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22
117. 그놈의 빚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내가 촬영한 가면 가왕이 방송되자, 요수 씨의 등장에 인터넷은 시끄럽게 달아올랐다.
방송 출연에 대한 찬반여론이 다시 불씨가 당겨진 것이다.
하지만 뜨겁게 타오른 불씨는 하루 만에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시대가 달라진 거지. 작년에 정치에서 엄청난 판타지가 펼쳐졌잖아. 그래서 사람들을 키보드워리어로 각성시키기에는 모자라지. 거기에다 마지막 방송이라고 하니 거기에 대해서 말해봐야 자기들도 손가락만 아프다는 것을 아는 거야.”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하는 본부장님의 표정에 심사가 뒤틀린다.
나를 내보내면서 이야기한 달콤한 사탕 같은 이야기랑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세대교체가 일어난다면서요? ‘예성 학생이 바로 새 시대의 주인공이야.’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허, 과장하기는, 내가 언제? 거기다 말이야. 내가 말한 대로 모든 게 이루어졌으면 나는 기획사를 차려서 포브스에 대문짝만하게 이름이 나왔을 거야.”
“대표님이 아니라요?”
항상 대표님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그런데 자기가 나온다니.
하여간에 얼굴에다 총을 쏴도 총알이 튕겨 나올 것 같은 뻔뻔한 얼굴이다.
“그 좋은 걸 대표님께 양보해? 그건 안 될 말이지.”
거기다 이 사람, 욕심까지 많다.
“하아, 완전 희생양이 되어 버리고 말았어요.”
“그러게. 기왕 나간 거 가왕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정작 화제가 된 건 나도, 요수 씨도 아니다. 나를 꺾고 새로운 가왕의 자리에 오른 ‘지금은 방송 중. 온에어’ 선배다. 레전드를 꺾은 신성인 나를 꺾고 가왕마저 꺾어버린 그 여자가수다.
그 온에어 가면이 누구인가 그것이 화제다.
“하여간에 박가영만 좋게 됐네. 구세대의 스타와 신세대의 스타, 거기다 가왕마저 꺽어 버렸으니.”
“알고 계셨어요?”
“그럼 당연하지 내가 이 바닥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몰라? 내가 한눈에···.”
지이이.
내가 갸름한 눈으로 말씀하시는 본부장님을 노려보자 그제야 제대로 된 말씀을 한다.
“아니, 몰랐어. 집사람이 말해주더라. 박가영이라고. 발성에 성악이 섞여 있어 대번에 알겠다고 하더라.”
“저도 그래서 알게 됐어요. 긴가민가 하던 게 고음이 올라가니 아~ 그 선배구나. 싶더라고요.”
“그래?”
“그리고 드는 생각이 바로 왜 이 선배가 있는데 나랑 붙인 거야. 이 생각도 들었죠.”
“여자잖아. 거부했을 거야.”
“그런가요?”
대답하면서도 수긍이 갔다. 아이까지 있는 엄마라서 거부감이 컸을 수도 있다.
“결국, 저는 방송을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존재였을까요?”
“그건 아니지. 예성 학생이 더 잘했으면 다른 상황이 되었을 거야. 노력 부족이야. 그런 자기 합리화는 한참 성장해야 하는 예성 학생에게는 독이나 마찬가지야.”
“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본부장님에게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듣다니, 언제나 말씀하시는 예상과 결과가 다른데도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야기하면서 합리화하시는 분이 어울리지 않게 무슨···. 아! 반면교사군요. 나 같은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그런 생각은 가지면 안 된다는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죠?”
“뭐? 허, 예성 학생, 그 예리한 말솜씨만큼만 노래했으면 박가영이 뭐야. 나머지 김나박도 모두 예성 학생 앞에 무릎을 꿇었을 거야.”
“하여간에 본부장님의 그 침소봉대 멘트는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요. 그렇게 말씀하시고 안 되면 또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이러실 거면서.”
내 말에 본부장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
“예성 학생, 우리 너무 가까워진 것 같아. 앞으로 거리를 둬야겠어. 너무 날 잘 알아.”
“헐,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이기호는 이야기하면서 예성을 차분히 살피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진 건가? 확실히 평소의 모습이긴 한데.’
요 며칠 예성의 분위기에 자신마저 우울해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곡을 팔러왔을 때도 느꼈지만 예성에게는 아우라가 있다고 믿는 이기호다. 언제나 예성의 기분에 주위의 사람들이 말려 들어간다.
평소에는 보통 사람들보다 약간 들뜬 기분으로 지내는 아이라 항상 주위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같이 흥분된 상태로 이야기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뿐만 아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이놈이 땅 파고 들어가는 날이면 주위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
‘이제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
“예성 학생, 영원 말이야.”
