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24
119. 첫 번째 팬이자 동료의 방문 >
“안녕하세요?”
“그래. 무슨 일이니?”
“저는 덕원예고 1학년 조승아라고 합니다. 신예성 오빠가 오늘 저를 불러서 찾아왔습니다.”
말을 하면서 학생증을 내보이는 조승아였다.
“그래?”
“음, 연락받은 게 없는데, 잠시만.”
경비원은 연락을 취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기획사 내로 들어가려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똘망똘망해 보이고 심지어 신분증까지 내보이는 모습이 진실하여 보여 확인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다리고 있다는 답이 들려왔다.
잠시 후 예성이 달려 나왔다.
“왔으면 나에게 연락을 하지. 왜 경비실에 이야기했어?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이 학생이 네 손님이 맞나 보구나.”
“네. 오늘 녹음을 도와줄 친구예요. 수고하세요.”
“그래.”
인사를 하고 승아를 보니 승아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안절부절못한다. 그 변하지 않은 모습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헤헤, 그냥이요. 당당하게 들어가 보고 싶었다고 할까?”
“실없기는, 잘 지냈어?”
“네. 제2의 하연정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 선생님은 자신을 목표로 하지 말고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던데. 넌 재능이 있다고 했어.”
“하지만 선생님은 멋진걸요. 당당하고, 거기다 유머도 있으시고, 저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아니, 그건 말리고 싶은데.”
그럼 본부장님 같은 불쌍한 남자도 하나 더 늘어난다는 소리가 아닌가?
“네?”
“아니, 오페라 가수를 꿈꾸면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야.”
“아! 네.”
“자, 여기다. 오빠 연습실이야. 짜잔, 들어오시라.”
문을 여니 승아가 두리번두리번한다.
“여기가 바로, 오빠가 라면 끓이고, 김치찌개 끓이고 하는 공간이군요.”
“컥, 너 Y 앱 보는구나. 기왕이면 노래 만드는 곳이라고 해다오.”
“헤헤. 네 크네요. 오빠 정말 성공했어요. 공원에서 석양을 향해 눈물 흘리며 달려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랬던 때가 있었다. 공원에서 혼자 노래 부르고, 혼자 실망하고, 우울했던 날이.
“그런 기억은 좀 잊어줬으면 하는데. 아! 네가 이야기하니까 생각난다. 나 그때 노래 만든 거 있는데 들어볼래?”
“노래요? 그 당시에 노래를 만들었어요?”
“응.”
“하긴 오빠는 공원에 만나기 전에 이미 ‘그 한 걸음’을 만들었었죠.”
“그렇지. 제목은 ‘그 여름날’이야.”
“참 오빠다운 제목이네요.”
“나도 알거든. 들어봐.”
다짜고짜 노래라니. 어이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승아는 나와 여름날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다. 그래서 꼭 들어봐 줬으면 했다.
나는 피아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승아가 놀란다.
“오빠, 이제 피아노도 쳐요?”
“응. 잘 치지는 못해. 하지만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노래로 밥 먹고 산다는 게 쉬운 게 아니야.”
“우리 엄마랑 같은 말을 하네요. 엄마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 음악으로 밥 벌어먹는 것은 정말 소수의 사람뿐이다. 맨날 이래요.”
“그래? 그렇지. 그러니 찬양해라. 이 오빠는 그 소수의 사람 중 하나가 되었으니까.”
“우와 오빠 안 본 사이에 재수 없어졌어요. 톡 할 때는 몰랐는데, 성공하면 사람이 바뀌네요.”
“야, 농담을 다큐로 받으면 어떡해?”
“됐어요. 그냥 그 여름날이나 불러보세요.”
“그래.”
나는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만들어 놓고 오랜만에 불러보는 노래다.
“흠흠, 시작한다.”
“네.”
[뜨거운 태양 빛 아래 풀 내음 나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오늘도 난 너를 만나러 공원에 가내가 찾아가면 언제나 거기 있는 너그늘 속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는 마음속 깊은 소리를 노래로 불러.환한 미소로 내 노래에 답해주는 너.
