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10
105. 이젠 안녕! >
“야, 의자가 모자라. 더 가지고 와.”
“뭐? 벌써 우리 반에서 의자 다 가지고 왔어.”
“그럼 다른 반에서 공수해와야지. 빨리 가.”
졸업식을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학생회에서 준비위원으로 나섰다.
예행연습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당일이 되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람들은 어디서 계속 오고 있는 거야?”
이미 자리는 만석이건만 사람들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그 소문이 사실인가 봐. 학교 인근에 소문이 쫙 돌았다고 해. 이번에 신예성이 송사를 맡았다고.”
“그런데 그게 왜?”
“왜는 왜야? 네가 신예성이랑 같이 학교 다니고 매일 봐서 무덤덤하겠지만, 저 사람들은 아니란 말이지. 신예성은 연예인이라고, 그것도 지금 핫한 연예인이지.”
“그런데?”
“그런 데는 또 무슨 그런데야? 그런 연예인을 볼 수 있는 게 쉬우냐? 거기다 우리 학교가 평소에 아무나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고 오늘만 특별히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운 날이잖아. 그래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오는 거지.”
“하~아, 신예성 이 자식 민폐네.”
“그래. 민폐지.”
***
“어머, 영이 엄마 여기는 웬일이야?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 아니야? 친척이라도 졸업하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우리 위층에 사는 학생이 이번에 졸업한다고 해서 축하해주러 왔어. 경이 엄마는 어떻게 왔어?”
“나는 우리 앞 동에 사는 학생이 오늘 졸업이라고 하네. 지나가면서 인사를 건네는 사이라 모른 척하기 그래서 축하해주러 왔어.”
둘은 서로 말을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결국, 아무 사이도 아닌 사람 축하하러 온 거잖아.’
영이 엄마와 경이 엄마는 시간이 지나자 점점 당황스러운 마음이었다.
“어머 저 사람은, 욱이 엄마 아니야? 아니 반상회는 바빠서 못 나온다면서 여기는 어쩐 일이래? 애가 고3이었던가?”
“이제 초등학생일걸. 어머, 저기는 석이 엄마네. 가서 인사해야 할까?”
“참아, 만나봤자 서로 어색할 뿐이야.”
“그건 그래.”
“아아~, 곧 목동고등학교 졸업식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내빈 여러분께서는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시작 하나 봐.”
“그러게.”
졸업식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다.
나는 강당의 준비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시작한다는 방송이 귀에 들리자 살며시 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헐, 이게 뭐야? 시끌벅적할 때 예상은 했지만, 이건 콩나물시루도 아니고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정말 친구들 부모님들 다 온 건가?”
졸업식을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오는 데도 여전히 소란다웠다.
“아! 좀 들어가 봐요.”
“그러게 조금씩 좁혀들 봐요. 아직 못 들어온 사람들 많아요.”
“이번에 졸업생이 얼마나 많기에 이렇게 붐비는 거야?”
누군가가 핵심을 짚는 말을 했다.
‘그러게요. 그런데 석태 형도 못 들어오고 있는 거 아니야?’
걱정되어 전화하니 석태 형이 전화를 받았다.
“어디에요?”
“어? 나 촬영 준비하고 지금 앞자리에 앉아 있어.”
“그래요?”
“그래. 그런데 엄청나네. 그렇지?”
“그러게요.”
“전부 너를 보러 온 거야. 오늘 잘해.”
“네. 열심히 할게요.”
전화를 끊고 다시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제32회 목동고등학교 졸업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졸업식이 시작되고 얼마 안 있자 음악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나를 찾으신다.
“예성아, 준비해라.”
“네.”
준비실의 문을 열고 앞으로 나가자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게 내 눈에 보였다.
“정말 신예성이네. 이 학교 다니는 게 맞나 봐.”
“우리 아들 정식이 친구야.”
‘아니 저기 저는 정식이라는 친구가 없는데요.’
말하는 걸 들으니 2학년인가 보다.
“제가 여름에 공원에 땀 뻘뻘 흘리며 노래할 때 이렇게 잘될 줄 몰랐는데.”
