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13
313화. 중원의 별
“하북 무인. 너희 놈들이 여기를 어찌 알고?”
“중원 무림을 너무 얕잡아 보았군. 개방이 있고, 천룡세가가 있다.”
마인들이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한들, 그 이목을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개방의 눈은 천하에 퍼져있고, 천룡은 높이서 내려다보고 있으니.
담일산은 이내 흐린 웃음을 지웠다.
“여기뿐만이 아니야. 너희 놈들은 소림사는커녕 숭산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세차게 손을 떨쳤다.
차랑!
본래에는 한 자루 섭선으로 풍산소선이라는 경지를 갖춘 담일산이지만, 이런 때에 섭선은 그리 좋은 병기가 아니다.
한 자루 예리한 유엽도가 떨친 기세에 좌우로 몸을 떨었다. 흔들리는 칼날 반사광이 어지럽게 번뜩였다.
담일산 발도(拔刀)를 신호로, 내려선 하북 무인들은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다.
“마교를 박멸하라!”
“으아아아!”
“흐아압!”
더 말할 것 무언가. 이때에는 짓밟고, 베어버릴 뿐이다.
“캬악!”
마교인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뒤틀리거나, 돌에 스쳐서 너덜너덜하지만, 그들은 당장 공력을 일으켰다.
마공기력이란 본시 이치를 거스르고, 천리를 외면하기에 역리이고, 역천이라 하니.
우득, 뿌득.
섬뜩한 소리가 몸 곳곳에서 터졌다. 뒤틀린 관절이 험악한 소리를 내면서 자리를 잡았다. 있을 수 없는 회복이 즉각 일어났다. 그러고는 마교인들은 맨몸으로 칼날을 받으며 마주 뛰어들었다.
캉! 카캉! 캉!
사람 육신과 칼날이 부딪치는 데, 울리는 소리는 쇳소리였다.
경험 없는 이라면 기겁할 일이지만, 여기 모인 이들은 이미 지겹도록 마인을 상대하고, 베어 넘긴 자들이었다.
튕겨 나오는 칼날을 더욱 빠르게 휘둘렀다.
아니면, 팽가 도객처럼 칼날을 짓눌러서, 힘으로 밀어붙였다.
“끄아아악!”
한 초로인이 있어서, 무겁게 칼을 썼다. 그는 피를 토하듯이 붉은 입을 한껏 벌리면서 전력을 다했다.
잿빛 수염 끝이 부르르 떨렸다.
패도(覇刀), 오로지 힘으로 짓눌러버린다.
쩡!
쇳덩이 깨지듯이 섬뜩한 소리가 터졌다. 피륙에 집중한 마공기력이 더 버티지 못했다는 뜻이다. 거짓말처럼 간단히 육신이 사선으로 갈라졌다.
촤학!
검은 핏물이 바닥을 적셨다.
칼날을 막아섰던 열 손가락과 함께, 반신이 갈라진 채, 마인은 좌우로 고꾸라졌다.
고인 핏물을 밟고서 초로인, 팽가의 노도객, 창후도 팽오성이 재차 포효했다.
“팽가는 물러서지 않는다!”
팽가불퇴(彭家不退).
그러자 팽오성을 필두로 하는 다른 팽가 도객들도 당장 호응하여서 울부짖었다.
“팽가는 등 돌리지 않는다!”
“팽가는 사정을 두지 않는다!”
“팽가는 구명을 받지 않는다!”
팽가삼죄를 줄지어 외쳤다. 흡사 여러 호랑이가 산중에서 크게 포효하는 듯하다.
크게 꺾인 팽가 웅심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팽오성은 그야말로 전심전력을 다 쏟아부었다.
나중 일이란 전혀 알 바가 없었다.
팽오성이 보이는 각오를 알았기에, 여기 있는 팽가 젊은 도객들도 등에 불이 붙은 것처럼 거칠게 뛰어들었다.
오히려 마교보다 더욱 사나웠다.
담일선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계곡 길에 함정을 준비해서 적의 예봉을 꺾는다.
어지간한 무리라면 그 하나로 전멸까지 바라볼 수 있겠지만, 상대는 마교, 무슨 괴이한 짓거리를 벌여도 이상할 게 없는 자들이다.
