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8)
이세계 골드리치-8화(8/256)
# 8
<– 붉은 트롤 사냥 –>
하루가 지났다.
제대로 늦잠을 잔 칸은, 부스스한 머리가 일품이었다.
“하암.”
칸은 대충 몸을 닦고서, 식당으로 나갔다.
“칸님!”
식당에 가니 보나스들이 있었다.
“식사는 저희가 사게 해주십시오.”
칸은 자연스레, 보나스들에게 밥 한 끼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맛있지요?”
“예.”
“다행입니다.”
식사가 끝난 후, 칸은 보나스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나스들이 힘의 탑에 오게 된 일, 그리고 탑을 오르는 이유와 향후 목표.
힘의 탑에서 반드시 강해져서 인간족의 생활 수준을 나아지게 하겠다.
뭐 그런 것들이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칸님의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
“그럴 시간 없습니다. 이제 시험장으로 소환될거에요.”
어느새 24시간이 다 지났다.
[ 선별인원분들! 휴식은 잘 즐겨 주셨나요!? 벌써 24시간이 다 되버렸네요! ] [ 별 수 없죠. 다음 시험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쉼터에 있는 선별인원 전원은 다음 시험장으로 소환되었다.
딱 24시간 짜리 휴식의 끝이었다.
*
‘역시 뜨겁네.’
다음 시험장으로 소환된 칸은, 오자마자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이 곳의 이름은 용암 화산.
힘의 탑 14층에 있는 자연산 화산이었다.
이 곳이 두 번째 시험장으로 선정된 것은, 용암으로 형성된 특수한 지형이 시험을 치르기에 좋기 때문이었다.
[ 흠흠. ]야타가 선별인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자자. 모두 진정하세요. 이 정도는 뜨거운 것도 아닙니다. ] [ 제 얼굴에 흐르는 물은 뭐냐고요? 신경끄세요. 알아서 쓸 데도 없으면서. ]선별인원들은 혼자서 잘 노는 야타를 보며, 애는 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지. 그럼 바로 이번 시험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 [ 이번 시험은 난이도 자체는 더 어렵지만, 그래도 첫 번째 시험처럼 꿈도 희망도 없지는 않습니다. ] [ 아무리 약한 분들이라 하더라도 한 번의 기회는 주어진다고 할까요? ]선별인원들이 생각했다.
쟤도 이성은 박혀있구나.
첫 번째 시험이 힘들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다.
[ 이번 시험의 이름은 ‘전투력 측정’입니다. 말 그대로 전투력을 측정하는 거죠. 첫 번째 시험하고 다른 게 뭐냐고요? 이번 시험은 철저하게 전투력만을 측정합니다. ]‘그래그래.’
칸이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한다.
이미 시험의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별로 들을 것도 없었다.
야타가 치는 드립이 재미라도 있으면 모를까, 하나같이 재미가 없었다.
[ 자. 아시겠죠? 이걸로 시험의 설명을 마칩니다. ]지금껏 야타가 설명한 시험의 내용은 이랬다.
1. 이 화산에는 트롤이 한 마리씩 나오는 스폰 지역이 수십 군데 있다.
2. 선별인원들은 그곳으로 가서, 트롤 1마리를 잡아야 한다.
3. 못 잡으면 탈락, 잡으면 합격이다.
4. 잡는 속도에 따라 추가 보상이 주어진다.
5. 끝.
“하아.”
이 간단한 이야기를 10분 동안 늘어놓다니.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띠링!
〈 메인 스토리 (2) – 붉은 트롤 사냥 〉
분류 : 메인
난이도 : E+
클리어 조건 : 각 팀은, 개별적으로 붉은 트롤 1마리를 사냥하시오.
제한시간 : 오늘 내.
보상 : 200 골드
실패 시 : 10년간 재시험 불가.
“이번 시험은 나름 할한한데?”
“다행이야!…..”
