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15
116. 김나박요 >
“안녕하세요. 신예성 씨, 가면 가왕 작가 김영은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신예성입니다.”
“시간 괜찮지요?”
“네. 어제 미리 연락을 주셔서 시간은 비워 뒀습니다.”
“그럼 일단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갔으면 합니다.”
“부를 수 있는 곳이 아니라요?”
“네.”
“전 오늘 오디션이라도 보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가수분을 오디션 볼 필요가 있을까요? 출연자가 정해지면 사전 조율이 필요해서 이렇게 찾아옵니다.”:
“네.”
연습실로 안내하자 김영은 작가가 나에게 USB를 하나 내민다.
그걸 받아 재생하니 거기에는 조필용 선배님의 ‘그대는 모나리자’가 흘러나왔다. 목소리가 다른 것을 보니 다른 참가자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들어본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한데······.’
들어보니 이건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녕 그대는, 정녕 그대는, 정녕 그대는, 정녕 그대는~우워웍아~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
내 표정이 굳어 있는지 김영은 작가가 나를 조심스레 쳐다본다.
“어때요?”
“어떠냐고 물어보셔도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저와 듀엣을 하는 분이라는 말이겠죠? 거기다 이 곡을 듀엣으로 부르는 곡이라는 말씀이고요.”
“네.”
“저기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전투적인 거 아닐까요? ‘그대는 모나리자’가 힘 있는 노래긴 해도 이런 식이면···.’
이 참가자는 두 사람의 파트를 혼자 불러서 들려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녕 그대는~’ 이 부분을 반복하면서 옥타브를 올리면서 계속 고음으로 치 닫으며 노래를 불렀다.
이건 나와 듀엣을 하게 된다면 서로 한 소절씩 주고받으며 옥타브를 올려 ‘누가 죽는지 한 번 해보자’ 이거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분은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연습실로 오는 길에 누구냐고 물어도 작가는 그저 웃음을 지으며 ‘비밀이에요’라고 말했으니.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은 좋아죽죠.”
김영은 작가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수도 아마 같이 죽음을 오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물어보는데 이분은 제가 상대자라는 걸 모르는 거 맞는 거죠? 혹시 저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네요.”
“물론이에요. 이분 말고도 다른 분들도 어떤 참가자들이 나오는지 모른답니다. 다만···.”
“다만?”
“가면 가왕을 봤으면 알겠지만 우리는 강 대 강, 약대 약 대결 구도를 만들어요. 그래서 잘 부르는 분이 초반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죠.”
“그건 저도 아는데······. 그럼 이분이 이번 회차의 강에 속하는 분이겠군요?”
“맞아요. 그래서 다른 강으로 신예성 씨가 선택된 거죠. 솔직히 다른 분이 하면 그림이 안 나오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신예성 씨라면···. 마이크 없이도 엄청난 성량을 뿜어내는 신예성 씨라면 좋은 대결 무대가 만들어질 거에요.”
‘그거야 그쪽 생각이고요.’
개인적으로 가면 가왕은 가수들이 나와서 평소에 보지 못한 가창력을 보여주면서 즐기는 무대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건 그냥 누가 죽는지 치킨게임을 벌여 보자는 심산인 것이다.
애초에 이 한 무대로 보여줄 거 다 보여주겠다는 모습이 노래만 들어도 느껴져 왔다.
하지만 가면 가왕이니 이런 무대가 만들어지는 게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영은 작가 말대로 강 대 강, 약 대 약의 대결을 만드는 프로니까.
실제로 가창력으로 이름 높은 이들이 나와 어이없이 탈락해서 화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생각을 하다가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저기 회사 사람들과 의논을 해도 될까요? 출연이야 결정이 났지만, 상대가 이런 사람일 줄은 예상도 못 했던 터라···.”
“물론이에요. 오늘은 이 이야기와 함께 선곡을 다시 해달라고 말을 하려고 왔어요.”
“네? 선곡이요?”
“네. 신예성 씨 선곡이 너무 마이너해요. 알다시피 저희는 방송 프로그램이죠. 거기에다 불멸의 명곡처럼 숨겨진 명곡을 찾거나 옛노래를 다시 히트시키자는 취지의 방송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런 마이너한 곡 말고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알만한 곡으로 선곡을 부탁드려요.”
“하지만 이미 나올만한 곡은 방송에서 다른 분들이 다 부르지 않았나요?”
