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천룡귀환(天龍歸還)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펼치고서,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러자 찬바람이 고여 가는 허름한 창고가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부들부들 요동치기 시작했다.
“흐으음! 노인! 법술을 거두어!”
“그러지요!”
공노는 바로 옆으로 나서서는 빠르게 두 손을 맞잡았다. 손가락을 꼬았다가, 다시 잡고, 이른바 수인을 맺어가면서, 입속으로는 진결을 빠르게 웅얼거렸다.
“거기 노인! 노인도 힘 좀 쓰지!”
“허, 허허허!”
죽은 듯이 조용히 있던 천룡대야의 마른 입술이 열렸다. 그는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래, 자신 또한 힘을 써야 할 상황이다.
지금 막 길이 열렸다.
천룡대야는 바로 입을 닫았다. 몰아치던 찬바람이 날카롭게 요동쳤다. 그것을 밀어내는 강렬한 열풍이 뜨거웠다. 단을 꾸리면서 늘어놓은 법문의 주련이 까맣게 물들면서 연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천룡대야는 이를 드러냈다.
건곤기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으득, 으드드득!
노인을 에워싸고 있던 하얀 운무가 흐려지고, 그 아래에서는 뼈마디가 다시 맞춰지는 것처럼 기괴한 소리가 연이어서 터졌다.
“흐으음…….”
천룡대야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전신이 급격하게 들썩거렸고, 사지가 마구 뒤틀렸다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 하나만으로도 머릿속에 벼락이 치는 것처럼 끔찍한 격통이 치솟았다.
그조차 또렷한 정신으로 감당하고 버티어냈다.
자칫 실신하였다가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때에는 음풍도대제의 술수가 아니라, 대제 본신(本身)이 등장한다고 한들 도리가 없다.
이때에 건곤기가 무엇보다 바삐 용솟음쳤다. 건양과 곤음, 양대기운이 서로 꼬리를 물면서 맴돌았다. 붉고, 푸른 기운이 세차게 돌았다.
아함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면서 손을 거두었다.
“어떻소, 산주.”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한 셈이지. 이제는 기다릴 뿐.”
아함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대꾸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칫! 우리 상공도 아니고. 또 저만한 인간이 있을 줄은.’
타인의 눈앞에 처음으로 드러내는 건곤기, 그것의 숨은 위력을 헤아리면서, 아함은 아무래도 못마땅하여 혀를 찼다.
속내는 그러하다. 그래도 손을 털고서 뛰쳐나가지는 않았다. 혹시 있을지 모를 일을 대비하여서, 아함은 자리를 지켰다.
창고에서 일어난 변고는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땅이 들썩거리고, 우릉우릉 천장이 울릴 정도의 진동이 일었다. 그뿐이랴, 붉고 푸른 빛이 번쩍번쩍하더니, 사방으로 마구 뻗었다.
내부 체계를 갖춘 천룡궁에서 이것을 대충 넘길 리가 없는 일이었다.
위지백은 정문 앞에 우뚝 섰다. 자리를 지키고 얼마 되지 않아서, 전각이 무너질 것처럼 요동쳤다. 예상하였던 일이라서 달리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앞에 세운 무광도에 기대어서 삐딱하게 섰다.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딱 이곳의 하늘만 구름이 짙어서, 어둑한 가운데에 불빛이 번쩍 번쩍거렸다. 그리고 사방에서 급하게 몰려오는 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천룡 무인들이 대번에 땅을 박찼다.
전각의 좌우로, 또 정면으로 줄지어 달려오는데, 머릿수만도 족히 일백은 헤아릴 듯했다. 위지백은 그들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아니지. 이렇게 멍청히 보고 있을 때가 아니지. 뭣들 하냐?”
위지백은 한 걸음 뒤에 나란히 서 있는 둘을 돌아보았다.
“네?”
“내가 막으리?”
“아, 아닙니다.”
둘은 당황했다가, 바로 울상 지었다. 그러나 어쩌랴. 저기 달려오는 천룡의 무인들보다야, 위지백이 더욱 두려운 것을.
입술이 터져라 질끈 물고서,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나섰다. 그리고 앞뒤 없이 도, 검을 뽑아들었다. 도기영은 뱃전에 한껏 숨을 밀어 넣고는 바락 외쳤다.
“멈! 춰! 라아악!”
얼굴이 터져나갈 것처럼 잔뜩 붉었다. 호기는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나 달려오는 천룡의 무인들의 안색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무거운 얼굴로 다급하게 달려올 뿐이다.
