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01
96. 이건 공명의 함정일까? >
석태 형이 아침부터 이상한 말을 한다.
“오늘은 어머님도 가셔야겠습니다.”
“네? 엄마는 왜요?”
“회사에서 계약서를 새로 쓰자고 하네.”
“웬 계약서요? 위임장 있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나는 엄마를 뒤로 감추면서 말했다.
“하여간에 오버하기는, 나쁜 뜻이 아니야. 네 계약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어서 그래.”
“설마 돈 벌었으니 다시 계약금을 토해내라 이런 뜻인가요?”
“허, 너는 항상 왜 반대로 생각하는 거야?”
“그거야 이놈의 세상이 제 생각과 반대로 흘러가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이번에도 역시 네 생각과 반대로 흐르는구나. 계약금을 올려서 다시 계약하자고 하는구나.”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돈을 더 주겠다고요?”
“그래.”
헐, 이건 또 왜 이러는 거야? 1억 받고 그만큼 굴렀는데 금액이 오르면 얼마나 굴리겠다는 이야기인 거야?
“그래서 얼마를 주는 건데요? 전 그냥 안 받고 지금처럼 일했으면 하는데.”
“그래. 20억이라고 들었다.”
“네. 2억이라. 두 배네요. 그냥 그 돈 안 받고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예린아, 왜 흔들어?”
“오···. 오빠 2억이 아니라 20억이라고 한 것 같은데?”
“뭣이! 아니 이놈의 회사가 제정신이야?”
“오빠 화내는 장면이 아니고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맞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20억이라니. 이건 분명 공명의 함정이 분명해. 내가 그래도 2억이면 이해를 하지. 왜? 나 열심히 했잖아. 그런데 20억이라니 장난해? 엄마, 해장국으로 계산할 필요 없어.”
예성은 20억이란 소리에 손가락을 접고 있는 엄마 손을 붙잡았다.
“응. 그···. 그래. 20억을 듣자마자 20억이면 얼만가 싶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아들 20억이라니. 어쩜 좋니?”
엄마도 얼굴에도 기쁨보다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축하를 하기에는 이 여사에게는 금액이 너무 컸다.
거기다 아들이 잘해서 받는 보너스도 아니고 상금은 더더욱 아니다.
이건 계약금이다. 아들의 통장에 돈이 쌓이는 것을 보며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을 했더니 다시 생각을 아득히 벗어나는 금액이 나왔다.
엄마의 표정이 나도 이해가 된다.
내가 잘났다고 우기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다.
지난해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돈을 벌었지만 그건 고생한 것에 대한 넘치는 보상이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건 그냥 공돈 아닌 공돈이 아닌가?
“오빠. 내 생각에는 말이야. 아마 위약금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위약금?”
“그래. 오빠가 기획사를 빠져나갈까 봐 그런 거지. 계약금이 20억이라고 치면 위약금이 100억이야. 그러니까 이건 오빠를 기획사에 묶어두겠다는 의미지. 1억일 때는 5억이니 오빠가 마음만 먹으면 털고 나갈 수 있는 금액이 되었잖아.”
아! 그런 뜻인가?
“난 나갈 생각 없는데.”
내가 일한 만큼 돈을 안 주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 사이도 나쁘지 않은데 왜 나간단 말인가?
“그거야 오빠 생각이지. 작년보다 오빠의 가치가 너무 오른 것이 기획사에서는 불안하다고 본 거지. 안 그래요, 석태 오빠?”
“음. 내 생각도 같다. 이번 계약은 대표님이 직접 지시한 이야기라고 들었어. 아마 네가 이번에 레드엔젤의 노래를 만들어주면서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은 모양이야.”
“아직 결과도 안 나왔는데요. 차라리 제가 1위 한 것 때문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래. 7개 음원 사이트 중에서 고작 1개의 차트에서 1위를 했지만 어쨌건 한국 1등이다. 작년에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사념 파를 쏘아대며 지랄발광을 해도 안 되던 것이 될 대로 되라고 마음을 먹자 이루어졌다.
예린의 말에 나는 석태 형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정이 내려졌어. 아무튼, 너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잖아.”
“아뇨. 이건 제 앞날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기획사가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본전은 뽑을 생각일 텐데, 제가 얼마나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까요?”
“글쎄다. 그건 나도 모르겠네.”
석태도 차마 아니라고는 하지 못했다. 어제 눈을 빛내며 열변을 토하던 본부장님의 모습이 머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역시 석태 형도 저랑 비슷한 기분이죠?”
“그런데 예성아, 적게 준다고 덜 굴릴 기획사라고 생각하냐?”
석태 형답지 않은 촌철살인이다.
