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코 꿰인 자는 누구인가?
종칠은 조속히 소식을 전하겠다 약조했다. 그리고 소명은 죽립을 걸치며 태연한 걸음으로 주점을 나섰다. 그가 밖으로 나가고도 한참 동안, 주점 안은 싸늘했다. 종칠은 기가 죄 빠져서는 휘청거리다가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숨을 연신 헐떡거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사내들은 자리에 뻗은 채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있었다. 종칠은 이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만하고 일어들 나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땅이 꺼져라, 깊디깊은 숨이 터져 나왔다. 열 몇이나 되는 장정들이 한 번에 숨을 토해내니, 그 소리도 가볍지 않았다. 다들 정신을 차려놓고서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바닥의 흙먼지를 옴팡 뒤집어썼지만, 털어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들은 두 눈에 바짝 불을 켜고는 종칠에게 버럭버럭 성질을 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이 새끼! 꼬리를 달고!”
“젠장, 그게 어디 내 잘못인가!”
종칠은 좌우에서 쏟아지는 욕설과 타박에 같이 뻗대어 성을 냈다. 어디 감당할 만한 상대라야 욕을 먹어도 억울하지 않지. 당장 주먹다짐이라도 할 판인데, 점주인 노파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만류했다. 노파의 높은 소리에 다들 입은 다물었지만, 그래도 불만은 여전했다. 투덜거리며 각자 자리로 흩어지는데, 불현듯 노파가 넌지시 물었다.
“참으로 그가 분명한가?”
“그렇다니까.”
“참으로, 참으로?”
“아니, 망구! 그렇게 못 믿겠어! 딱 봐도 몰라!”
종칠은 버럭 성을 냈다. 그도 이제는 당당했다. 정주 땅에서는 아직도 그를 두고 무명노선이라 하면서 추앙하고 있는 판이었다. 조잡하게나마 흙으로 만든 상을 두고 참배하더니, 해가 바뀌어서는 아예 번듯한 사당까지 지어 올려서 정주뿐만 아니라 하북 일대에서 굳이 참배코자 찾아오는 명소가 되어 있었다.
“허어, 이것 참. 이것 참. 노선이라니.”
노파는 머쓱하여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나 으스대듯 턱을 치켜든 종칠의 꼴을 보더니, 젖은 수건을 냅다 얼굴에 집어 던졌다.
“아, 탁자나 닦아! 이놈아!”
소명은 흑선당의 거점을 나서, 길가에 섰다. 그곳은 진성의 구석에 자리했다지만 제법 규모가 있었다. 좌우로 비슷비슷한 점포가 즐비했다. 주렁주렁 달린 간판이나, 삐죽하게 솟은 주점의 깃대는 어느 것이나 흙먼지로 지저분했다. 그리고 그 옆을 진성의 사람들이 바쁘게 오갔다. 소명은 잠시 숨을 돌렸다. 비록 계획과는 달리 태원부가 아니라 진성에서 발걸음을 지체했지만, 아주 헛걸음은 아닌 셈이었다. 흑선당의 일급 요원과 마주친 덕분에, 잘하면 강시당으로 향하는 실마리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피식 웃으며 언뜻 고개를 들었다. 사람 많은 길목 위로 노을빛이 짙었다. 서녘으로 차츰차츰 해가 기울고 있었다.
소명은 웃음을 머금었던 입매를 잘근 짓씹었다.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그는 노을로 붉은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이, 아주귈을 생각했다.
장성 너머의 서장 땅, 공포라 하는 붉은 밤을 지워버리고 위지백이 분주한 끝에 안정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천산에 면한 유목민 중에서도 강성한 축에 속하는 푸른 매의 아이가 이곳까지 끌려왔다는 것은 가볍게 여길 만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변화라도 생긴 것인지. 서쪽 하늘의 끝자락을 다잡고 있는 남은 노을빛이 평화롭게 보이지는 않았다. 소명은 한숨을 삼키고, 걱정을 잠시 젖혀두었다. 하동대하가 있는 진성대로까지는 거리가 제법 있었다.