“그렇죠. 저희 프로그램이 장수하고 있다 보니 그렇긴 하죠. 하지만 부른 곡을 또 부르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저희는 예능이니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지길 바라니까요.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아시죠? 4분 규칙.”
“네. 전에도 이야기하셨다고 들었어요.”
“그것만 조심해주시면 돼요. 그럼 이건 여기 두고 갈 테니 연락 주세요.”
“네.”
“그럼 가보겠어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되도록 빨리 연락 주세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다른 분을 섭외해야 한다면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들어보셔서 알겠지만 정말 강하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아마 금방 연락이 갈 거예요.”
김영은 작가를 보내고 파일을 가지고 장 프로듀서님과 군보 형, 본부장님을 스튜디오에 모았다.
“이게 제 상대가 될 사람이라고 하네요. 들어보세요.”
그리고 ‘그대는 모나리자’를 들려줬다. 그리고 노래를 듣는 세분의 표정이 심각했다.
“역시 굉장하죠? 헐, 첫 상대가 이 모양이라니······. 그래도 상대가 상대인 만큼 생각해 보고 연락을 달라고 하네요.”
내 말에도 세분은 표정이 변화가 없었다.
군보 형이 조심스레 말했다.
“이거 제 생각이 맞으면 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군보 형의 말에 장 프로듀서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곤란해.”
“아니, 나는 오히려 좋다고 보는데.”
군보 형과 장 프로듀서님은 고개를 흔들고 본부장님만 좋다고 했다.
설마 이분들은 이 노래만 듣고도 상대가 누군지 안단 말인가?
“설마, 누군지 알고 하는 소린가요? 아니면 제가 상대되지 않을 거 같아 그런 건가요?”
내가 말을 하자, 그제야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서둘러 말씀을 하신다.
“네가 상대가 안 되다니, 누가 뭐래도 믿고 듣는 신예성 아니냐? 김나박요가 언제의 김나박요인데.”
장 프로듀서님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김나박요가 왜 나온단 말인가? 그럼 이 노래의 목소리 주인공이 그중 한 명이란 말인가?
어린 나지만 그들이 현재 가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은 안다. 오랜 시간 가요계에서 레전드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아닌가?
트로트에 4대 천왕이 있다면, 발라드에는 김나박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봉수, 나울, 박현신, 요수, 이들을 묶어 사람들은 김나박요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김나박요가 언급되는 이유는 이 노래를 부른 주인공이 이 사람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들은 노래에서 이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설마 그 사람이라는 말인가?
“정말 김나박요 중 한 사람이 맞아요?”
내 말에 세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으니 바로 알겠던데. 목소리에 감추는 게 전혀 없네. 그런데 요수라니······. 이건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 레전드와 듀엣이라니, 그 자체로 의미가 깊지 않아요?”
“하지만 그것도 상대 나름이지. 요수라니. 이건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장 프로듀서님도 그리 반기지 않았다.
“아니야. 이건 무조건 해야 해. 그냥 부전승이나 마찬가지라고. 거기다 평판은 나쁘지만 노래 실력 하나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가수잖아. 그런 가수를 꺾고 올라갔다는 타이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몰라서 그래?”
“하지만 구설수도 만만치 않게 나올 거야.”
장 프로듀서님의 말에 본부장님도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건 그렇지. 같이 듀엣을 한 이상 화제가 될 수밖에 없지. 하지만 말이야. 구설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예성 학생에게 나쁠 게 전혀 없다는 말이지. 생각해 봐. 어차피 예성 학생은 상대가 누군지 모르고 나갔다고 하면 그만인 거야. 그냥 연습을 맞춰볼 때 엄청난 실력자라 뒤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 이러면 끝이지. 그러면서 요수가 화제가 되는 만큼 예성의 이름도 계속 흘러나오는 거야. 거기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한데 말이지. 가수들이 유명인들과 콜라보를 하거나 피처링을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거니까.”
“일형아,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건 예성 학생에게 타이틀이나 마찬가지야. 김나박요의 하나를 꺾는 거니까.”
“아니, 제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걸 가지고 왜 그런 이야기부터 하세요?”
내 말에 세분이 동시에 말했다.
“아니, 넌 절대 떨어질 수 없어.“
레전드와 붙는데 저런 확신이라니.
“그렇게 확답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제가 노래를 잘 부르긴 하지만 아직 새내기인데···.”