“허, 할 말 없게 만들어 버리네요. 형 말이 맞아요.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죠.”
“그래. 그러니까 기분 좋게 받아들여. 네 값어치를 인정받는 거 아니겠어?”
뷰티핑크 누나들이 이야기한 게 현실이 되어 버린 걸까?
“아들, 일이 많은 것을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해. 그동안 바빴으니까. 하지만 일이 없는 게 오히려 더 나쁜 거잖아? 더구나 일이 많고 적고는 중요하지 않아. 엄마는 오히려 고작 20억으로 귀한 우리 아들을 잡고 흔들려고 하는 그 의도가 괘씸하네. 아들 가자. 가서 따져야겠어.”
엄마의 말에 나와 동생은 멍한 표정으로 엄마를 봤다.
그리고 참다못한 동생이 엄마를 쳐다본다.
“엄마, 조금 전 장면이랑 전혀 매치가 안 되고 있거든? 갑자기 왜 그래? 조금 전 행동이 부끄러워 없는 셈 치자는 속셈이야?”
“딸, 무슨 말 하는지 엄마는 모르겠네. 하지만 20억 듣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로또도 10억인 판국에 로또 두 번 당첨되었다는 이야기와 뭐가 달라? 그런 큰돈을 준다는데 안 놀라면 그게 사람이니? 하지만 놀라는 건 놀라는 거고 그게 족쇄라면 이야기는 다르지.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사람들에게 아들을 맡겼는데 돈으로 사람을 누르려고 해? 석태 총각, 앞장서요.”
“네. 가시죠.”
어차피 가서 해결 봐야 할 일이지 여기서 말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었다.
***
“석태 총각, 계약은 어디서 해요?”
“아마 대표님 사무실에서 할 겁니다.”
“그래요? 그전에 본부장님 좀 만났으면 하네요.”
“네. 가시면 아마 마중 나오실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석태 형의 말대로 기획사에 도착하니 본부장님이 나와 계셨다.
“어서 오세요. 예성이 어머님, 그리고 예성 학생, 축하해. 1등 먹었던걸.”
“감사합니다. 잡덕도 뭉치면 우물러 못지않은가 봐요.”
“그···. 그렇구나. 역시 예성 학생, 마음이 쫀쫀하기 그지없어. 그걸 마음에 담아두다니···.”
본부장님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본부장님, 이야기 좀 해요.”
“네. 물론입니다. 저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무실로 가시죠.”
본부장님이 대답하면서 웃음을 짓는데 묘하게 거슬렸다. 평소의 웃음과 무언가 다르다.
“어제 무슨 일 있으셨어요? 유난히 기운 빠진 모습이네요.”
“그래 보여? 이게 정상이지. 내가 그동안 너무 업되어 있었던 거야. 이제는 냉철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야지.”
“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라 상상이 되지 않네요.”
“그럴지도 모르지.”
또 말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정말 찜찜한 반응이다. 여기서는 ‘예성 학생, 매번 보는 모습이잖아. 왜 그래?’라고 받아칠 분인데.
하지만 묻지는 않았다. 본부장님은 어른이고 나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사시는 분이니까.
사무실에 들어가자 본부장님이 차를 내오며 말을 꺼냈다.
“하실 이야기라는 것은 역시 계약 때문이겠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성이 어머님”
“그럼 굳이 새로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이기호는 순간 멍해졌다.
이건 계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한 게 아니라 그냥 새 계약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인가? 아니 왜? 20억이 적다고 말할 분은 아닌데?
“예성이 어머님, 어머님이 뭔가 잘못 아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이건 예성 학생에게 무조건 유리한 계약입니다. 저희가 나쁜 뜻으로 제안한 게 아닙니다. 작년 한 해 예성 학생이 저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기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겁니다.”
“알아요. 본부장님. 하지만 아들의 책임감도 그만큼 무거워지겠죠. 돈이야 아들이 일하는 만큼 대우해 주시고 있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엄마로서 자존심 상할 정도예요. 아들이 벌어들이는 돈을 보니 내가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왔다는 생각이 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아니, 엄마 그건 너무 나간 생각이거든. 엄마는 우리 잘 키운 거 맞아. 내가 잘 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들, 조용히 해. 엄마 말하고 있잖니?”
“네.”
오늘의 엄마는 진지했다. 엄마는 나에게 친구 같은 엄마였다. 항상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며 항상 내 편인 엄마다. 그런 엄마라 나도 진지한 모습이나 화난 모습은 본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아들이 열심히 해서 번 돈이니 괜찮아요. 하지만 이번 계약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들에게 족쇄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어머님, 전혀 그런 거 아니니 안심하세요. 저희와 1년 가까이 함께하셨잖아요? 앞으로도 저희는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성 학생은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 성장에 맞춰서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게 회사 입장입니다.”
