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소호(小虎)를 찾아라
뒷정리는 상관전소와 위사들에게 죄 맡겼다. 그리고 소명과 위지백은 상관전소의 처소를 떡하니 차지한 두 사람, 호충인, 문혜선을 대면했다.
자다 깬 호충인은 얼이 빠진 얼굴이다. 초점 없이 멍청한 눈으로 한참이나 소명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직 내상의 후유증을 다 털어 내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 소명이 하는 말이 믿기지 않은 탓이 더 컸다.
한참 만에 기껏 한다는 소리가.
“용문, 제자?”
“그래.”
소명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겨워하는 얼굴이다. 호충인은 다시 물었다.
“누가?”
“내가.”
“네가?”
“아, 그렇다니까.”
소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레 대꾸했다. 거듭된 물음이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그렇지만 호충인은 여전히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등용문의 일이나, 서장제일도 위지백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보다도, 소명이 용문제자라는 것이 더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멍청히 있던 그는 다시 입술을 더듬거렸다. 다시 물을 듯한 모양새라, 소명은 당장에 주먹을 틀어쥐었다.
“너 이 자식, 또 속가니 용문이니 운운하면 입 구멍에 주먹을 처넣어 버린다.”
악문 잇새로 스산히 말했는데, 호충인은 그 서슬에 움찔했다. 지금 정색한 기색을 보아하니, 괜히 하는 엄포가 아니다. 틀어쥔 주먹이 살벌하니.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눈을 돌렸다. 그렇지만 도통 믿을 수가 없었다.
십여 년 세월 만에 만났다가 해후한 것이 고작 몇 달 전이었다. 그런 녀석이 느닷없이 소림사의 용문제자가 되었다고 하니.
용문제자가 어디 보통의 이름이던가. 호충인을 비롯한 뭇 소림파의 제자라면 누구나 꿈꿔 보는 이름이다. 그는 멍청하게 있다가 퍼뜩 낮은 웃음을 흘렸다.
용문제자가 되었든, 본산제자가 되었든 소명은 소명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구하고자 등용문을 들썩이고 있으니.
“고맙다.”
호충인은 담백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한마디를 툭 던졌다. 그것은 여러 가지가 담긴 한마디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소명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뭐, 용문제자 얘기는 이제 됐고. 그보다 여기 상황이 영 시원찮아.”
“그게 무슨 소리야?”
“단순한 후계 다툼이 아니라는 말이지.”
소명의 낮은 한마디에 호충인과 문혜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명은 이제 그가 알아낸 바를 차분히 설명했다.
첫째로 문기정은 소림파가 아닌 이문의 공력을 취하였고, 내당을 비롯한 등용문의 주요세력들은 이미 그의 손에 넘어갔으며, 그의 칼은 단지 후계로 지목된 호충인을 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끝나지 않으면?”
호충인은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친동생을 제 손으로 암습하면서까지 일을 도모하였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소리인가.
“문기정이 원하는 것은 문주의 자리, 그리고 그의 뒤에 있는 자가 원하는 것은 등용문이겠지.”
소명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렇지만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호충인은 말이 없었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문혜선은 한층 파리해진 얼굴로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나 그녀는 호충인보다 마음의 정리가 빨랐다. 그녀는 크게 숨을 토하고는 진지한 눈으로 소명을 직시했다.
“소명 오라버니의 말씀대로라면,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의견을 구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흔들림은 없었다. 소명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원의 삼총관이라는 자가 무사들을 이끌고 왔더군요, 못해도 일백여 명의 무사들이었습니다.”
소명의 담담한 목소리에 호충인은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뭐? 무사 일백?”
그 말대로라면 내원에 속한 무사 중 절반에 달하는 전력이었다. 그러나 문혜선은 동요하지 않았다.
문기정이 내원을 맡기 시작한 것이 수삼 년 전의 일, 그에게 그 정도 시간이면 내원 전부를 손아귀에 넣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기껏 내원에 세 총관 중 한 명, 삼백여 무사들 중 오십여 명,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가볍게 움직일 만한 전력 또한 아니니.
