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호구불견(虎口不見)
주저함이라고는 없었다. 초혼패라는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흑선당주 백 노인 또한 그런 이름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고는 마냥 태연한 모습이다. 시진량은 당혹감이 크게 일었다. 강시당에 속한 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초혼패를 지닌 것도 아니건만, 대관절 무엇 때문에 이렇게 당당하단 말인가.
소명은 머뭇거리는 시진량과 십오목장시들을 향해 다시 공수하며 말했다.
“강시당의 탁 공자를 찾고자 하남 땅에서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감히 길을 열어주시기를 청합니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시진량은 당혹감을 감추고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놀랐다고 해서 본분을 잊지는 않았다. 그의 일은 외인의 출입을 일절 막아서는 것에 있었다. 상대가 누구를 찾고 무슨 용무인지는 그가 고려할 일이 아니었다.
소명은 시진량의 굳은 얼굴을 보고, 곧 좌우에 늘어선 십오목장시들의 시체 낯빛을 둘러보았다. 그는 씁쓸하여 입매를 비틀었다.
“그럼 어쩔 수 없는 일이군요.”
소명은 고개를 흔들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씁쓸한 심정이 솔직했다. 사람을 찾으러 온 걸음이다. 굳이 손까지 쓸 생각은 아니었지만, 정 길을 막아선다면 다른 도리가 있을까.
소명은 알지 못했지만, 강시당에는 사방 각지에 통로가 하나씩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외진 곳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북악신묘에 자리한 입구였다. 이곳을 지키는 십오목장시라는 괴이한 고수들은 강시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었다. 소명이 보기에 일견 순박하면서도 자신의 고집이 단단하니 가볍게 생각할 상대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소명은 다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섰을 뿐, 다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가 물러나지를 않으니 십오목장시라고 자리를 피할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을 가운데에 두고 시체 꼴을 한 열다섯의 사내들이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란 참으로 기이할 따름이었다. 시진량은 미간에 깊은 골을 만들고는 일그러지는 얼굴을 겨우 붙잡았다. 그의 귓가로는 다른 목시들의 항의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어떻게 좀 해 봐요!’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겁니까!’
시진량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만큼이나 자신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곧 일그러지는 낯빛을 겨우 고치고는 헛기침과 함께 말문을 열었다.
“커흠. 저어, 이보시오.”
“예, 말씀하시지요.”
“소명 공자라 하시었소.”
“그렇습니다.”
“어찌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것이오.”
시진량은 나름 진중한 태도를 지키며 말했다. 그러자 소명은 잠시 고개를 돌려 선 자리를 둘러보았다. 마치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이곳이 강시당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은 그렇소만.”
“그럼 제가 이곳에 있는 데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소명은 차분한 태도로 말했다. 굳이 따진다면 소명의 말이 틀린 것은 없었지만, 이곳은 강시당에서 꽤나 주요한 곳이었다. 앞에서 서성이는 것조차 마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 이보시오. 공자, 부디 거친 수단을 쓰게 하지 마시구려.”
“거친 수단이요?”
“이보시오, 공자!”
시진량은 소명이 알아듣지 못한 척 되묻자 그만 발끈하여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소명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요.”
“뭣? 좋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거친 수단이라면 저도 한 수가 있지요. 그리고 충분히 가깝지 않습니까.”
가깝다니. 꽤나 의미심장한 말이다. 시진량의 얼굴에서 표정이 싹 사라졌다. 당장 시체의 낯빛으로 돌아가는데, 소명의 손이 더욱 빨랐다. 무엇보다 거리가 가까웠으니.
‘이런!’
당황하는 것과 때를 같이해 감당 못 할 악력이 시진량의 멱통을 덥석 움켜쥐었다. 목시공이 채 발현되기도 전이었다. 다른 목시들도 움직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크헉, 크르륵.”
시진량의 벌린 입에서 억눌린 괴이한 소리가 흘렀다. 소명은 한 손으로 그의 목을 틀어쥐고 다른 손으로는 주변 목시들을 경계했다.