곳곳에서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타의 말대로, 이번 시험은 나름 합리적이었다.
실패 시 패널티도 납득할 만 하니까.
물론, 인간족은 납득 못한다.
인간에게 10년은 너무 길다.
“이제 실패한다고 죽는 건 아니구나!”
“안심 좀 해도 되겠어.”
별안간 이번 시험은, 다른 종족들에게 있어 기쁘게 받아들일 만한 시험이었다.
실패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실패하면 10년간 수련하고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리스크가 적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착각이었다.
‘실패하면 무조건 죽지.’
이번 시험은 리스크가 높은 시험이었다.
붉은 트롤을 죽이지 못하면, 죽는 거다.
붉은 트롤의 힘과 스피드를 압도하지 못한 선별인원이, 붉은 트롤에게서 도망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리고 도망친다해도 살아남기는 힘들다.
야타가 선별인원을 보호해주지 않으니까.
선별인원의 고통은 좋은 돈벌이이다.
트롤에게 입은 중상에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선별인원은, 잔인함을 좋아하는 성좌들에게는 최고의 볼거리이다.
야타가 선별인원들을 트롤 소굴로 밀어넣으면 밀어넣었지, 꺼내주지는 않는다.
즉, 이번 시험은 두 가지였다.
트롤을 죽이고 다음 시험으로 넘어가든가, 야타의 골드가 되던가.
[ 이제 시험 설명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시험을 진행해볼까요!? ]아탸가 신나게 시험을 진행했다.
그의 눈에는 선별인원들 대가리가 금덩이로 보였다.
[ 스폰 구역은 총 23개입니다! ] [ 지금 선별인원팀은 총 46팀! ] [ 한 구역당 두 팀이 시험을 치르겠습니다!~ ] [ 각 팀의 리더에게 구역 번호를 알려드릴테니, 그 곳에가서 붉은 트롤을 사냥하세요! 그럼 다들 파이팅! ]그 말을 끝으로, 야타가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그리고 걸어서 화면에서 나갔다.
광고라도 틀러 간 듯 싶다.
이제 선별인원들끼리 본 시험을 치뤄야했다.
야타가 보낸 구역 번호를 보고, 그 곳으로 가 붉은 트롤을 사냥해야 하는 것이다.
띠링!
칸에게도 구역 번호가 날아왔다.
– 칸팀의 시험 구역은 3번입니다.
‘3번이라.’
칸은 3번 구역으로 출발했다.
3번 구역은 가까웠다.
“칸님!”
그때, 보나스들이 칸을 불렀다.
그리고는 저 멀리서 허겁지겁 뛰어오더니, 자신들이 3번 구역을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렇군요. 저도 3번 구역인데.”
칸은 이 기막힌 우연에도 무덤덤했다.
어차피 똑같은 구역으로 배정될 운명이었으니까.
구역은 비슷한 종족끼리 배정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정말입니까! 저희도 3번, 칸님도 3번이군요!”
그것을 모르는 보나스들은 환히 웃으며 기뻐했다.
칸은 그들의 열렬한 시선에서 일부러 고개를 돌렸다.
이들에게는 비극적인 일이 남아 있었다.
“칸님?…..”
그런 칸이 의아한 듯, 데이라가 칸을 불렀다.
칸은 아예 등을 돌렸다.
데이라를 볼 면목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 시험에서 그의 오라버니, 보나스가 죽기 때문이다.
*
종족 전쟁의 원래 스토리는 이렇다.
인간 나라의 유일한 제뭐시기 왕국.
아니, ‘제니아’ 왕국.
이 ‘제니아’ 왕국에서 선출된 세 명의 황자와 황녀들이 인간 대표로 힘의 탑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즉 ‘유저’와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첫 번째로 제임스가 죽고, 두 번째로 데이라가 죽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나스까지 죽는다.
