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무책(無策)이야말로 상책(上策)
왕걸은 덜덜 떨면서 말했다.
“호, 호충인. 호 조장을 습격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왕걸은 팔법당, 부당주의 명으로 후영각의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날의 전모를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했던 것이다.
그때, 호충인은 멀리 사천지방에 다녀오는 원행 끝에 후영각을 찾았다. 지친 모습이었지만, 후영각에 들어선 그의 얼굴은 밝았다고 했다.
그 대목에서 소명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련했겠어. 모자란 놈.’
원행 끝에 그리던 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오죽할까. 정신 못 차리고 들떠 있던 것도 무리는 아닐 터였다. 소명은 짧은 한숨을 흘렸다.
“그때, 무, 문 대공자께서 자리에 나타나셨고. 그리고…… 그리고…….”
왕걸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그는 불안함에 눈동자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여기까지 말한 이상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마저 말했다.
“명이 떨어졌습니다.”
시작은 문혜선이었다. 웃던 문기정이 돌변하더니 친동생에게 일장을 떨친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호충인, 기원원에게 손을 썼다.
아무리 두 사람이 절정에 이른 고수라고 하나, 친오라비가 친동생을 암습하는 상황에서 무슨 반응을 할 수 있었겠는가. 두 사람은 문기정의 암습을 허용한 상태에서 재차 내원 무사들의 습격을 감당해야 했다.
그들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호충인은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용맹을 드러냈다. 성난 범과 다르지 않았다. 기원원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껏 힘을 내어 문기정을 붙들었다. 그러나 한계는 명백했다. 기원원은 결국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왕걸이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대공자께서 쓰러진 공녀께 손을 썼습니다. 그것을 기 선고께서 몸으로 맞받으셨고. 호, 호 조장은 공녀를 안은 채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것이,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그것이 그날 있었던 일의 전말이라.
다 털어놓고 만 왕걸은 고개 숙인 채 더듬거렸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일그러진 얼굴에서는 닭똥 같은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라고 어디 잘한 짓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연신 중얼거렸다.
“며,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저는, 저는…… 명을.”
소명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걸을 어떻게 할 마음은 없었다. 그는 왕걸 앞에 두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예?”
무슨 화를 당할까, 두려워하던 왕걸이었다. 그는 소명의 돌연한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무엇을 잘했다고 감사의 말을 듣는다는 말인가. 소명은 멍한 얼굴을 하는 왕걸에게 거듭 말했다.
“고맙소.”
창고 방은 새삼 조용했다. 왕걸은 눈을 피해서 돌려보냈다. 가능하면 등용문을 떠나 있으라 하였지만 말을 듣고 아니 듣고는 그의 뜻이다.
위지백이 물었다.
“이제 어쩔 거냐?”
“일단은 그 못난 녀석부터 찾아봐야지.”
“흠.”
소명은 담담했다. 저간의 상황을 모두 들었음에도 그는 쉬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하나 위지백은 불안한 마음에 슬쩍 물러섰다.
겉보기로 고요하다고 하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어찌 나올지, 같이 굴러먹은 세월이 한두 해가 아니었음에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지간하여서는 성내는 일이 없으나, 한번 성을 내면 그야말로 끝장을 보고 마니. 대충 감으로 때려잡기에 슬슬 몸 사릴 때가 되었다 여길 뿐이었다.
‘조심해야지, 조심.’
행여나 휩쓸리기라도 하면 이거야 말로 죽을 노릇이니. 소명은 그런 위지백의 속내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호충인의 행방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찼다.
호충인은 마냥 미련한 놈이었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꽤나 약은 구석이 있는 녀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겠지만 어느 정도 준비는 해 놓았을 것이 분명했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
영악한 토끼는 못 되는 놈이니 굴을 셋이나 두지는 않았더라도 하나 정도는 마련해 놓았을 터였다.
과연, 그곳이 어디일지가 문제였다. 그러나 소명은 하나 만큼은 확신했다. 어디든, 그리 먼 곳은 아닐 터였다.
“혼자 있는 것이 아닐 테니까.”
소명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눈을 빛냈다. 어둑한 창고 방에서 그의 안광이 묵직하게 번뜩였다.
* * *
상관전소, 등용문 감위당의 다섯 부당주 중 말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는 서른둘, 무명은 없다. 등용문의 장로이자, 하남 오대무관의 하나인 백권관(百拳館)의 주인, 백권불파 상관채가 그의 친부이다.
문내에서 그의 평판을 들어 보면
지닌바 무공이 일천하여, 뒷배를 통해 부당주의 자리를 얻은 무능한 소인배, 그것이 그를 보는 눈이었다. 상관전소는 그것에 대해 억울해하거나, 항변하지 않았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까닭이었다.
분명 무공도 형편없었고, 부친의 덕으로 부당주라는 직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상관전소는 무능한 인물이 아니었다. 아니, 꽤나 유능한 측에 들었다.
무공 외에 다른 방면으로는 탁월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처지를 알았고, 부친의 이름에 최소한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맡은 바 직무를 태만히 하지 않았다.
감위당의 인원 대부분이 빠져나간 지금이었다.
