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살풍경한 재회
신음처럼 한마디를 흘렸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무리 그가 관중의 일검, 관중검이라 하여도 서장제일도라는 이름 앞에는 손색이 있었다. 그는 장래가 기대되는 고수가 아닌 이미 천하에 확고한 이름을 쌓은 고수였다.
검 자루 쥔 손이 식은땀으로 젖어갔다. 그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사내를 그리고 사내가 어깨에 걸친 보도를 바라보았다. 천하의 다섯 자루 명도 중 하나로 손꼽히는 무광도가 분명했다. 그러나 놀람은 잠시에 불과했다. 그의 눈이 곧 가라앉았다. 숨길 수 없는 투쟁심이 불꽃처럼 일었다. 얼핏 가벼웠던 기세가 돌변했다. 위지백은 남궁유의 변화를 보고 쯧, 혀를 찼다.
‘지미, 귀찮은 명가집의 검이군.’
마냥 가볍게 생각할 상대가 아닌 것이다. 위지백은 뒤에 걸치고 있던 애도 무광도를 천천히 내렸다. 무광도가 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막대한 위압감이 장내를 짓눌렀다. 온전히 위지백의 기세였다. 남궁유는 호흡을 멈추고 위지백에게 집중했다.
그 순간, 소명이 외쳤다.
“야, 야, 관둬라.”
“응?”
뜻밖의 훼방이었다. 위지백과 남궁유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둘의 시선을 받자 소명은 히죽 하고 웃어 보였다. 그의 앞에서 녹색 가면의 여인이 씩씩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앞으로 뻗은 두 팔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힘을 다 쓴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 눈에서 이는 광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소명은 그녀의 눈길을 마주하며 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얼굴의 반을 가린 가면이 있었지만 소명은 그녀의 눈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알아봤듯이.
“오랜만이다.”
“…….”
친근한 말투였다. 위지백은 물론이고, 남궁유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멍청한 얼굴로 돌아가는 상황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그들이 주춤하고 있을 새, 여인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녀는 한걸음, 두 걸음 소명을 향해 다가섰다. 그녀가 물었다.
“정말 너 맞아?”
여인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려서 나왔다. 소명은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쫙!
엄청난 소리였다. 위지백과 남궁유의 도검이 충돌했던 것보다 더 큰 것 같았다.
소명은 한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 그렇지.’
호충인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욱 격했다. 그녀의 분풀이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에라이, 이 나쁜 자식아!”
“으억!”
냅다 무릎 아래를 걷어차며 다시 손을 휘둘렀다. 정말 작정한 손짓이었다. 소명은 속수무책이었다. 때리는 대로 맞는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그녀는 와락 울음을 터뜨리며 마구잡이로 소명을 때렸다. 소명은 한층 몸을 웅크렸다.
“왜 나타났어! 그냥 죽어, 죽어!”
퍽! 퍼퍽!
“우욱!”
무작정 때리는 손짓이었지만 그녀 역시 강호의 고수, 한 대마다 내장이 들썩이고 골이 울릴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소명은 싫은 소리 한 번 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지은 죄가 있었다. 지은 죄가.
“지, 진정하십시오, 당 소저!”
남궁유가 뒤늦게 달려와 여인을 만류했다. 그제야 여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러섰다. 소명은 웅크렸다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이제 다 풀렸냐?”
“에라이!”
어색하게 웃으며 묻는 말에 여인은 쓰고 있던 가면을 냅다 집어던졌다. 순간, 하얀 옥용(玉容)이 드러났다. 주변이 순간적으로 환해지는 것만 같았다.
남궁유는 크게 놀랐다. 사천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여인은 단 한 번도 가면을 벗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모를 사내의 앞에서 거리낌 없이 가면을 벗은 것이었다.
‘대, 대체 저자가 누구라고?’
그러나 놀라는 것은 잠시, 남궁유는 새삼 몽롱한 눈으로 여인, 당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온전히 드러난 당민의 눈가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소명은 젖은 눈가에 일렁이는 원망의 눈빛에 한숨을 삼켰다. 뭐라 변명할 말도 없었다. 한, 두 해가 아니라 십수 년의 세월이었다. 강산이 바뀌어도 훌쩍 바뀔 만한 세월 만에 갑자기 나타난 셈이니.
“망할 자식.”
“하하.”
“썩을 놈.”
“하아…….”
고운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그녀는 짧은 욕설을 툭툭 던졌다. 소명은 웃음으로 무마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당민의 눈치를 살피며 신나게 맞은 부분을 조심스레 주물럭거렸다.
‘으아, 늑골이 나갈 뻔했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손맛이었다. 소명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호충인 때의 경험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정말 호된 꼴을 당할 뻔했다. 소명은 쓴웃음을 머금고 맞은 자리를 촌음 만에 돌보았다.
다 수그러들었던 모닥불이 다시 타올랐다. 소명은 장작을 더 챙겨 넣었다. 불길을 들쑤시니 불꽃이 흩어지며 이는 찬바람에 온기를 실었다.
