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13
114. 다시 움직이자. >
아침 일찍 교무실을 찾았다.
“뭐? 조퇴라고?”
“네. 선생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거야?”
“알고 있습니다. 방학식 하는 날이죠.”
“그런데 조퇴라고?”
“네. 저도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찍 학교가 끝나는 날 조퇴라니. 제가 아파서 조퇴하는 거라면 참겠지만, 스케줄 때문이라서요.”
그래 고작 한두 시간을 일찍 마치기 위해 조퇴라는 카드를 쓰다니 너무 아깝다.
“아니, 조퇴하는 건 좋은데 너 가면 애국가랑 교가는 누가 불러?”
“네?”
“아···. 아니다. 그냥 못들은 걸로 해라. 알았다. 처리해 주마.”
“네.”
“그런데 넌 TV는 안 나와? 예능에 출연하고 해야 하는 것 아냐? 매번 일찍 학교를 마치고 가서는 소식이 없네.”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담임선생님의 질문에 한순간 어질해졌다. 사실 내가 요즘 하는 일이 없긴 했다.
하지만 난 연예인, 일이 있어도 더 바쁜 척, 없어도 바쁜 척 해야 했다.
“서······. 선생님, 그거 아십니까? 개구리가 한껏 움츠리는 것은 멀리 뛰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을요.”
마치 말만 들으면 내가 곧 세계투어 콘서트를 떠나기 위해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거대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겨줬다.
“흠.”
선생님이 한참을 나를 쳐다보셨다.
“그러냐? 난 또 이제 벌 만큼 벌었으니 이제 즐겨보자 이런 건 줄 알았다.”
순간 욱해서 ‘빚이 10억입니다.’ 외칠 뻔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고등학생이 건물을 산다며 10억이나 빛을 진 게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알았다. 이제 방학이니 또 얼마간 못 보겠구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라.”
“네. 선생님, 선생님께서도 건강하세요.”
“그래.”
밖으로 나오니 석태 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 가죠.”
“그래. 춥다. 얼른 타라.”
“네.”
차에 올라 석태 형에게 물었다.
“그런데 오늘 실내에서 촬영하는 건가요?”
“그럴걸. 목적지가 스튜디오니까.”
“안경광고는 어떻게 찍을까요? 증명사진처럼 앉아서 찍을까요?”
“글쎄. 아무래도 얼굴 위주로 찍지 않을까? 카탈로그 촬영이라고 했으니까.”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또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려고 문자를 써?”
“형은 제가 무슨 또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그래요? 누가 들으면 매일 헛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줄 알겠어요.”
내가 펄쩍 뛰며 말하자 석태 형은 나를 묘하게 쳐다봤다. 운전 중에 나를 쳐다보다니. 이대로 두었다간 같이 사이좋게 황천길에 오를 것 같아 서둘러 외쳤다.
“네. 제가 가끔 아주 가끔 헛소리하죠.”
“그런 거로 하자. 그런데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그런 말을 한 거야?”
“생각해보세요. 제가 안경광고라니,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안경광고가 대단한 거냐? 돈은 많이 주니 대단한 건가?”
“그게 아니라요. 생각해보면 안경은 어쩌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워너비 광고일지도 몰라요.”
“응?”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하죠. 그리고 그 완성에 대한 필수 불가결 요소인 화장품. 그 화장품 광고는 여자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찍고 싶어 하는 광고잖아요?”
“그렇지.”
“그럼 그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면 그 얼굴을 완성하는 아이템은 뭘까요?”
“그게 안경이라는 소리냐?”
“맞잖아요. 현대인의 필수품이죠. 진정한 패션 아이템은 안경일지도 몰라요. 여자들은 세수도 안 한 얼굴에 그냥 두꺼운 뿔테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고 있죠. 심영 누나만 봐도 그래요 매일 부시시한 얼굴인데 뿔테 안경 색깔만 바꿔 끼고는 어제와는 다르다고 어필하고 있잖아요. 거기다 저만해도 어린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뿔테를 끼고 다니고 있죠.”
“듣고 보니 그럴듯하네. 여자들도 대부분 패션으로 끼고 다니니까.”
“이걸로 저도 대세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걸지도 모르······.”
내가 말을 할 때 석태 형이 다급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어떤 광고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브랜드의 광고를 찍느냐가 대세의 향방을 가르지.”
“아! 형 진짜 기분 다운시키는 데는 도가 트셨네요. 막 하이 텐션으로 접어들려고 했는데.”
“네가 그렇게 되면 내가 힘들거든. 제발 중간을 유지하자 예성아, 땅 파고 들어가도 곤란하지만, 하늘 끝으로 올라도 곤란해.”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을 수 있나요? 기분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고 그렇지.”
“그게 가끔이어야지. 넌 너무 자주 바뀌어. 다 왔다. 내리자.”