생각보다는 잘 먹혔지만, 역시나 많은 마인이 남아 있었다.
“하, 희생을 각오했건만. 이때에 팽가에서 진정한 무용을 보여주는구나.”
담일선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하기야, 저것이 진정한 팽가도객의 무서움이지. 고절한 무공으로 팽가가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저 치열함.
저 지독함.
팽가의 칼은 곧 철혈의 칼이니. 특히나 창후도 팽오성이 나서준 것은 뜻밖이면서도 감사한 일이었다.
팽가에서도 팽오성은 굉장히 특별한 인물이었다.
그는 직계가 아님에도, 팽가도법으로 경지를 이루어낸 도객이다.
불과 수년 전에, 알려지지 않은 일로 한쪽 손을 심하게 다쳐서 불구가 되었지만, 무공이 퇴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일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경지로 나아갔으니.
지금 팽오성을 보면서 누가 한쪽 손이 불편한지를 알아보겠는가.
팽오성은 오히려 젊은 시절의 창후도보다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감탄은 여기까지이다.
담일선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세차게 칼을 흔들었다. 검은 피가 후드득 흩어졌다.
“갑시다! 팽가에게만 맡겨놓아서야, 면이 안 서는 일이지!”
“엡! 담 대협!”
“우오옷!”
하북 무인들이 줄지어 담일선 뒤를 따랐다. 설사 여기서 전멸하더라도, 단 하나의 마인도 소림사로 향하게 놓아둘 수 없었다.
그것이 담일선과 하북 무인, 그리고 팽가의 자존심이었다.
“흐아아압!”
담일선은 세차게 울부짖었다. 섭선 대신이지만, 휘둘러 떨치는 유엽도를 쫓아서 솟구치는 칼바람은 도기도경보다 더욱 날카롭다.
묵직하게 떨어진 바위를 가를 정도의 위력이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몇이나 되는 마인이 목을 잃었다. 그래도 몸뚱이는 허우적거리면서도 기어코 다른 무인을 쥐어뜯으려 들었다.
이때에 나서는 이가 있었다.
“헙, 합! 흐업!”
낡은 도포가 펄럭인다. 어지럽게 손을 흔드니, 목을 잃고도 위협적인 마인들이 휙휙 허공을 날았다.
“마구니만도 못한 잡것들이 어딜 감히!”
버럭 소리치는 그는 송 의원이다. 금나(擒拿) 하나로 절정을 훌쩍 넘긴 그였다.
송 의원의 금나는 그저 흔한 금나술이 아니다. 바로 월부대도가 직접 손 본 금나였다. 뾰족하게 이름 붙이지는 않았어도, 그 손짓에 휩쓸리면 설상 금강동인이라 할지라도 몸 성할 수가 없었다.
송 의원은 단지 금나만 펼치는 게 아니었다.
“허잇! 헙! 으헙! 조심! 거기 물러나시오!”
부상자는 발 빠르게 조치했다. 완전하게 제압은 하지 못해도, 날려버리는 건 할 수 있으니. 그렇게 거리를 벌리고, 후다닥 조치한다.
거침없이 침을 박아넣어서 지혈하고, 후다닥 붕대를 감아버렸다. 그것만으로도 무인들은 다시 칼을 들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송 의원은 특히 신경 쓰는 사람이 있었다.
“아이고, 어르신.”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장 선두에서, 가장 위험하게, 가장 무섭게 싸우는 초로인, 팽오성이었다.
어째서냐고 물으면, 팽문빙에게 숙부 되는 이가 바로 팽오성이기 때문이었다.
“으헙! 위험!”
일순, 팽오성 신형이 휘청했다. 공력을 과하게 쏟은 탓이다. 송 의원은 기겁하여 당장 파고들었다.
바로 팽오성 앞을 막아서고, 뛰어드는 마인을 마주해 어지럽게 손 그림자를 떨쳤다. 달려드는 상대를 맞이하는 것만이 금나가 아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앞선 일도가 있었다.
푸욱!
곧게 찌르는 일도가 송 의원 옆구리를 스치고는 곧게 뻗어서 마인을 꿰뚫었다.
송 의원은 손 뻗다가 말고 굳었다.
베이지는 않았지만, 옆구리가 얼어붙을 것처럼 싸늘했다. 도면이 딱 붙어있으니, 왜 아닐까.
