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11
106. 나의 하루 >
인터넷은 항상 시끄럽다. 내가 잘해도 시끄럽고 내가 잘못해도 시끄럽다.
언제나 찬반은 존재한다.
“그런가요? 정신을 차리신 건가요?”
“무슨 말이야?”
서류를 보고 있던 본부장님이 내 중얼거림에 고개를 돌렸다.
“그냥요. 인터넷에 활동 안 하냐는 이야기가 있기에 중얼거려 본 거예요.”
“그래.”
“그런데 전 왜 찾으신 건가요? 거기다 장 프로듀서님까지 부르시고요.”
“앨범 판매량 때문에 불렀어.”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확인사살 하시려고 부른 건가요?”
내가 괜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음원다운로드는 1위를 할 만큼 월등한 성적을 내었지만, 앨범 판매량은 초동 판매량이 5천 장이 팔려나갔을 만큼 저조했다.
참고로 나와 1위 후보에 올랐던 총탄소년단 같은 경우는 초동 판매량이 30만 장이라고 한다.
나이로 보나, 사람 수로 보나 상대가 안 되는 것은 알지만, 비교체험 극과 극을 체험하듯 너무 큰 차이를 보이니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그래도 1위를 하고 있던 그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내가 아닌가?
“예성 학생, 뭘 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애초에 이렇게 될 거라고 말했잖아?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저조해서 그렇지.”
본부장님의 말에 장 프로듀서님이 그 말을 받는다.
“그래도 1차는 다 소모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솔직히 무리지 않은가요? 저도 제 친구들이 앨범 산 거 보고는 와 이걸 사다니······. 이런 기분이었는데?”
“허, 노래 부른 가수가 그러면 어떡해?”
“하지만 가격이 그렇잖아요? 노래 두 곡 넣고 11,000원이라니···.”
“그거야 생각하기 나름이지. 딕스가 싱글 낼 때 가격이 얼만지 알아? 25,000원이야. 그렇게 해도 초동 판매량이 50만 장 가까이 나왔던 때가 있어.”
“그거야 팬덤이 있으니까 그렇죠. 거기다 포스터도 같이 주잖아요.”
“흠, 예성 학생 같은 경우는 팬덤은 없더라도 하이엔드 마니아들이 붙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마니아요? 제가 오덕후도 아닌데 마니아가 붙을 리가 있나요?”
“예성 학생이 오덕후이건 아니건 그건 상관없어. 하이엔드 마니아들은 예성 학생이 생각하는 그런 쪽의 오덕후가 아니야. 뭐든지 극한의 성능을 추구한다고 해서 하이엔드 마니아라고 하지. 여기서는 오디오 시스템을 말해. 쉽게 말해서 오디오 마니아라고할까?.”
“머신 덕후를 말하는 건가 보네요. 그런데 왜 그들이 제 앨범을 사줄 거로 생각하시는 건데요?”
“그거야 음질의 차이 때문이지.”
“저희야 알지만, 솔직히 큰 차이를 느끼는 사람이 있나요?”
“그런 예성이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음질에 목숨 거는 사람이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 뿐일 거라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라고 할 수 있어. 자그마한 음질 차이를 느끼기 위해 아파트 한 채 가격에 해당하는 스피커를 장만하는 게 마니아의 세계지.”
“설마, 농담하시는 거죠? 녹음 스튜디오를 장만하려는 사람도 그런 정도는 생각하지 않을 텐데.”
“본래 일을 하는 사람보다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장비는 더 고급이지.”
그럼 정말이라는 이야기인가?
“허, 세상에는 미친 사람이 많네요.”
“미쳤다고 하기보다는 세상을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지. 예성이 네가 하는 말은 싼 국산 차 놔두고 비싼 외제 차 타는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이라고 하는 거랑 같은 거야.”
“그게 그렇게 되나요?”
“그래 어떤 마니아의 세계든 작은 성능의 차이로 가격이 천차만별인 건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왜 마니아들이 저에게 붙을 거로 생각하신 건가요?”
“네 노래가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았다고나 할까?”
“네? 제 노래가요?”
“그래.”
장 프로듀서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본부장님을 쳐다봤다.
“기호야 이렇게 된 이상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겠지.”
그런 이야기가 오간 후 며칠이 지나자 나는 마스터링 음원으로 내 노래가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음원이 미친 듯이 팔려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아무리 노래를 부르는 가수지만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헐, 2,500원이네요.”
나의 어이없는 목소리에 본부장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
“그래. 2,500원이다.”
