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23
118. 엉뚱한 일만 잘 되는구나. >
[아! 신예성, 정말 뜬금포 날리는 데는 뭐가 있네. 내 사랑 아시아라니,] [나도 신예성 나온다기에 본방사수했어용. 덕분에 노래 부르는 모습 보고 본방사수한 보람이 있었음.] [이번 편 대박이었음. 신예성이라니. 개인적으로는 신예성이 출연한 프로그램 중 제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띠용 씨, 아니 연희 씨, 나도 띠용이라고 하네. 크크, 사기 결혼 당한 것도 웃으면 안 되는데 웃김, 매번 시청하는데 보면서 저건 결혼해서 사는 건가 종살이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큰소리치며 사는 연희 씨 보면서 국제결혼의 인식이 바뀌었음.] [나는 그 촌주가 웃기던데. 이 방송에 나오는 외국인들 보면 눈치 없고, 말귀를 못 알아 듣는 사람들인데, 이분 완전 독보적인 존재감임, 외국인이 한국인들 모아놓고 난장판을 만들고 자신은 아이를 안고 유유히 사라진다니. 신예성이 말을 하며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던 게 이해가 됨. 크크] [이번 편은 정말 스케일이 컸다. 재미도 재미지만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는 고향에 간 띠용 씨가 고향 집을 허물어 버리고 새로 짓는 게 압권이었다.고작해야, 물탱크 놓아주고 배에 모터 달아주는 게 선물이었는데, 세상에, 집이라니. 시골이라 삼천만 원이면 짓는다지만 그래도 띠용 씨가 집에 가고 싶은 걸 참으면서 악착같이 살았다는 게 눈에 보였다.] [아 나도 그걸 보면서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남편분이 사기꾼에 도둑놈같이 보이다가도 열심히 일하면서 띠용 씨를 챙기는 모습을 보니 넉넉하지 않지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이게 바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띠용 씨가 신예성 어머니 앞에서 울면서 ‘당신이 없었으면 나도 지금까지 한국에서 버티지 못했을 거다. 당신이 바로 저의 어머니입니다.’ 완전 감동이었음. 고향 집에 가서는 자신의 시어머니라고 사기 치는 모습도 참···.] [마지막에 신예성이 연희 씨 가족을 앞에 앉혀 놓고 ‘필연’을 불러주는데, 노랫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전해졌다고 생각해요. 노래가 방송을 아름답게 만드네요.] [노래도 좋지만 나는 신예성을 다시 봤음, 신예성이 이런 방송에 나올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자신의 어머니가 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해 방송을 나오다니. 확실히 인성이 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휴, 우리 아들이 신예성 반만 되었어도 좋겠다. 밥투정만 안 해도 살만할 텐데. 우리 아들 신예성 닮으라고 신예성 안경도 맞춰줬는데.] [우리 아들도 했는데. 안경이 계속 쓰고 나오기에 눈이 가더라. 그런데 마침 내가 사는 대형마트에 신예성 사진이 걸려 있더라. 알고 보니 조카라고 하더라.] [조카면 삼촌?] [그래. 그 삼촌이 하는 말이 신예성 안경을 맞춰가서 테가 부서지면 6개월 안에 무조건 새것으로 교환해준다기에 맞췄다.] [무상?] [공짜.] [테가 비싼가?] [아니, 중국제에 비하면 비싸지만, 그냥 안경값이다.] [그런데 왜?] [그 삼촌이 하는 말이 이 안경테는 자신들이 가성비가 뛰어난 공장을 선택해서 OEM으로 만들어 파는 상품이란다. 그래서 고급 수입 안경테와 품질의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 하지만 조카의 이름이 걸리는데 허투루 할 수 없어 ‘6개월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테가 부서지면 무조건 교환해드립니다.
’ 행사를 본사에 건의해서 모든 지점에서 해준다고 하네.] [나도 살까? 안경 바꿀 때 됐는데.] [그거 다 상술이라는···.] [누가 모르나? 그리고 세상에 안 남는 장사가 있나?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문제지. 하지만 이 안경은 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봐야 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후 보장을 해주잖아.] [상조 광고냐?] [그래. 안경 상조 광고다. 됐냐?]