별다른 기세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지만, 정연한 모습은 흡사 철산이 밀려오는 듯했다. 애초에 멈추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후으, 후으, 흐아아압!”
힘껏 소리를 내지른 도기영은, 거칠게 숨을 들썩거리다가 두 손으로 다잡은 칼자루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거친 숨소리가 차차 잦아들었다.
그럴수록 달려오는 천룡 무인들과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도기영은 숨을 딱 끊어내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크게 나서면서 칼을 휘둘렀다.
대원도법, 일도직천(一刀直天).
수직으로 떨구는 일도, 헛되이 허공을 베는 듯했지만, 그 여파는 끝도 없이 뻗어갔다.
도경의 굳세고 날카로운 기운이 수장 거리를 격했다.
쩌저저적!
단단한 포장돌이 그대로 갈라졌다. 그 여파에 천룡 무인들이 빠르게 좌우로 튀어 올랐다. 당황하는 자는 없었다. 상대를 조금도 경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각 반응하였을 뿐.
그런 그들을 장관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관풍은 크게 휘저어 일도를 떨친, 도기영의 어깨를 밟고서 힘껏 신형을 뽑아 올렸다. 차앙! 맑은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발검이 이루어졌다.
천산의 깊은 계곡 속에서 휘몰아치는 거친 칼바람을 타고 연마하는 천산검법이 지금 펼쳐졌다. 어느 곳이든, 장관풍의 신형이 이르렀고, 검광이 번쩍거렸다.
위에서는 장관풍이, 아래에서는 도기영이.
위지백은 처음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는 그 모습을 빤히 보았다.
“오호, 이것들 봐라. 생각보다 제법이네. 이야, 그냥 칼 뽑기가 무섭게 당할 줄 알았더니. 흐헤헤헤.”
위지백은 어깨를 다 들썩거리면서 기괴하게 웃었다.
둘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였던 것일지도 몰랐다. 위지백은 혼자 키득거렸다.
확실히 둘이서는 훌륭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룡 무인들의 목적은 두 사람을 제압하는 데에 있지 않았다.
천룡 무인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진동의 여파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막힌 자들은 도리 없이 어울렸지만, 다른 자들은 좌우로 크게 맴돌아서, 위지백이 서 있는 정문을 향해서 날아들었다. 개중 몇은 아예 담을 향해서 몸을 날리기도 했다.
위지백은 혼자 킬킬거리다가, 불현듯 무광도를 덥석 움켜쥐었다.
“이것들이, 어디 날치기를 하려 들어!”
빽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좌우를 간단히 베었다. 휘적휘적 장난처럼 내지른 칼질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장난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크헉!”
“카윽!”
묵직한 도세에 짓눌려서, 누구랄 것 없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피를 토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마냥 뻗어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즉각 몸을 세우고서, 위지백을 향해 적의를 돌렸다.
하얗게 뜬 눈가에서 파르스름한 전광이 맺혔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묵묵히 검을 뽑을 뿐이었다. 허리 뒤에서 자연스럽게 발검하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천룡 무인들의 무기는 팔뚝만 한 길이의 중검(中劍)이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검병에 길고 긴 수실을 달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이, 어이. 그렇게 서두를 것 없어. 나랑 천천히 어울려 보자고.”
“…….”
위지백은 무광도의 도배로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가볍게 말했다. 입가에는 웃음이 또렷하게 맺혀 있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하루만 같이 자리를 지키자고. 딱 하루면 되니까.”
“그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은 말씀이시오. 귀빈.”
“응? 이 마당에도 귀빈 대접을 해 주는가?”
다들 아무 소리도 않기에, 말 못 하는 자들인가 싶더니 한 사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살벌했지만, 목소리나 취하는 태도는 사뭇 공손했다.
“의도야 어떻든, 본가에서 귀빈으로 청한 분이시니.”
상대가 어찌 나오든 그들은 귀빈으로 대하며, 다만 막아선 그를 뚫고 지나가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일견, 예를 지키는 것처럼 슬쩍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예리한 눈초리는 위지백의 허실을 계속해서 살폈다.
‘서장의 제일도. 허명 따위가 아니다.’
나선 천룡 무인은 숨을 차분하게 했다.
여기 있는 자들은 천룡 내원을 지키는 상승의 무인들로, 강호의 경험이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뚜렷하게 이름을 날리지 않았으면서도, 천하의 각지에서 나름의 경험을 쌓고, 무위를 다지고서야 다시 세가로 돌아온 자들이었다.
천룡세가는 그런 식으로 가문의 정예를 끊임없이 단련하고, 또 단련했다.
