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1
6.엄마는 아들이 도와주는 것보다 꿈을 꾸는 것이 더 좋다.
예성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왜 흐르는지 예성도 몰랐다. 그냥 흐른다. 엄마의 먹먹한 말에 흐르는 눈물일까? 꿈에서 봤던 자신이 뒤늦게 도착한 장례식장의 모습 때문일까? 아니면 설명할 길 없는 꿈에 대한 진실인가?
‘모르겠다. 모르겠어. 어떤 게 진정 모두를 위한 길인가?’
엄마의 말에 예성이도 흔들린다. 꿈을 보고 자신이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엄마와 동생의 일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꿈일수도 예지몽일수도 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 일, 그러기에 미리 예방 할 수도 있다.
꿈속에서의 일그러진 삶의 원인은 자신의 몰지각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에는 음악에 미쳐 있는 삶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엄마가 이른 나이에 일찍 돌아가시고 동생과는 원수지간이 되었다.
‘아쉽다. 이왕 꾸는 꿈, 목소리라도 들렸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을걸.’
예성은 마음을 다잡았다. 꿈속의 엄마도 중요하지만 현실의 엄마는 더 중요했다. 지금의 엄마는 아프지도 죽지도 않고 오직 자식에게 실망했을 뿐이다.
“알았어. 엄마 나갈게. 나가는 거 힘든 거 아냐. 나간다고 가수되는 것도 아니고, 짱짱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하지만 엄마 말대로 그냥 안하다고 하는 것은 내 생각에도 좋은 생각 같지 않아.”
예성은 고집을 꺾었다. 어쩌면 자신은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꿈속의 자신은 그만큼 처절해 보였다. 그리고 이게 그 시초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지. 어쩌면 상황이 바뀌었을지도.’
꿈속의 자신이 작곡을 시작한 것은 30대가 넘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10대, 모든 것이 다르다.
‘그래. 나비 이론인가? 나방이론이가? 그것도 있잖아.’
“그럼, 하는 거다. 나도 우리 아들 TV에서 좀 봐보자.”
“알았어. TV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아, 자신감을 가져야지. 얼마 전만 해도 자신감 빼면 아무것도 없었으면서 도대체 왜 그래? 사춘기냐?”
“내가 예린이도 아니고 사춘기는?”
“나는 왜? 나 예전에 지났거든. 여자의 사춘기가 얼마나 빨리 오는지 몰라?”
“아냐. 넌 하는 짓 보면 딱 사춘기야. 반항적이야.”
“오빠랑 사이좋으면 그게 더 사춘기거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연정이 기호에게 물었다.
“어땠어?”
“나는 좋던데 대표형님이 보류라고 하네.”
“이상하네. 좋아할 타입인데······. 형식 오빠 만능 엔터테이너 좋아 하지 않아? 아직도 교육이야 말로 미래다. 막 이래?”
“아니, 실력과 인상은 마음에 드는데 그거 있잖아? 독기 말이야. 꼭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없어서 마음에 걸린다고 해.”
“헤~에, 그런 것도 보는 구나.”
“응. 대표형님은 근성, 의리 이런 거 좋아하거든. 나랑 일형이가 그래서 아직까지 못 나가고 있는 거야.”
“그래. 그런데 그게 끝이야? 그럼 오디션 실패네.
“
연정은 자신이 원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성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그건 아니고, 독기를 품을 수 있게 서바이벌 오디션에 내보내 보라고 하던데?”
“서바이벌 오디션? 하긴 경쟁자가 있으면 달라지긴 하지. 비교가 될 테니. 그래서 뜬금없이 슈스케 이야기를 한 거구나. “
“아! 그리고 일형이가 그러는데 예성이가 호흡이 많이 딸린다고 하네. 좀 가르쳐봐.”
“내가 왜 가르쳐? 난 여기까지야. 난 이끌어줄 능력이 안 돼.”
“누가 엄청난 걸 가르치래? 호흡, 발성, 체력 이것만 해주라. 일형이가 그런데 음악적인 것은 스스로 하게 내버려두래.”
“그건 나도 찬성, 클래식이라면 모를까, 가요의 작곡은 감성으로 하는 거지. 배워서 하는 게 아니야.”
“그건 배운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야. 너도 배운 사람이잖아, 그것도 미국까지 가서 배웠으면서.”
“그거야 나는 클래식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배웠으니까 그런 거지. 쟤는 아니야.”
연정이 예성을 바라보자 이여사가 예성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어린놈이 저지르고 볼 것이지, 뭐가 저리 걸리는 게 많은지.’
“엄마, 할게.”