“이건 너랑 상관없이 그런 거야. 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런 나라니까.“
“네?”
내가 어리둥절하게 반문하자 본부장님이 한숨을 내쉰다.
“너도 알지? 요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아! 물론 알죠. 워낙 이야기가 많았으니까요. 그래도 노래가 무슨 죄가 있을까요?”
“예성 학생처럼 세상이 그렇게 순수하면 얼마나 좋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말은 좋지만, 그 죄를 사람이 짓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어? 거기다 미성년자에 관계된 범죄니 더욱 그렇지.”
“그런가요?”
“그래. 그래서 예전에 ‘나만 가수다’에서도 녹화까지 다 하고 방송에는 나오지 못했지. 하지만 이렇게 다시 나올 줄 몰랐네.”
“그렇게 보면 또 그렇네요.”
개인적으로 여동생이 있는 처지에서는 그렇게 기분 좋게 들리는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내 여동생이 그럴 일은 없으니 또 남의 일이지 싶기도 하다.
강간한 것도 아니고 매매니까.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은 이분이 알고 한 거냐 모르고 한 거냐는 문제가 있다.
알고 한 거라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반성이 필요한 시기고, 모르고 한 것이라면 충분한 자숙의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린 나지만 한국이 그렇게 성에 관해 깨끗한 나라 아니라는 것은 안다. 물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인터넷을 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룸살롱, 안마방, 호스트 바, 사창가.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친구들도 가끔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놈들도 있고, 병에 걸린다면서 펄쩍 뛰는 이도 있다.
그만큼 그런 이야기에 대해 어린 우리도 충분히 알게 되는 사회다.
그러니 여기서 알게 되는 또 하나는 우리 사회는 돈을 주고 성을 사고파는 게 사회 일면에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걸 요수 씨에게 들이대어 보면, 알고 한 거면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이고, 모르고 한 것이면 이미 긴 시간 동안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더구나 결혼까지 한 몸이 아닌가?
더욱이 이 연예계라는 곳에서 사고 치고 복귀한 사람을 제외하면 얼마나 남을지 그것도 의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그냥 요수 씨라고 말씀하시니 생각이 많네요. 저도 모르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렇지? 하지만 이건 정말 좋은 기회야.”
“그런데 요수가 정말 의외의 선곡을 들고 나왔네.”
장 프로듀서님의 말에 군보 형도 동감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애절한 발라드나, 록 발라드에서 뿜어지는 고음이 인상적인 가수인데.”
“글쎄, 내 생각은 달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건지도 몰라.
이 친구도 자신이 제대로 평가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건지도 몰라. 솔직히 그 사건을 아는 이들 중에 누가 그의 모습을 보면서 몰입이 되어 감동에 젖을 수 있을까? 대부분 ‘역시 목소리는 좋아.’ ‘노래 잘 부른다’ 이런 반응일 거라고 봐. 그러면 당연히 그 노래는 말이야. 귀로 듣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러니 애초에 자신도 기대가 크지 않으니 ‘나 아직 죽지 않았다.’를 보여주는 이런 편곡을 한 거로 생각해.”
“그럼 같이 ‘죽지 않아!’를 외쳐야 하는 저는 무슨 죄일까요?“
내가 이런 노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부르면 첫 무대에서 정체를 감출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거기다 첫 무대를 꾸미고 다음 무대에서 이보다 나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내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끼어들자 본부장님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미리 작가가 온 거잖아? 나중에 되어서 못하겠다고 하면 곤란하니까. 싫으면 빨리 말해라. 우리도 다른 사람 찾아야 하니 시간이 없다. 이런 거지. 솔직히 요수 옆에 아무나 갖다 붙여서 그림을 만들기 어렵지. 더구나 이런 곡인데.”
“그건 그래. 이건 음높이도 문제지만 성량이 터져줘야 그림이 되는 편곡이니까.“
장 프로듀서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나를 보셨다.
“예성아, 네 생각은 어떠냐? 그래도 이런 방송출연은 우리 생각보다는 네 생각이 중요한 거지. 하는 건 너니까. 우리는 조언만 할 뿐이야.”
세 분의 눈이 나를 향해 쏟아진다.
“솔직히 저는 하고 싶어요. 일단 상대도 상대지만 제가 앞으로 가수 생활하면서 방송에서 이렇게 대놓고 고음을 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번이 있을까요?”
슈스케를 끝마치고 알 수 있었다.