“위지 놈, 또 술병이나 물고 있지는 않겠지.”
아이가 옆에 있으니, 아무리 위지백이라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는 서두르는 것 없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위지백은 소명이 걱정하는 것처럼 마냥 술병을 입에 물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술잔 하나를 앞에 둔 채, 사뭇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굳게 닫힌 입매를 한껏 찌푸린 채였다. 여느 때라면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몇 잔이고 몇 말이고 비워냈을 술이지만, 지금은 같이 자리하고 있는 이의 눈치를 아니 볼 수가 없었다.
‘에이, 이런, 이런.’
위지백은 한참 만에야 건너보는 눈길을 거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객방의 탁자 위에 불빛을 밝혔고, 너머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가 잔뜩 어깨를 움츠린 채 앉아 있었다. 아주귈이었다. 씻기고 번듯한 옷가지로 다시 차려입으니, 아이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산발하였던 머리가 비단실처럼 고왔다. 하녀가 씻긴 김에 솜씨를 부려서 좌우로 땋아 둥글게 말아 올렸다. 급히 구해온 노란 저고리에 파란 치마를 걸쳤다. 아이에게 미색 타령이 무슨 말이겠느냐마는, 남다른 이목구비를 지닌 터라 조숙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아주귈은 영 진정을 하지 못했다. 낯선 자신의 모습도 그렇지만, 건너에 앉은 위지백이 무서웠다. 오죽하면 앞에 즐비하게 차려놓은 온갖 먹을거리에도 차마 손을 뻗지 못할까.
상 위에는 온갖 진미를 늘어놓아서 더 둘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어느 것 하나 맛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통으로 구운 새끼 돼지가 한쪽에 웅크리고 있었고, 그 외에도 무슨 요리, 무슨 요리, 아주 산을 이루었다. 그래도 아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주저하고만 있었다.
위지백은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고는 슬쩍 눈가를 찡그린 채 넌지시 물었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냐?”
찡그린 얼굴 때문인지, 아이는 입을 한층 꼭 다물고 작은 어깨를 바짝 세웠다. 위지백은 그만 허탈하여서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답답도 하네. 이 아저씨가 그리 무서우냐?”
아이는 부족 특유의 큰 눈을 연신 끔뻑거리며 위지백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매에 불안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위지백이 잡극단 사람들을 겁박하며, 살기에 가까운 기세를 드러낸 것이 불과 몇 시진 전의 일이었다. 그때의 위지백은 실로 사람이 아닌지라 두렵기 그지없었다. 이렇듯 위지백과 마주 앉아 있는 것조차 아이로서는 큰 용기를 낸 셈이었다. 아이는 더듬거리다가 겨우 목소리를 쥐어짰다.
“아저씨는 대체 누, 누구세요? 사람이에요?”
“응?”
위지백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제 처음으로 아이가 입을 연 것이다. 아이의 얼굴에 서린 두려움은 여전했다. 더구나 아이는 입을 열기만 해도 모진 매질만 당했던 터라, 이렇듯 먼저 입을 여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이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그러면서도 위지백의 두 눈을 빤히 보는 눈동자가 기특하다. 위지백은 앞에 내려놓은 술잔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잠시 말이 없었다.
술잔이 한쪽으로 기운 채 빠르게 맴도는데, 기이하게도 술 한 방울 흘러넘치지 않았다. 문득 그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그는 돌리던 술잔을 덥석 집어 들어 한숨에 비워내고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언뜻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은 채 넌지시 물었다.
“네가 보기에는 어떻더냐? 이 아저씨가 누구인 것 같아?”
“…….”
아이는 입술을 꾹 말아 물고는 여위어서 한층 큰 눈동자를 느릿하게 끔뻑거렸다.
“괜찮다. 어디 말해봐.”
“무, 무서운 사람.”
“무섭다? 하하, 그래, 그렇지.”
위지백은 흔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아이의 앞에서 그렇게 거하게 소란을 부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사람이라고 해주니 다행이다. 위지백은 앞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히죽거리며 말했다.