기분이 좋다.
방송이 잘 돼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다. 띠용 씨가 행복하다는 반응에 기분이 좋다.
띠용 씨의 내 사랑 아시아는 소위 대박을 쳤다. 물론 내가 나와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아! 본부장님에게 세뇌가 되어가는구나. 저절로 잘 되면 내 탓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이래서 주위환경이 중요한 거야.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암’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내가 출연한다고 예고가 나가니 ‘아니, 신예성이 거기 왜 나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본방송의 시청률도 내 사랑 아시아 최고를 찍고 다시 보기도 엄청나게 활성화되었다고. 피디가 고맙다고 감사 전화까지 줘서 내가 황송할 지경이다.
나는 정말 방송을 목숨 걸고 임했었다.
띠용 씨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일까 해서.
띠용 씨가 불행하면 고용주인 엄마가 나쁘게 보이기에 있는 말 없는 말 만들어서 띠용 씨를 띄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띠용 씨도 띠용 씨지만 내 이미지가 다시금 올라갔다고 해야 한다. 가면 가왕에 나가서는 하루 만에 사그라들었지만, 오히려 이런 듣보잡 프로그램에서 홈런을 날린 것이다.
검색어에 ‘신예성, 터치 미’와 ‘신예성, 내 사랑 아시아’가 나란히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필연’은 다시금 인기가 치솟아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막연히 노래를 듣는 거랑 그 분위기와 상황에 몰입이 되어 흘러나오는 노래는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괜히 OST의 음원 성적이 좋은 게 아니었다.
“정말 너는 기운 빠지게 하는 데는 도가 텄구나. 우리가 기를 쓰고 하는 걸 한 방에 해치우다니.”
홍보부의 차영석 대리의 말이다.
이 분은 내 홍보를 주로 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내가 홍보가 필요한 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지금 레드엔젤의 홍보하는데 차출이 된 상황이다. 그런 덕분에 쉬지 않고 전화를 돌리고 만남을 가지면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다.
오늘 우연히 지나가다 만나게 되니 이런 말을 한다.
레드엔젤의 이슈를 가라앉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정작 아무것도 홍보하지 않은 나의 이슈가 더 크니 한탄을 하는 것이다.
“저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나요?”
“본부장님도 한 말씀 하시더라. 정작 터지라고 내보낸 프로그램에서 침묵하더니, 혼자 불꽃놀이 하라고 내보낸 프로그램에서 핵폭탄이 터지냐고?”
“참 본부장님다운 말씀이네요. 그렇지만 또 저를 만나면 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거봐. 나가길 잘했지?’ 이러시겠죠. 거기 네가 왜 나가? 이러셨는데.”
“크크.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그분은 잘되면 다 자기 때문이야. 안 되면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 낫잖아? 이러시지.”
“아, 저한테만 그런 게 아니군요.”
“물론이야. 세상은 본부장님 중심으로 돌고 있는 거야. 잘 되면 자기 때문이고, 안되면 놀면 뭐해 그런 거라도 해야지. 이런 식이지.”
“허, 그분 참······.”
“틀린 말은 아니지. 놀면 월급이 그냥 나와? 뭐라도 해야지. 그리고 또 뭐라도 하러 가봐야겠다. 아무튼, 좋은 소식 들려서 좋다. 가면 가왕이 불발되는 바람에 아쉬웠는데.”
“네. 고맙습니다. 고생하세요.”
“그래.”
본부장님 사무실 문을 열자, ‘흐흐흐’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저 왔습니다.”
“응? 왔어? 거봐 나가길 잘했지?”
웃으며 건네는 말에 한숨이 나온다. 참 한결같은 분이시다. 내 주위에는 항상 ‘사람이 변하면 죽는 거야’ 라도 외치는 한결같은 분들밖에 없다.