소명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좌우로 위지백과 남궁유가 긴장한 기색으로 앉아 있었다. 특히 위지백은 이 자리가 불편해 죽으려는 얼굴이었다. 맞은편에는 당민의 불퉁한 얼굴이 있었다. 아직 화가 덜 풀린 모양이었다. 짙은 눈썹을 바짝 세운 채 불길을 노려보고 있는 얼굴에는 어릴 적의 모습이 고스란했다. 소명은 헛기침을 흘리며 말문을 열었다.
“본가로 떠났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본가가 사천의 당가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흥!”
당민은 싸늘하게 코웃음 쳤다. 그녀는 새삼스레 날 선 눈으로 소명을 노려보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 하나 알리기가 그리 어려웠냐?”
“그게 말이지.”
“시끄럿!”
난감한 기색에 입을 열자 당민은 버럭 소리쳤다. 무슨 말도 통하지 않을 기세였다. 소명은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삐죽였다.
‘말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주변 눈치를 보니 위지백은 입술을 바짝 말아 문 채 턱 어림을 떨고 있었다. 웃음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와 마주한 남궁유는 어쩐지 자신을 안쓰러워하는 듯했다. 초면에 이런 모습을 보이자니 낯부끄러운 노릇이었다.
당민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끓는 감정을 애써 다스렸다. 그녀 역시 경지에 이른 무인이었다. 마냥 울고불고할 정도로 수양이 낮지 않았다. 그제야 당민은 남궁유가 어색한 얼굴로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바로 사과했다.
“면목 없습니다, 남궁 공자. 못난 모습을 보였군요.”
“예? 아, 아닙니다. 당 소저.”
남궁유는 화들짝 놀라 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눈치를 보다가 괜히 말을 핑계 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위지백도 따라서 일어섰다. 바람이나 쐐야겠다지만 이곳도 바람은 잘만 불었다.
당민은 자리를 피한 두 사람의 모습에 슬쩍 아미를 찡그렸다.
“이런, 괜히 미안한 짓을 한 것 같네.”
“그, 그런가.”
소명은 진정한 그녀의 기색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그렇지만 그녀는 소명을 향해서는 날 선 눈을 풀지 않았다. 그녀는 흘겨보며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산 거야?”
“여기저기 돌아다녔지, 뭐.”
소명은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두 사람은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지난 얘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너희를 찾을 생각이었는데. 설마하니 상화촌에서 널 볼 줄이야.”
“흥! 어련하시겠어.”
이제 와 찾을 생각을 하다니. 당민은 모난 눈으로 소명을 노려보다가 콧방귀를 뀌며 이죽거렸다. 소명은 쓴웃음을 흘렸다. 그리 난감한 소회(所懷)를 나누던 중 소명이 문득 물었다.
“헌데, 사천에서 하남까지는 어떻게 오게 된 거냐?”
“그건.”
당민은 멈칫하더니 떨어져 있는 남궁유의 모습을 잠시 보았다. 그는 말 안장이며 발굽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가 촉도를 넘어온 것은 무가련, 특히 안휘남궁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야, 무가련의 초청이라니. 대단한걸.”
소명은 정말 감탄하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당민은 그런 소명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는 너야말로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냐니? 무어가?”
“당가의 은광백우(銀光白雨)를 그냥 맨손으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한 줄 알아?”
당민은 짐짓 눈매를 굳혔다. 은광백우라 하면 전통의 당가에서도 꽤나 상위에 속하는 비침술이었다. 비록 당민이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라 하나 맨손으로 태연히 감당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당가의 무학은 남과 북으로 구분하고 있다. 남조류(南條流)와 북조류(北條流)가 그것이다.
남조류라 함은 보통 여러 종의 독을 이용하는 것으로 주로 독을 풀고 거두는 용독술에서, 독을 이용하여 내공을 단련하는 독력기공 등을 말한다. 반면 북조류는 던지고, 쏘는 기기묘묘한 암기술과 권장지각, 그리고 편(鞭), 수(手), 장(杖)으로 대표되는 당가의 칠대병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은광백우는 그 북조류에서도 상위절기 중의 하나였다.
“아하, 그렇군.”
소명은 불현듯 무릎을 쳤다. 그는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서장에서 들었던 사천 강호의 풍문이었다. 수년 전, 침체된 당가에서 일대재녀(一代才女)가 등장하였다. 그녀는 녹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절정에 달하는 공력으로 사천 무림을 종횡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따로 불렀다.
“네가 녹면옥수(綠面玉手)로구나!”
“헤헴!”
놀라 외치는 말에 당민은 턱 끝을 치켜들며 짐짓 헛기침을 흘렸다. 이제야 알았느냐는 듯이 뽐내는 모습이었다. 소명은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곧 엄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말 돌리지 말고. 너는 어떻게 된 거야?”
“소림의 속가 제자가 되었어, 그뿐이야.”
담담하게 말한 소명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소림이라니. 그 말에 당민은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큰 눈을 더욱 크게 떴다.
“정말?”
“인연이 있어서 말이야.”