“이렇게 구매 수가 많다니. 어린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세상이네요. 800원이면 들을 수 있는 노래를 2,500원을 낸다고 하니.”
“예성 학생, 또 말하게 하네. 네가 하는 말은 말이지. 컴퓨터로 영화를 내려받아 볼 수 있는데 왜 극장 가서 영화를 봐야 하지? 라는 말과 같아.”
“하지만 저는 음악을 들을 때 핸드폰으로 듣든지 아니면 컴퓨터로 듣는데 솔직히 차이를 모르겠던데요?”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파일은 100메가 가까운 음원 파일이다. 그리고 그걸 MP3로 만들면 4~10메가의 파일이 된다. 말하기로는 용량이 줄어드는 만큼의 음원이 손실된다고 하지만 듣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아니 음원 녹음을 한 마스터링 파일을 들어 보아도 차이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거야 예성 학생이 싸구려 이어폰을 끼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거야 저도 알죠. 잘 잃어버리니까 비싼 거 쓰기가 그렇잖아요. 그리고 저 말고 대부분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어. 30만 원 내에서는 이어폰이 100만 원 내에서는 헤드폰, 100만 원 이상에서는 스피커라고. 그만큼 큰 차이가 있어.”
“네. 비싼 게 좋은 거라는 건 알죠. 그런데 본부장님. 애초에 앨범을 만드는 것보다 고음질로 음원을 내는 게 나았지 않았을까요? 결과가 이렇게 다르잖아요?”
“예성 학생, 앨범은 결과로만 말할 수 없는 거야. 팬들에 대한 마음이지.”
“팬들에 대한 마음이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상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만···.”
“어허, 어떻게 가수가 자기의 앨범을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 물론 예성 학생의 말대로 그런 상술이 포함되어 있긴 해. 우리도 먹고살아야지. 하지만 예성 학생.”
“네.”
“앨범은 사랑이야. 사랑.”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면서 외치는 본부장님이다. 이분 또 왜 이러시나 모르겠다.
“갑자기 사랑이라뇨? 여기서 사랑이 웬 말인가요?”
“여기서 웬 말이 아니라 앨범에서 사랑을 빼면 뭐가 남을까? 고음질의 음원 파일 좋지. 하지만 예성 학생, 이건 그냥 노래일 뿐이야. 가수와 팬과의 마음이 이어지지 않아. 네트워크상의 전기 신호일 뿐이야. 내가 돈을 주고 샀지만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잖아. 하지만 앨범은 달라. 존재하잖아. 거기다 앨범 재킷과 가사집이 있어, 가상의 세계에 만질 수도 없는 파일과는 달리 현실에서 내 것이라는 이야기야. 그러니 가수와 팬을 이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이 앨범이라는 이야기지.”
“뭔가 어거지 같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발언이세요. 팬과 이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앨범이라······. 저는 그럼 실패한 걸까요?”
생각해 보니 틀린 말 같지 않다. 총탄소년단이나 딕스같은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 비싸면서도 많이 판매되는 것은 그만큼 팬들이 사랑을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한쪽에선 기획사의 상술에 팬들의 마음이 멍든다니 뭐니 해도 팬들은 만족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렇게 땅 파고 들어갈 것 같은 표정을 지을 것 없어.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야 그런 거지. 앞으로도 나아질 거야. 응? 잠시만.”
본부장님은 말씀하시다 전화기를 꺼내 드셨다.
“응, 석태야 나다. 뭐? 그래. 일단 계획서 받아서 회사로 와. 그래. 와서 이야기하자.”
전화를 끊은 본부장님은 나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또 왜 그렇게 보시나요? 불안하게”
방금까지 나를 생각해주던 표정이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저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을 때 나는 수도꼭지라고 불리게 되었다.
“예성 학생, 정말 이상해. 왜 이렇게 뜬금없는 스케줄만 들어오는 거지?”
“뜬금없다고요? 또 뭔가 이상한 거 시키시려는 건가요? 하지만 저는 이제 학교도 다니고···.”
“그렇게 겁먹을 것 없어. 오히려 예성 학생 나이를 생각하면 좋아할 일일지도 몰라.”
“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늘 지금처럼 지내는 건데요.”
“그건 예성 학생 생각이고, 혹시 게임 좋아해?”
뜬금없는 물음이지만 대답했다.
“좋아하긴 하죠. 지금에야 손을 놓았지만, 예전에는 열심히 했죠.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설마 게임방송에서 연락 온 건가요? 설마, ‘컴퓨터 켠 김에 왕까지’에서 온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야. 왜 그 프로 나가고 싶어?”