“영혼이요? 갑자기 영혼은 왜요?”
“영혼이 아니라 영원? 이번에 만든 노래.”
“네. 제가 그런 노래를 만들었던가요?”
“아! 아직 이야기 안 했네. 그건 우리 집사람이 붙인 제목이야.”
머리가 아파진다. 제목을 붙였다니. 그것도 설마 선생님께서 붙였다니. 내 표정이 좋지 않은 걸까? 본부장님이 서둘러 말을 덧붙인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집사람이 듣고 엄청 감동했어. 노래를 듣고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지. 그리고 처음 하는 말이 뭔지 알아? ‘우리 예성이, 득음했구나.’ 노래에 혼이 실린 게 느껴진다고 하지 뭐야?”
하아, 이 사람 항상 느끼는 거지만 되는대로 막 던지는구나.
“본부장님, 좀 막 던지시더라도 생각은 하고 던지셔야죠. 오페라가수인 선생님께서 개그맨도 아니고 ‘우리 예성이, 득음했구나!’ 이러셨겠네요. 저는 오페라가수에게 음악을 배웠지. 국악 선생님에게 배운 기억은 없어요.”
“흠, 내가 과장한 경향은 있다고 인정해. 하지만 집사람이 엄청나게 놀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죽하면 사람의 마음을 헤집는 목소리라고 했을까?”
“진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내 물어보는 표정에서 무엇을 느끼신 걸까?
“예성 학생, 내가 한 번씩···. 아니 가끔···. 아니 자주 실없는 말을 하지만 말이야.”
내가 갸름한 눈으로 계속 쳐다보자 본부장님의 말이 자꾸만 바뀌었다.
하여간에 남의 일은 침소봉대하면서 자기를 안 좋게 말할 때는 봉대침소 하는 본부장님이다.
“그래서요?”
“집사람이 그 말을 한 건 사실이야. 덧붙여서 이해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도 했지.”
“네? 이해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 왜 멀쩡하게 살아 있는 엄마를 가지고 이별을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을 해서 나도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야. 예성 학생이 가족에게 집착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럼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내일을 꿈꿔야지. 늘 오늘만 같기를 바라는 예성 학생의 마음이 느껴져 도대체 머릿속에서 어떤 상상이 펼쳐지는지 자신은 짐작도 못 하겠다고.”
“그래요?”
역시 선생님이란 말인가?
누구는 들어도 전 여친이니, 모니터 여친이니 하는데 바로 엄마를 떠올리다니.
“그래. 그러면서 노래에서 느껴지는 우울함이 자신에게 전염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참 거시기하다는 말도 했지.”
“선생님이 거시기하다는 표현을 쓸 리가···.”
“어허, 예성 학생이 우리 집사람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우리 집사람, 거시기라는 표현도 잘 쓰고, 집에서 방귀도 뿡뿡 뀐다고, 예성 학생과 달리 난 집사람과 지내온 세월이 다르다고.”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볼게요. 집에서 거시기, 거시기 그러면서 방귀도 뿡뿡 뀌면서 사시냐고 말이죠.”
“예성 학생, 농담에 죽자고 달려들면 곤란해. 웃자고 한 이야기잖아.”
“그럼 선생님에게 본부장님이 선생님을 주제로 거시기, 거시기 거리며 농담하고 다닌다고 말할게요.”
“내가 잘못했어.”
“꼭 사과를 받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노래는 녹음하자. 이건 너무 아까워. 활동하라고 등 떠밀지도 않고, 방송에 나가서 부르라는 말도 하지 않으마. 그냥 녹음만 하자. 나도 그렇고 일형이와 군보도 다 엄지 척을 들었어. 일형이가 듣고 이런 말을 하더구나. 감성 폭발이라고. 이 노래에서 너의 성장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말이야. 거기다 군보는 목소리와 노래를 분리해서 들어보기까지 했다. 그러고는 따로 듣는 것과 같이 듣는 것의 차이를 느끼면서 이게 바로 노래라고 이야기하더라.”
‘녹음이라.’
이 노래가 만들어지고 나는 이 노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도 중얼거렸다.
그런 내 노래를 엄마와 동생이 듣고 제대로 불러보라고 해서 몇 번의 거절 끝에 부르게 되었다.
노래를 부르자 반응은 엇갈렸다.
엄마는 참 좋다고 했다.
알 수 없는 내일보다 지금의 행복을 소중히 하는 노래네. 좋게 들린다며 ‘역시 우리 아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생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반응이었다. 오빠와 어울리지 않게 슬픈 노래라면서.
하지만 그런 노래지만 다시 듣고 싶어지는 노래라고 했다.