그 혼자 빈집을 지키는 모양새이나, 창룡장의 경계에 빈틈은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치밀한 데가 있었다. 그것은 상관전소가 위사와 남은 무사들을 재량껏 잘 활용한 덕이었다.
실제 위사들과 하급무사들 사이에서 상관전소의 평은 나쁘지 않았다. 결국 그를 욕하는 것은 그만한 위치에 있는 자들 혹은 그의 위치를 넘보는 자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 상관전소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다급하게 내달리고 있었다. 창룡장의 식솔들은 그 모습을 기이하게 바라보았지만, 지금 남의 눈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하이고야, 이걸 어쩌나.”
상관전소는 헐레벌떡 뛰어가면서도 계속 앓는 소리를 흘렸다. 콧등에 맺힌 땀방울이 굵었다. 그것은 단지 달음박질 때문은 아니었다.
그리 정신없이 달려서 향한 곳은 감위당의 창고 방이었다.
소명과 위지백, 상관전소에게는 그야말로 흉다길소(凶多吉少)의 불청객들이 묵는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문 앞에까지 와 놓고서는 그만 우뚝 굳어 버렸다.
헐떡이는 숨을 겨우 삼켰다. 닫힌 문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제, 젠장.”
상관전소는 입술을 꾹 말아 물고서는 구시렁거렸다. 한껏 일그러진 눈썹에 낭패한 심정이 고스란했다.
하루였다.
창고 방을 내주고 이제 하루가 지났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등용문의 뭇 각주, 당주들 모두가 방 안의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있었다. 말은 않았지만 그들이 후영각에 들린 사실 또한 아는 눈치였다.
상관전소로서는 입이 바짝 마를 일이었다.
문 안팎으로 어수선한 판국이었다. 이때에 경비책임자라는 사람이 정체 모를 외인을 함부로 들였다는 것은 분명 책잡힐 일이었다.
아무리 본산에서 온 속가제자라고 하여도 외인은 외인이다. 그렇지만 다행이랄까, 웃전에서 명이 떨어졌으니. 상관전소는 부르르 몸을 떨더니, 곧 조심스런 모습으로 문가에 다가갔다.
“저, 저기, 저어. 크흠, 일어나셨습니까?”
용기를 내어 불러보지만, 안쪽에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상관전소는 주저했다. 마음 같아서는 저 방 안의 두 사람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말 내키지 않는 일이나,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상관전소는 한껏 숨을 들이켜고는 문고리로 손을 뻗었다.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때, 바로 등 뒤에서 반기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상관 부당주. 무슨 일이시오?”
“히에에엑!”
상관전소는 목소리에 기겁해서 저도 모르게 새된 소리를 빽 하고 내질렀다. 그는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바로 뒤에 소명과 위지백이 있었다.
소명은 상관전소가 기겁하는 모습에 그만 민망하여 쓴웃음을 흘렸다. 그리 놀라게 하였던가.
“괜찮으시오?”
“아, 예. 저는 뭐 괜찮습니다.”
상관전소는 눈을 끔뻑이고는 퍼뜩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조심스레 눈동자를 굴렸다. 소명과 위지백, 두 사람의 모습이 평범치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흙투성이라, 좋은 몰골이 아니다.
“저, 어쩌다가?”
“가볍게 몸 좀 풀었지.”
위지백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옷자락을 툭툭 털었다. 뽀얀 먼지가 뭉클 일었다. 소림사 이후로 꽤나 오랜만에 겨룸이었다. 몰골은 엉망이라도 두 사람은 개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보는 상관전소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소명이 물었다.
“한데 어쩐 일이오?”
“예, 그게, 그것이 문주께서 두 분을 청하셨습니다.”
상관전소는 결국 울상을 지은 채 말했다. 등용문주가 둘을 찾는 마당인데 이런 모습이라니 난감한 것이다. 그러나 소명이고, 위지백이고 그리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소명은 담담한 모습으로 물었다.
“등용문주께서 말이오?”
“예!”
“그렇구려.”
소명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름도 아니고 등용문주라 하는데, 놀라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위지백은 도리어 ‘왜 나까지’라는 듯, 한껏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어, 저어, 시간이…….”
그저 마음 급한 것은 상관전소 뿐이다. 소명은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모습에 하하 웃으며 알겠노라 하였다.
소명과 위지백은 대충 흙먼지만 털어 낸 채 걸음을 옮겼다.
상관전소의 안내를 받아 향한 곳은 창룡장의 심처로 심천각(深泉閣)이라 하였다. 깊은 샘이라, 이는 곧 용이 머무르는 곳이리라.
심천각은 규모부터가 여타 전각들과 달랐다.
정문의 문설주 너머, 전각의 앞까지 옥돌로 포장된 길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옥돌 길 좌우로는 뭇 무사들인 엄정한 모습으로 늘어섰다.
심천각의 무사들은 외원이나 내원의 구분이 아닌 등용문주 직속으로, 품은 기세가 범상치 않았다. 그들은 세 사람이 걸어 들어오는데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상관전소는 갈수록 움츠러들더니, 급기야 전각의 문 앞에서는 제대로 숨도 내쉬지 못했다. 그에게는 한없이 어려운 자리였다. 그는 마른침을 꼴깍하고는 애써 입을 열었다.
