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09
104. 학교에 가자. >
동생은 심하게 똑똑했다.
하지만 나도 지지 않을 정도로 똑똑했다.
“아! 오빠, 아침부터 장난해? 내가 똑똑해도 오빠는 그냥 나와야지. 왜 노크를 하고 그래? 얼른 문 열고 나와.”
이놈의 계집애 말하는 것 보소.
“야! 뭐가 그렇게 급해? 지금 나간다. 그런데 넌 똑똑하고 왜 난 노크야?”
“그야 어감상 그게 맞으니까. 하여간에 왜 오늘 같은 날 일찍 일어나서는···.”
동생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문을 열고 나겠다.
한껏 찡그린 인상으로 나를 노려보는 동생이 보인다.
“인상 펴라. 즐거운 개학 날이 아니겠냐?”
“아침부터 흰소리야? 언제부터 개학 날이 즐거운 날이 됐어? 헬게이트가 열리는 날이지. 킁킁! 설마 아침부터 똥을 싼 건 아니지? 그랬으면 죽여버릴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그리고 다시금 들려오는 찢어지는 듯한 고음이 들려온다.
“아~악!, 오빠, 볼일을 봤으면 변기 뚜껑 내려놓으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해? 하여간에 말은 지독히도 안 들어요.”
동생의 비명을 뒤로하고 식탁에 앉으니 엄마가 데운 우유를 주셨다. 나는 우유를 받으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엄마, 오늘도 평화로운 아침이야. 그렇지?”
“그래. 역시 딸의 짜증 난 목소리를 들으니 너희들 개학했다는 느낌이 드네. 어떻게 된 게 딸내미는 2학년이 되는데도 변한 거 없이 저 모양인지.”
“몸무게는 변했을걸?”
“아들,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여자에게 몸무게 이야기는 금물이야.”
“알았어.”
“그런데 네 동생 찌기는 쪘어. 어제 치마허리가 안 잠긴다고 허리 늘려달래서 손봐줬어.”
“이건 뭔가 불공평해. 엄마는 해도 되고 난 안되다니.”
“엄마는 여자잖니?”
이야기를 나누는 데 동생임 물기 젖은 머리로 식탁에 앉는다.
“왜 내가 나오니까 조용해져? 내 욕했어?”
“네가 욕할 게 뭐가 있다고 그래? 밥이나 먹어.”
그런 나를 보면서 동생의 눈이 갸름해진다.
“수상해. 냄새가 난단 말이지.”
“이년아, 어서 가서 화장실 문이나 꼭 닫고 냄새나니 뭐니 해라. 꼬리가 얼마나 길기에 문을 열어놔?”
엄마의 말에 동생은 슬그머니 일어나서 다시 화장실의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아들, 자전거 손질 좀 해놓지 그랬니? 그냥 타기에는 먼지가 많이 앉았더라.”
“응? 아냐 엄마, 오늘도 석태 형이 태워다 줄 거야. 아들이 이제 정식 가수잖아. 그래서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하다나 뭐라나?”
“그래? 아들이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 같아 엄마는 기분이 좋아.”
“응.”
“그래도 석태 총각이 힘들겠네. 아침 일찍부터 여기까지 와서 또 너 학교까지 데려다줘야 하잖니?”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형이 매니저가 하는 일이 원래 그렇다면서 신경 쓰지 말래.”
그러면서 석태 형이 한 말이 떠오른다.
‘예성아, 현상금 10억베리의 사나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본부장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간수 잘하라던데?’
순간 헛바람을 들이키고 말았던 순간이다. 그렇다. 이 몸은 무려 10억이라는 빛을 가진 채무자가 되어 버렸다. 아니 될 예정이다.
아! 생각이 떠오르자 뭔가 죄지은 것도 없는데 조바심이 든다.
레드엔젤 누나들이 내 코러스를 할 때 이런 심정이었을까? 뭐라도 해서 빚을 까야 한다는 심정이다.
“올 한 해 정말 열심히 해야겠어.”
“그래. 아들 열심히 해야지.”
이 여사는 아들이 고3이 되어 대학에 가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했다.
‘나도 지지 않게 열심히 아들을 도와야지. TV에 보면 고3 엄마들이 그렇게 극성이라는데 나도 질 수 없지.’
이 여사는 식탁 밑의 두 손을 불끈 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예린은 아침부터 두 눈을 빛내며 파이팅 넘치는 모자를 보자 한숨이 나왔다.