조 사장님, 은지 누나. 본부장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어른들이 득실득실했다.
‘역시 엄마만이 이 세상에 제대로 된 사람이야. 물론 동생은 동의를 안 하겠지만.’
“네. 다 본부장님의 선견지명 때문이죠.”
“역시 그렇지.?”
머릿속에 연락이 왔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녹화 하는 날이 정해지면 연락을 달라고 해서 회사로 출연 요청이 왔다. 연락을 받은 본부장님은 그런 곳에 내보내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말하다가, 내가 연락을 달라고 했다는 말에 전화를 끊고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런 영양가도 없고, 감동, 감탄 재미···. 또 뭐가 있지? 아무튼, 그런 곳에 왜 나가려고 그래?”
어지간히 내보내기 싫은 모양이다. 가면 가왕이 이슈가 되지 않아서 그런 건가? 이제 방송에 흥미를 잃으신 표정이다.
콘서트 해야지. 녹음해야지. 이러면서 나를 못살게 군다.
“띠용 씨가 나와서요. 제가 나가야 해요. 그리고 어머니도 화면상 출연하시니까.”
“띠용 씨? 아 베트남 종업원. 그래. 그 사람이 나온단 말이지. 그럼 나가야지.”
한순간에 말이 바뀌었다. 도대체 왜?
“왜 그래요? 띠용 씨와 본부장님이 무슨 상관이라고?”
“왜 상관이 없어? 그 사람이야말로 나와 예성 군의 사이를 이어준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
“그게 무슨 말인가요? 띠용 씨가 우리의 악연을 만들어준 사람이라니? 그럼 숨겨진 흑막이 띠용 씨란 말인가요?”
“헛소리는, 생각해봐. 띠용 씨 덕에 집사람과 어머니가 술을 마시고 나와 나 CP가 그 식당으로 갔잖아. 모든 열쇠는 띠용 씨가 제공한 거나 다름없지.”
“어? 그러고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요.”
허, 생각해보니 그렇다. 모든 것은 다 띠용 씨가 촌주를 꺼내면서 시작되었다.
“예성 학생이 생각해도 그렇지?”
그럼 띠용 씨가 나의 수호천사? 악마?
머릿속으로 띠용 씨가 ‘예송아’라고 부르는 모습이 떠올랐다. 절대 내 수호천사가 저런 이미지일 리가 없다. 비록 악마와 내면에서 말싸움할 때 말발이 서지 않는 모습이지만 저런 이미지일 리가 없어. 거기다 띠용 씨라면 내면 악마의 말에 침묵을 지킬 리가 없다.
하지만 본부장님의 말에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떠올랐다. 내 인생이 어떤 모양새인지.
“하아, 죄다 뜬금포네요.”
“응? 갑자기 뜬금포라니?”
“본부장님의 말씀에 인생을 돌아보니 그렇네요. 뜬금없이 음악 선생님이 곡을 팔아준다고 해서, 뜬금없이 본부장님을 만났죠. 그리고 그 후 식당에서 뜬금없는 술판이 벌어져 나 CP님을 만났죠. 그러다 뜬금없이 슈스케가 본격화되고, 뜬금없이 나가기 전에 계약, 또 뜬금······.”
“그만해. ‘뜬금없이’가 너무 많아.”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예성 학생과 함께하며 나도 참 헛다리를 많이 짚었지.”
‘그래서 네가 고생이 많았다는 건 비밀이지. 암’
“그렇네요. 그러고 보면 용케 여기까지 몸 성하게 자란 것이 신기하네요.”
“음, 고작 1년인데 참 파란만장했어.”
“본부장님, 이러고 있으니까 꼭 다 늙어서 같이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거 같네요. 저 아직 성인도 아닌데.”
“크크. 그렇네. 아무튼, 띠용 씨라면 나가야지. 어머니 식당이 무대가 되면 빠질 수는 없지. 그냥 나가서 아무 실수 없이 그냥 자리만 채우고 오는 거야.
이런 회상이다.