“생각해 볼게요.”
생각해 볼 문제다. 항상 이게 문제다. 남이 좋다고 하면 정말 좋은가 싶다. 이놈의 팔랑귀.
그리고 내 안의 천사와 악마가 싸우기 시작한다.
천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천사야. 할 말이 그것밖에 없니? 이러면 악마가 이길 수밖에 없잖아’
예성의 말을 마치고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어도 이기호는 다그치지 않았다.
급할 것은 없었다. 자신의 급한 마음을 버리고 나니 왜 그렇게 안달복달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일형이 한 말도 자기 생각에 영향을 끼쳤다.
“기호야, 예성이, 앞으로 방송에 내보내지 말자.”
“뭐? 왜? 방송에 안 나가면 뭐해?”
“내가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예성을 지켜본 결과, 방송 체질이 아닌 거 같아.”
“그래?”
“그냥 내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야. 예성이는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면 집중될수록 힘을 내는 스타일인 것 같아. 행사할 때는 힘들어하지만, 열심히 하고 사람들의 반응도 좋아. 하지만 방송에 나가서는 영 힘을 못 쓰고 있잖아. 내가 봤을 때는 자신을 보러온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 열심히는 하는데 그 열심이라는 것이 최선의 모습은 아니야.”
“흠, 나도 얼핏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놈이 방송 나가고 싶다고 한 적은 없지. 다 내가 시켜서 나갔지.”
“그래. 그리고 방송을 보면 열심히는 하는데 열정이 넘치는 모습은 아니지. 오히려 연습할 때 열정이 넘치지. 자기는 차이를 모를 거로 생각해. 알면 너에게 이야기했을 테니. 예성은 아마 자신만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는 스타일인 거 같아.”
“콘서트용 가수란 말이지?”
“그래. 화제가 된 때도 다 그런 때지. 행사를 가서도 심지어 악수회에서도 자신을 보러와서 그런지 열악한 환경이지만 평이 좋아.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거야.”
“차라리 말을 하고 고치는 게···.”
“그러지 마. 오히려 역효과야. 그리고 고쳐질까? 이름난 가수들도 방송에 목매는 가수만 있는 게 아니잖아. 자기만의 무대를 고집하는 가수들도 많잖아. 예성이도 아마 그런 스타일의 가수가 아닐까 해. 나는 그게 나쁘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말이지. 아티스트라면 그런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남의 눈치를 보면서 인기에 연연해 하는 것보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가져야지. 가수는 혼자 무대를 꾸미는 사람이니 더 그래.”
“그런가?”
“아무튼, 방송은 예성이가 나가고 싶다고 할 때까지 봉인하자.”
“내가 꼭 나 좋자고 내보낸 것 같이 말하네. 나도 돈 쓰는 거 싫거든.”
“그래. 나도 알아. 하지만 아이돌에게는 방송은 필수지. 그렇지만 예성에게는 선택이야. 예성을 바꾸기보다 우리가 맞추어 나가는 게 나아. 방송에 익숙해지면서 예성이가 바뀌는 것도 생각해 봐야지 않겠어? 아직 어린아이라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야.”
“그건 나도 알지. 그놈 자신도 팔랑귀라고 하고 다니잖아. 알았다 나도 생각해 볼게.”
일형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다그치고 싶어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었다.
어차피 스타성과 능력만 있으면 훼방을 놓지 않는 이상 연예인은 성공한다. 그리고 예성은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넘치도록 보여줬다.
‘그래. 천천히 생각해도 돼. 한다고 하기만 하면, 시간은 많아.’
그런 생각으로 예성이 나가는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돌아서면서 예성이 묻는다.
“내일 누나들 티저 영상 공개되는 날이죠?”
“그래.”
“아 대박 나겠죠? 빨리 빚을 없애야 마음이 편할 텐데.”
확실히 알겠다. 이놈은 자기중심적인 놈이다.
**
티저영상이 공개되었다.
기획사는 이번에 내 앨범 때와는 달리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덕분에 쉬지 않고 찌라시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파워 블로거들이 퍼 나르고 인터넷 검색어에 올라 내려오지 않았다. 물론 내 이름의 덕도 보고 있다고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 덕도 없지 않다.
검색어에 떡 하니 ‘신예성, 터치 미’가 검색어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분위기로 인해 기대감이 높아져 갔다.
그것뿐이 아니다. 인터뷰도 했다.
“아! 내가 천재라는 것을 나서서 자랑하고 싶지 않은데.”
“헛소리하지 말고, 이 누나들과 다니다 보니 누나들의 예쁜 모습에 저절로 노래가 떠올랐다고 해.”
말을 들으니 저절로 눈이 갸름해진다.
