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난제(難題)는 혼자 오지 않는다
비명처럼 목청이 터졌다. 광동육가의 십삼분가가 전소라니. 종칠은 입을 한껏 벌린 채, 딱 굳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놀라 숨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 강호무림에서 능히 천하를 아우르는 일세가 바로 무가련이다. 일성의 패주나 다름없는 가문이 모여 이룩한 세력이니 오죽할까. 더욱이 광동의 육씨 가문은 무가련에서도 특히 주요한 다섯 가문 중 하나였다. 육가의 화는 곧 무가련의 화나 다름없으니. 하늘 아래 어느 미친 종자가 그딴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머리는 복잡했지만, 종칠은 그래도 흑선당에서도 일급이라는 요원이다. 그는 반사적으로 밀마로 가득한 서신을 빠르게 해독해 나갔다. 눈동자가 분주했다. 그리고 기괴한 신음을 쥐어짰다.
“꺼으윽.”
급한 보고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더욱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적어놓았기에 마냥 의심할 수가 없었다. 종칠은 그리고 소명과 위지백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도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감지하였는지, 언뜻 낯빛을 굳혔다.
“아무래도 차, 찾은 것 같습니다.”
겨우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였다. 소명은 잠시 종칠을 그리고 소식을 전한 요원을 번갈아 보더니, 땅바닥이 내려앉을 듯이 무거운 한숨을 탁 내뱉었다.
“아이쿠.”
소명은 지끈거리는 두통에 한 손으로 이마를 힘주어 움켜쥐었다. 그 옆에서 위지백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며 맥없이 중얼거렸다.
“광동이면, 남쪽 바닷가잖아. 하이고, 그 녀석. 참 멀리도 갔다. 멀리도 갔어.”
* * *
새벽 햇살이 어둠을 밀어내자 남방(南方)의 녹음 짙은 산자락이 길게 펼쳐졌고, 멀고 먼 산세에서는 산무(山霧)가 불길이 이는 것처럼 무섭게 솟구쳤다. 이날도 불볕더위는 여전했다.
해가 중천에 이를 무렵, 굽이굽이 연이은 고갯길로 마차 한 대가 꾸준하게 굴렀다. 이륜(二輪)의 작은 마차였지만, 단단한 자단목에 철제를 덧대어서 아주 견고했다.
한눈에도 값비싼 마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힘 좋아 보이는 젊은 말이 마차를 끌었다. 말발굽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마차 앞에는 담 가주, 담일산이 편히 걸터앉아서 말을 몰아갔다. 나지막한 고개에 올라서자, 그는 새삼 허리를 세웠다.
햇빛이라도 피할 요량으로 마차 위에 두꺼운 차양막을 펼쳤지만, 줄줄 흐르는 땀방울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담일산은 다른 손으로 연신 땀방울을 훔쳐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입가에 쓴웃음이 절로 맺혔다.
마차를 따라서 걷고 있는 천산의 검객은 영 불편한 얼굴이었다. 안색이 발갛다 못해 검게 물들었고, 숨결이 크게 흐트러졌다.
그의 복색은 처음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짐승 털이 부슬부슬한 서천의 더운 옷을 벗고서, 이제는 남방 사람처럼 단삼마의에 소매 없는 배자를 걸쳤다. 한참 늦게도 마련한 옷차림이었다.
바람이 통하여서 훨씬 나으련만, 장관풍은 여전히 더위에 지쳐서 혀를 길게 내빼고서, 자꾸 목 언저리를 긁적거렸다. 뻣뻣한 마의가 목덜미를 건드리는 탓이었다.
하기야 옷차림이 달라졌다고 한들, 사시사철 눈이 녹지 않는다는 천산의 사람이 남방의 숨 막히는 열기를 어찌 버틸까. 그래도 묵묵히 걷는 모습은 참 대견할 정도였다.
‘지금에 천산파의 이름이 드높다 하더니. 다 이유가 있구나.’
담일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옆에 둔 가죽 주머니를 찾아서 장관풍에게 권했다. 물주머니가 찰랑거렸다.
“장 검객, 여기 재만 넘으면 다 온 셈이라오. 조금만 힘내시구려.”
“그, 그렇습니까?”