“난 알았어. 열심히 하면 잘 되는 게 인지상정 아니야?”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보자 내 기억에도 얼굴이 남아 있는 분들이다.
나에게도 그 더웠던 여름의 기억은 특별했다.
‘그런데 고등학생 학부모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분이 아닌가?’
친구들의 말대로 정말 관계없는 이들이 많이 오신 것 같다.
사회를 보는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 온다.
“먼저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오늘 애국가는 ‘특별히’ 저희 목동고에 재학 중인 2학년 신예성 학생이 선창해주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다시 소란이 일었다.
“애국가는 다 같이 부르는 거 아닌가?”
‘제 말이 그 말이라니까요.’
처음에는 다 같이 부르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한국 사람의 ‘하나쯤이야’ 마인드가 발동하자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선생님들이 노래를 부르라고 다그쳐도 그때뿐, 본래 이런 행사의 애국가는 형식적인 거라 다들 그러려니 하는 데 문제는 나였다. 내가 있어서 그런지 그 불똥이 나에게 튀었다.
“예성아, 네가 선창해라. 가수잖아.”
“저기 가수와 애국가의 상관관계가 있나요? 여기가 경기장도 아닌데?”
“그냥 하라면 해.”
“네.”
이렇게 된 것이다.
강당 무대로 올라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참으로 어색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반주를 위해 무대 한편의 피아노에 앉아 있는 음악 선생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끄덕임에 선생님의 반주가 시작되었다.
황당한 일이지만 노래에 장난은 없다. 그래서 일부러 음악 선생님에게 반주를 부탁하지 않았는가?
…..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내가 부르는 목소리가 강당 안을 가득 채웠다. 애국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노래하는 것이 아닌가.
‘내 피와 살은 부모에게 받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고려가 아닌가?’
척준경의 대사를 가슴에 품고 경건한 마음으로 불렀다.
애국가 제창이라고 쓰고 독창이라고 읽는 무대가 펼쳐졌다.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보니 아무도 입도 벙긋하는 이가 없다.
하지만 꿋꿋하게 끝까지 경건한 마음을 품고 노래를 불렀다. 같이 불러주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오늘 나를 보러 와준 것이 아닌가?
애국가를 부르고 허리를 숙이자 머리 위로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허, 애국가에 감동하기는 또 처음이네.”
“바이브레이션이 예술이여. 역시 가수가 부르니 애국가도 가슴이 울리는구먼.”
하지만 이들은 알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식순이 흘러 사회자의 말이 들려왔다.
“다음은 교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교가에는 앞서 애국가를 선창해줬던 신예성 학생이 다시 수고해주겠습니다.”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우레와 같이 다시 쏟아지는 박수 소리.
“학교 선생들이 작정했구먼.”
“그러게. 형식보다는 마음이지. 졸업식 참석하러 온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는구먼.”
“그런데 돈은 받고 하는 건가?”
“학교행사에 돈은 무슨 돈이겠어? 대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인데? 그리고 저 학생이 광고도 찍는데 그 돈을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주겠어? 몸값이 장난 아닐 텐데.”
“그러면 애가 착한가 보네. 이런 학교행사에도 나서주는 것을 보니.”
“공원에서 봤을 때도 애가 순진하니 그랬잖아. 여전한가 보지.”
다시 음악 선생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흘러나오는 반주에 노래를 시작했다.
[♪관악산 솟음 같이 착하고 씩씩하게한강의 흐름 같이 참되고 부지런히~
….
목동고 목동고의 역사는 영원하리~]
‘교가 정도는 같이 불러도 좋잖아.’
교가를 장엄하고 힘차게 부르면서 친구들을 보자 친구들이 작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손을 흔들지 말고 입으로 노래하라고!!’
이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여전히 내 목소리는 경건하게 강당 안을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의 개인 행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노래를 마치고 강당에 있는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무대를 내려왔다.
하지만 준비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다시 무대에 올라가야 했다.
“이어서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재학생들의 마음을 정하는 송사가 있겠습니다. 송사에는······. 큭···. 으흠! 방금 교가를 불러줬던 신예성 학생이 다시 한번 수고해주겠습니다.”