“그래. 일단 해봐, 남자가 말이야. 일단 뜻을 세웠으면 꺾으면 안 되는 거야.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엄마 아직 튼튼하다. 아픈데도 없어. 네가 엄마 품을 떠날 때까지 엄마는 네 도움 필요 없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집구석에서 청소하고 빨래하는 건지는 모른지만 하나도 안 고맙다. 네가 엄마에게 효도하는 건 네가 꿈꾸는 삶을 향해 나가는 거야. 전업주부가 아니야.”
“나도 오빠가 내 물건 만지는 거 결사반대.”
“오빠가 엄마랑 진지하게 장래를 이야기 하는데 끼어 들지 마.
“
“전혀 진지하지 않거든. 울보야!”
“저기, 이제 계약을 마무리 하는 게 어떨까?”
이기호의 말에 예성은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괜찮아. 가족이 이렇게 지지해 주는 건 가수지망생에게는 중요해. 진짜 이런 일 하다보면 엄청난 가족을 많이 봐. 말 안 해도 알지? 그런 가족에 비하면 넌 축복 받은 거야.”
“저도 알아요. 그래서 더 두렵구요.”
“뭘 그렇게 두려워해? 해보고 아니면 다른 거 하면 되는 걸?”
“뭘 모르는 소리를 하네. 그게 불가능하니까 그런 거야. 음악하는 사람은 쉽게 다른 걸 못해. 내가 입시학교에서 음악선생 하는 게 좋아서 그런 거 같아? 아니야. 음악을 못 떠나서 그래. 내 후배들 중에 노는 애들 수두룩하다. 수억을 들여 성악을 배웠는데 아무도 써주질 않아. 눈은 음악 하느라 높아졌지. 일은 안 들어오지. 그러니까 노는 거야. 음악 판에 뛰어들면 죽기 살기로 해야 해. 어중간 한건 없어.”
“야! 설득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예성은 음악선생님과 본부장의 대화가 아까와는 전혀 다르게 들렸다.
“어라? 두 분 아는 사이세요?”
“아는 사이는 무슨 웬수지.”
“남편한테 웬수라니?”
이기호의 말에 예성은 그제야 아~탄성을 토했다.
“부부셨구나. 선생님 미리 말씀 좀 해주시지.”
“말한다고 뭐가 다를까?”
“남편한테 영업하신걸 알았으면 덜 죄송한 마음을 가졌죠?”
“야! 남편이 더 어려워. 왠지 지고 들어가는 거 같잖아.”
그 말에 이기호는 소심하게 이야기했다.
“져준 적도 없으면서…..”
“뭐라고 하셨죠? 이기호 본부장님, 잘 들.리.지.가 않네요.”
“허험!, 예성학생, 뭐해? 안 따라오구, 계약해야지. 계약.”
본부장님은?애 J은?나를?끌고?갔다.
사무실로?들어가자?계약서를?보이면서?말했다.
“아마?계약서에는?크게?문제가?없을?거야.?내가?우리?마나님?무서워서?미리?확인했거든.?그러니까?시원시원하게?사인하기만?하면 돼.“
이기호의 말에 이여사가 사인을 하려 하자 예성은 급히 손을 잡았다.
“어허! 본부장님, 우리 본부장님, 이러시면 곤란하죠. 어째 우리선생님이 본부장님을 잡고 사신다고 했더니 안 잡고 사시면 큰일 나겠어요.”
“내 맘 알겠지?”
“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시원시원하게 사인하라니? 엄마는 왜 또 거기 사인하려는 건데?”
“아니, 엄마는 사인하라고 하니까, 그리고 아는 사람이잖아?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고, 게다가 선생님 남편이라며?”
“엄마, 큰일 낼 사람이었네. 엄마, 선생님은 선생님이고, 본부장님은 본부장님이야. 생각해봐. 엄마, 선생님이랑 본부장님은 헤어지면 무촌이야. 가족도 아니야. 그런데 선생님을 믿고 사인한다니 그건 말이 안 돼. 안 그래요? 선생님”
예성의 말에 연정이 이기호를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맞아. 계약서는 읽어보고 사인해야지. 내 남편이지만 나도 사실 남편 안 믿어. 예성이 네 말대로 헤어지면 무촌인데 어떻게 믿어?”
이기호는 일촌인 딸이 보고 싶어졌다.
“허허허! 은혜야, 보고 싶다.”
“은혜도 아빠 거짓말쟁이라 전해달래. 약속도 매번 어기는 아빠래.”
“컥!”
“장난 하지 말고 예성이에게 제대로 설명해줘. 얘가 이런 이야기 어디서 듣겠어?”
예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봤다.
“저작권료는 3개월에 한 번씩 꼭 나오는 거죠?”
“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럼 혹시 1년마다 나와요?”