“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면서 크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신예성입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렁찬 인사에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나를 쳐다본다. 나는 웃으면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것도 요령이다. 이렇게 인사를 해놓으면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
“어서 와라. 일찍 왔구나.”
“네. 삼촌. 조퇴하고 왔어요.”
“그래. 본사가 서두르는구나. 아마 이번에 찍으면 3월에 가맹점에 풀릴 거다.”
“그래요?”
“그래. 일단 사진작가부터 만나보자.”
“네. 그런데 이 기계들은 뭔가요?”
스튜디오에 어울리지 않는 기계들이 보였다.
“이거, 네 안경에 들어갈 렌즈를 가공할 때 쓸 거다.”
“안경 맞춰 주실 건가요?”
“이왕이면 눈에 맞게 쓰면 좋지 않겠니? 내가 본사에 이야기했다. 그냥 테를 협찬으로 주는 것보다 눈에 맞는 도수를 만들어주면 알아서 잘 쓰고 다닐 거라고 말했지.”
“저 눈 좋은데요.”
“그렇겠지. 하지만 자기가 좋다고 여기는 거랑 안경원에서 시력이 좋다고 하는 거랑은 차이가 있지. 잠깐만 보자.”
그러더니 삼촌은 나에게 시험 안경테에 렌즈를 두게 끼우더니 써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써보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보이는 사물이 또렷하고 색채감이 확 살아났다. 마치 화질이 낮은 TV를 보다가 고화질의 TV를 보는 느낌이었다.
안경을 들어 맨눈으로 보니 안경을 안 썼을 때보다 흐릿하게 보였다.
‘설마 내가 이렇게 흐린 세상을 보고 살았나?’
“어떠냐? 다르지?”
“네. 세상이 달라 보이네요. 심 봉사가 눈을 떴을 때 이런 심정일까요?”
“그건 과장이고 그게 바로 안경원의 -0.25의 매직이라고 불리는 안경이다.”
“매직이요?”
“그래. 흔히 말하는 근시 도수 1개가 들어간 시험테다. 안경을 안 쓰던 사람이 쓰면 세상이 달라 보이지. 눈이 나쁘던 안 나쁘던 간에 말이야. 그래서 흔히 보호 안경을 하러 왔다고 하면 정말 눈이 좋은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 그 도수로 안경을 맞추게 된다.”
“그래요? 억지로 도수를 넣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 현대인들의 눈이 그만큼 피곤하다는 이야기다. 종일 핸드폰을 끼고 사는 현대인들 아니냐? 일단 인사를 나누고 시력검사부터 하자.”
삼촌을 따라 사진작가와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나를 대신해 석태 형이 인사를 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사전 교육을 받았다.
허리 숙이지 말라고, 단체에 인사를 건넬 때는 상관이 없지만, 개인에게 인사를 할 때는 함부로 허리를 숙이지 말라고 했다. 그런 것은 매니저가 하는 거라고, 스타가 허리를 숙이면 오히려 얕잡아 보이거나 아니면 상대가 더 긴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본부장님의 말씀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작가는 촬영 준비를 하고 나는 시력검사를 했다.
“삼촌 저 하나 때문에 이 장비를 다 가지고 오신 건가요?”
“응? 이거 우리 가게에 있는 장비 아니다. 봉사활동용이야. 가게는 지금 열심히 만들어 팔고 있을 거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봉사 활동하세요?”
“그렇다고 해야지. 가맹점 자체에서 어르신들 돋보기 만들어주는 봉사활동을 하지. 자 앉아라.”
“네.”
시력검사를 하니 0.9가 나왔다.
“흠, 0.9라”
“나쁜 건가요?”
“평범하구나. 보통 0.7이 되면 안경은 꼭 쓰라고 권하지. 0.9면 안과에선 쓰지 말라고 하고 안경원에서는 쓰라고 하는 도수지.”
“차이가 있나요?”
“차이라면 아까 네가 썼던 시험 안경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 잘 보였던 안경이요?”
“그래. 인터넷과 같다고 보면 된다. LTE를 쓰다가 2G를 쓰게 되면 답답한 이치와 같은 거지. 잘 보이던 화면이 흐리게 보이는 거랑 같으니까. 시력에는 차이가 없지만, 머릿속에 더 선명한 세상이 있다는 걸 인식해 버리니까.”
그러면서 삼촌은 또 나에게 시험 안경테를 씌워 주었다.
“확실히 잘 보이네요. 그런데 안경 쓰면 눈이 계속 나빠지지 않나요?”
“실제로는 안경 써서 눈이 나빠지지도 않고 좋아지지도 않지. 그냥 잘 보일 뿐이야. 눈이 더 나빠지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내가 써봤다시피 안경을 벗었을때 초점이 맞지 않아서 흐리게 보이는 순간 때문이지.”