그런데 이 회상의 장면에서 본부장님의 ‘거봐. 내 말이 맞지?’에 어울리는 장면이 있단 말인가?
하여간 참 침소봉대와 생색내기의 달인이다.
“이런 분위기에 ‘영원’을 음원으로 내면, 아니지 그 노래는 너무 우울해. 그럼 다른 노래···. 뭐로 하지? 아! 그래 일형이에게 선택하라고 하자.”
“결론을 그렇게 낼 거면서 고민은 왜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가자.”
“네.”
장 프로듀서님에게 가니, 장 프로듀서님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기도로 가자.”
“기도요?”
“그래. 이제는 아끼다가는 똥 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 애초에 사람들도 왜 음원으로 나오지 않냐고 기획사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하고 말이지.”
“말씀도 참, 그런데 그건 정규앨범에 타이틀곡으로 하자면서요?”
“그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영원이라는 곡을 쓰는 바람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할까? 넌 앞으로 더 발전할 거로 생각해. 그렇게 되면 기도를 타이틀곡으로 할 만큼 가치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 말씀은 또?”
“그래. 정규앨범 늦추자.”
“역시···.”
김태호 작곡가가 뜬금없이 앨범에 수록될 곡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녹음에 들어갈 곡이랑 다른 식으로 편곡을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기대가 된다,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결정 난 곡이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이 가미되면 더 나아지기도 하고,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나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노래를 들으면 다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태호 작곡가가 다녀간 후 다른 분들이 한 분씩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장 프로듀서님이 앨범을 갈아엎자고 이야기하신다. 이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그런 뉘앙스다.
“네가 만든 영원을 들은 작곡가들이 영감을 얻었나 봐. 다들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을 하더라. 정규앨범은 싱글처럼 시험적인 앨범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시간은 나중 문제라고 생각한다. 네 생각은 어떠냐?”
“저에게 물어보셔도. 당연히 저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죠. 제가 만든 곡이 사람들의 뇌리에 스쳐 지나가듯 흘러가는 것보다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니까요.”
갈아엎는 문제는 간단한 게 아니다.
나로서도 그렇고 다른 분들의 처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냥 편곡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듣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다시 고치고, 그런 지난한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너도 동의하는 거로 알겠다.”
“네. 수록곡에도 변화가 생기겠죠?”
“아마 그렇겠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까.”
내가 최근에 넘긴 곡이 그 선택의 폭을 넓혔다. 내가 내 무덤을 판 것이다.
누구를 원망할까?
앨범이 엎어지는 나와는 다르게 레드엔젤은 컴백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표님이 나서셔서 3사 음악방송 모두 컴백스페셜 무대를 얻어냈다.
그리고 누나들의 무대에 몇천만 원의 돈이 쏟아져 들어갔다.
대형 스크린에 클럽을 방불케하는 조명, 거기다 어두운 무대에서 빛이 나는 무대의상까지, 그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언제나 성공을 생각하고 데뷔를 하지만 소수만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맛본다. 그 성공의 열매를 따지 못하는 이들은 다시금 기회를 잡고 날아오르는데 더 힘들게 된다. 매년 새로운 얼굴의 아이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와따시 이마 푸르떼이루?”
레이카 누나가 뜬금없이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미쳤나 보다.
“뭐래?”
내 말에 미나 누나가 레이카 누나의 손을 꼭 잡아 주며 말한다.
“그래. 너 바들바들 떨고 있다. 데뷔무대도 아닌데 왜 그래?”
“뭐라는 거에요?”
“나 지금 떨고 있냐?”
“하, 행동과 말이 따로 노네요. 이 누나. 큰일이네. 농담하면서 몸은 긴장해서.”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어떻게 먹을 거라도 드릴까요? 차에 가면 있을 텐데.”
“이 상황에 그게 될 말이냐? 먹을 거 먹으면 긴장이 풀려?”
“네. 초콜릿 같은 거 먹으면 풀려요.”
“예성아, 우리 잘할 수 있겠지?”