이렇게, 힘의 탑을 오르는 인간은 유일하게 ‘유저’만 남게된다.
혼자 남은 유저는 인간족의 영웅이 되어 홀로 인간족 전체를 짊어지는사명을 안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 유저가 인간족을 종족 서열 1위로 만드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이다.
이게 루트 1번이다.
유저 혼자 다 해먹는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이 그렇듯, 전형적인 유저 먼치킨 루트이다.
더럽게 진부하다.
그러나 진부한 만큼 많은 유저들에게 잘 먹혔다.
수 억명의 유저를 유치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몇몇 유저들은 의문을 품었다.
이 유저 먼치킨 스토리에, 변화를 줄 수는 없는가?
제임스를 살리거나, 데이라를 살리거나, 보나스를 살리거나.
이런 소소한 변화들 말이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답은,
‘부분적으로 가능하다.’였다.
제임스를 살리는 것은 화살을 쳐내면 가능하다.
데이라를 살리는 것은 수풀에 숨겨버리고 입을 틀어막으면 가능하다.
이 둘은 이렇게, 나름 손쉬운 방법으로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보나스는 살릴 수 없었다.
보나스는 안된다.
제임스를 살리고 잘 키운다면, 황제가 되어 나라를 잘 다스린다.
데이라를 살리고 잘 키운다면, 탑을 오르는 영웅이 되어 인간족의 희망 겸 유저의 히로인이 된다.
그러나 보나스는 애초에 살릴 수도 없을 뿐더러, 치트로 살린다 하더라도 벙어리가 되고 만다.
즉, 보나스는 살릴 수 없는 npc이다.
보나스의 역할은 둘 중 하나 뿐이었다.
유저를 인간족의 유일한 희망으로 만들어주거나.
아니면 자신의 죽음으로 동생들을 각성시키거나.
‘짜증나네…..’
칸은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곳은 게임이 아니다.
왜 보나스가 죽어야 하는가.
보나스는 선왕이 될 덕목을 가진 사람이다.
보나스를 살려서 황제로 만들 수는 없는 걸까?
그가 황제가 되면, 왕국은 손쉽게 안정을 되찾을 것이고 탑에 들어올 자격을 갖춘 인간은 많아질 것이다.
제임스는 자기 잘하는 학문을 통해 국가 내정에 도움을 줄 것이고, 데이라는 탑을 계속 올라 인간족의 희망이 될 것이다.
보나스가 생존하는 것이 인간족에게 베스트였다.
보나스는 일개 단역으로 사라지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다.
‘한번 바꿔보자….’
때문에 칸은, 이번 시험에서 보나스를 살릴 계획을 짰다.
이 곳은 게임이 아닌 현실.
보나스를 살린다 하더라도 벙어리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선왕이 되어 인간족을 잘 다스려줄 것이다.
[ 붉은 트롤 스폰 구역 – 3번 ]어느새 퀘스트 수행 지역인 3번 구역 앞에 도착했다.
이 곳까지 오며 마음을 다잡은 칸은, 뒤돌아 보나스들을 보았다.
보나스들은 시험을 앞 둔 탓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한 명, 봐줄만한 눈빛을 가진 이가 있었다.
3황녀 데이라였다.
‘역시…..’
인간족 최고의 재능다웠다.
괜히 영웅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하루만에 징징거릴 줄 밖에 모르는 말괄량이 공주에서, 오라버니들보다 나은 눈빛을 가진 선별인원이 되었다.
쉼터에서의 하루 동안 정신적인 성장을 한 것이 분명했다.
“그럼, 제가 먼저 시험을 치르겠습니다.”
칸이 말했다.
보나스들이 아무 말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칸의 뜻을 알기 때문.
칸은 먼저 시험을 치르고 팁을 알려줄 생각인 것이다.
지금까지 봐온 칸은, 그런 사람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칸은, 3번 구역으로 들어갔다.
‘아오. 조금 떨리네.”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