“이만한 머릿수를 아침 댓바람부터 동원했다는 것은.”
“예, 서둘러 끝을 보고자 한 것이겠지요. 그저 마음이 급해서였든, 아니면 다음이 있든. 문기정, 그라면 후자일 것입니다.”
문혜선은 소명의 말을 받았다. 그녀의 모습에 세 남자들은 해연히 놀라 눈을 깜빡거렸다. 특히 호충인의 놀람은 상당했다.
‘문 소저의 심지가 이토록 강인했던가?’
그저 어리게만 보았던 모습이 아니다. 문혜선은 세 남자들의 놀란 눈길을 받으면서도 평온한 신색을 유지했다. 곧 소명이 웃으며 말했다.
“정확하십니다, 문 소저.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속셈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소녀가 부족하여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소명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슬쩍 돌아보았다.
소명의 계획에 호충인과 문혜선은 크게 놀랐다. 호충인은 말할 것도 없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던 문혜선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그런.”
“무슨 그런 막무가내가.”
호충인의 입에서 막무가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면 말 다한 셈이다. 호충인은 급히 위지백을 돌아보았다.
“위지 형, 뭐라 말 좀 해 보시오. 무슨 이런.”
“쩝, 뭐 들어 처먹어야 무슨 말도 하지 않겠소. 호 형. 그냥 포기하시구랴. 그 편이 내상에 더 좋소.”
“아니, 위, 위지 형.”
서장제일도라는 사람이 저렇게 약한 소리라니. 그러거나 말거나 소명은 히죽 웃었다.
“괜찮다니까, 틀림없이 잘돼.”
“야, 그, 그래도!”
“어허, 이 와중에도 임마, 기 선고의 안위는 위험해지고 있다고.”
“…….”
기 선고의 말이 나오자 호충인은 눈을 끔뻑이더니, 입을 꽉 말아 물었다. 그는 바로 말했다.
“힘내 보자, 너만 믿는다.”
“호 오라버니!”
문혜선은 촌각 만에 말을 바꾸는 호충인의 모습에 빽 하고 소리쳤다.
호충인은 넌지시 물었다.
“달리 생각은 있는 거지?”
“뭐, 생각이랄 게 있냐, 그냥 쳐들어가서 무릎 꿇리면 될 일이지.”
앞뒤 없는 말에 호충인은 흠칫 고개를 치켜들었다. 농담이라고 하는 소리라면. 그렇지만 소명은 가벼운 웃음은 머금고 있을지언정, 두 눈은 웃지 않고 있었다.
“이, 이런 미친.”
* * *
해가 중천이다.
구름 자욱하여 하늘빛이 흐렸다. 높이 오른 햇빛은 멀었다.
무슨 영문인지 그렇지 않아도 근자에 사람이 적은 창룡장이 한층 을씨년스러웠다. 내외의 구분 없이 어느 곳에나 식솔들의 움직임이 없었다.
그런데 창룡장의 쭉 뻗은 큰 길을 밟고 소명이 느릿하게 걸었다. 다른 이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그 혼자 당당한 모습이었다.
소명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길목에서 한 그림자가 조심스레 걸어 나왔다. 그는 형의당의 서기, 방기춘이었다.
“방 선생.”
“소명 공.”
방기춘은 두 손을 맞잡아 보였다. 그는 짐짓 굳은 눈으로 소명을 바라보았다. 그는 나직이 말했다.
“일전에 명하신 일,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처리하였습니다. 이제부터의 일 또한 그리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라니요. 그것은 제가, 아니, 본문이 소명 공께 드려야 할 말이지요.”
방기춘은 더 없이 정중하게 허리를 깊이 숙였다.
소명은 더 말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새삼 고개를 돌렸다. 머리 위로 심천각의 높은 모습이 보였다.
창룡장의 중심이자, 등용문의 심처인 심천각, 그곳은 내외원이 나뉘는 딱 그 자리에 어느 곳보다 거대한 규모로 자리했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요.”