비록 서천 무림까지 나아간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가까운 감숙, 사천 등지에서 활동한 자들은 있었다.
서장제일도 위지백의 뚜렷한 위명은 그곳에서도 가히 전설에 가까울 정도였다.
비록 천하의 오대고수, 아니 이제는 천하육절. 그만한 반열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그 또한 세월의 문제라는 것을 변방 무림에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그렇기에, 위지백이 저리 방만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나. 감히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지금의 목적을 알 수가 없다는 게 의아하고, 또 의아할 뿐이었다.
전각이 무너질 것처럼 요동치는 판국이건만, 그것을 막아서고 있다니.
“대체…….”
부지불식간, 의문이 앞섰다. 그러나 앞뒤를 따질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의문을 눌러놓고서 중검을 곧게 세웠다.
검신을 타고서, 아지랑이를 닮은 기운이 서서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위지백은 여전히 여유가 엿보이는 얼굴로 싱글거렸다. 그러나 눈매만큼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눈앞에 늘어선 천룡 무인을 조금도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어차피, 나야 이 자리만 지키면 그만이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히, 히히히. 그런 게 있다네. 그래도 나중에는 당신들이 나한테 고개 숙여 고맙다고 할걸.”
위지백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턱을 세우고는 비릿한 조소를 남겼다. 점점 더 모를 소리였다. 그저 헛소리로 치부하면 좋으련만, 천룡 무인은 그리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마주하고 있는 사내는 감숙 무림에서 활동한 바가 있었다.
서장제일도, 그리고 생사판관의 무명이 중원 무림의 어느 곳보다 선명한 곳이었다. 저리 가벼운 태도로 말하지만, 도무지 그 무게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괜히 저런 소리를 할 리가 없을 터인데…… 대체, 무슨……’
따져 묻기도 어려운 일.
“조장!”
“음…….”
뒤에서 다른 무인이 낮은 목소리로 채근했다. 계속 넋을 놓고 있다가는 귀한 전각이 그만 무너져 내릴 듯했다.
앞으로 중검을 세우고서 예리한 눈초리를 번뜩였다.
“아무래도 더 주저하고 있을 때가 아닌 듯합니다.”
“마음껏, 재주껏.”
위지백은 방긋 대꾸했다.
천룡무인, 삼 개 조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장관풍과 도기영은 실로 악전고투였다. 그래도 둘의 손발이 맞는 편이라서 어찌어찌 버티어내고 있지만, 에워싼 천룡 무인의 합격진을 파훼하지는 못했다.
그저 버티어 낼 뿐.
갈수록 기진하였고, 상처가 연이어 쌓여 갔다.
천룡 무인들이 손님이라, 사정을 둔 덕분에 치명은 면하였지만,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도검을 들었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상대의 압도적인 무위에 눈앞이 아득했지만, 둘은 점점 말을 잊고서, 초점을 잃고서, 검과 도를 힘껏 부렸다.
“후우, 후우…….”
가만히 내뱉는 숨소리에 맞춰서, 도영(刀影)이 날렵하다. 뒤따르는 검광(劍光)은 또 어떠한가.
펄럭이는 옷자락 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리면 어김없이 번뜩이는 검광이 내리꽂혔다.
천산의 보신경과 검법은 과연 날래기 그지없었다. 허공을 노니는 듯한 날랜 보신경도 그렇지만, 허공에서도 충실한 검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둘의 합벽이 있어서 가능했다.
도기영이 장관풍이 도약할 지점을 만들어주고, 장관풍은 도약하면서 도기영의 사각을 지켜냈다.
그런 식으로 한참.
이제는 기력이든, 체력이든 전혀 알 바가 아니었다. 실로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뒤엉키는 천룡 무인들 얼굴에 이제야 난처한 기색이 솔직하게 드러났다.
“이, 이런!”
“이게 무슨 낭패란 말이야…… 크윽!”
되레 자신들이 지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산파의 검객이 상대하기가 조금 까다로운 정도였고, 소림 속가로 보이는 젊은 도객은 언제든 제압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일성의 공력이 이내 십성에까지 이르렀고, 절초를 아낄 틈이 없었다. 자칫 마음을 놓았다가는 이쪽의 진세가 무너질 판이었다.
이만큼 버티어내는 것도 놀랍건만, 여기서 무공이 무섭도록 발전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 성취가 눈에 띌 정도였다. 멍한 눈초리는 천룡 무인의 중검이 뻗어내는 검경 일체를 파악해내고 있었다.
그저 운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