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항마신장(降魔神將)
“대공자께서 지금 홀로 상대하고 있으시다 하지 않으냐!”
“그래서요.”
“그래서는! 당장 우리가.”
“그리 달려가셔서 자칫 소림사가 불타기라도 하면, 대공자께서 아이고, 잘했다 하시겠습니다?”
“으응?”
한숨 짙은 마량의 한 마디에, 마도옥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는 머뭇거리면서 괜히 주변을 살폈다.
흩어진 소림사 무승들이 모여들었고, 자신들 신룡대를 비롯해서, 하남 무인들도 뛰어들었다.
상황이 크게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마도 무리에 비하면 열세였다.
마도옥이 지금 주저할 사이, 신룡대는 일대를 에워싸고서 달려드는 마인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그들이 공세로 나서지는 못했다.
아직 마도옥이 뜻을 정하지 못한 탓이었다.
신룡대가 소명을 쫓아서 어딘지 모를 곳을 찾아 헤맨다면, 그만큼 공백은 분명했다.
갈등이 이는 참인데. 은밀하게 파고든 그림자가 하나가 불쑥 솟구쳤다.
“크아악! 죽어랏!”
“에잇, 말하는 중이지 않으냐!”
마도옥은 배후에서 솟구친 마인을 향해서 대뜸 손을 뻗었다. 굳이 돌아보지도 않는다, 단번에 목을 틀어쥐고서 냅다 땅에 처박았다.
꿍!
비명조차 내지를 틈이 없었다. 돌바닥에 처박혀서는 핏물만 쫙 뿌려졌다.
“제길!”
마도옥은 검 자루를 고쳐 잡았다. 마량의 지적이 옳았다.
천룡이 직접 내린 명은 대공자를 보필하라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치열함을 외면하고 움직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마도옥은 검을 들었다.
이제까지는 비록 본인은 마다했어도, 천룡대공자를 찾는다는 생각에만 몰두했던 터라 맹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무산제일검인 무곡검군이고, 신룡대주였다.
검을 다시 든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신룡대는 마도를 척결하라! 이곳을 빠르게 정리하고 대공자를 보필하도록 한다!”
“예, 대주!”
마량도 분연히 외쳤다.
운중신룡(雲中神龍), 풍우교가(風雨交加).
구름 속 신룡이 나서니, 비바람 몰아친다. 자리를 지키던 신룡대가 검을 뽑고 나서자, 단숨에 일대에 피바람이 몰아쳤다.
신룡의 검은 마도가 뿌리는 검은 핏물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
탁연수는 마도옥 덕분에 잠시 숨돌렸다가, 슬그머니 거리를 두었다. 마량과 신룡대가 우르르 내려왔을 때부터는 냉큼 다른 쪽을 맡고자 자리를 피했다. 그러면서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휘유, 하마터면 추궁당할 뻔했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깜빡했다는 말을 하겠어. 아오, 못 해. 나는 못 해.”
탁연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실봉 아래에 소림사, 그곳은 이제 전장이나 다름없었다. 피가 내를 이룰 것처럼 줄줄 흘렀다. 그래도 어느 쪽이건 물러서지 않고 악착같이 싸웠다.
그 혈기가 하늘에 이를 듯했다.
“위지가 왔군. 그리고 천하가 움직였다. 이제 어찌할 텐가?”
“흐, 흐흐흐흐.”
외치는 소리는 소명이 있는 곳까지 이르고도 남았다.
유독 크게 들리는 것은 역시 위지백의 공력 넘치는 호호탕탕한 일성이다.
소명은 턱을 타고 흐르는 핏물을 훔쳐내고서, 고개를 꺾었다. 마주한 여러 마인, 좌현사를 보필하는 친위마인 여럿은 그가 던진 말에 그저 마른 웃음만 흘렸다.
마운이 솟구치는 것과 더불어서 마공이 한순간에 급증한 그들이다. 그럼에도 눈앞의 소명 하나를 압도하기는커녕 길목을 막는 것에만 급급했다.