장관풍은 어렵게 답하며, 물주머니를 공손히 받았다. 서서히 앞으로 굽어가는 허리를 억지로 세웠다. 머금은 물 한 모금이 그렇게 달 수가 없다. 그는 곧 숨을 가다듬고서 담일산에게 물었다.
“헌데, 이쪽으로 가면 오히려 하남과는 멀어지는 것이 아닌지요?”
“음, 너머에 춘양이라 하는 곳이 있다오. 남해에 면한 작은 미항(美港)이지. 그곳에서 배를 타고 산동으로 올라가면, 거기서 하남까지는 달포 거리에 불과하오.”
육로로 따라 올라가면 몇 달이 걸릴지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북 정주에서 길을 떠난 두 내외도 아무리 느긋한 유람이라지만 한참이 지나서 광동성에 들어섰으니. 그 장도(長途)는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마차의 가림막 사이로 하얀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배? 배를 타?”
“그렇지요. 배를 탈 겁니다, 산주. 아주 큰 배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간답니다.”
“히히히.”
산주는 어린 웃음을 흘리며 마냥 좋아했다. 처음 보는 바다, 처음 타는 배에 사뭇 들뜬 모습이었다. 담일산은 화염산주의 순박한 성정을 헤아리고는 가만한 웃음을 머금었다.
화염산주는 서천(西天)의 전설이라 할 정도로 신화경(神話境)에 이른 이름이건만, 며칠 동안 동행한 바로는 아이처럼 해맑고, 천진하여서 담일산과 상 부인은 그만 깜빡깜빡하고는 했다. 담일산은 문득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헌데, 마차 안은 덥지 않으십니까?”
“응, 괜찮은데.”
산주는 말똥거리는 눈으로 답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낯빛은 고요하여서 땀 한 방울이 맺혀 있지 않았다. 일컬어 한서불침(寒暑不侵)이라 하는 경지에 이른 듯했다. 추위와 더위가 감히 몸을 해하지 못하니. 내외공의 경지가 최고조에 이른 고수라 하여도 열에 아홉은 이루지 못하는 경지였다. 그렇다면 같이 있는 성 부인의 안위는 어떠한지.
“부인, 부인도 괜찮으시오?”
그런데 답이 없었다. 담일산은 잠시 당황했다. 설마 마차의 열기에 혼절이라도 한 것이 아닌가. 일 푼의 무공도 지니지 않은 여인이었다. 담일산은 공연한 걱정에 마차 가림막을 살짝 걷었다. 그러자 어디 얼음 굴에서 불어나오는 것처럼 서늘한 한기가 담일산의 얼굴을 스쳤다.
“어허?”
담일산은 놀란 소리를 흘렸다. 좁은 마차 안은 시원하여서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듯했다. 그야말로 기사(奇事)가 아닐 수 없다.
성 부인은 마차 살에 살짝 기대어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것이 누구의 공이겠는가. 그는 새삼 놀란 눈으로 화염산주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에 산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에?”
“아, 아닙니다. 이 찬 기운은 산주께서?”
“응.”
산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담일산은 허허, 웃기만 웃었다. 달리 할 말은 없었다. 차라리 한서불침이요, 도검불침이라 하는 경지가 더욱 낫겠다. 아예 더위를 물리치는 경지라니. 오랜 강호 경험에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사람의 경지로 논할 일이 아니니. 담일산은 헤아리기를 관두고 물러섰다. 그는 마차 안의 차가운 기운이 조금이라도 밖으로 새어 나올까, 꼼꼼하게 가림막을 닫았다.
“허어.”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렀다. 흘깃 고개 돌리자, 마차 바퀴 옆에서 장관풍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쓴웃음이 역력했다. 참 여러 의미가 담긴 눈길이었다.
“과연 달리 전설이 아니구먼, 장 검객.”
“예, 그렇습니다.”
감탄 섞인 한마디에, 장관풍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마차는 잿길을 내려와 춘양에 닿았다. 봄볕이라는 이름의 한촌은 광동의 성시인 광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했다. 검은 바닷물이 마을 앞까지 들어와 철썩거리고, 야트막한 산자락이 마을 뒤를 에워쌌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고, 마른 땅에는 바닷가의 짠 내 가득한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담일산은 당혹감에 눈매를 찌푸렸다.