“자아, 선생. 길을 열어주셨으면 합니다만.”
“크큭, 주, 죽……. 크륵.”
시진량은 억눌린 소리를 내며 뭐라 말하려고 했다. 소명은 입매를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목을 풀어주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요. 강시당의 당당한 고수이신데 쉽게 굴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딱히 여러분을 희롱하고자 함은 아니니,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소명은 혼자 말하며 빙긋 웃었다. 시진량은 물론, 다른 목시들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일그러진 얼굴로 소명을 바라볼 뿐이었다.
“자아, 받으시구려!”
소명은 버럭 소리치며 시진량을 냅다 하늘 높이 던져버렸다. 실로 괴력이었다. 시진량이 어찌 반항할 틈도 없었다. 시진량은 너무 놀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정작 놀란 소리를 터뜨리는 것은 사방의 목시들이었다.
“흐억!”
“키에엑!”
목시들은 바로 움직였다. 심령으로 연결된바, 그들은 역할의 분담이 명확했다. 열하나 중 여섯은 당장 시진량을 받아 들기 위해 몸을 날렸다. 남은 다섯은 바로 소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곧게 뻗은 목시의 수도(手刀)는 여느 보검보도(寶劍寶刀)에 못지않은 예기를 드러냈다. 소명은 그들을 맞이해 한 손은 등 뒤로 돌리고 검지와 중지의 두 손가락을 바짝 세웠다.
비록 첫인상이 좋기는 다 글렀지만, 그렇다고 강시당과 두고두고 불편한 관계가 될 마음은 없었다. 소명은 난처한 심정에 쓴웃음을 그리고, 달려드는 다섯 목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주저함이 없었다.
목시공을 일으킨 이상, 그들의 신체는 동두철신(銅頭鐵身)이나 다름없었다. 어지간한 경지에 오르지 않고는 일체의 외력이 그들에게는 무용했다. 그러나 소명은 주저 없이 그들에게 손을 썼다. 흡사 나무 둥치를 두드리는 듯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그뿐으로 목시들은 소명을 지나쳐 그대로 흙바닥을 굴렀다.
목시들은 눈을 크게 끔뻑였다.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봉혈이라도 당하였는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목시공에 봉혈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부에서는 목시공의 음유한 기운이 끊이지 않고 흐르고 있건만 정작 몸뚱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시진량을 비롯해 수하들까지 모두가 목시공을 연마한 세월이 반갑자에 가깝건만 이런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고, 목시공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도 이런 적은 없었다. 실 끊긴 꼭두각시인 양, 아등바등거려보지만 덜그럭 소리나 날 뿐이었다.
“그럼, 숨들 돌리시구려.”
소명은 그들을 지나쳐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저할 것은 없었다. 길은 알았고, 막아서는 이는 없다. 시진량은 고개를 비틀며 소명의 뒷모습을 노려보려고 했지만 몸이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다른 목시들도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쳤지만, 쓰러진 마른 고목이 바람에 들썩거리듯 덜그럭거리기나 할 뿐이었다.
시진량은 한참 요동치다가 퍼뜩 턱이 움직이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대뜸 소명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우리 목시공이 없이는 감히 금도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알겠는가! 헛된 짓거리란 말이다!”
버럭버럭 소리치는데,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그러고는 불현듯 마른벼락이 치는 소리가 울리고는 이내 땅이 들썩거렸다.
“아니, 아니 이게?”
시진량 뿐만 아니라, 다른 목시들도 퍼뜩 눈을 치떴다. 소리나 땅울림이 심상치 않았다. 그들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돌아보다가, 잇새로 험악한 소리를 흘리며 바삐 목시공의 공력을 전력으로 운기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시진량은 특히 다급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목시들은 봉혈에서 하나둘씩 풀려났다. 다른 동료를 돌볼 겨를 없었다. 그들은 절뚝거리면서 금도로 드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망연자실하여 입을 헤 벌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소명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금역(禁域)을 넘어가서, 금도에 들어선 것이다. 산사태라도 일어난 것처럼 신묘의 귀퉁이에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오행의 이치에 따라서 목시공이 아니면 밀고 들어갈 수 없는 토둔벽의 기관이 폭삭 무너진 것이었다.