“하여간에 모자가 아침부터 기운이 뻗치시는구먼. 적당히 합시다. 적당히”
‘역시 이 집안의 정상인은 나 하나밖에 없어. 올해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어.’
***
식사하고 밖으로 나와 석태 형을 만났다.
그런데 동생이 나에게 의외의 말을 건네왔다.
“나도 타고 가자. 그래도 될까요? 석태 오빠.”
“그럼 물론이지.”
“웬일이냐, 네가 나랑 같이 학교에 가려고 하다니, 드디어 이 오빠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 거냐?”
“그냥 학교 가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가고 싶거든.”
“그래? 오빠가 할 말이 없다.”
“괜찮아. 이 고생으로 내 살림 형편이 나아진다고 생각하면 참을만해.”
“그···. 그러냐? 넌 정말 한결같아서 뭐라 할 말이 없다.”
“석태 오빠, 출~발!”
“그래.”
차를 학교 앞까지 타고 가기에는 차가 너무 눈에 띄어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어차피 다 아는데 앞까지 타고 가지. 오르막 걸어 올라가면 다리 굵어지는데. 오빠 어딜 보는 거야?”
“다리 이야기하길래 그냥 한 번 봤다. 그리고 나야 편해서 좋지만, 학교에 피해를 주는 행동이지 않겠냐? 신기해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짜증 내고 질투하는 이들도 있을 거야. 그런걸 미리 방지하는 차원이지. 너도나도 타고 다니면 모르겠지만 나 혼자잖아?”
“오빠답지 않은 말이긴 한데, 틀린 말은 아니네.”
학교에 앞에 도착하자 동생이 나를 슬쩍 민다.
“오빠가 먼저 가. 그리고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줘.”
“알았다. 맡겨둬.”
보무도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내가 내리자 등교하는 학생들이 환호를 보낸다. 이미 차를 보고 내가 내리는 줄 알았을 것이다.
나는 환호에 손을 흔들면서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 뭔가를 큰 소리를 물으면 대답을 해주면서 걸음을 옮겨 갔다. 학교 교문에 들어서자 교무주임 선생님이 나와 계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쓰러졌다는 소리에 걱정했는데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구나. 올 한해도 잘 해보자.”
“네. 선생님”
교실 문을 열자 친구들이 나를 격하게 반긴다.
“드디어 왔구나.”
“그래. 내가 왔다. 친구들이여 잘들 지냈냐?”
“일단 잡아!”
친구들이 나를 양쪽에서 잡았다.
“설마 나를 깔 생각은 아니겠지? 잘 생각해라 이 몸은 이제 초상권이라는 게 있어서 너희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몰라. 조심스레 놓는 게 좋을 거다.”
“무슨 소리야? 야! 옮겨.”
친구들에 의해 끌려간 자리에는. CD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내 싱글앨범이었다.
“미안하다. 너희 마음은 알겠지만 받아 들일 수 없다. 내 인생에 환불은 없어.”
“하여간에 이놈은 헛다리 짚는 것은 변하지를 않냐? 흰소리하지 말고 앉아서 사인이나 해.”
수북하게 쌓인 시디를 보니 친구들이 하나씩 모두 사준 모양이다. 반 친구들의 숫자를 제하고도 시디가 남는다. 설마, 가족마저 동원한 건가?
“고맙다.”
“고맙기는 다 재테크 차원이야. 나중에 네 사인이 들어가 있으면 중고라도 가격이 더 나올지도 모르잖아.”
말은 그렇게 하는 친구들이지만 마음이 느껴진다. 시디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일단 네가 부른 노래라서 사긴 샀다만은, 왜 그렇게 비싸?”
“그렇지? 나도 듣고 놀랐다. 싱글앨범이랑 정규 앨범 가격이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 내가 들었는데 싱글이랑 정규랑 유통비가 똑같다고 하네. 그래서 비싸데”
“그래?”
“응. 그래서 사줘서 고맙기는 한데, 미안하네.”
“뭐가? 네가 억지로 권한 것도 아닌데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사인이나 예쁘게 해. 이게 다 추억이거든.”
“알았다.”
조용히 대답하고 사인을 하는데 이상했다.
“야! 사인을 계속하고 있는데 시디가 줄어드는 느낌이 안 들지?”