“그런 게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저작권료는 나눠져서 나와. 처음 한 달은 방송에서 나오는 저작권, 두 번째 달에는 노래방이나 공연에서 나오는 저작권, 마지막 3월에 음반수익에 대한 저작권 이렇게 나눠져 있어. 이게 서클로 도는 거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예성 학생이 만원, 만원 했잖아? 이 저작권료는 만원이 안 되면 이월이 되어 만원이 될 때 까지 찾을 수 없어. 솔직히 찾을 의미도 없고, 그리고 예성학생이 억 소리 하던 이야기는 정말이야. 가요차트 상위 순위권에 들면 저작권료는 그 정도 나와. 언제까지 나오느냐가 문제지. 단발이냐, 연발이냐 인데 거의 단발이라고 봐야지. 알지? 년으로 이야기 한 거야. 한 달에 1억 아니야. 거기다 차트 휙휙 바뀌는 거 알지?”
이 말을 들으니 더욱 간절해진다.
“예린아, 오늘부터 뷰팅핑크빠로 전향하면 안 되겠니?”
“미쳤어?”
“억이란다. 오빠는 미칠 만 하다고 생각해. 엄마 억이래.”
예성의 혼이 나간 모습에 연정이 기호를 째려 봤다.
“얘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팩트를 전하라며? 그대로 해줬다. 자 어머니, 사인하시죠.”
이여사는 손이 덜덜덜 떨려왔다.
“지….지금 제 손이 억을 부르는 서류에 사인을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어머니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냥 가능성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만원도 안 나올 수도 있고 억이 될 수도 있는 동네가 여기 연예계니까요, 일단 소박하게 생각하세요. 그래야 대박 났을 때 기쁨이 클 것이고, 쪽박 찼을 때 슬픔이 적죠.”
“냉정하시네요.”
“이 바닥에서 일희일비해서는 버티지 못하니까요. 그리고 예성이는 서바이벌 오디션 나가야죠. 그거 나가서 5억을 노리는 게 빠르죠.”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획사 오디션보다는 유리하죠. 일단 거기는 기획사 연습생들은 거의 참가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실력과 간절함이 중요하죠. 그리고 독을 품어야죠. 여기에 떨어지면 뒤가 없다는 독기. 알겠어? 예성학생”
아직 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예성은 이기호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네? 네. 독기, 독기하면 또 이 신예성 아닐까요? 저의 독기는 땅을 뚫고 들어가 내핵에 도달할 지경이죠.”
예성의 말에 이여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간에 그놈의 허세는….쯧, 어른들 앞에서 버릇없게?”
엄마의 비웃음에 예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엄마 아들의 독기는 엄마의 죽음도 도외시한 독기라오.’
“아 그리고 예성학생, 그리고 예린양.”
“네.”
“음원 유출 안 되게 조심해. 행여나 인터넷 유투브 이런데 올리면 안 돼. 일단 퍼지면 손해도 손해지만 여러분께도 피해가 생겨요.”
“네, 물론입니다. 내꺼 내가 지켜야죠. 그지? 예린아!”
“으…응”
“너 설마 뭐 했냐?”
“아니 아직, 정숙이에게 자랑이나 할까 했는데 못하겠네.”
이기호는 그런 예린을 쳐다보며 당부했다.
“조심해 줘. 5년이하 5천만원이하의 벌금이라고 법에 명시되어 있어. 이건 봐주는 게 없는 거다. 돈이랑 연관 되니까. 음원 유출이 되면 프로모션에 문제가 생기니까 타격이 커.”
“네. 본부장님, 그런데 슈스케는 정확히 언제인가요?”
“잠깐만.”
이기호는 예성의 물음에 다이어리를 살펴봤다.
“8월 15일 예선이네. 다음 달에 광고가 나갈 거야. 그때 신청 하면 돼. 그리고 결과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최선만 다해.”
“에이, 아까랑 말이 틀리잖아요.”
“원래 이 바닥이 그런 거야. 앞에서 아 하고 뒤에서는 어 하고 정답은 없어. 그러니까 누가 널 칭찬하더라도 들뜨지 말고, 까내려도 실망하지 마. 연예계는 곧이곧대로 말 들었다간 망가지기 쉬워.”
예성은 뜻밖(?)의 인물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같은 말도 누구에게 듣는 가에 따라 와 닿는 것이 틀리다. 연예계에 오래 몸담은 이기호의 말은 예성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었다.
‘이 사람, 공처가긴 하지만 나이는 그냥 먹은 게 아닌가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예성아, 한번 해보자. 결과가 좋으면 알아서 풀릴 거고,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지…아니야. 무조건 돼야지. 그래서 개꿈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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