마지막으로 광동 땅을 찾은 것이 무려 이십 수년 전이었으니, 어찌 예전과 다름없기를 바라느냐만, 그래도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빈한함이었다. 전답이고, 가옥이고 죄 황폐하여서 멀쩡한 곳이 없었다.
“어허, 이럴 리가 없는데.”
“무엇이 말씀인지요?”
“이곳이 이렇게까지 쇠락할 곳이 아닐진대.”
담일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어디에나 허름하여 찌든 표정의 사람들이 목적 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궁색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이들 모습도 여럿이었다. 지나온 광동 땅, 어느 곳도 이리 빈한하지는 않았다. 큰 재해가 휩쓸고 지난 듯했다.
마차 바퀴가 굴러갈 때마다, 길가 좌우에 드문드문 주저앉은 이들이 퀭한 눈을 들었다가, 이내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드러나는 목과 어깨는 앙상하여서 부러질 듯했다. 담일산은 춘양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의아한 일이다. 이래서야 몸을 쉬기는커녕, 배나 구할 수 있을는지. 담일산은 한숨과 함께 의아함을 거두었다. 어렵게 생각하면 끝도 없을 터였다. 한창인 무더위를 감내하면서 먼 길을 걸었으니, 어디라도 쉴 곳을 찾아야 했다.
“쉴 곳을 먼저 찾아보지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장관풍은 대번에 낯을 밝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빈한하더라도 객잔 한둘은 있기 마련이라, 묵묵히 마차를 몰았다. 외부의 마차가 들어서자, 길목의 좌우로 아이들 몇몇이 슬그머니 따라붙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지저분한 손가락이나 빨면서 눈치를 볼 뿐이지, 나서서 구걸하는 아이는 하나 없었다. 못 먹어서 야윈 눈동자를 하얗게 뜨고서 졸졸 쫓아서 걸었다. 느릿느릿 마차 바퀴는 굴러가고, 담일산과 장관풍은 영 편치 않은 낯으로 춘양의 길목을 걸었다. 그리고 접한 대로에 들었다.
“어허, 이것 참.”
“아니, 이게 무슨?”
좌우로 훤한 대로에 닿는 순간, 담일산은 헛웃음을 흘렸고, 장관풍은 눈썹을 한껏 일그러뜨렸다. 대로는 마치 전혀 다른 마을에 든 것만 같았다. 새로 닦아낸 듯, 널찍한 대로의 좌우로 삼 층 누각이 줄지었다. 처마마다 색색의 꽃등이 몇 개씩이나 주렁주렁 걸려서, 오가는 사람을 이끌었다. 어디든 객잔이고, 주가(酒家)였다. 곳곳에서 온갖 음식과 술 냄새가 솔솔 일어났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빈곤으로 말라가는 마을에 있기에는 하염없이 화려한 대로였다.
“마을은 빈궁한데, 대로의 한쪽은 이렇게 화려하니. 중원의 풍습인가요? 참 희한합니다.”
“그럴 리가 있는가. 뭐가 잘못되어도 아주 단단히 잘못된 것 같군.”
담일산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언뜻 뒤를 돌아보자, 길목의 언저리에서 아이들은 더 따르지 못하고 멀뚱멀뚱한 눈으로 마차 뒤꽁무니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 거리에는 들어서면 큰일이라도 당한다는 듯이 잔뜩 움츠린 모습이었다. 이 또한 범상한 일이 아니다. 담일산은 한숨을 흘리고는 묵묵히 마차를 끌었다.
들어선 대로는 곳곳이 화려하여서, 춘양의 쇠락을 가릴 정도였다. 오가는 사람들조차 금의화복(錦衣華服)의 값비싼 옷차림만 보였다. 이곳은 이러하건만, 어찌하여서 마을의 다른 곳은 빈궁에 짓눌려 있는 것인지. 외인인 담일산은 번화한 길목을 따라가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내 늘어선 객잔 중 한 곳에서 멈춰 섰다.
