가 날 사랑한다고? 돌맹이도 비웃겠다.”
베르몬트가 비아냥거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말 안해줬거덩.”
그녀가 푸념하듯 말했다.
칸은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그거 너 사랑하는 거 들키기 싫어서 그래.”
“……아까부터 무슨 소리하는 거냐?”
더욱 심기가 불편해진듯 하다.
그녀가 칸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네가 세로스 상단에 대해서 뭘 알아.”
“몰라.”
“그럼 가만히 있어. 넌 모르니까.”
베르몬트가 기세를 올렸다.
‘얘기가 좀 길어지네.’
칸은 이 쯤에서 이야기의 끝을 맺기로 했다.
“그럼 내기 하자. 아버지한테 가서 애교 한 번 부려봐.”
“..너 돌았냐?”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 봐. 레전더리템을 보따리로 싸들고 오실 테니까.”
이것으로 팁 주기는 끝이었다.
더 이상 알려줄 것도 없었다.
*
[ 메인 스토리 6번 – 행운 테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 [ 생존자 401명 전원 합격 처리 되었습니다. ]“합격이다!”
“드디어!..”
선별인원들이 감격에 젖었다.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야. 우리도 기뻐해야 되지 않냐?”
그때, 베르몬트가 말했다.
그녀가 은근히 몸을 기울이고 있다.
칸은 그녀를 잠시 보다가, 확 안아버렸다.
“뭐, 뭐얏!..”
“기뻐하자며.”
한 5초 껴안고 있다가 놓아 주었다.
칸이 이런 걸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베르몬트 성격 상 해주면 좋아할 것 같았다.
후일 베르몬트가 우군이 되길 바랄 뿐이다.
“..너 진짜.”
베르몬트가 칸을 노려본다.
“내가 안아주는 걸로는 만족 못한다 이거냐?”
“그런 거 아냐.”
“그럼 날 왜 껴안았는데.”
“기뻐하자며.”
칸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옥상 난간으로 걸어갔다.
시험장 정중앙의 아스트리드가 보였다.
화아-
하얀 빛무리가 그녀를 감싸고 있다.
부활이 진행 중인 것이다.
그녀가 죽지는 않았지만, 루비가 죽인 뒤 부활시키고 있다.
구속용 사슬에서 벗어나는건 죽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아!
하얀 빛무리가 사라졌다.
동시에 아스트리드가 부활했다.
그녀의 붉은 머리가 찰랑였다.
[ 아아- 여러분 잘 들리세요? ]그때, 허공에서 루비가 등장했다.
[ 우리와의 시간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으흑. ] [ 그럼 마지막인 만큼, 더욱 기운차게 가봅시당! ]그녀가 방긋 웃었다.
“좋아!”
“루비 귀엽다!”
선별인원들이 호응해 주었다.
[ 자아- 그럼 먼저 시험을 축하드립니당! ]루비도 신나서 방송을 진행했다.
팡!-
팡파레가 터졌다.
끝날 때까지는 잠깐 기다려야 했다.
루비는 미소를 유지하고 있다가, 팡파레가 끝난 순간 입을 열었다.
[ 그럼 이제 그토록 기다리시던 시간이 왔습니다! ] [ ‘사파이어의 층’ 응시 자격 지급 시간입니다! ]루비가 양 팔을 번쩍 들었다.
파아-
선별인원들의 주머니가 파랗게 빛났다.
응시 자격이 크리스탈에 저장된 것이다.
“30년 만에 드디어!”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선별인원들이 축배를 들었다.
‘..아직도 사파이어라니.’
칸은 홀로 한숨을 쉬었다.
“야. 넌 안 기쁘냐?”
“별로.”
칸은 베르몬트의 말에 대꾸하며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보았다.
루비가 입을 열었다.
[ 사파이어의 층 응시 자격도 지급드렸겠다! ] [ 이제 계약 진화를 시작합니다! ]루비가 책상 위의 골든 부저를 눌렀다.
화아-
선별인원들의 심장이 황금처럼 빛났다.
“오오..”
“드디어..”
“30년간 바라왔던 계약 진화..”
선별인원들의 얼굴에 감동이 가득 찼다.
[ 배후성 계약이 진화했습니다! ]‘나도 진화했군.’
칸은 감동하지는 않았다.
수십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고유 스킬 선택인데.’
칸은 그저 다음 할 일을 생각했다.
다음 할 일은 고유 스킬 선택이었다.
띠링!
[ 1. 후원 강화 ] [ 2. 공물 강화 ] [ 3. 찬양 강화 ]칸의 눈 앞에 세 가지의 고유 스킬이 띄워졌다.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 고유 스킬 2번을 선택하셨습니다. ] [ ‘공물’이 강화되었습니다! ] [ 다음 1회에 한해, 공물 보너스를 300% 획득합니다! ]공물 강화였다.
말 그대로 공물을 강화하는 스킬이었는데.
공물의 ‘양’을 증가시켜 주는 것은 물론.
받는 선물에 ‘보정’이 붙었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당신의 선택을 극찬합니다. ]기적의 창조자도 기뻐했다.
이제 때가 왔다.
[ 다음 1회에 한해, 공물 보너스를 300% 획득합니다! ]이 보너스를 써먹어야 했다.
‘지금 해버리자.’
칸은 마음을 굳힌 뒤,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에게 1,999,000 골드를 공물로 바쳤습니다! ]남은 골드 : 1,000(G)
도전해봐야 했다.
‘환상급 템 하나 먹어보자.’
1,999,000 골드를 공물로 바쳤다.
메인 스토리(1)을 1만 9천 990번 깨야 버는 돈이다.
여기에 공물 보너스가 300% 붙었다.
이 정도면 레전더리 이상의 아이템.
‘환상급 아이템’을 노려볼만 했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공물을 보고 침음을 삼킵니다. ]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선물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좋아. 일어났다.’
시작이 좋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보물 창고로 갔다는 뜻이다.
정말 환상급 아이템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돌아와 자리에 앉았습니다. ] [ 성좌, 기적의 창조자가 당신에게 선물을 보냅니다. ]‘제발.. 환상급..’
칸은 환상급 아이템을 간절히 기도했다.
띠링!
[ ‘환상족의 알(여)’를 획득했습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