“네. 잘할 겁니다. 누나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제가 잘 알아요. 그리고 오늘 실패하면 우린 끝이에요. 이미 이번 무대가 끝나면 이 무대로 바로 MR 제거 작업이 들어가요. 첫 단추만 잘 끼면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갈 겁니다. 이미 기대감으로 많은 이들이 누나들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서 더 떨리는 것 같아.”
“생각을 바꿔야죠. 누나가 최고로 잘했던 때를 떠올려요. 그 최강이었던 자신을 상상하세요. 그리고 그 최강이었던 누나를 현실에 투영하는 거예요. 그럼 현실의 누나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펼치게 될 거에요.”
“뭔가 중이다운 말인데?”
“중이면 어떻고, 중삼이면 어때요? 요점은 마인드컨트롤이에요. 나는 최고다. 나를 따를 자는 없다. 누가 나를 대신할까? 나밖에 없다. 이런 정신이 필요해요.”
레이카 누나가 나를 본다.
“넌 그렇게 해?”
“아뇨.”
그래 나는 안 한다. 하지만 다른 생각은 한다. 나를 보는 이들이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누나들은 그런 성격이 아닐 것 같다.
앨범을 말아먹고도 씩씩하게 지내는 누나들이다.
기본적으로 뻔뻔함을 장착한 누나들이라 추켜세우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레드엔젤, 리허설 들어갑니다.”
“네.”
나는 음향 엔지니어의 곁에 서서 누나들의 무대를 봤다. 무대를 보며 헤드폰을 쓰고 들으면서 내가 느끼는 말을 계속했다.
나만 온 것이 아니다. 머덕후인 군보 형도 왔다.
내 두루뭉술한 말을 전문용어로 번역하기 위해서. 그리고 군보 형은 오히려 이런 쪽으로는 나보다 더 빠삭하기에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엔지니어에게 요구했다.
누나들의 복귀 무대는 클럽을 연상시키는 무대라 턴테이블이 설치되고 유명 DJ가 인트로와 중간에 흥의 돋구는 비트를 실제로 만들어 낸다.
그 라이브의 소리를 매끄럽게 하려고 군보 형이 온 것이다. 더욱 완벽한 무대를 위해서. 무대는 가수가 만들지만, 그 가수의 무대가 성공적인 무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움직이는 사람들이 만드는 무대, 그 이상이다. 그저 지나가는 무대가 아닌 단 한 번의 무대.
“감독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설칠 게 아닌데.”
“아니요. 오히려 좋아요. 전에도 봤지만, 예성 씨는 참 꼼꼼하네요. 우리로서도 나쁘지 않아요. 우리가 열악한 환경에서 무대를 꾸미지만, 최선은 다해요. 하지만 그 최선이 가수들에게는 최선이라고 할 수 없죠. 가수마다 특색이 있고, 강조하고 싶은 것이 다 다르니까요.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해주면 오히려 우리로서는 편하죠. 부담감이 줄어드니까요. 우리가 늘 듣는 소리가 한 시간 동안 똑같은 음악만 방송한다는 이야기가 있죠. 저희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장르가 그러니까요. 하지만 우린 베이직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저번에 예성 씨가 왔을 때도 예성 씨와 무대 준비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요구했죠. 하지만 그게 방송을 만드는 재미죠. 하지만 아이돌들은 그냥 MR과 마이크만 제대로 나오면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런 무대에 대한 참견은 우리로서도 일하는 느낌이라 좋아요.”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괜히 저희가 설치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그런데 감독님? 노래 어떻게 들으셨어요?”
“좋아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여기에 오는 아이돌은 다 비슷해요. 하지만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계속 보다 보면 차이가 느껴지기 마련이죠. 준비가 잘 된 그룹과 미흡한 그룹, 그런 면에서 보면 레드엔젤은 준비를 참 많이 한 것 같아요. 예성 씨가 작곡한 노래도 좋고, 동선도 확실해요. 거기다 자신들이 어필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네요. 방송하다 보면 동선이 꼬여서 서로 부딪히는 경우를 보이는 경우도 많아요. 기대할 만할 것 같네요.“
녹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무대 한쪽에서 그녀들의 무대를 본다. 감회가 새롭고 그녀들의 무대가 새롭게 다가온다. 리허설 때와는 또 다르다.