내 노래가 지친 너의 일상에 힘이 되기를.
내 노래가 슬픈 너의 일상에 위로가 되기를.
내 노래에 손뼉 치는 네가 나에게 큰 힘이 되듯.
Don’t say goodbye,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저 지금처럼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무더운 이 여름이 지나가고 다음 여름이 올 때까지.]
노래를 마치고 승아를 봤다.
“어때?”
“네. 네? 좋은데, 정말 좋은데요. 이런 직접적인 사랑 고백은 제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아! 이런 일로 오게 된 거면 제가 거절의 말을 준비했어야···.”
허, 애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이어이, 승아 양. 이 노래의 ‘너’가 너를 뜻하는 게 아니야. 그 공원의 사람들이지. 우리는 그 공원에서 노래하면서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랐고, 우리도 힘을 얻었잖아. 그 마음을 노래한 거야.”
“아! 그럼 그런 노래라고 미리 말해 줬어야죠. 이게 뭐예요? 부끄럽게.”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그런데 소리는 퍽 소리가 난다.
‘이 계집애 내 동생만큼 손이 맵네. 생긴 거 답지 않게 통뼈야.’
어깨를 문지르며 승아를 본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변하지 않은 모습에 더욱 그렇다.
‘그러고 보니 키도 그대로인 거 같은데. 말하면 화내겠지?’
“너도 오랜만에 한 곡 해봐.”
“에헴, 그럴까요? 저도 요즘 새로운 거 많이 배웠어요.”
“그래. 이제 막 이탈리아가곡 같은 거 부르고 그래?”
“네. 배우긴 하는데 아직 열심히 하지는 않아요. 학교에서는 그런 쪽으로 가르치는데, 하연정 선생님께서 전에 했던 말이 있어서 한국 가곡 쪽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
“네. 선생님이 후회하는 게 외국에 나가기 전에 한국 가곡을 열심히 연습 안 한 게 아쉽다고 했어요. 외국에 나가게 되면 접할 기회도 없고, 접하게 되더라도 파고들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난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하고 있어요.”
승아의 말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역시 이 부끄럼쟁이 아이는 겉모습만 그럴 뿐 속은 여전히 똑 부러졌다.
“나도 선생님에게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국악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유 음악성을 말하는 거라면서. 그래서 내가 가요만 불러도 그게 좋다고 하셨지.”
“선생님은 언제나 한결같으시네요.”
“그래. 그 집안사람들이 본래 그래.”
본부장님도 어떤 면에서는 참 한결같다. 항상 말을 바꾼다는 면에서.
“그럼 한 번 들어보자.”
“네. 요즘 제가 열심히 연습하는 거로 들려줄게요.”
“그래.”
승아는 피아노에 앉았다.
“너 연주 할 줄 알아?”
“그럼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배웠어요. 엄마가 피아노 학원에 보내셨거든요. 그러다 이렇게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거죠. 그럼 할게요.”
승아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부르는 가곡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고 가사도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거기에 담긴 선율과 목소리의 울림이 애달프고 슬픈 느낌이 흘러넘쳤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파도 소리. 물새 소리에 눈물 흘렸네]승아는 노래를 마치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때요?”
“너 정말 많이 늘었네. 이 오빠를 감동하게 하다니, 노래 제목이 뭐야?”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가곡이에요.”
“정말 좋다. 단순한 선율에 네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울리네.”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남자 성악가가 부르는 거 들으면 더 절절해요.”
“그래? 그런데 여자가 남자 기다리는 가사인 것 같은데.”
“맞아요. 그런데 남자 성악가들이 많이 불렀더라고요.”
“하긴, 가요도 여자의 마음을 노래하는 남자가수도 많지.”
이제 본격적으로 기도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방해꾼이 들어왔다.
“이야. 예성 학생 연습실에서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안 그래?”
“네. 안 그래요. 왜 오셨어요?”
“어허, 왜 이래? 내가 못 올 데를 온 것도 아닌데. 방해받아서 화난 거야?”