“가, 감위당 부당주 상관전소,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다른 소리는 없었다. 그저 전각의 높은 문이 좌우로 천천히 열렸다. 넓은 내실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규모만큼이나 거대했다.
위압적인 풍경이었다. 상관전소는 어깨를 움츠린 채 높은 문지방을 넘었다. 그 뒤의 소명은 그저 담담했고, 위지백은 마냥 태연자약했다. 둘은 대수롭지 않은 눈으로 심천각을 두리번거렸다.
높은 천장의 채광창으로 햇빛이 밝게 스며들고 있었다.
내실은 못해도 일백여 장정들이 어려움 없이 자리할 만했다. 좌우로 굵은 기둥 여럿이 튼튼히 자리했다. 가히 대전(大殿)이라 칭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규모였다. 끝에는 단이 있고, 좌우로 영명소림(榮名少林) 등용일세(登龍一世)의 글자가 적힌 비단 천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단 위의 상좌에 위맹한 풍채를 지닌 장년인이 앉아 있었다. 백색 용문이 새겨진 백삼을 걸치고 희끗한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려 은제용두잠(銀製龍頭簪)을 꽂았다. 짙은 눈썹 아래에는 깊은 안광이 맴돌았다.
등용문주 문심룡이었다.
전대의 용문제자이자, 맨손으로 평범한 속가무문에 지나지 않았던 등용문을 소림파를 대표하는 일세(一勢)로 일구어 낸 일대의 거인. 그러나 지금의 그는 딸을 잃은 부친이기도 했다.
소명은 새삼 눈매를 모았다. 등용문주의 위맹한 풍채와 기세는 그저 겉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소명은 그의 눈가에 어린 수심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심천각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등용문주로서의 모습이지만, 드리운 수심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은 아비로서의 심정이리라.
그때 문심룡이 눈빛을 달리했다. 그 모습에 상관전소는 급히 고개 숙이며 고했다.
“무, 문주. 감위당 부당주 상관전소가 명을 받자와…….”
“수고했네.”
“옙!”
문심룡은 낮은 목소리로 상관전소의 말을 끊었다. 그는 눈을 들어 뒤쪽의 소명과 위지백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잠시간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일시에 짓눌러 오는 거친 기세는 요란했다.
파파팍!
‘흐엑! 이게 무슨!’
상관전소는 우뚝 굳어 버렸다. 몰아쳐 오는 거친 바람에 숨통이 턱 하고 막히고, 오금이 후들거렸다. 대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시험이다. 외부인에 대한 시험. 그렇지만 당사자가 되는 소명이나 위지백은 그저 태연했다. 죄 없는 상관전소만 불쌍한 노릇이었다.
숨통이 격하게 틀어 막히는 통에 상관전소는 그만 꼴까닥 정신을 놓을 뻔했다. 그때 소명이 홀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상관전소는 부르르 진저리를 치더니 눈을 끔뻑였다. 숨통을 조여 오던 압박감이 씻은 듯 사라진 것이다.
영문을 몰라서 눈만 끔뻑일 사이, 그의 앞으로 나선 소명이 두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소림 속가, 소명. 등용문주께 인사 올립니다.”
다른 기색 없이 공손한 모습이다. 그런데 돌연 험악한 눈길이 쏟아졌다. 단 아래에 말없이 자리하고 있던 두 장년의 사내들이었다.
소명과 위지백이 들어섰을 때부터 못마땅한 낯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눈을 하얗게 뜨고는 노려보고 있었다. 소명은 고개 숙인 채,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흘깃 뒤쪽을 살폈다.
역시나 위지백이다.
위지백은 멀뚱한 모습으로 눈만 끔뻑거렸다. 뭐라 하여도 일문의 주인이자, 강호의 선배를 마주하는 자리이건만, 무슨 무례한 모습이란 말인가.
문심룡도 말은 없었지만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두 장년인들의 얼굴이 점점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틀어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당장이라도 사달이 일어날 분위기였다.
‘쯧.’
소명은 내심 혀를 찼다. 저놈의 성질머리 하고는 없는 적도 만드는 재주는 정말 천하에 짝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소명은 슬쩍 눈을 돌려 위지백을 노려보았다.
다른 말은 없었다. 그저 눈빛 한 번 번뜩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으이쿠!’
위지백은 그 눈빛에 덜컥하고는 어깨를 들썩였다. 찰나의 눈빛이 전하는 바를 확실하게 받은 것이다. 눈빛은 ‘뒈진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위지백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어 헛기침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흠, 커흠. 예가 늦었습니다. 서장의 위지백이올시다. 흐하하.”
그는 느릿하게 두 손을 맞잡았다. 어색한 웃음이 절로 흘렀다. 빈말로라도 정중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두 장년인들은 더 타박하지 못했다. 뒤늦게라도 예를 차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서장의 위지백’이라는 이름을 아는 까닭이었다.
“설마, 서장제일도.”
무의식중에 그 이름이 신음처럼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