“그건 아니고, 게임 좋아하냐고 물어보시니 말한 거죠.”
“흠, 일단 석태가 오면 이야기하자.”
****
본부장님과 헤어져 연습실로 돌아왔다.
연습실에 돌아와서 내가 하는 일은 음악감상이다. 터치 미를 만들고 나서 내가 깨달은 건 정말 음악이라는 것은 장르는 달라도 하나의 길로 통한다는 것이다.
음악 선생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자 음악 선생님도 틀린 말은 아니라면서 나에게 클래식을 듣기를 권했다.
“예성아, 클래식을 들을 때 같은 곡을 여러 번 들어라. 그리고 같은 곡이되 지휘자는 다른 곡을 들어. 네가 부르는 가요가 부르는 가수에 따라 노래가 달라진다고 하면 클래식은 지휘자로 인해 연주가 달라진다. 같은 곡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음악을 느끼기에는 그만한 게 없다.
클래식과 가요는 많이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해. 그래서 오래전부터 크로스 오버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이 되었지. 록, 발라드 할 것 없이 말이야. 지금 이 시대에는 팝페라라고 하는 장르가 그 대표적이야. 그러니 클래식을 듣다 보면 너도 배우는 게 많을 거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듣다 보니 지휘자와 가수는 많은 것이 비슷했다. 가수는 작곡가의 노래를 자기 생각대로 녹여내는 직업이라면 클래식에서는 지휘자가 가수와 같았다.
클래식 감상을 하고 난 후 내가 하는 것은 피아노 연습이다.
정식으로 강사를 초빙해서 배우려고 했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나를 말린다.
“피아노는 기타와 함께 작곡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악기지. 하지만 예성아, 네가 피아니스트가 될 게 아니니 그냥 독학하는 게 낫다. 강사를 통해서 배우면 바른길을 걷고 나쁜 버릇이 안 들어서 좋을지는 모르지만, 너는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이다.
수많은 곡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개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야. 그리고 스스로 익히는 것만큼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데 유리한 게 있을까?”
이런 사탕발림에 또 넘어가 교본을 사서 독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주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나는 새로운 멜로디와 만난다. 내가 교본과 다르게 연주를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그게 다시 새로운 멜로디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다시 들으면 그 멜로디에서 파생되어 다시 새로운 멜로디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러다 보면 얼렁뚱땅 노래 하나가 만들어졌다.
나는 아직도 악보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연주는 하지만 쉼표, 박자. 빠르기에 대한 실수가 잦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도 장 프로듀서님이나 선생님은 언제나 괜찮다. 그게 좋은 거다. 말씀하신다.
내가 만든 곡밖에 연주를 못 하는 장애인인데 이대로 정말 괜찮은지 의문이다.
하지만 선생님과 장 프로듀서님 말대로 내가 제대로 배운 후 지금의 감각을 잃어버릴까 그게 또 두렵기도 하다.
연습을 마치고 다음으로 하는 일은 영화를 감상한다. 언제부터인가 이것도 일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언제부턴가 영화를 보면 내용보다는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영화에서 음악은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듯 처음부터 분위기에 맞게 죽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명작일 경우에 그렇다. 그리고 그런 영화는 줄거리만 보고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어도 머릿속에서 내용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래도 나에게는 새로운 음악의 길을 보여준다. 영화의 끝은 언제나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 여운은 영화의 결말 후에 어떤 세상이 이어지는지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가사가 떠오르고 멜로디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러면 묘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내가 만들었지만, 누군가 이미 써먹은 경우다.
표절이다.
이런 경우를 겪으니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경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멜로디는 이미 다 나온 거나 다름없다는 이야기.
영화 보기에 익숙해지자 나에게 이제는 재미없는 영화는 없었다. 영화는 재미없지만, 음악이 그것을 대체해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가 재미없을수록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스스로 상황을 새롭게 머릿속으로 그리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만들어지는 상황 그대로 노래 가사가 되어 하드에 저장이 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창작이 될 때마다 드는 기분은 불안감이다. 이런 영감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는 두려움. 내가 점점 음악에 익숙해지고 깊이를 더 해갈수록 이런 능력이 없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렵다.
모르는 게 약이고, 알면 알수록 괴롭다는 말처럼 그런 걱정을 사서 하는 나다.
영화도 다 보고 오늘 할 일을 마치는데 본부장님의 연락이 오지 않는다.
“내일 이야기하시려고 하나?”