“말씀하시는 거 하고는, 인사해. 여기는 이기호 본부장님, 여기는 오늘 녹음 해주러 온 조승아에요.”
“뭣이? 조승아?”
“헉, 이분이 그 군만두 매니저 이기호?”
“뭔 소리야? 그런데 두 사람 알아요?”
“아니 몰라.”
“저도 몰라요.”
“에이, 아닌 거 같은데.”
말하며 승아를 쳐다봤다. 그러자 승아가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가 이야기해줬어요. 그 기획사에 가면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고, 우리 엄마는 가수생활을 잠시 했는데 그때 이분이 매니저였다고 해요. 그런데 이분이 엄마에게 군만두만 먹으라고 주면서 온종일 엄마를 감시하면서 엄마에게 ‘내 말만 들으면 넌 스타가 되는 거야.’라고 세뇌를 하며 새장 속의 새처럼 노래만 하라고 했다고 해요. 만일 엄마가 그 새장을 탈출하지 않았으면 저도 태어나지 못했을 거라면서 만나면 바로 도망치라고 했어요.”
이기호는 날조된 사실을 들으면서 어이가 없었다.
이런 날조된 사실을 자식에게 심다니. 자신이 조금 아니, 많이 바짝 조이긴 했지만, 그래도 막판에 결혼이라는 빅엿을 먹인 것이 누군데. 다 내 잘못이라니.
“하긴 본부장님이 그런 면이 있긴 하지.”
“예성 학생, 이건 사실이 아니야.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네 지금은 아니시겠죠. 하지만 젊었을 때의 본부장님은 제가 모르니까요.”
“허, 예성 학생, 젊었을 때의 나는 지금과 같아. 난 한결같은 사람이니까.”
“그 말씀을 들으니 이야기의 신빙성이 확 올라가네요. 승아야. 조심해라.”
내 말에 승아가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녹음실로 향했다.
승아가 오늘 온 이유는 기도를 새로 녹음하기 위해서다.
이번의 음원도 두 가지 버전으로 나가게 되었다. 처음 군보 형과 내가 며칠 밤을 새우며 작업했던 오리지날과 장 프로듀서님과 작곡가분들이 참여한 새로운 버전의 기도다.
새로운 버전이지만 도입부에 ‘울게 하소서’는 넣자는 게 모두의 의견이다.
그리고 녹음이 시작되자 승아는 작년과는 다른 음색을 보여 주었다. 내가 기획사에 들어와 발전했듯 승아도 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데.”
“그러게요. 작년에 와서 녹음할 때는 목소리가 맑게 나와서 아기천사 같은 목소리였는데. 오늘은 슬픈 아리아네요.”
“그래서 나쁘지 않아. 확실히 인트로부터 차별이 되니까. 그냥 들으면 같은 사람이 불렀다고 생각하지 못할 거야.”
이런 감탄의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몇 번의 재녹음은 피할 수 없었다. 녹음이 끝나고 부스를 나오는 승아에게 물병을 주었다.
“수고했어.”
“네. 힘드네요. 오빠는 매일 이런 걸 하겠죠?”
“헐, 나라고 매 번하면 죽지. 그런데 단번에 네가 할게요라고 해서 놀랐다.”
“그래요? 저도 변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오빠도 알겠지만 제가 수줍음이 많은데 이런 성격으로는 앞으로 힘들다고 해서 노력 중이에요. 저도 발표회나 콩쿠르도 나가게 되는데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져야죠.”
“대단한 결심을 했네.”
“흠, 승아 양”
“히익.”
본부장님이 말을 걸자, 사람들 시선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에 무색하게 내 등 뒤로 쏜살같이 숨어들었다.
“승아야. 사람들 시선에 익숙해진다면서,”
“튜토리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드 모드는 곤란해요.”
“그러냐? 한 방에 이해되는 비유구나.”
“네”
“그렇다네요.”
내가 본부장님을 보고 말하자. 본부장님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그럼, 말 좀 전해줘. 이왕 참가한 거니,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볼 마음이 없냐고?”