노래를 기승전결이라고 표현하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승 전전으로 끝을 낸다. 그런 노래는 한번을 들으면 ‘와~ 멋지다. 감동이다’ 이런 찬사가 쏟아지지만 그런 감정 과잉의 노래를 늘 듣는 이들은 없다. 듣는 사람도 지치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노래로 관객들과 즐기는 무대는 정말 행복하다. 하지만 가끔은 슈스케에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열정을 뿜어댈 수 있는 무대가 그립기도 했다.
그러기에 부담되는 무대지만 욕심이 난다고 해야겠다.
“그럼 결정 났네. 가수가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그래. 흠, 그럼 가면은 그냥 얼굴만 맞추면 되겠구나?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네? 무슨 소리에요? 고민할 필요가 없다니.”
“보나 마나 첫 무대에서 정체가 들통날 거 뻔한데 뭐하러 돈을 들여 몸 전체 인형을 맞춰?”
“그건 기호 말이 맞아. 설마 요수랑 같이 질러대면서 정체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네가 고음을 한두 번 낸 것도 아닌데 다들 알아채지.”
“그건 그렇죠.”
“잊지 마. 예성 학생, 우리는 언제나 개그 가수를 지향하지 않아. 교회 오빠, 잊지 마. 비록 나잇대가 한참을 올라가 버렸지만 아직은 포기하지 말자.”
“그런가요? 슬슬 그 생각 넣어두셔도 좋을 때가 된 것 같은데?”
“아니야. 아직 아직이다. 조금만 시간을 더 줘.”
“네가 그러니까 자꾸 예성이가 교회 오빠가 되지 못하는 거로 생각되지 않아? 그 나이에 아직, 아직이다. 이러고 싶어?”
“그런가? 아무튼, 예성 학생 깔끔하게 정장에 그냥 가면 하나 얇은 거 쓰고 나가자.“
그렇게 결정이 나고 다음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이름이다.
“기호야 이름도 정해야지.”
“그렇지. 뭐라고 하지?”
네 명의 머리가 모여 여러 개의 이름을 만들어 냈다.
“그래 심장이다. 당신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그가 온다. ‘하트 비트'”
“사랑입니다. 당신의 사랑을 충전해줄 ‘사랑의 배터리.'”
“화살이에요. 당신의 하트에 저격할 그가 온다. ‘사랑의 큐피드'”
“돌쇠다. 당신을 위해 열심히 일할 그가 온다. 마님, 부르셨어요? 돌쇠입니다.”
마지막 말에 우리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본부장님이 볼을 긁적이고 있었다.
“어허, 취향 존중 몰라?”
“취향 존중은 아는데 아까랑 전혀 다르잖아? 교회 오빠와 돌쇠와 무슨 상관이야?”
“가면은 재밌어야지. 안 그래? 예성 학생.”
“네. 안 그래요. 그냥 큐피드 해요. 어리고 귀엽고 나이에도 맞고 좋잖아요?”
“아니 하트 비트라니까.”
“아니죠. 여심을 노리는 거라면 역시 사랑의 배터리가······.”
“아니 저기 돌쇠가 꼭 나쁜 것만은······.”
그 말에 우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넌 가만있어.”
“그래요. 지금은 아니에요.”
“그래. 그래도 아깝다. 예성 학생이 돌쇠 가면을 쓰고 나오면 우리 은혜가 좋아할 텐데.”
“하아~, 제발 공과 사 구분 좀 해요.”
“어허, 가화만사성 몰라? 공적인 일과 가족은 같이 가는 거야.”
“네. 네 그러시겠죠. 그래서 뭐로 할까요?”
“그냥 예성 학생, 하고 싶은 거로 해. 어차피 다 안 웃기는 마당에 뭘 해도 보통이지.”
“지금 안 끼워준다고 시위하시는 건가요?”
“아냐. 그냥 큐피드 해. 그게 마음에 든다며. 내가 나중에 기사도 내줄까? 예성 학생이 고심해서 지은 거라고?”
“흥, 그렇게 말씀하셔도 돌쇠는 안 돼요.”
“쳇!”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랑의 큐피드’로 결정이 되었다.
본부장님이 그런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면 말했다.
“내가 자~알 만들어 줄게.”
이 말을 들으니 내가 따로 하나 주문을 해야 하지 싶다.
‘그런데 어디서 주문하는 거지?’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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