“예쁜 모습이라니, 그냥 주구장창 먹성만 보이고 후줄근한 모습만 보였는데. 예쁜 모습이라니, 4분여의 짧은 행사 때의 모습만으로 평소의 모습이 가려졌다고 생각해요? 오늘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날이네요.”
“그···. 그래? 고마워.”
미나 누나가 예쁘게 웃는다.
아, 정말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듣는 저 귀를 어찌할까? 앞의 말은 그냥 씹어 삼킨 거야?
하지만 인터뷰는 누나들이 원하는 대로 했다.
빚은 까야 하지 않겠는가?
“신예성 씨가 싱어송라이터라는 건 알려졌지만 설마 후크송을 만들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 같네요. 어쩌다 작곡하게 됐어요?”
여기자의 질문에 나는 나의 완벽함을 뽐낼까 하다가 그냥 평소의 생각을 말하기로 했다.
“제가 작곡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이야기네요. 이 노래의 멜로디만 제가 만들고, 반주는 저희 기획사의 전속 작곡가 김태호라는 분이 만드셨어요.”
“그런데 이름은 혼자 올라가 있는데?”
“그게 그분은 실연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어요.”
“다른가요?”
“음, 반주 같은 경우에는 빠른 비트와 전자악기가 샘플링에서 출발해서 비슷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거기에 담긴 멜로디가 음악의 독창성을 표현한다고 해야 할까요?”
“아! 후크송은 거기서 거기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죠.”
“네. 하지만 표절에 걸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멜로디죠.”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그 멜로디와 가사를 쓰게 됐나요? 평소에 하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장르잖아요? 설마 댄스 가수로 변신할 준비 중?”
이 사람이 기자라고 막 던지네.
“아뇨. 전혀 생각이 없어요. 저는 소크라테스와 친해서요.”
“네?”
“나 자신을 잘 알거든요.”
“아! 호호, 아는 지인들이 예성 씨가 엉뚱하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네요. 왜 소크라테스가 나오나 했어요.”
“그런가요? 댄스가수는 할 생각 전혀 없고요. 기자님도 알겠지만 제가 이 누나들과 잠시 함께 공연한 적이 있어요.”
“저도 간 적 있어요. 정말 멋진 무대였죠.”
“감사합니다. 같이 다니다 보니 저절로 이 누나들의 모습과 앨범의 노래가 차이가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기획사를 욕하는 모습이지만 콘셉트를 잘못 잡았더라고요. 시기와 트렌드가 중요하지만, 그 트랜드와 가수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니, 만들어 진 게 이번의 ‘터치 미’라는 곡이에요.”
“그래요? 그런데 티저영상이 클럽이던데? 예성 씨는 가본 적 있나요?”
“아뇨. 하지만 클럽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춤을 추면서 만나는데, 누나들 나이에 캬바레나 나이트가 되면 이상하잖아요? 젊음은 자유와 열정을 상징하는데, 그 놀이 문화에서 클럽이 빠질 수가 있나요?”
“호호, 그렇네요.”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에 침을 듬뿍 바르면서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열심히 ‘그래. 이건 빚을 까기 위한 거야.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건 없어’를 되뇌며 내 행동의 정당함을 이해시켰다.
“인터뷰 고마워요. 저도 노래 나오면 꼭 사서 들어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예성 씨, 여기 사인 좀 해주세요.”
내 앨범이다.
사인하는데 기자가 나를 흐뭇하게 본다.
“고마워요. 그럼 홍대에서 봐요. 그때도 인터뷰 부탁해요.”
“콘서트 오시게요?”
“네. 팬클럽도 가입했어요. 그때 봐요.”
기자가 가고 나는 받은 명함에 이름을 봤다.
‘홍윤희 기자라, 저 기자님도 결혼했나?’
악수회의 기억이 강렬해서 생각이 그쪽으로 흐른다.
“만족해요?”
내 말에 누나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잘했어. 누나가 열심히 코치한 보람이 있어.”
“보람은 다른 데서 찾고,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 이번에 대박 쳐서 빚을 다 까는 거야.”
레이카 누나가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네 빚을 다 까는 거예요.”
얼떨결에 ‘오~’ 하고 말았다.
“네가 무슨 빚을 까?”
헉, 내가 무슨 짓을.
“그냥 호응이죠. 호응”
그렇게 얼버무리는 나를 누나들이 쳐다본다.
“왜···. 왜요? 그냥 호응이라니까요.”
“예성아, 고맙다. 이번에 잘 돼서 네가 우리에게 곡 준거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네. 부탁합니다.”
‘누나들을 위해서나, 저를 위해서도 꼭 그래야 해요.’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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