“네. 제 딸도 아까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위약금 때문이라고요.”
“그런 의미도 있겠죠. 하지만 그거야 당연히 예성 학생과 오래 같이하고 싶은 저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20억은 아들에게 큰 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네요. 제가 한때 해장국 가격을 8,000원으로 올리려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올리지 못했어요. 가격을 올리면 그 가격에 맞는 맛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8,000원의 맛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들의 몸값이 20억이라고 하면 아들은 그 몸값에 맞는 일을 해야겠죠. 그리고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길 원해요.”
이 여사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한도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말했다.
이 여사는 아들이 편하게 살기를 바랐다.
내년에 대학도 간다고 하니 대학생활도 즐기고 가수 생활도 즐기면서 살기를 바란다.
아들은 자신의 꿈이나 마찬가지다.
식당일에 매달려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 하고 남들이 즐기는 여가생활도 즐기지 못하고 살아온 인생이다.
그렇기에 아들이 일만 열심히 하면서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고 인기인이 됐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 여사였다.
아들도 어느 순간에 쉬면서 학교에 가고 싶을 수도 있고, 가수보다 다른 것을 하고 싶을 때도 있을지 모른다.
자신이야 자식들을 위해 아등바등 살았지만, 아들을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고등학생인 아들이다.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하지만 탐탁지가 않다. 마치 아들의 인생을 저당 잡히는 느낌이다.
“하아, 어머님, 어머니의 말에는 중요한 오류가 있습니다. 예성이 몸값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지금이 20억입니다. 내년에는 또 달라질지도 모르는 겁니다.”
“네···. 네? 그럼 내년에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건가요?”
이 여사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럼 먼저 투자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지금 아들의 몸값이 20억이라는 소린가?
“네. 물론입니다.”
이기호는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올해 예성으로 인해 기획사가 벌어들일 돈은 그것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기에 찔리지는 않았다.
“하···. 하지만 금액이 큰 만큼 우리 아들이 더 일해야 하는 것은 맞잖아요?”
“그 일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처럼 바쁜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대신 예성 학생이 성장한 만큼 규모가 커지겠죠.”
이기호는 말을 하면서도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돈을 준다는데도 싫다니. 돈 때문에 가족을 죽이는 사건도 심심하면 뉴스에 나오는 세상이다.
‘허허, 이걸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이유는 자신이 봐도 빤히 보였다. 아들 고생할까 봐 그런 것이다.
‘하긴 빡빡하게 돌리긴 했지.’
부르르, 부르르
진동이 오는 느낌에 핸드폰을 보니 대표실이다.
“잠시 통화 좀 하겠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
“여보고 자기고, 야! 왜 안 와?”
“뭐가 그리 급해요?”
“대기 타고 있은 지 10분이 넘었다.”
“하여간에 대표란 사람이 대기 타고 있다가 뭡니까?”
“너희들도 나보고 심심하면 대기 타고 있으라면서 뭘? 그런데 뭐가 문제야? 돈이 적다고 하냐? 하기는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지 TV, 인터넷, 음반 시장할 것 없이 죄다 신예성······.”
“대표님!”
“야 말 안 끝났다.”
“더 들을 필요가 없어서요. 그 반댑니다.”
“뭐가 반대야? 설마 돈 안 받겠다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맞습니다. 기존 계약을 유지했으면 한다네요.”
“뭐? 아니 왜? 설마 다른 기획사에서 접근한 거 아니야?”
“그건 아닙니다. 아마 요번 달에 스케줄이 너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그러게 작작하지 그랬어?”
“아니 형님이 오케이 사인 안 내렸으면 제가 했겠어요?”
순간 흥분하고 만 이기호가 큰소리를 냈다.
하지만 전화기 속에서는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넌 했어. 하고도 남아. 어제까지 정신 못 차리던 너였잖아.”
“아~”
“아무튼, 계약 해야 해.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알 거라 믿는다.”
“네.”
이기호가 통화를 마치지 물끄러미 보고 있던 이 여사가 물었다.
“대표님이세요?”
“네. 왜 계약하러 안 오냐고 그러시네요. 예성이 어머님, 계약하시죠. 어머님이 걱정하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정 걱정되시면 계약서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드리겠습니다.”
“거부권이요?”
“네. 예성 학생이 정말 하기 싫다고 하면 저희 측에서 포기하는 약속과 같은 겁니다.”
“저···. 기 그런데 아들이 그렇게 비싸요?”
눈을 빛내며 물어오는 이 여사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네. 아드님은 지금도 비싸지만, 시간이 지나면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불리게 될 겁니다.”