“네 말도 맞다. 이 아저씨는 무서운 사람이야.”
등잔불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서, 웃는 낯이 한층 무시무시했다. 음산하게 겁주는 모습에 아이는 더욱 겁을 집어먹고 말았다. 기겁해 급한 숨을 집어삼키며 의자 뒤로 바짝 몸을 웅크렸다. 앙다문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당장에라도 울 듯하니, 위지백은 그 모습에 머쓱하여 주춤 뒤로 몸을 뺐다.
“이런.”
그러자, 객방의 문가에서 한심해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는 철없는 위지백을 타박했다.
“애한테 뭐 하는 거냐?”
소명이었다. 그는 쯧쯧 혀를 차고는 들어와 아주귈 옆에 털썩 앉았다. 겁먹은 아이는 애처로운 눈으로 소명을 올려다보았다. 위지백은 무서워도, 소명은 괜찮은 모양이었다. 소명은 쓴웃음을 그리며 겁먹은 아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달랬다.
“괜찮다, 괜찮아. 저 아저씨가 잠깐 장난친 거야. 괜찮아.”
“히익, 히익, 그래도, 히윽!”
아주귈은 딸꾹질씩이나 하면서 어깨를 자꾸 들썩거렸다. 소명은 아이에게 식은 찻물을 따라서 쥐여 주고는, 곧 위지백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나이 먹고 뭐 하는 짓이야? 안 그래도 무서워하는 애한테.”
“아니, 그게 아니고. 나는 친해져 보려고 그런 거지.”
위지백은 떠듬거리며 변명이랍시고 말을 했지만, 소명의 눈총에 그만 합죽이 입이 되고 말았다. 그는 빈 술잔만 빙글빙글 돌리다가 한참 만에 말을 돌렸다.
“그래, 뭐냐. 나갔던 일은 잘된 거냐?”
“응, 어떻게 될 것 같더군.”
소명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고개를 돌려서 아주귈의 낯빛을 살폈다. 아이는 이제 좀 진정하였는지 큰 눈동자를 연신 끔뻑거렸다. 소명은 아이의 모습을 새삼 다시 보고는 환히 웃었다.
“예쁘구나. 씻으니 참 보기 좋다. 옷은 마음에 드니?”
“어, 예.”
아주귈은 고개 숙여 입은 옷차림을 한 번 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소명을 보고는 해맑게 웃었다. 기러기 날개처럼 곱게 휘어진 눈썹이 올라갔다. 소명은 곧 상 위에 많은 요리를 살피고는 이것저것을 덜어서 아이에게 내밀었다.
“자, 자, 이제 신경 쓸 것 없으니 부지런히 먹도록 해라.”
아주귈은 쥐여 준 그릇과 젓가락을 번갈아 보다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제껏 참았던 것이 무색하게 꾸역꾸역 작은 입안으로 음식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어이쿠, 이 녀석아, 체할라. 천천히, 천천히.”
소명은 급한 아주귈을 달래가며 먹는 것을 도왔다. 역시나 초원의 아이라고 고기 쪽으로만 손이 가니, 그것도 다급하여서 소명은 쓴웃음을 흘렸다. 소명은 아주귈과 말벗을 해주면서 이런저런 것을 묻고 음식을 챙겨주었다. 아이는 먹기 바쁘면서도 소명이 묻는 말에는 넙죽넙죽 대답을 잘했다. 아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가족과 떨어지게 된 경위가 너무 안갯속에 있었다. 충격이 너무 크기도 했지만, 세세한 것을 떠올리기에 아이는 어렸다. 그러는 동안 위지백은 멀뚱히 앉아서 거듭 술잔을 홀짝거렸다. 지금은 입술을 적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저녁 자리를 파하고 아이를 일찍 재웠다. 긴장이 풀려서였을까. 아주귈은 침상에 머리를 올리기가 무섭게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흘리며 깊이 잠들었다. 소명과 위지백은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탁자에 앉아 밤을 그대로 지새웠다. 두 사람은 혹시라도 아이가 깰세라 목소리를 낮춘 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아이는 이제 어찌할 셈이야?”