“그렇군요. 이러고 있으니 꼭 안경 맞추러 안경원에 와 있는 느낌이네요.”
내 말에 삼촌이 피식 웃음을 보였다.
“너 안경 맞추고 있는 거 맞아. 어떻게 해줄까? 도수 없는 거로 해줄까? 이걸로 해줄까?”
“도수 있는 거로 해주세요. 시력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서요?”
“알았다. 그런데 넌 떨어질 수도 있어. 우리 눈이라는 게 18세 전후로 성장이 끝나니까. 안구가 더 커지면 시력은 떨어질 수 있어. 그런데 이건 안경을 쓰나 안 쓰나 똑같으니까 상관없지.”
“눈이 아직도 자란단 말인가요?”
“그렇게 놀라는 표정 지을 것 없다. 확 자라는 게 아니니까.”
“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한쪽에서는 쉼 없이 안경이 만들어지고 한쪽에서는 촬영이 계속되었다.
“예성 씨, 고개를 조금 더 들어보세요. 네 좋아요. 이번에는 걸음을 옮겨 볼까요?”
찰칵, 찰칵
안경테도 여러 개지만 옷도 여러 번 갈아입어야 했다. 50분을 촬영하면 10분간 휴식했다.
이제 나도 카메라가 익숙해서 인지 사진작가의 요청에 빠릿빠릿하게 대응하는 느낌이었다.
정말 격세지감이다.
본부장님과 촬영할 때는 ‘이렇게요?’ 물으면 본부장님이 ‘아니 그렇게 말고, 요렇게’라면서 직접 포즈를 보여주면서 촬영을 했는데 지금은 사진작가가 말하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하지만 촬영이 편한 건 아니었다. 안경은 패션 아이템이기에 안경에 맞춰서 옷과 여러 악세사리도 수시로 바꿔 입어야 했다. 얼굴 촬영을 한다고 근접촬영을 하고 다양한 포즈를 위해 몸을 많이 움직여야 했다.
거기다 작가님도 촬영 욕심이 많은 분인지 하나의 아이템에 수많은 포즈와 표정을 요구하셨다. 어차피 그중에 좋은 것만을 쓰는 것을 아는 처지로서는 그저 까다롭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들었다.
하지만 돈 받고 하는 일에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었다.
가수생활에도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런 일에도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상이 좋아야 다음에 또 불러줄 것 아닌가?
나는 10억 원의 사나이라 아직도 배가 고프다 못해 등짝에 달라붙을 지경이다.
촬영하고 있는 늦은 오후가 되자 레드엔젤 누나들과 심영 누나가 왔다. 심영 누나는 레드엔젤의 메이크업으로 따라왔다고 한다. 삼촌이 그런 누나들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다.
“아가씨들이 다 예쁘네. 역시 연예인은 연예인이야.”
풀 메이크업을 한 누나들은 빛이 났다.
리더의 요원 누나를 비롯해 백설 공주 미로 누나, 새침데기 미나 누나 등 등등······. 평소에 후줄근한 동네 백수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 한정이다.
그리고 누나들도 프로라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다들 연예인 코스프레를 하기에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에게서는 항상 좋은 말을 듣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동생이 하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은 역시 멀리서 바라봐야만 연예인이라고.
동네 백수형의 표본인 누나들을 보며 삼촌은 연신 감탄을 했다.
“빛이 나는구나. 내 또래의 친구들이 어린애들을 보면서 좋아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그 느낌을 알겠다.”
“삼촌 그래도 입덕은 피해 주세요.”
“입덕? 그건 뭐할 때 쓰는 말이냐?”
다행히 삼촌은 내가 걱정하는 과는 아닌 모양이다.
“그냥 그런 게 있어요.”
잠시의 휴식이 끝나고 누나들과 합동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작가님은 오늘 자신의 망상을 모두 이룰 심산인지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피자 광고 찍을 때의 감독님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네? 업으라고요? 누굴요? 레이카 누나를요? 농담이시죠. 제가 업히면 모를까?”
결국, 업었다. 업는데 누나가 기도 차지 않는 말을 한다.
“예성아, 누나 가슴이 등에 닿는다고 너무 느끼고 그러지 마라.”
참 기도 안 차는 누나다. 여자라고 다 같은 여자가 아님을 왜 모르는 걸까?
“내 등짝을 누르는 게 가슴인가 보군요. 하도 딱딱해서 벽돌인 줄 알았네요. 뽕을 얼마나 넣었기에 이래요?”
“뭣이?”
“켁”
누나가 내 목을 세게 졸랐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러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 좋아요. 아주 자연스러워요. 연인들의 장난 같은 모습 좋군요. 조금만 더 그렇게. 네 레이카씨 활짝 웃는 표정 좋아요.”