“그거야 자꾸 들어오고 있으니까 그렇지. 홍수가 아까 반을 돌면서 시디를 모아서 가지고 오라고 이야기했다. 사람 생각이 거기서 거긴가 보더라.
다 너에게 사인받으려고 샀던 시디를 다 가져 왔나 봐. 아무래도 가수가 사인한 시디를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 그 덕에 산 학생들이 많은가 봐. 홍수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찾아오면 복잡하고 선생님이 나설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각 반에 알렸어. 아이돌빠라서 그런지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간단 말이지.”
“고맙다. 홍수야.”
“됐다. 얼른 하기나 해라.
사인하는데 이상하게 손이 떨려왔다. 모르는 이들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인하며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겠지만, 이들의 용돈은 나도 알고 친구들도 다 안다. 그런 한 달의 용돈에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이나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내 앨범을 사준 것이다.
고등학생의 용돈이라는 것은 많이 받아도, 항상 부족한 게 용돈이니까.
한창 감동에 젖어 사인하고 있는데 친구 하나가 나에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외쳤다.
“예성아, 너 교무실로 오라는데.”
“나?”
“그래.”
“왜?”
“그건 모르지. 설마······. 너 유급이냐?”
“어디서 재수 없게? 설마······. 아니겠지? 홍수야. 이거 좀 챙겨줘. 갔다 와서 마저 할게.”
“그래.”
교무실로 가서 담임선생님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를 찾으셨다면서요?”
“그래. 이쪽으로 와서 앉아라.”
“네.”
“몸은 괜찮고?”
“네. 건강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어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면서 물었다.
“흠, 참 곤란한 이야기인데 말이다.”
“설마 너 유급이야. 부모님 모시고 와! 이런 이야기는 아니죠?”
“하여간에 생각하고는······. 당연히 아니다. 다른 게 아니라 이번에 졸업식 때 송사를 네가 해줬으면 한다.”
“송사요? 그 선배님들 잘 가라는 인사를 말하는 거죠?”
“그래.”
송사라니, 나에게는 참 낯선 이야기다. 그런 건 보통 우등생들이 하는 것이 아닌가?
“그거 학생회에서 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번 3학년들이 네가 해주면 좋겠다고 선생님들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일부 여자애들이 상우가 해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상우는 아직 중국에 있으니까.”
“그렇죠.”
“어떠냐? 할 수 있겠어? 다른 선생님들도 네가 해줬으면 하는 것 같구나. 아무래도 네가 우리 학교의 유명인이잖아?”
“선생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저를 너무 낮게 보시네요. 목동의 유명인이라고 해주세요.”
“그래. 목동의 유명인, 해줄 수 있겠어?”
“네. 후배로서 당연히 해드려야죠. 가시는 분들의 마지막 부탁인데.”
“그렇게 말하니 꼭 죽는 사람 소원 들어준다는 뉘앙스구나. 그럼 교무회의 때 네가 한다고 말한다.”
“네. 선생님”
교무실을 나서며 참 별일을 다 해보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송사라니. 이것도 가수를 해서 그런 건가 싶다.
‘졸업이라···. 어떤 기분일까?’
중학교 때는 마냥 졸업이라고 하니 신났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은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았다. 대학교에 가거나, 재수하고, 그것도 아니면 사회로 나가는 이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졸업을 하면 성인이 된다는 것이다.
‘마음이 싱숭생숭하겠구나.’
왠지 그런 생각을 하자 송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와 가깝게 지낸 사람들은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서 2년을 함께 부대끼면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거기다 몇몇 사람은 나와 인사를 나누고 지낸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고 생각하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아 있는 이들의 대표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의 김미남 씨는 대학에 합격했으려나 모르겠네.’
점심시간이 되어 음악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으니 내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 기다렸어요.”
“그래? 나도 왠지 오늘은 점심때는 안 와야겠다고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는데 무시했더니, 너를 만나게 되는구나.”
“선생님, 제가 이번에 졸업식 송사를 하게 됐어요.”
“이제 선생님 말도 받아주기 귀찮니?”
“선생님과 제 사이에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 바쁘게 돌아가는 21세기에 서로 할 말을 빨리하는 게 낫죠.”
“하여간에 그놈의 말버릇은 참······. 그런데 나도 교무회의 때 듣긴 했다만. 그게 왜?”
“혹시 노래 한 곡해도 될까 해서요.”
“노래? 졸업식 노래 부르잖아?”