이때에 저 너머의 일도 영 좋지 않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흔들릴 법도 하지만, 누구 하나 주춤하는 자가 없었다. 오히려 더욱 기운을 끌어내면서 두 눈에 불을 켰다.
“몽상순천도의 전인. 위지백. 그래, 참 대단한 칼이지. 참으로.”
마인은 이를 드러낸 채, 소명을 노려보았다.
“정말 하나에서 열까지. 자객불원, 네놈들은 어디까지 본교의 앞길을 막으려고 하는 게냐.”
웃음과 함께 내뱉지만, 그들 눈빛과 목소리에는 원독이 한없이 진득하게 머물렀다.
“퉤, 뭐라는 거야.”
소명은 고인 핏물을 거칠게 뱉어냈다. 그는 피투성이 꼴이 된 채, 젖은 머리카락을 대강 쓸어넘겼다. 이 모두가 마인의 피, 참 지독한 상황이었다.
서로 충돌한 지, 고작 반 시진 정도나 되었을까. 그간에 충돌한 공력은 땅을 뒤엎고도 남는다.
그러나 죽은 자를 제외하고, 남은 이들은 얼마나 심각한 부상이든 개의치 않고 벌떡, 벌떡 일어나 소명의 앞을 막아섰다.
소명을 붙들고 있는 것이 마치 지상과제나 다름없다는 듯, 일체의 방어를 도외시하고, 뛰어들었다. 그렇게 붙잡은 한 걸음과 또 한 걸음. 그리고 주먹 쥘 틈을 주지 않고 매달리기를 반복한다.
위지백과 천하 무인의 반격이 일어나면서 생긴 잠깐의 대치, 소명은 줄지어 늘어선 마인들을 보면서 휘휘, 손을 흔들었다.
지독한 것들.
그러다가 소명의 눈빛이 문득 마인들 뒤로 향했다.
등벽이 저기 뒤에서 잿빛의 둥근 벽을 두르고서 외눈에는 검은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저렇게 웅크려서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분명히 있겠지.
그리고 무엇이든 별로 좋은 일은 아닐 게다. 없는 성마를 다시 세상으로 돌이켜 세운다는 자들이니.
“쯧…….”
소명은 혀를 찼다. 서서히 조급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동심이야말로 마땅히 갖춰야 할 것이니. 이때에는 자신을 다잡는 수밖에.
어수선한 마인들을 앞에 두고서 소명은 숨을 다스렸다. 가만히 밀어내는 숨결은 차분했다.
생사가 교차하는 치열한 일전을 벌이는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흠뻑 뒤집어쓴 핏물조차 자신의 것이 아닌 바에야.
그런 소명을 보면서, 친위마인 전부는 핏물과 숨을 억지로 삼켜냈다.
‘괴물 같은 놈……. 저게 진정한 괴물이구나……’
그들은 당장 어깨를 맞대고서 다시 벽을 이루었다. 소명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결코, 이 길을 내어줄 수 없다. 권야.”
헐떡거림 속에서 내뱉는 그들 목소리에는 살기, 분노 이전에 다른 무엇이 있었다. 저것은 절박함에 더 가까운 듯했다.
“후우, 그래. 그렇군.”
소명은 잠시 지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상황은 분명 다급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래도 심중을 고요하게 다스리고서 소명은 편히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나저나, 이렇게 사람이 죽어 나가니. 숭산의 영기가 크게 훼손되겠어.”
“그것이 걱정인가?”
“아무렴, 걱정이지. 뒤를 보지 않는 당신네와 달리, 나는 뒤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
“오만하구나. 권야. 네게 나중이 있을성싶더냐?”
“아무렴. 나중은 항상 있지. 그것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라오.”
친위들 사이에서 마인들은 어이없어 웃었다. 그러나 소명은 차분하게 답했다. 퍼뜩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이고서, 마인들 너머를 향해 손짓했다.
“좋아, 숨 돌리는 것은 이 정도로 해두지. 뒤에 보니, 당신네 좌현사도 끝을 향해 가는 것 같은데.”
흠칫, 어깨가 들썩였다. 눈을 떼어서는 안 되는 상대가 앞에 있는데, 저 한마디에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렸다.