“끝까지 따르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하하, 방 선생의 처지를 모르지 않습니다.”
소명은 한 번 웃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기춘은 뒤에 남아 소명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에 이채가 흘렀다. 그도 잠시, 방기춘은 짧은 숨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그의 모습이 바람에 휩쓸린 듯 사라졌다. 그것은 가히 절정에 이른 보신경이었다.
소명은 대로를 따라서 심천각에 닿았다. 그런데, 그 앞에 우뚝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일전에 보았던 심천각 무사들이 아니었다.
정문에 오르는 계단 아래에 무사들이 일렬로 도열한 채,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단단한 무장을 갖춘 그들은 꽤나 험상궂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계단 위, 문 앞에는 이마를 가로지르는 굵은 흉터를 지닌 사내 팔짱을 낀 채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소명의 모습에 크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마의 일자 흉터가 한껏 일그러졌다.
‘등용소패의 주인.’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러나 귀찮다는 기색이지 딱히 피하거나 하지 않았다.
“수고하십니다.”
소명은 대여섯 걸음 앞에서 멈췄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도열한 무사들은 싸늘했다. 그들은 소명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계단 위에 선 흉터의 사내가 턱 끝을 치켜들었다.
“뭐야, 무슨 볼일인가?”
“하하, 문주를 뵙고자 찾아왔습니다만.”
“문내의 긴한 일이 있어 외인은 들어갈 수 없다. 썩 물러가라.”
“어허…… 등용소패가 있는데도 말입니까?”
“하핫! 그깟 옥패 따위가 뭐라고.”
흉터의 사내는 피식 웃으며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그리고는 새삼 험악한 속내를 드러내며 소명을 겁박했다. 굵은 흉터 아래에서 두 눈이 기이하게 번들거렸다.
“몸 성하고 싶거들랑, 다른 소리 말고 물러가라고.”
“흐음, 그렇군요.”
소명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물러설 기색이 전혀 아니다. 사내의 흉터가 크게 꿈틀거렸다.
“허, 지금 이 시랑자(豺狼者)의 말이 우습다는 것이냐?”
시랑자, 삼백여 내원 무사들 중에서 다섯 뿐인 수석 무사로 무공으로는 당주 급에 이르렀고, 용맹으로는 맹격호완에 못지않았다. 아니, 용맹보다는 흉맹에 더 가까웠다.
소명은 이를 드러내는 시랑자를 흘깃 보더니, 서슴없이 걸음을 옮겼다.
“아니, 이자가! 멈추라 하지 않소!”
“아하, 적당히 하시구려.”
앞 열의 내원 무사들이 당장 호통을 쳤다. 소명은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계속 걸었다. 그러자 무사들은 인상을 쓰며 앞으로 나섰다. 거칠게 소명의 두 어깨를 붙잡았지만 도리어 밀려나는 것은 그들이었다.
“어, 어어? 어어?”
“머, 멈춰!”
결국 십여 명이 전부 달려들었다. 앞에서 막고 뒤에서 붙잡지만, 소명의 걸음은 처음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는 느릿하게 걸었다.
“이 밥통 같은 놈들, 대체 뭐하고 있는 게야!”
시랑자는 그 모습에 발끈해 소리를 높였다. 굵은 흉터가 하얗게 질리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았다. 등용문의 내원 무사라는 것들 열 명이서 고작 속가제자 하나의 발길을 막지 못하다니.
“그, 그것이…… 으, 으윽!”
그들은 한껏 힘을 쓰느라 제대로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막아! 막으라고! 발모가지를 베어서라도 막아!”
시랑자는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노발대발하며 울부짖었다. 그 서슬에 무사들은 퍼뜩 이를 악물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새삼 치뜬 눈초리가 살벌했다.
“젠장! 우리를 탓하지 마시오!”
무사 하나가 버럭 외쳤다. 피까지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지만, 완력으로는 도무지 어쩌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도리가 없다.
몇몇이 퍼뜩 물러서며 칼을 뽑아 들었다.