슬슬 정리하고 석태 형을 전화를 넣으려고 하는데 본부장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문자를 받고 본부장님의 사무실로 가자 석태 형과 본부장님이 같이 있다.
“부르셨어요?”
“그래. 이 세계에서 오신 용사여? 세상의 주인공이 될 준비는 되었는가?”
본부장님이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무게를 잡고 말씀하신다.
아! 이런 모습을 봐도 덤덤하고 자연스러운 나 자신이 두렵다. 나도 설마 살짝 맛이 간 건 아니겠지?
“이건 또 뭐하자는 건가요?”
나의 물음에 여전히 본부장님은 무게를 잡고 이야기한다.
“예성 학생, 축하해. 세상을 구할 용사로 선택받았어.”
“네? 석태 형, 본부장님 왜 이래요? 15세 소년이 빙의하기라도 한 거예요?”
내 말에 석태 형이 웃음을 띤다.
“그런 거 아니야. 네 새로운 스케줄이 잡혔어. 그런데 스케줄이 너무 막중해.”
“막중해요?”
“그래. 무려 세상을 구해야 하는 거니까.”
“하~아, 정말 왜들 이래요? 이게 소설이라도 그건 안되는 거죠. 장르가 다르잖아요? 연예계물이라면 몰라도 왜 세상을 구하는 용사물이 되는 건데요?”
“그게 가능해.”
“아! 저만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네요.”
내 말에 석태 형과 본부장님은 또 웃음을 지으신다.
“예성 학생, 이것 한 번 봐봐.”
본부장님이 나에게 서류철을 하나 넘겨주신다. 그리고 받아드는데 나에게 아주 익숙한 로고가 보였다.
아니 이것은? 미친! 돈슨사라니. 그 게임을 만들 때마다 돈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그 돈슨사라니.
서류를 열어보니 시놉시스가 들어 있다.
읽어보니 정말 황당했다.
“설마, 이거 저인가요?”
“그래. 예성 학생. 주인공이야.”
“아 돈슨사 제대로 미쳤네요. 이런 병맛이라니.”
“왜 좋잖아.”
“아니, 제가 오디션에 떨어지고 낙담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다 하수구에 빠지는데 그게 이 세계로 떨어지는 웜홀이라니······.”
“음, 개인적으로는 환생 트럭에 치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
“그게 끝이 아니잖아요. 나태의 마왕으로 인해 멸망으로 향하는 세계에 음악으로 세상에 빛을 뿌리는 용사라니···. 헐, 너무하잖아요.”
“왜 멋지잖아? 거기 봐봐 그런 용사를 돕기 위해 동료들이 하나둘 모여서 세상을 어둠으로부터 구해낸다고 되어 있잖아? 예성 학생, 축하해. 하렘 왕이야.”
“그러고 보니 동료 캐릭터라고 되어 있는 게 다 여자네요.”
“그래. 대리만족형 게임이야.”
“이거 정말 하는 건가요?”
“왜 싫어? 예성 학생,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지. 현실에서 못 이룬 꿈 게임에서라도 이루어봐야 하지 않겠어?”
“아, 됐고요. 그런데 왜 하필 저래요?”
“이 시나리오 작가가 예성 학생이 슈스케 할 때 대판 싸우고 뛰쳐 나간 후 지하철에서 잤던 기사를 보고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하네. 그래서 예성 학생이 주인공을 했으면 한데.”
“허, 그게 언제의 일인데 인제 와서 이러는 건데요?”
“본래 게임이야 만들어 지는 게 오래 걸리잖아.”
“이미 만들어진 건가요?”
“그래. 예성 학생이 캐릭터 연기만 해주면 된다고 하네.”
“제가 거절하면요.”
“왜 거절해?”
“부끄럽잖아요?”
“게임 주인공이야. 거기다 모바일 게임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은 다 한 번씩 해보게 될 게임이야. 이건 돈도 돈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도 엄청나.”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이건 해야 해. 예성 학생, 여기 직업도 가수잖아. 그리고 예성 학생이 오케이만 하면 웹툰도 만들어진다고 해. 그러니까 이건 해야 해. 캐릭터 상품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는 말 안 해도 알지?”
“하아, 친구들이 엄청 놀릴 텐데.”
“아니 세상 구하는 용산데 누가 놀려? 부러워하면 몰라도.”
본부장님의 말에 저절로 내 눈은 천장을 쳐다보게 된다.
이제 하다 하다 내가 용사라니. 미쳐버리겠다.
끝
ⓒ 꿈속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