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중원의 별
촤차차창!
일제히 뽑아드는 칼날 소리가 흡사 악기처럼 시원하게 울렸다.
절정 아닌 이가 없이, 모두 일백이다.
“그럼, 남궁 소가주. 우리도 그만 손을 쓰도록 하지요.”
“예, 앞은 저희가 막겠으니. 뒤를 부탁하겠습니다.”
“그리하겠소.”
얼핏 들으면 홍원도와 하남 소림파는 물러서 있으라 하는 듯하나. 조일동은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의 상황이 그러했다. 그들은 지금 대치하고 있는 참이었다.
강남에서 숭산으로 드는 가장 빠른 길. 하남 평정산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조일동과 소림파 무인들이 뒤로 물러나면서도 단단한 기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남궁유는 창천과 뇌운 조장들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남궁유는 문득 마주한 이들, 특히 그들 수뇌로 있는 자를 향해서 넌지시 말을 건네었다.
“역시 이쪽 길로 올 줄 알았소. 숙부.”
“유, 네놈!”
남궁유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빙긋 미소 지었다.
“강 형님을 꾀어서 기어코 가문을 흔드시더니. 이제는 소림사라. 숙부께서는 처음부터 성마를 따르신 모양입니다? 아니면.”
“아니면?”
“당신이 숙부가 아니거나.”
“흐, 흐허.”
분노에 몸 떨던 초로인, 남궁 형제에게는 숙부 소리를 듣는, 백결검객 견지방은 헛웃음을 흘렸다.
남궁가주의 의형제, 그리고 강남에서 존경받는 검협. 그것이 백결검객이고, 견지방이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강남 마교인을 이끌고서 소림사로 향하고 있으니.
견지방은 웃음 끝이 썼다. 자신을 그리 따르던 어린 녀석이 저기서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그러나 견지방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사감을 논할 때가 아니다.
자신은 견지방이면서, 또한 성마를 따르는 충실한 종복이 아닌가.
견지방은 턱 끝을 치켜들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그것이 의미가 있는 물음이더냐?”
“당연히 없지요. 그냥 여쭈었습니다.”
남궁유는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실상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는 일이었다. 이래도 적이고, 저래도 적이다.
마냥 태연한 모습에, 견지방은 그만 어깨를 들썩였다.
‘이런!’
은근하게 물으면서 다가선 남궁유였다. 주춤하는 틈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발검이 먼저, 소리는 나중에.
차앙!
무지갯빛이 솟구쳤다. 전면을 사선으로 가르면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검광이었다.
바로 반응한 견지방은 허리를 뒤틀었지만, 뒤에 있는 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창천벽뢰. 푸른 하늘을 가르는 한 줄기 번개였다. 남궁세가에서도 비전으로 전해지는 발검을 이리 자연스럽게.
견지방조차 알지 못했다면 그대로 반신이 갈라졌을 것이다.
“크윽!”
“오호!”
신음하는 견지방을, 남궁유는 더 쫓지 않았다. 벽뢰를 날린 직후 바로 물러섰다. 대신, 창천과 뇌운, 양대 검대 조장들이 발 빠르게 뛰쳐나갔다.
견지방과 강남 마교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 그들은 이미 창천, 뇌운이 이룬 진세에 포위된 상황이었다.
“이, 이익! 상대는 몇 되지 않는다. 돌파해!”
견지방이 버럭 소리쳤다.
그들이 지금 펼친 것은 남궁세가가 이룬 대천창궁검진(戴天蒼穹劍陣)이다. 삼백이 일거에 펼치는 것을, 지금 서른에 불과한 이들이 펼쳐내는데, 그것은 오히려 위력을 배가하는 결과라는 것을 견지방은 잘 알았다.
남궁가 봉공이자, 이들의 숙부로서 있으면서 누구보다 남궁세가 무공과 무서움을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견지방은 다급했지만, 강남 마교인 중 대부분은 그를 따르는 자들이 아니었다.
“흥! 같잖은 검진 따위! 뭐가 무섭다고!”
버럭 다그치면서 바로 뛰어들었다. 고작 서른 몇으로 수백을 헤아리는 마교인을 상대하려 드는 것이 같잖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미 갖춘 진세에서는 더없이 예리한 검풍이 맴돌고 있었다.
“컥! 커억!”
아무리 단단한 마공기력을 이루었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몸 날리기가 무섭게 수십, 수백 가닥으로 휘몰아치는 검풍에 갈가리 찢겨서는 육편으로 화했다.
후드득 떨어지는 핏물이 무참하다.
“크윽! 벌써 이렇게까지!”
견지방은 이를 악물었다.
그냥 모양으로만 펼친 게 아니다. 휘몰아치는 검풍이 하도 짙어서, 그 너머의 남궁 검객들은 그림자만 드문드문 보일 정도였다.
창천과 뇌운이 함께하니 이 정도까지 위력을 보이는가.
불현듯 너머에서 우렁찬 소리가 터졌다.
“오늘!”
“흡!”
견지방은 흠칫하여 고개를 치켜들었다.
위잉! 윙윙, 검풍이 뒤엉키면서 울리는 바람 소리를 뚫고서 남궁유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울렸다.
“오늘, 남궁을 더럽힌 자들을 벌하고, 강남 무림의 오점을 씻어내겠다!”
“으아아아!”
* * *
정주 담가, 역사가 있다고 하지만 하북 무림에서는 그 세가 부족한 무가였다. 그러나 담일선이라는 존경받는 명사가 전력으로 뛰쳐나오니, 팽가는 물론이고 하북 무인들이 호응하였다.