차차창!
소리가 맑게 울리는데, 불현듯 소명이 걸음을 내딛으며 두 어깨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 어어!”
“으어억!”
소명을 붙든 채 매달려 있던 무사들이 일순 몰아치는 거력에 휩쓸렸다. 그저 옷자락만 잡고 있을 뿐인데도 무섭게 끌어당기고 밀어내니 순식간에 열의 무사들이 서로 뒤엉켜 사방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소명은 가운데에 오도카니 남아서는 잔뜩 구겨진 옷자락을 탁탁 털었다.
“적당히 하라 하지 않았소.”
그는 문 앞에서 바짝 굳어 버린 시랑자를 보며 말했다. 싱긋 웃는 그의 모습에 시랑자는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미 제압된 상태였다. 어느 틈엔가 날아든 조약돌 하나가 그의 혈 자리에 깊이 파고들어 있었다.
“끄으, 으윽!”
굳은 몸을 풀겠답시고 용을 쓰며 꿈틀거리지만 그를 제압한 것은 소림의 탄지신통이다. 그저 헛힘만 쓸 뿐이다. 틀어 문 어금니가 그만 바스러질 듯했다.
“끄, 끄으윽!”
소명이 성큼 계단을 올랐다. 시랑자는 치뜬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눈으로 죽일 기세인데, 소명은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시랑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욕보시구려.”
소명은 곧 그를 지나치며 심천각의 닫힌 문을 가볍게 툭 쳤다. 그러자 큰 문이 좌우로 벌컥 열렸다. 막고 있던 가로대는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문이 열리고 심천각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옥돌로 포장한 넓은 전정은 그대로인데, 심천각을 지키던 정예 무사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소속이 전혀 다른 무사들이 서슬 퍼런 기세를 드러내며 심천각의 앞에 도열해 있었다.
대충 훑어도 일류를 넘은 무사들이 기백을 헤아렸다. 우스운 것은 그들의 눈과 기세는 밖을 향한 것이 아니라, 심천각을 향해 있다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안으로 들이닥칠 기세였다.
소명은 심천각 앞에 포진한 무사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쓴웃음을 흘리며 걸음을 옮겼다.
전각을 향해 쭉 뻗은 옥돌 위로 발을 올렸다.
다가오는 발소리에 불현듯 한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내원 무사의 차림을 한 사내는 다가오는 소명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 그는 어깨를 들썩이더니 서둘러 다른 동료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야?”
“저, 저기.”
하나둘, 무사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소명은 차분히 걸어서 그들의 몇 걸음 앞에서 멈춰 섰다. 이제 모인 뭇 무사들이 그의 등장을 알았다.
문을 지키고 섰던 이들은 어디로 가고, 저렇듯 태연한 모습으로 서 있단 말인가. 그러나 섣불리 나서는 이는 없었다. 그들은 저들끼리 소리 없이 웅성거렸다.
주고받는 눈빛에 당황한 심정들이 솔직했다. 소명은 그런 이들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참 많기도 하다.”
딱히 감흥은 없었다.
누구보다 놀란 것은 내원 무사들을 이끌고 이 자리에 있는 이총관이었다. 그는 부들부들 떠는 손가락으로 소명을 가리켰다.
“네, 네놈이 어떻게…….”
이총관 고예성을 비롯한 내원의 세 총관들은 모두 문기정의 제일 심복으로서 그의 명을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그의 계획을 깊이 이해하는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고예성은 지금 소명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잘 알았다.
처리하라 직접 보낸 내원 무사 오십은 단순히 오십의 무사들이 아니었다. 충분히 수준 높은 내원에서도 꼽히는 자들로 추렸건만, 그들은 어디 가고 생채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오도카니 서 있단 말인가.
핼쑥하게 질린 고예성의 얼굴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초, 총관, 어찌할까요.”
“명을…….”
좌우에서 내원 무사들이 조심히 물었다. 그렇지만 고예성은 혀가 굳어서 아무 소리도 꺼낼 수 없었다. 그만 머리가 하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