인내력을 발휘하여서 고개마저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소명에게는 눈이 흔들리는 정도로 충분했다.
한 손을 뻗어 앞에 세우고, 가볍게 쥔 주먹을 허리 옆에 바짝 붙인다. 그리 매달렸건만, 찰나에 소명의 주먹을 허용하고 말았다.
벼락 맞은 듯이 마인들은 발작적으로 땅을 박찼다. 소명을 몸으로라도 덮칠 작정이다.
“억!”
“마, 막!”
소명은 그러나 서두르는 바 없이,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이것이야말로 수미금강권의 일초로, 수십 걸음, 심지어 백여 걸음에 이르는 거리도 무시하기에 세상에는 백보권, 혹은 신권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알려진, 한 번의 주먹질이다.
텅…….
소림사 앞에서처럼 큰 소리나 거창한 폭발은 없었다.
빈 항아리를 가볍게 때린 것처럼 공명음이 울렸다. 땅을 박찬 마인 여럿이 순간 몸을 굳혔다. 그들은 일제히 숨을 삼켰다.
뛰어든 그들 내부로 무언가가 뚫고 지나갔다. 그에 따른 고통은 없었다.
“허억…….”
그만 참았던 숨이 터졌다. 기운이 쭉 빠져나가면서 그만 털썩 무릎을 꿇었다. 아직 정신은 온전한데, 무슨 영문인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런 이들을 사이로, 소명은 담담하게 움직였다.
그를 향해 손을 휘저었지만, 미련일 뿐, 소명의 옷깃 하나를 잡지 못했다.
두웅!
북 울리는 소리가 집중하는 등벽의 귀를 때렸다.
“음!”
엄습하는 울림이 무거워라, 등벽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만혼벽이 아니었으면, 이 한 번에 무너졌다.’
성마회천을 위해 단단히 준비한 것 중 하나가 지금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원혼의 방벽, 만혼벽이다.
만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마공기력이 아니었다. 이제껏 희생된 마인의 혼백까지 그러모아서 갖추어낸 절대의 방벽이라 할 수 있었다.
기운을 외부로 뿜어서 신체를 보호하는 방신기, 육신 자체를 금강석에 비교할 정도로 단단하게 하는 금강불괴, 그 모든 것도 지금 두른 만혼벽에는 비할 수가 없다.
수십, 수백, 어쩌면 기천에 이르는 마인의 혼백으로 쌓은 벽이니. 애초에 검백의 검령신검기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벽을 뚫고서 충격을 느낄 정도라니. 지금 한 주먹에 실린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등벽은 고개를 치켜들고서 외눈을 번뜩였다.
허망할 정도로 쉽게 무너져버린 친위 마인들 사이로, 소명이 다가왔다.
“기어코…….”
처음 각오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시간을 벌어내기는 하였지만.
등벽은 입술을 끝을 한껏 비틀었다.
“역시 권야. 마도제일적이로다.”
분노하는 것도 분명한 일, 그러나 동시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솔직한 심정이다.
“인정한다. 인정하지. 어찌 감히 의심할까. 그렇더라도, 너는 오늘 일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숨을 몰아쉬면서도, 등벽은 천천히 중얼거렸다.
다가오는 소명에게 하는 말이면서,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는 불현듯 고개 돌려서 너머의 일을 바라보았다.
전황은 자신의 구상대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았다. 하남을 비롯한 천하 곳곳으로 흩어지게 한 소림사의 무승들이 불원천리 달려올 줄은, 그에 더해서 소림파라고 하는 속가들은 물론, 천하의 무림인들이 줄지어 밀려올 줄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등벽은 흐린 웃음을 지었다.
아직 마인은 수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마운은 아직 기운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한때에 크게 밀려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격렬하게 싸워나가면서 거듭 소림사를 향해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그리고 소림의 경내에서는 검백의 신검기가 솟구치고, 신화의 시천염이 거듭 휘몰아쳤다.
저것이 극에 이르는 순간을, 등벽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자리에서 버티어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런 속을 알고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