“네? 승아가요? 미로 누나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래. 물론 출연해. 거기다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여자가 필요한데, 승아가 하면 어떨까 해서.”
“승아가요?”
기도의 뮤직비디오도 새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러브레터의 장면도 나쁘지는 않지만, 나는 이번에 내 사랑 아시아를 하게 되면서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 만들자고 건의했고, 본부장님은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다.
“예성 학생, 요즘 노래는 뮤직비디오가 필수야.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지구촌 시대지. 한국의 노래는 이제 한국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야. 세계인들이 모두 들어. 이런 시대에 그 세계인들에게 노래 좋다고 인식이 되려면 뮤직비디오가 필수야. 연기자들의 연기로 인해서 지금 나오는 노래가 어떤 상황을 노래하고 있는지 이해시키는 중요한 콘텐츠야. 그 상황이 이해가 됨으로써 멜로디와 예성 학생의 목소리는 그들의 머리에 각인이 되는 거야.”
그래서 줄거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교통사고로 여자친구를 잃은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주인공은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더듬으면서 함께했던 곳을 돌아다닌다. 함께했던 곳을 돌아보며 여자친구와의 기억을 회상하는 주인공과 이제 그만 잊고 나를 보라고 하는 여자가 등장하는 이야기.
“그런데 승아는 너무 어리지 않아요?”
“너랑 두 살 차이다만.”
“그 두 살이 크죠.”
승아는 중학교 3학년 때랑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그게 좋은 거야. 여자친구를 잊으라는 여자가 너무 멋지고 성숙한 여자면 오히려 왜 저런 여자를 놔두고 저런 궁상을 떠느냐고 생각하지. 하지만 어리면···.”
“동생같이 생각한다. 이런 건가요?”
“그래.”
“어떻게 할래? 해볼래?”
어차피 유명 연예인은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나와 미로 누나 그리고 엑스트라 몇 분이 다다.
나는 출연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 잘생긴 얼굴이 아깝다는 이야기에 홀랑 넘어가 출연하기로 했다. 거기다 가수가 영상 속에서 행동으로 노래를 풀어내는 것도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상우를 오래 봐온 나는 잘 안다.
그런 나에게 광고랑 비슷하다는 말도 한몫했다.
뮤직비디오는 짧은 영상을 계속 끊어서 여러 장면을 찍는 거기에 깊이 있는 연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거기다 목소리를 낼 필요도 없고 그냥 표정 연기가 필요한 것이다.
“참고로 주인공은 나야.”
“오빠도 나와요?”
“응, 나와 미로 누나. 그리고 네가 나오면 너까지 포함되겠지.”
“할게요.”
“정말?”
“네.”
“왜?”
“오빠, 권해놓고서 이러기에요?”
“그거야 한다고 할 줄 몰랐는걸.”
“이것도 경험이잖아요. 많은 것을 경험해야 목소리가 풍부해진다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렇긴 하지. 나도 간접경험을 위해서 매일 영화 보고 있어.”
“흠, 그런 생각이면 승아 양,”
“히익.”
나왔다가 다시 내 등 뒤로 숨는 승아 되시겠다.
“본부장님, 좀 떨어져서 이야기하세요. 재밌는 건 알겠는데 너무 놀리시네요.”
“꼭 그런 건 아니야. 그런데 승아 양, 혹시 예성 학생이 이번에 미니콘서트 하는데 피처링 해볼 생각 없어? 이것도 경험이야.”
설마, 이 사람 꼬시는 중인가? 또 한 명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 위해서?
본부장님의 말에 승아가 내 등 뒤에서 고개를 내밀면서 말했다.
“해도 돼요? 저는 아마추어잖아요.”
“괜찮아. 아마추어냐, 프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부른 사람이 라이브로 관객들에게 들려준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리고 예성 학생의 콘서트는 이번이 시작일 뿐이야.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광주······. 아무튼, 전국순회 공연을 할 거야.”
“설마···. 매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시죠?”