내가 괴로워하는 표정은 안중에도 없는 거냐? 이 상태를 유지하라니. 그 답답한 와중에 목을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주위의 스텝이나 안경을 만들던 안경사가 나를 엄청 부러워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게 부러워할 일이냐? 이게.’
그리고 사진작가의 만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누나들을 바꿔가며, 안경을 바꿔가며 나를 궁지로 몰아갔다. 나중에는 혹시 이 사진작가가 경쟁업체의 사주를 받은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촬영을 마치면서 한다는 말이
“오늘 수고하셨어요. 내일은 밖으로 나갈 생각이에요. 스틸 샷이 필요할 것 같네요. 내일도 오늘처럼만 즐겁게 촬영에 임해주세요.”
뭐? 임마.
다음날도 촬영은 이어졌다.
촬영 이동을 위해 버스가 등장하고 버스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그거 먹고 되요?”
“왜 이래? 이게 정량이야.”
그러고 보면 이 누나들도 밖에서 먹성을 드러내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내 차에서나 회사에서 그러지.
나름 자신들도 프로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그걸 내 앞에서도 좀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오늘도 삼촌이 따라오셨다.
아무래도 삼촌이 입덕할 모양새다.
하지만 삼촌의 일상을 들으니 그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삼촌이 일을 내팽개칠 이유가 없으니 그저 마음으로만 응원하겠지.
삼촌은 한 달에 주 1회의 휴일을 빼고 매번 근무하신다고 한다. 거기 일하는 안경사가 모두 그렇다고 한다.
거기다 마트라는 것이 10시부터 22시까지 하다 보니 근무시간이 굉장히 길었다.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3d 직업의 일종이라고 한다.
“삼촌 이렇게 계속 나오셔도 돼요?”
“응? 오늘 본사에서 파견 나왔다. 촬영 끝날 때까지 너 돌봐주라고 하는구나. 어차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니 아무래도 인척인 내가 적임자로 보이는 모양이야.”
여러 곳에 이동하면서 촬영을 했다.
사람들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니 나를 알아보고 사인과 사진을 찍기 원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누나들도 그랬다.
촬영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팬 서비스를 했다.
야외 촬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날씨가 추워 핫팩과 난로를 끼고 촬영을 해야 했지만 느끼는 즐거움도 컸다.
더욱이 나를 행복하게 한 건 사진작가가 더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것이 컸다.
“예성아, 어제 촬영한 것을 본사에서 보더니 캘린더로 만들어서 사은품으로 주겠다고 하더구나.”
“네? 달력이요? 3월에 달력이라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1년은 길지. 너희 기획사에서도 좋다고 했다.”
“당연히 그러겠죠. 집집마다 제 얼굴이 들어가는 일이니.”
“넌 안 좋으냐?”
“글쎄요. 저도 스타들의 사진에 낙서하던 생각을 하니 곧 제 얼굴도 그런 꼴이 될 거라는 생각부터 드네요. 그래도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거니 좋다고 해야죠.”
캘린더라. 정말 이 가수생활을 하면서 나는 점점 새로운 것만 경험하는 느낌이다. 내 얼굴이 들어가 있는 달력이라······. 살짝 기대되기는 한다.
시간이 지나 촬영을 마쳤다.
“수고하셨습니다. 작가님”
“네. 예성 씨도, 레드엔젤 분들도 고생이 많았어요.”
“저희도 고생이었지만 찍는 분만 할까요? 이 추운 날에 장갑도 안 끼시고 촬영하시느라 정말 고생하셨어요.”
어제는 그렇게 밉상이었지만 오늘은 안쓰럽기 그지없는 분이다.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삼촌과도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잘 지내고, 어머니 잘 챙겨드려라. 고생 많이 하신 분 아니냐?”
“네. 삼촌. 삼촌도 건강하시고 숙모와 윤정이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그래.”
작별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많이 피곤했는지 차 안에서 잠이 든 모양이다. 집에 도착하니 석태 형이 나를 깨웠다.
“오늘 수고했고, 푹 쉬어라. 내일은 오후에 내가 데리러 오마.”
“네. 형. 형도 수고하셨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 왔어?”
“응. 엄마 오늘은 일찍 잘게.”
“그래. 피곤하지? 얼른 씻고 자. 혹시나 새벽에 일어나서 배고프면 갈비 재워 둔 거 있으니까 고기랑 밥 먹고.”
“응.”
“새벽에 고기는 무슨?”
“꼬기님은 진리다. 동생아. 오늘 오빠가 피곤하니 긴말은 내일 하자.”
집에 돌아오니 만사가 귀찮다.
씻고 누우니 잠이 솔솔 온다. 추운 날씨에 힘들었지만, 고작 이틀 동안 일하고 큰돈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고생이 고생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실내가 최고지. 암 그렇고말고.’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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