“그렇긴 한데 3학년 선배들이 저에게 송사를 부탁했다는 것은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특별하게 기억되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거니?”
“네. 거기다 3학년 선배들이 제 앨범을 많이 사줬더라고요. 물론이건 그냥 아주 사소하다 못해 티끌 같은 이유고, 가장 큰 이유는 같이 2년간 함께 지냈던 선배들이 떠날 때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게 해주고 싶어요.”
“그 티끌이 너무 거대하게 들리는 건 선생님의 착각이겠지?”
“물론이에요. 저는 그저 선배님들이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렇구나. 그런데 그걸 왜 선생님에게 말하니? 담임선생님이나 너의 후원자이신 교장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야지.”
“만일 하게 되면 선생님이 반주를 해주셨으면 해서요. 노래에 온전히 집중하려고요.”
“그래.”
“네. 특별한 날이잖아요.”
“알았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노래 같이 부르자는 것도 아니니 내가 해주마.”
“같이 불러주실래요?”
“아니.”
“역시 그렇죠?”
*****
“예성 학생, 들었어. 졸업식 송사를 한다고?”
“하~아, 저는 개인 프라이버시라는 게 없는 건가요? 아무리 부부라도 너무하시네요.”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 몰라? 그런데 예성 학생”
“네. 본부장님”
“그거 우리 촬영해서 써먹자.”
“네? 졸업식을요?”
“그래.”
“아니, 제가 졸업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디다 써요?”
“졸업식은 아니지만 예성 학생이 노래 부르는 거잖아.”
“네. 부르죠.”
“그게 좋은 점이거든. 예성 학생, 명절 때 요리하는 거 Y 앱에 올리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봤지?”
“네. 그게 왜 재미있는지는 모르지만 재밌다고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그게 바로 리얼리티의 장점이거든. 자신이 알고 있는 연예인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는 거야. 그러니 이번의 졸업식도 반응이 좋을 거야.”
“그럴까요?”
“그래. 돈 받고 행사 뛰는 거랑은 전혀 다른 그림이잖아. 그저 송사와 노래 한 곡이긴 하지만 졸업하는 선배들을 향한 예성 학생의 순수한 무료 공연이지. 스케줄을 많이 해서 행사 계의 수도꼭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예성 학생이 이런 학교 같은 자그마한 행사에 참여해서 노래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면 이미지가 좋아지지 않겠어?”
“그럴까요? 그런데 학교에서 허락할까요?”
“물론이지. 예성 학생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허락을 할 수밖에 없어. 공짜로 학교를 광고해주는 거랑 마찬가지니까. 내일 가서 이야기해봐.”
다음날이 되어 담임선생님에게 이야기하자 정말 허락이 떨어졌다. 그리고 전 학년에 졸업식 행사가 촬영 후에 업로드된다고 하자 학생들이 분주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교실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어이 민폐 덩어리.”
기분 나쁜 말이지만, 지금은 참고 들어야 하는 말이다. 내가 벌인 일이 맞기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정해서는 안 된다.
“왜 불러? 그리고 말이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거든. 회사에서 시켜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내가 관심종자도 아니고 그저 송사랑 노래 하나 부르면서 그러고 싶겠어?”
“응. 넌 관심종자라서 하고도 남지. 그리고 네가 콘서트가 아닌 바에야 노래도 하나만 부르지 몇십 곡 부르냐?”
이 자식 예리한데.
“그렇다고 치고 왜 불렀어?”
“졸업식 날 말이다. 혹시 재학생 가족도 출입할 수 있는가 해서 말이야.”
“그걸 왜 나에게 물어? 그런데 그날 누가 재학생 가족이고 졸업생 가족인지 어떻게 알아? 부모님만 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올 텐데. 그런데 그건 왜?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거야. 동생이랑 엄마가 오려고 해서 말이야.”
“아니 왜? 네 졸업식도 아닌데?”
“네가 노래 부른다니 보고 싶은가 봐.”
“그래?”
“어, 너도 그래? 우리 집도 이야기하니까 보고 싶다고 구경 갈까 이러던데 오라고 해도 되는 건가?”
“뭐 문제없지 않을까? 어차피 누가 누구의 가족인지 모를 텐데.”
친구들의 말에 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니지. 이것들아. 다 몰려오면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지. 왠지 불안한데.’
그리고 그 불안한 마음은 졸업식이 다가올수록 점점 커져만 갔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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