“당연하지. 예성 학생,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보름 정도의 기간을 둘 거야. 어쩌면 더 길지도 모르고, 공연장을 대관하는 문제가 있으니까. 어때? 승아 양. 물론 소정의 수고비도 주어지게 될 거야. 이건 승아 양이 원하는 무대 경험과 알바도 겸하는 일거양득의 일이지. 하지만 싫다고 하면 우리도 다른 성악가를······.”
본부장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승아가 대답했다.
“할게요.”
‘그래. 승아야. 네 기분 잘 안다. 호스트가 곧 매진 된다고 하는 말에 [어머! 이건 꼭 사야 해.]이런 마음이겠지.’
승아의 말에 본부장님의 눈이 갸름해진다.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이다.
속으로는 아마 ‘어이쿠, 월척이구나.’ 이러고 있을 거다.
하지만 분명 승아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무대를 서 본 사람과 안 서본 사람의 차이는 분명히 크다. 거기다 나와 함께하니 긴장감도 덜 할 것이다. 나로서도 원곡에 가까운 라이브를 들려줄 수 있기에 만족스러운 무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모두 윈윈이다. 그저 반달을 그리는 저 눈초리가 거슬릴 뿐이다.
승아는 녹음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기획사를 나섰다.
“승아 양, 어머니에게 안부 전해줘.”
본부장님이 승아를 배웅하며 하는 말이다.
“네. 안녕히 계세요.”
승아는 인사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승아 엄마가 한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네요. 전 본 적도 없는 분인데.”
“어허, 내가 나쁜 짓이라도 했어?”
“그냥 견해차라고 할까요? 마왕 성에 보내기 전, 마왕이 아주 못되고 무섭다고 경고하고 장비도 빵빵하게 채워서 보냈는데, 마왕에게 홀랑 털리고 돌아와서는 ‘여신님, 마왕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저에게 퀘스트도 줬어요.’ 이런 분위기일까요?”
“허, 예성 학생, 내가 마왕이야?”
“그 어머니로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부탁드린 일은?”
“뭐? 아! 예성 학생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도 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한 달밖에 시간이 없어. 1위를 하고 있을 때 열심히 돌려야 해. 한 달 안에 본 좌급으로 올라서지 않으면 우리도 곤란해져. 왜인지 알아?”
“네. 알죠. 5월이면 대학 축제가 시작되니까요.”
“바로 그거야. 시간이 4월 중순까지 밖에 없어. 얼굴 내밀 수 있겠다는 다 내밀어야지. 오랜만에 대표님이 국장들과 술자리 하고 있어. 맨날 술을 먹고 사우나에서 회사로 오고 있지.”
“허, 그 누나들 일이 없어서 한숨짓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좋겠네요. 잘 돼서 다행이네요.”
“그럼, 한숨이 뭐야? 행복의 비명을 지르고 있을 거다. 몸은 조금 힘들겠지만,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되지.”
맞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멈춰서도 안 된다.
‘네 맞아요. 본부장님, 그리고 아직, 아직 이에요. 더 많은 일거리가 필요할 겁니다.’
“저도 지나보니 알겠더라고요. 왜 본부장님이 그렇게 노를 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는지. 찾아줄 때 열심히 해야죠.”
“그래? 고마운 말이야. 내가 어린 예성 학생을 너무 힘들게 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거든. 이해한다니 다행이야.”
“괜찮아요. 그 또한 지나가는 한순간이죠. 지나고 나면 그때가 좋았지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누나들이 성공하게 더, 더욱더, 스케줄을 만들어 주세요.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잖아요.”
입에 침을 바르며 열심히 말을 주워 넘겼다.
‘어디 한번 죽어봐라.’
“예성 학생이 같이 붙어 지낸 시간이 많아서 레드엔젤을 많이 생각하네. 걱정하지 마. 예성 학생, 기획부와 홍보부 할 것 없이 풀 가동이야.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해서 미래 식사를 차에 싣고 다닌다고.”
말을 마친 본 부장님과 나는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서로 약속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푸 헤헤.”
“하하하.”
생각하는 것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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