“아, 아아.”
“대장!”
시진량은 앓는 소리를 흘리며 크게 휘청거렸다. 좌우에서 수하들이 겨우 부축했다. 부축을 받으면서도 시진량은 텅 빈 눈동자로 크게 뚫린 구멍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럴, 이럴 수가 있나.”
목시가 봉혈을 제압당한 것도 그렇지만, 단 한 차례도 뚫린 적이 없는 북악묘입의 침입을 허하고 말았다는 괴로움이 무엇보다 시진량의 심중을 흔들었다. 그는 더 버티지 못하고 털썩 무릎 꿇고 말았다.
“아, 아아.”
벌어진 입에서 깊이 앓는 소리가 새었다.
소명은 서두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북악대제의 신묘 아래로 이와 같은 갱도가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땅 아래의 갱도임에도 젖은 기운은 없었다. 바닥에는 고운 모래가 깔렸다. 어디선가 스며드는 햇살로 인해 모래는 흡사 사금(砂金)처럼 반짝거렸다.
길을 따라서 한참을 나아가니 소명은 곧 육중한 철문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지키는 이도 없었고 어떤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명은 다가가 철문에 손을 올렸다. 얼음장처럼 싸늘한 기운이 손을 얼릴 듯했다. 그러나 소명의 손은 범인의 것과는 크게 다르니 그는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철문을 억지로 비틀어 열었다. 문 안쪽에서 우지끈 소리가 들렸지만, 딱히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안쪽에서는 강렬한 빛살이 눈가를 날카롭게 찔러 들었다. 찰나 시력을 앗아갈 정도였다. 동시에 싸늘한 예기가 미간을 노렸다.
꽤 위험천만한 함정이었다.
갑작스러운 시력의 상실은 시각만이 아니라, 일체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아무리 기감이 뛰어난 절정의 고수라도 이때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소명은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는 것으로 날아드는 예기를 흘려냈다.
아무리 빛이 강렬하다고 해도, 안법이 경지에 이르면 빛 속의 어둠마저 꿰뚫어본다. 소명은 이상할 것 없이 빛줄기를 이겨내고 걸음을 옮겼다. 무섭게 빛을 뿌린 것은 파리 한 마리 앉지 못할 정도로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은경이었다. 억지로 문을 열게 되면 은경과 함께 기관이 작동하게 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소명은 달리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세워진 은경과 기관을 지나쳤다. 그 뒤로는 그저 곧게 뻗은 길목이 있었다. 하얀 바위를 땅에 박아서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서, 소명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달리 서두르는 기색도 조심하는 기색도 없었다.
신비일세가 되었든 생자불입이 되었든, 강시당이래도 어차피 사람 사는 곳임은 분명했다. 소명은 담담한 기색으로 하얀 돌로 포장된 길목을 따라 올라갔다. 굽이진 길목을 돌아서니 좌우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우뚝 서 있었고, 사이로 가파른 언덕길이 있었다. 그곳으로 올라서자 소명은 홀연 한촌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곳은 산서의 마른 땅과는 전혀 달랐다. 오대산의 암로를 통하여 나아가기를 한참, 이런 기경이 모습을 드러낼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별세계란 이런 곳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맑은 개울물이 휘돌아서 한촌을 감싸며 흘렀고, 기름진 논밭에는 파릇한 싹이 가득하여서 부는 바람결에 좌우로 일렁였다. 짚을 엮은 모자를 눌러쓴 농부들이 부지런히 논밭을 살피고 있었다. 그토록 엄중한 호위 끝에 마주한 광경치고는 기이할 정도로 맥 빠지는 광경이려나, 소명은 흔들림 없는 눈으로 양광 아래에 눈부신 촌락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주변에는 드높은 산봉이 높이 솟아서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봉우리마다 운무가 짙게 고여 있어서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헤아릴 길이 없었다. 잠시나마 주변을 살피는데, 소명이 들어선 길목이 아니면 달리 들어올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세상과 크게 격리된 곳이 분명했다.