산서 흑선당, 그곳 또한 음지에서는 이름 있는 일문이라고 하지만, 양지로 나선 것은 고작해야 한두 해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임 흑선당주는 대범할 뿐만 아니라, 철두철미한 면모를 보여서 짧은 시간에 산서 무인들을 끌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역량이 부족함을 알고, 스스로 미끼가 되기를 자처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강시당이 비장의 한 수가 되어주었다.
남궁은 역시나 남궁이었다.
가장 소수로 나섰지만, 정예 중 정예였으니.
남궁의 젊은 용이 이끄는 소수정예는 미리 파악한 길목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참으로 과감하다. 또한, 자신 역량을 제대로 파악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 소림사이고, 역시 소림파이며, 하남 무인들이다.
등용문 태상문주와 두 의형제가 등용문뿐만 아니라 하남 소림파 고수들을 이끌고서 모든 곳으로 나섰다고 하니.
잠시나마, 안도하는 바였다.
곳곳에서 분전하는 상황을 들으면서 천룡대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적어도 더한 자들은 막아낼 수 있었군.”
이미 소림사에 닿은 수백, 수천 마인은 어쩔 수가 없으나, 뒤이은 마교 무리는 일단 저지한 셈이었다.
“천룡. 소림사는 어찌할까요.”
“지금으로선. 믿고 맡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시대의 거인, 천룡대야는 중얼거리면서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소림사에 비록 권야를 비롯한 뜻있는 자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천룡대야로서도 쉽게 헤아릴 수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 소림사는 텅텅 비어 있는 상태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 또한 마음으로는 당장에 소림사로 향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있는 자리 또한 중요한 곳이라.
오늘 일은 단순히 소림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천기를 읽어내는 정도까지 미치지는 못했어도, 감히 천룡세가에까지 손을 뻗은 암류에 대해서는 낱낱이 파헤치는 참이었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수습하지 못하면, 천추의 한으로 남으리라.
단순한 걱정이라 할 수 없었다.
돌아서는 뒤에는 기천을 헤아리는 마교인 시신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뿐이랴, 그러고도 한참이 남아서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천룡세가 또한 정예가 나서서 하남 한쪽을 틀어막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대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중원이 소림사를 위해 나선 것이다.
천룡대야는 보고 끝에 전황을 둘러보았다. 까맣게 밀려오는 마교인의 수가 부지기수였다.
작정하고 달려오는 그들이었다.
성마교 좌현사, 그 작자가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몰라도, 마도 명운을 이번 대사에 전부 걸었음은 분명했다.
덕분에 중원 또한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흐음.”
천룡대야는 문득 팔짱을 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침음이 흘렀다.
마교, 그들 행태가 변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천룡세가가 갖춘 전열을 무작정 뚫어 나아가려고 하였다가, 이제는 나름대로 모여들어서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후다닥 물러나는 그들을 천룡 가인들은 바로 쫓지 않았다. 남은 마교인들, 그들은 힘을 합해서 전열을 파고들 생각이다.
천룡대야는 그들 머리 역할을 하는 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저 늙은이들이군. 모두 여덟이라.”
피를 흠뻑 뒤집어쓴 노마가 여덟이 있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다그치면서, 제대로 된 진열을 갖추어냈다.
멋대로 뛰어들기만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고, 다른 상대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지! 어떻게 버틴 세월인가. 성마를 위해 불태워야 할 목숨이다. 대업 코앞에서 이리 무너질까 보냐!”
여덟 노인 중 특히 한 노인이 있어서, 불길을 두르기라도 한 것처럼 검붉은 기운을 잔뜩 흩날리면서 울부짖었다.
실로 막강한 마공기력.
당장에라도 뼈가 내려앉기라도 할 것처럼 앙상한 노구였으나, 그 몸에서 솟구치는 마공기력은 가히 파천지세(破天之勢)라 할 수 있었다.
“흥, 저건 좋지 않군.”
천룡대야는 여덞 노마가 발하는 마공기력에, 더욱 불타오르는 마교 일군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코웃음쳤다.
마공이, 마공을 더욱 일으키고 있다.
천룡대야가 있는 곳에서 저기 마인들이 무리진 곳까지, 못해도 백여 장에 이른다.
그러나 천룡대야에게 거리는 의미가 없는 바이니.
천룡대야가 퍼뜩 소매를 세차가 펄럭였다.
퍼엉!
무형의 장공이 허공에서 터졌다. 여덟 노마가 일제히 일으키는 마공의 기운이 그 하나에 속절없이 흩어졌다.
“커흑! 이 무슨!”
실체화한 마공기력이 더욱 강렬한 일장에 흩어지니, 그 영향은 고스란히 노마들에게 이어졌다. 가슴을 움켜쥔 여덟 노마는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들은 번뇌팔마라는 이름으로, 따로이 성마사도(聖魔司徒)라는 직책을 지니기도 했다.
그들 중 특히 번치마(煩痴魔), 팔마의 수장인 노마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가장 뚜렷한 마공기력을 드리웠던 탓에, 그것이 흩어졌을 때에 받은 영향도 번치마가 제일 격렬했다.
앙상한 몸이 고꾸라질 듯이 연신 밭은기침을 터뜨렸다. 발치가 피로 젖었다.
번치마는 입가가 피로 흥건한 채 고개를 치켜들었다. 저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천룡대야였다. 그가 마인들 한복판으로 천천히 내려섰다.
“퉤이! 네놈이 그 잘난 천룡이로구나.”
번치마가 핏덩이를 거칠게 뱉어냈다. 드러낸 앙상한 이에는 핏물이 흥건했다.
천룡대야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뒷짐을 진 채, 고고하게 섰다. 마치 팔마가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모습이었다.
번치마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 사이, 흩어져 있던 팔마가 서둘러 모여들었다. 그들도 드리운 기운이 흩어진 탓에 얼굴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천룡대야를 잡는다면, 지금 전황을 한순간에 뒤집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