‘그렇죠. 선생님도 말씀하시다 어이가 없죠?’
한숨이 나온다.
“헐, 학교가 정말 본전을 뽑는구나.”
“최초의 연예인이잖아. 아들에게 듣자니 이 송사는 졸업생들이 부탁했다고 하더라고.”
“그래? 하긴 나라도 그러겠네. 스타가 해주는 송사라니. 느낌이 다르잖아.”
다시 강당 무대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다시 올라오고 말았습니다. 너무 많이 봐서 지겹다고 생각해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참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3학년 선배님들이 저를 콕 찍어서 송사를 부탁하셨다는 말에 일단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 태어나서 송사 처음 해보게 되었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이런 건 우등생의 전유물 아니겠습니까?”
내 말에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말은 않았지만 다들 내 성적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하는 송사라 나름 찾아도 보고 어떻게 말할까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인터넷에 보니 판에 박힌 어려운 단어가 많이 들어간 송사가 많았습니다.
그걸 조금 바꿔서 할까 하다가 선배님들이 나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런 판에 박힌 말이 듣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 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할까 합니다.”
그리고 나는 지난 2년의 학교생활과 선배들과 했던 체육대회와 내가 학교 방송하면서 있었던 이야기, 선배들이 찾아와 사인해줬던 이야기 등을 말했다.
“이제 선배님들은 성인이 되시네요. 누군가는 드디어 입시지옥에서 탈출했다고 신나 하실 거고 누군가는 이제 성인이 되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 세상을 걱정하고,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걱정하는 선배님도 있을 겁니다. 제가 선배님들보다 어리지만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한 몸이기에 한 말씀 드린다면 제가 경험한 세상은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누군가는 학교에서 배운 공부가 사회에 필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사회에 나가시면 선배님들도 느끼게 될 겁니다.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그저 사람이 바뀐 것뿐이라는 것을요.“
말을 하고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선배님들을 보내지만, 이것이 끝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선배님들이 저희의 모범이 되셨듯 사회에 나가서도 건승하시고 나중에 성공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 이만 송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사를 마치고 고개를 숙이자 졸업생들이 모두 일어나 나에게 박수를 보내 줬다. 몇몇 여선배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물론 내 이야기에 감동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학교를 떠나게 되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는 것이다.
나도 내년에 저런 마음일까 생각이 든다.
강당 무대를 내려오면서 나도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상으로 목동고 졸업식을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졸업생들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신예성군의 송별 무대가 있겠습니다.”
“와아~! 그래. 이걸 기다렸다고.”
“짝~짝~짝!”
나는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또 올라왔습니다. 오늘 선배님들을 보내면서 마땅히 해드릴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제가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노래를 선물로 들려 드리겠습니다.”
말을 하면서 나는 마이크를 갈아 끼웠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줘야지.
그래서 어제 군보 형이 와서 스피커도 마이크에 맞춰 손을 봤다.
내가 마이크를 바꿔 끼자 음악 선생님이 잔잔하게 피아노를 연주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오늘 선배님들과 이별을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승하시고 건강하길 빌면서 이 노래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음악 선생님의 연주가 다른 노래로 바뀌었다. 내가 준비한 곡은 014B의 ‘이젠 안녕!’ 이라는 곡이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
시간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주겠지.
……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내 노래는 여기까지였다. 이후부터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반 친구들이 합창을 시작했다.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내가 부탁을 해두었다. 이른바 군중심리다. 누군가 하면 따라 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후렴의 반복이 이어질수록 재학생, 졸업생 할 것 없이 고함을 지르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구경을 왔던 이들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헤어짐에 무덤덤한 이가 있을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그동안 함께 지냈던 이들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수십 명이 떠난다.
아쉬움의 크기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아무렇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후렴구의 반복을 마치고 선생님의 반주가 멈추었다.
나는 조용히 마이크를 잡고 아쉬움을 담아 읊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마지막을 노래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노래를 마치며 먹먹한 마음을 담아 소리쳤다.
“선배님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나의 콘서트가 아닌 콘서트가 막을 내린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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