송 의원은 입술을 꽉 다물고서 볼을 잔뜩 부풀렸다. 그 안에 기겁한 비명이 맴돌 듯했다. 그런 송 의원 속내야 어떻든, 팽오성은 칼을 거두면서 허리를 세웠다.
“흥! 폐물 취급하지 마라!”
“아이고, 어르신. 제가 어찌 감히.”
송 의원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그러나 팽오성은 전혀 듣지 않았다.
휘청하면서도 그는 힘차게 나아갔다.
당장 여기 몰려든 무리를 치워버린다고 하지만, 마교는 곳곳에서 몰려오고 있다.
숨 돌릴 틈은 조금도 없었다.
“흐아아압!”
팽오성은 한껏 울부짖으면서 팽가도를 휘둘렀다. 칼날을 따라 싯누런 도풍이 솟구쳤다. 그대로 북방 거친 바람, 용권풍을 일으키면서 전면을 쓸어올렸다.
휩쓸린 자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흩어졌다.
크윽!
신음은 흘리되, 그대로 주저앉는 이들은 없었다. 베인 것은 고작 거죽일 뿐이다.
“겨우 이 정도에 주저앉을 성싶으냐 아악!”
이죽거리던 마인이 그만 괴성을 터뜨렸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치민 탓이었다.
흔들리는 칼끝을 겨우 잡고 있던 팽오성이었다. 그는 퍼뜩 눈을 크게 떴다.
“마귀 주제에 혓바닥이 뭐 이리 길어.”
언제 파고들었던가,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있었다. 그가 뻗은 일수가 마인의 갈빗대를 부수고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미련 없이 손을 털었다.
도풍 속에서 거죽만 갈라졌을 뿐인 마인은 그대로 절명하여서 넘어갔다.
갑작스레 등장한 고인이다.
팽오성은 그를 바라보다가 헉, 놀란 숨을 삼켰다.
“문 선배!”
“흠, 팽후도. 네놈도 늙었구나.”
그는 놀라는 팽오성을 내려다보면서 피식 웃었다.
전대 등용문주, 문심룡이다. 그가 숭산을 앞에 두고서 돌연 나타났다.
“여기를 어찌.”
“이놈아, 여기가 하남땅인데. 누가 누구한테 묻는 게야?”
문심룡은 왈칵 눈살을 찌푸리면서 대번에 타박이었다. 그런 참에 유엽도를 고쳐 들고서 담일선이 급히 다가섰다.
“아니, 문 전 문주가 아니십니까.”
“담 노가주.”
문심룡은 담일선에게 두 손을 맞잡았다. 그는 곧 몸을 돌렸다.
“인사는 나중에 합시다.”
“예!”
이리 든든할 수가. 담일선은 바로 칼을 고쳐 잡았다. 문심룡은 주춤하는 마인들을 노려보며 버럭 소리쳤다.
“등용문! 나서라!”
“예, 태상 문주!”
이곳을 찾은 하남 무인은 문심룡 하나가 아니었다.
비탈 위에서, 비탈 아래에서 등용문 무사들을 이끌고 무섭게 달려들었다.
마인들도 이번에는 당혹감에 흔들리고 말았다.
함정에 빠져서 낙석을 고스란히 맞이하고도, 하북 무인들과 백중세를 이루어낸 마인들이었지만, 살기 넘치는 등용문 무사들 모습에는 그만 말을 잃었다.
“오늘 여기서 살아 돌아가는 마교 놈은 단 하나도 없다!”
문심룡은 노성을 터뜨렸다. 두 눈에 맺힌 살광이 한없이 살벌했다. 당장 쌍장을 전력을 떨치니, 소림사 삼대장공의 하나, 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이다.
천근의 장력이 그대로 마인들을 박살 냈다. 이를 시작으로, 등용문과 하북 무인들은 거침없이 시커먼 마인들을 짓밟아 나아갔다.
“마교를 소탕하라!”
“탕마멸사(蕩魔滅邪)! 탕마멸사!”
“으아아아!”
문심룡이 사자후를 내지르면서 신위를 드러내니, 등용문뿐만 아니라, 하북 무인들도 용기 백배하였다.
일제히 ‘탕마멸사’를 연호하니, 산세가 다시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껏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