“아들 들었어? 중소기업이래. 예린이는 네가 데리고 일하면 되겠다.”
“엄마, 미쳤어? 누구 말라죽는 꼴 보려고 그래?”
“아들이 사장인데 이겨 먹겠지.”
“엄마, 꼭 그렇지는 않아.”
머릿속으로 조 사장님과 은지 누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그 꼴 날수는 없다. 불가원불가근이라고 했다. 지금이 딱 좋다.
“그럼 이제 계약하러 가는 건가요?”
“그래. 그런데 넌 안 와도 된다.”
“아니 왜요? 제 계약이잖아요?”
“하지만 미성년자지. 거기다가 너 일형이에게 가봐. 손님들이 왔어.”
본부장님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지···. 지금 손님들이라고 했어요? 그럼 정말 된 건가요?”
“글쎄, 가서 네 눈으로 확인해봐.”
“네. 엄마 계약 잘하고 가. 아들은 바빠서 이만.”
예성이 후다닥 달려가자 이 여사는 이기호를 쳐다봤다.
“누가 왔기에 저래요?”
“이번에 예성 학생이 음악방송에 나가는데 연주해줄 사람들이요.”
****
‘우와~, 설마 진짜 와주실 줄이야. 이건 가문의 영광이야.’
문을 열려고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남자를 생각하며 가슴이 두근거린다니.
평소라면 질색할 일이지만 이분들은 정말 나에게는 꿈에서라도 같이 해보고 싶은 선생님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컸을까?
순간 기타 소리가 멈추면서 모두 나를 쳐다본다.
정···. 정말 화면에서 보던 그 사람이 내 앞에 앉아서 기타를 잡고 있다.
“안녕하세요? 신예성입니다.”
“그래. 만나서 반갑다. 감춘호라고 한다.”
“네. 교수님, 설마 정말 와주실 줄 몰랐습니다. 새파란 신인이 너무 무례한 부탁을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친구는 인사치레가 과하네. 세션이야 불러주면 고맙지.”
감춘호 교수님이 장 프로듀서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장 프로듀서님은 마치 그것 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음악을 오래 하면 다 연결되는 거라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가 보다. 내가 이야기를 꺼낼 때 자신 있게 자신만 믿으라고 하시더니 이유가 있었다.
“맞아요. 형님 마침 한가할 때 연락해줘서 고맙다.”
우와 어쩜 말도 저렇게 고맙게도 하실까?
감춘호, 한국에서 이분을 모를 분이 누가 있을까?
감히 한국을 대표하는 감성 포크기타리스트라고 말하리라. 시인과 동장이라는 듀엣으로 이름을 알리고 수십 년을 기타를 연주해 오신 분이다.
거기다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이기도 하시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 선생님의 연주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꼭 뵙고 싶었던 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주원. 이 형도 마찬가지로 한국에 기타를 만져봤다는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한국의 집시 기타의 원탑이라 할 수 있는 형이다. 자유롭고 현란한 기타연주는 사람들을 홀릭하게 만든다.
“부족한 저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네가 부족하면 난 죽어야지. 노래 좋다. 녹음할 때 연락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다시 할까요?”
“뭐? 하하! 일형이 형, 이 친구 원래 이런 성격이야?”
“저게 평소야. 아까도 말했잖아.”
“그런데 예성아, 아! 형이 말 놔도 되지?”
“물론이에요. 한참 어린데 말 놓으세요.”
“그래. 춘호 형과 내가 의논을 했는데 말이야. 반주를 손봤으면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순간 멋지다고 생각해버렸다. 감히 교수님께 형이라 부르다니.
“네. 오히려 부탁드리고 싶죠. 음원으로 들을 때와는 다르게 보면서 감상하기에는 조금 밋밋하긴 하죠.“
어쿠스틱이 잔잔해서 눈을 감고 듣기에는 좋다. 하지만 보면서 감상하기에는 심심할 수 있다. 거기다 기타의 거장인 이분들이 내 노래에 손을 대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그래. 고맙다.”
“제가 고맙죠. 이번에 바꾸면 제가 계속 써먹어도 되는 거죠?”
“그래. 하하 이놈 참.”
전혀 웃기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웃지?
“그럼 한번 맞춰볼까? 음악방송에서 멋지게 불러야지.”
“네. 이번에 디지털이 판치는 방송에 아날로그의 파워를 보여주자고요! 오!”
내가 주먹을 쥐며 함성을 조그맣게 지르자 나를 멀뚱멀뚱 본다.
아! 이게 세대 차라는 걸까?
호응이 없다.
아무렴 어떤가? 멋진 연주에 존경하는 사람들이랑 공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행복이 아닌가?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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