대로에 가득한 화려한 객잔들과는 남달랐다. 규모도 비할 바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세월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낡은 기와 아래에서 먼지 앉은 주기가 펄럭였다. 반쯤 열어놓은 문 위에는 열래객잔이라고 색바랜 글자가 걸려 있었다. 마차가 멈춰 서자, 객잔 안쪽에서 젊은 사내가 냉큼 달려 나왔다.
“아이쿠, 어서 오십시오.”
약빠르게 생긴 그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지으며, 허리를 몇 번이고 굽실거렸다.
“근동에서 제일 전통 있는 열래객잔입니다. 편안히 모시겠습니다요. 헤헤헤.”
“이곳은 다른 객잔과는 조금 다르구먼.”
“헤헤, 뭐라 해도 진짜 춘양의 객잔이니까요.”
“진짜 춘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 그러니까.”
의아한 말이다. 춘양의 거리에서 진짜, 가짜라니. 점원 사내는 어지간하게 자부심이 넘치는 어조였다. 그러나 담일산이 다시 묻자 흠칫 어깨를 들썩거렸다. 괜한 말을 꺼냈다 싶은 얼굴이었다.
“하, 하하. 그만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말씀이지요.”
“그런가? 그럼 여기서 쉬기로 하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지만, 담일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뜻 보기에도 다른 곳에 비해 한산하여서, 잠시 쉬어 가기에는 더 나을 듯했다.
“부인, 그만 내려오시오.”
“예, 상공.”
마차의 가림막을 걷고서 상 부인이 차분하게 내려섰다. 그녀의 안색이 전에 없이 평온하였다. 그리고 뒤이어 화염산주가 훌쩍 모습을 드러냈다. 바닷가의 따가운 햇볕에 그녀의 하얀 얼굴에서는 마치 빛이 나는 듯했다. 그녀가 얼굴을 내미는 것과 동시에 객잔 점원은 물론이고, 길가의 모든 이들이 걸음을 딱 멈췄다.
장관풍도 옷을 훌훌 달리하였건만, 모습을 드러낸 화염산주는 처음과 다를 바 없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상 부인이 옷을 권하였지만, 끝내 몸에 맞지도 않은 아이 옷을 걸치고, 홍상의 붉은 치맛단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래도 맨발은 붉은 꽃신으로 감추었다. 남방의 풍습보다도 알록달록 곱게 수놓은 비단신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리 있으려니, 상 부인은 아쉬움이 그득한 눈초리로 산주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꾸며도 좋을 것을.’
머리는 산발하고, 몸에 맞지 않는 옷차림이라니. 그러나 저 좋다고 배실 웃는데, 더 강권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엉망이래도, 주변의 이목을 부여잡기에는 충분했다.
소매도 허리도 짧은 아이의 저고리를 억지로 꿰어서 입은 기괴한 차림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마치 혼을 빼어내는 듯한 용모 앞에서 그만 숨이 턱하고 막혔다. 남녀의 구분이 따로 없었다. 열래객잔 앞에서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장관풍의 험한 눈길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와락 눈살을 찌푸리며, 예리한 눈초리로 사방을 쓸어갔다.
“허흠! 크흠!”
“아이쿠, 이런. 내 정신 좀.”
길가의 사람들은 부랴부랴 딴청을 피우며 제 갈 길을 다시 찾았다. 객잔 점원도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서둘러 말고삐를 잡았다.
“말에 신경 좀 써주게.”
“예, 예, 그렇게 하지요. 그렇게 하고말고요.”
점원 사내는 어깨를 움츠리고서 부랴부랴 마구간으로 향했다. 담일산은 물론, 장관풍도 이상하게 서두르는 사내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깊이 고민하기에 두 사람은 꽤 지쳐 있었다.
산주는 주변 눈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얀 손으로 산발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상 부인은 내내 적당히 서늘한 곳에 있다가 마주한 뜨거운 볕과 습한 공기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마차의 안과 밖이 이렇게까지 큰 차이가 날 줄이야 미처 알지 못했다. 상 부인은 새삼 감탄한 눈초리로 산주를 돌아보았다.
“감사해요, 산주. 덕분에 정말 편히 왔습니다.”
“헤헤헤.”
산주는 배시시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아이처럼 해맑아서, 절로 따라서 웃음 짓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