“잘 됐다. 잘 됐어…… 잘 됐어.”
그녀는 마치 자신의 일 인양 굉장히 기뻐했다. 비록 하남 땅에서 흔한 것이 소림의 속가 제자라 하는 무인들이었지만 지금 소명이 보인 무위로 보건대, 결코 허튼 세월을 보낸 것은 아닐 터였다. 무엇보다 죽은 줄 알았던 옛 친구가 이렇게 사지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있으니.
당민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곧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작은 어깨를 떨었다. 숨죽인 흐느낌에 소명은 난감하여 머리를 긁적였다.
“아민.”
소명은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뻗었다. 고개 숙인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순간, 당민은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눈가는 젖어 있었지만 치뜬 눈초리는 날카로웠다. 그녀는 버럭 외쳤다.
“이게 뭘 잘했다고!”
쫘악!
“억!”
방심한 상태에서 제대로 들어간 따귀였다.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그녀가 뾰족하게 외쳤다.
“그래, 속가 제자가 될 시간은 있고 소식 알릴 시간은 없었더냐!”
소명은 맞은 얼굴을 부여잡은 채 푹 고개를 숙였다.
‘쳇, 그래도 그렇지. 같은 데를 또 때리기냐. 아오…….’
당민은 아파서 웅크리는 소명의 모습에 흥! 하고 코웃음 쳤다. 그러나 그도 잠시, 낯빛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초점 없는 눈으로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힘없는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다른 녀석들은 뭘 어찌하고 있을지.”
그 중얼거림에 삐죽거리던 소명의 입매가 멈칫했다.
탁연수와 이청의 일이었다. 도통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없다는 친부가 나타나 데리고 간 탁연수, 그리고 온다간다는 말도 없이 홀연 사라져 버린 이청.
특히 이청을 생각하니 당민의 입에서는 기나긴 한숨이 흘렀다.
“너도 그렇고 그것들도 그렇고, 정말 나쁜 놈들이야.”
그녀는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소명은 쓰게 웃으며 그녀 옆에 앉았다. 당민은 한 번 더 눈살을 찌푸렸지만 또 때리지는 않았다.
둘은 불가에 마주 앉아 지난 세월들을 주고받았다. 세월만큼이나 쌓인 사연들도 많았다. 당민은 웃고, 또 웃었다. 특히 호충인의 이야기에 박장대소했다. 그렇게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불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남궁유는 자리를 잡았다. 그로서는 졸지에 풍찬노숙을 하게 된 꼴이었지만 딱히 불만은 없었다. 남궁유는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어 놓은 말에게 다가가 안장에서 서너 개의 죽통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가까이에 드러누워 있는 위지백에게 권했다.
“한잔 어떠십니까?”
“오호!”
위지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결코 사양하지 않았다.
“이야, 이 친구 경우가 있구만. 하하하.”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살살 코끝을 간질이는 냄새를 보아하니 꽤나 좋은 술이었다.
남궁유는 대통으로 입술을 축이면서 뚫어져라 소명과 당민,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결코 거둘 수 없었다. 그는 특히 소명을 경계했다.
서장제일도가 동행이며, 또 사천의 녹면옥수가 옛 친구라 서슴없이 대하는 사람. 소림의 속가라고는 하지만, 근자에 들어 두각을 나타낸 소림 속가 중에 소명이라는 이름은 들은 바가 없었다. 눈을 가린 머리카락조차 남궁유의 눈에는 수상하게만 보였다.
‘대관절 정체가 무어란 말인가?’
남궁유는 슬쩍 입술을 깨물고 소명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았다. 어둔 가운데에서 두 눈이 번뜩였다. 그 옆에서 위지백은 생각지도 못한 술에 희희낙락했다.
소명은 남궁유의 탐색하는 눈길이 거슬렸다. 얼굴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무가련과는 달리 얽히지 않는 편이 좋으니. 그저 담담하게 넘길 뿐이었다.
이날 이후로 다시 볼 일은 없는 사람이니.
날이 밝았다.
네 사람 중 고수 아닌 사람이 없는바, 달리 힘겨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다만 당민과 이대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소명이 물었다.
“낙양으로 간다고 했지.”
“본래는 남궁 공자가 이끄는 대로 낙양으로 갔어야 했는데, 내가 억지를 부려서 상화촌에 들렸거든.”
“하하, 그 억지가 고맙네.”
소명은 크게 웃었다. 이는 진심이었다. 당민은 고소를 머금었다. 그녀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셈이야?”
“음, 등룡문으로 가서 아충을 만나고, 그리고…… 다른 녀석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다른 녀석들을?”
“음.”
소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민은 눈을 내리깔며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이 복잡했다. 가슴은 소명과 함께 가고자 하지만, 본가의 일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소명은 그녀의 머뭇거림을 이해했다. 그는 불현듯 손을 뻗어 당민의 손을 맞잡았다. 하얀 손, 고운 손, 그렇지만 아래에는 무수한 상처와 굳은살이 있었다. 오래 단련한 손이었다. 소명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