“당장 맡길 데를 찾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녀석을 데리고 돌아갈 수도 없으니, 당분간은 같이 다녀야겠지.”
위지백은 쓴웃음을 머금고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말했다. 그 역시 제법 고민한 기색이었다. 소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고생길이 훤하겠군.”
“하하, 뭐, 그렇지.”
위지백은 걱정하는 한마디 말에 멋쩍은 듯 웃었다. 번잡한 강호를 아이와 함께 다닌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터였다. 그러자 소명은 위지백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니, 네놈 말고. 애가 고생하겠다고, 애가. 네놈 고생하는 거야 어디 내 알 바라더냐.”
면박하는 소리에 위지백은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오만상을 쓴 채, 술잔만 기울였다. 그렇게 하동대하에서의 밤이 깊어갔다.
이른 새벽, 해는 아직 멀어서 밝아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길목에는 인적이 달리 없었다. 휑한 바람이 밤새 흙먼지를 쌓아 놓고 또다시 흩어냈다. 대로의 좌우로 주렁주렁 걸린 간판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덜그럭거렸다. 간판 사이로 종칠이 고개를 빠끔하게 내밀고 있었다. 눈 붙일 새도 없었는지, 눈 아래가 우묵하여서 검은 그늘이 짙었다. 소명을 마주한 하루 전과는 전혀 다른 꼴이었다. 그러나 종칠은 피곤함보다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몸을 숨긴 채 살피고 있는 곳은 바로 하동대하였다. 객잔의 정문 옆에는 하동(河東)이라 적힌 둥근 등불이 흐릿한 빛을 흘리고 있었다. 객잔의 일 층에서는 불을 밝히고 그림자가 분주하게 오갔다.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서 점원들이 이른 시간부터 나선 것이다.
종칠은 좌우 겨드랑이 사이로 두 손을 찔러 넣고는 넓은 어깨를 한껏 움츠렸다. 그는 여기 길목에서 하염없이 소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식이 닿는 대로 하동대하를 찾아오라 하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찾아 들어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마냥 기다리기에는 또 시간이 급했다. 더구나 저곳에는 소명뿐만 아니라, 서장의 생사판관, 서장제일도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날의 소란을 흑선당이 어찌 모를까. 생사판관과 무명노선이 함께이니 더더욱 걸음 할 간담이 없었다.
“언제쯤 일어나시려나?”
종칠은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기웃거리던 그는 이내 불만스럽게 구시렁거렸다. 종칠은 그리 있다가, 가슴 아래를 짓누르는 갑갑증에 못 이겨서 땅이 꺼질 듯이 무거운 숨을 토해냈다.
“젠장, 천하의 종칠이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간담이 바짝 쪼그라들었다지?”
그는 자책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흑선당의 일급 요원이고 당당한 하동남아라, 하늘 아래 무서울 것이 없건만 소명을 생각하면 절로 무릎이 덜덜 떨려서는 도통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한숨이 거듭 올라오려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넌지시 들려왔다.
“이보오.”
“히에엑!”
기척 없이 다가온 목소리에 종칠은 놀라서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바짝 쪼그라든 간담이 똑 떨어질 듯했다. 그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는 한껏 어깨를 움츠렸다. 굵은 목이 자라목인 양 쑥 들어가서는 크게 뜬 눈을 돌렸다. 뒤에 소명이 태연히 서 있었다. 그는 죽립을 눌러쓰고 남색 장삼을 걸친 채, 팔짱을 끼고 종칠을 빤히 보고 있었다. 어느 틈에 다가왔는지 태연한 모습이었다. 종칠은 숨을 딱 멈추고 있다가, 곧 세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긴 숨을 토했다. 이내 앓는 소리를 흘리며 소명을 탓했다.
“하아. 아이고, 어찌 이렇게 등장하십니까? 없는 애도 떨어지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엄살이랍시고 늘어놓는데 소명은 피식 웃어넘겼다. 그는 여직 헐떡거리는 종칠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