아이돌의 노래는 보면서 듣는 노래라고 하던가?
등장만으로 환호가 쏟아진다. 기대감이 물씬 풍긴 무대의 시작에서 DJ가 흥겨운 비트로 포문을 열고 그녀들이 나와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한다.
정말 빛이 나는 무대다.
“아이돌의 무대란 눈이 부시네요.”
“응? 그렇지. 형광물질을 너무 많이 발랐나 봐. 좀 약하게 해야겠어.”
‘아! 이 감성 메마른 사람을 봤나? 군보 형,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사람들 귀찮게 했지만, 오기를 잘했어요. 안 그래요? 형”
“그래. 미세한 차이지만 확실히 우리가 요구하기 전보다 낫다.”
그런 말을 하는데 사고가 터졌다.
레이카 누나가 랩을 하다 한순간, 한 소절을 빼먹은 것이다. 당연히 준비를 노래가 깔린 MR로 준비했기에 무대는 자연스럽게 마쳐졌다.
그동안 연습하면서도 이런 사고는 몇 번 있었기에 이에 대한 준비도 되어 있는 누나들이다.
하지만, 무대에 내려와서 레이카 누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저 뻔뻔하고 몰상식한 누나가 울다니. 정말 새로운 발견이다.
“미안해. 내가···. 내가 잘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잘했어. 무대를 하다 실수 안 한 사람이 누가 있어? 우리도 예전에 다 그랬어. 너무 마음 쓰지 마. 그리고 MR 제거야 나중에···.”
“아니요. 요원 누나 그대로 갑니다.”
“뭐? 왜?”
“혹시 다른 사람이 올릴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가 올리는 게 음질이 더 낫죠. 그리고 전 레이카 누나가 실수한 게 꼭 나쁘게 보이지 않아요. 그건 우리의 자작극이라는 걸 감춰주는 중요한 요소죠. 설마 이런 실수한 무대를 스스로 만들어서 올릴까 싶죠.”
“그래도 실수했는데···. 다음번에 잘해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요. 그 실수가 좋은 겁니다. 그 외에는 완벽해요. 그리고 무대를 내려올 때 우울한 표정도 좋았어요.”
“그래?”
“네. 그러니 실수했다고 마음 쓰지 마세요. 누나가 기막힌 한 수를 둔 거니까.”
솔직히 완벽했으면 더 좋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러기는 힘들다. 나도 행사하러 다니다가 음이 올라가지 않아 낮게 부르는 때도 있었다.
항상 완벽하면 그게 컴퓨터지 사람인가?
누나들의 무대는 그 날만 빼고 정말 연습한 그대로 완벽하게 해냈다. 고생은 누나들이 했건만 내가 뿌듯했다.
거기다 MR 제거 버전이 유투브에 올라가자, 사람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그냥 라이브네. 이거 왜 MR에 노래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성장이 한눈에 보인다.
거기다 레이카 누나의 실수와 우울한 얼굴은 남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모양이다.
그에 힘입어 팬덤이 일어섰다. 정말 아이돌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더니 순식간이었다.
15위 하던 노래가 순식간에 치고 올라와 나의 ‘필연’을 다시 내려 앉혔다.
1위 한 그 날 누나들이 일도 없는데 회사로 와서 내 앞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도와주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온 거지’
“예성아, 어떡하니? 우리가 이겨버렸네.”
“그러게. 어떡해. 하지만 네가 만든 곡이니까 1위 한 거야. 너무 섭섭해하지 마.”
이런 누나들을 보고는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본부장님을 만나야 했다.
물이 들어왔으니 저 머나먼 바다를 향해 노를 젓게 하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를 할 생각이다. 예능이고, 행사고 마구 굴려야 한다고.
끝
ⓒ 꿈속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