소명은 주변을 둘러보며 걸음을 옮겼다. 이름 모를 한촌이라도 갈 곳은 분명했다.
소로를 따라서 다가가는데 그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푸른 잡초가 무성하고 싯누런 바위가 우뚝 자리하고 있는데, 뒤로 조심스러운 기척이 들렸다. 그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여남은 살이나 되었을까, 머리를 셋으로 올린 아이가 손가락 하나를 입에 물고는 빠끔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는 소명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소명이라고 한단다.”
“소명? 모르는 이름인데.”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은 실눈을 한껏 찌푸리고 골몰하는 모양새가 꽤 심각했다. 소명은 그러고 있는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곳 마을은 뭐라는 곳이냐?”
“도향촌(桃香村)인데요.”
“도향촌이라.”
복숭아나무는 보이지 않건만 도향촌이라니. 소명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는 퍼뜩 눈살을 찌푸리더니 제 머리를 주먹으로 콩 하고 때렸다. 처음 보는 외인에게 묻는 대로 답을 하다니. 지금 소명이 걸어온 길목은 도향촌의 끝으로 사람이 오고 가는 길이 아니었다. 더구나 외인이 들 수 없는 도향촌에 낯선 얼굴이 나타났으니, 아이로서는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속내야 어떻든, 소명은 심각하게 눈살 찌푸리는 아이의 모습이 남달리 귀여운지라 피식 웃으며 넌지시 물었다.
“너 이름 뭐니?”
“저, 저요? 문수요.”
“문수라, 좋은 이름이구나.”
아이는 두 볼을 잔뜩 부풀리고는 눈동자만 굴렸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소명은 허리를 숙여 아이와 눈을 맞추며 넌지시 물었다.
“너 연수…… 아니, 탁연수라고 아니? 이 아저씨 친구인데.”
“어, 그게.”
문수라 하는 아이는 허물없는 소명의 물음에 더듬거렸다. 마치 마을에서 오래도록 떠나 있던 친인척이 십수 년 세월 만에 돌아와서는 가족 어른의 안부를 묻는 투이니, 아이는 저도 모르게 대꾸했다.
“여, 연수 아저씨는 조사노야(祖師老爺)와 함께 폐관 중인데.”
“조사노야?”
“예, 예.”
“조사노야, 설마 귀신 할아버지?”
“조사노야도 아세요?”
귀신 할아버지라는 말에 아이는 퍼뜩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닌 게 아니라, 조사노야의 모습은 딱 귀신 몰골이니 아이의 물음은 답이나 다름없었다. 소명은 그만 참지 못하고 홍소(哄笑)를 터뜨렸다.
“하하하.”
아이는 영문을 몰라서 높이 웃는 소명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소명은 한참을 껄껄 웃고는 곧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다행이다. 다행이야.”
* * *
“이상하군. 이상해.”
마치 뭔가를 삼키다가 목 언저리에 딱 걸린 듯, 가슴 부근이 괜스레 불편했다. 천약요선은 붉게 칠한 손톱 끝으로 목울대 아래를 살살 문질렀다. 생사지공이 경지에 이르러서 반인반요(半人半妖)에 이른 그였다. 체기가 느껴진다는 것은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천약요선은 찝찝한 심정을 어찌 달랠 수가 없어서, 분칠한 하얀 미간을 크게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턱 끝을 살짝 돌리고 물었다.
“소식은 없느냐?”
“예, 동방, 서방, 남방, 북방의 뭇 수위장들 모두 이상 없음을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