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27
122.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
콘서트.
막상 하는 날이 되자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축제를 즐기다 구경 온 사람들도 아니고, 기업의 의미 있는 날을 축하하는 자리를 빛내기 위한 자리에 내가 나가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내 이름만을 듣고, 내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는 날이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석태 형이 사람들이 입장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 이야기에 기수 형이 참지 못하고 밖에 나갔다 왔서는 고함을 친다.
“슈발, 사람 엄청 많다. 이···. 이것이 직업 가수의 위엄!”
“오~”
형들이 나를 놀리듯이 하는 말에도 쉽게 받아치지 못했다.
“긴장했어?”
그렇다. 나는 오프닝 시간이 다가오자 긴장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나다.
나를 위한 무대기에 공연이 끝나고 듣는 평가도 오로지 나의 몫이다.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더 할 수 없을 만큼 연습했잖아. 리허설 때만큼만 하자. 거기다 저 애 좀 토닥거려라.”
태수 형이 가리키는 곳에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조승아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승아야.”
“네···. 네?”
“긴장돼?”
“네. 오빠. 우황청심환 하나 더 먹으면 배탈 날까요? 이미 우황청심원도 먹었는데.”
“허, 그게 다른 거냐? 이미 두 개 먹었다는 소리잖아?”
“알약과 물약이라 달라요. 효과는 비슷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다.
“너 배탈 나는 거 아니야?”
“하지만 긴장되는데 어떡해요? 혹시 몰라 하나 더 챙겨왔는데, 지금…아니 나가기 전에 먹는 게 나을까? 엄마가 30분 전에 먹으랬는데.”
“아니, 너 그거 먹으면 100% 배탈 확정이거든.”
“그래. 예성이 말이 맞아. 그럼 어쩐다? 하는 수 없지. 먹지는 못하고, 버리기는 아까우니 하는 수 없이 이 오빠가······.”
퍽.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난다.
태수 형이 말을 하는 명태 형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이다.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이 형들은 장난처럼 하는 행동이 장난이 아니다.
“하여간에 집도 잘 사는 놈이 더럽게 먹는 거 밝혀요.”
“나도 지원 끊겨서 너희들이랑 같이 살잖아.”
“그런데 혼자 먹겠다고 설쳐. 당연히 나눠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데 우황청심환이면 훨씬 크잖아?”
“저기, 아직 드린다고 말도 안 했는데?”
그 말에 네 명의 형들이 시무룩해졌다.
“안 줄 거야? 그거 먹으면 너 큰일 나.”
승아는 그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우황청심환을 넘겨 주었다.
“푸훗, 여기요.”
웬만하면 거절하려만, 이 형들은 좋다고 받아 그걸 4등분 한다고 옥신각신이다.
“미안하다. 이런 형들이라 내가 너에게 면목이 없네.”
“뭘요? 제 긴장을 풀어주려고 저렇게 행동하시는 거잖아요. 고마운 분들이에요.”
아! 이 얼마나 깨끗한 마음인가? 저 1mm라도 더 가지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거냐?
그런 가운데 문이 열리고 석태 형이 들어왔다.
“예성아, 준비해라.”
“네. 형들 그만하고 일할 시간입니다.”
“그래. 쩝쩝!”
“효과 죽이네. 바로 진정이 되는데. 이것이 진정한 위약 효과.”
“위약 효과라기보다는 아프리카 주민이 아스피린을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는 이야기와 같은 거 아닐까? 한약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효과가 직방인 거야.”
“허, 그런 건가?”
정말 이 형들을 어찌해야 할까?
“승아야, 조금 이따 보자.”
“네. 오빠. 파이팅!”
“그래. 파이팅.”
문을 열고 나가 어두운 무대 중앙에 섰다. 커튼 너머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저기에 엄마와 동생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것이다. 조 사장님, 선생님, 나를 아는 이들과 나의 노래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겠지.
심호흡을 크게 했다.
‘연습한 대로만 하자.’
커튼이 열리며 환한 조명이 나에게로 쏟아진다.
이 커다란 콘서트홀에서 오로지 나만 빛나고 있다.
‘시작해 보자.’
예성의 등장에 객석은 조용해졌다. 그런 가운데 예성은 마이크를 들어 올리고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신예성입니다.”
예성의 인사에 객석에서는 큰 박수 소리로 환영을 해줬다. 객석은 다양한 나잇대의 사람들이 예성의 노래를 듣기 위해 와 있었다.
40대의 분들부터 학생까지.
그 사람들을 보면서 예성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콘서트를 기획한다고 할 때부터 생각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뭘 보여줘야 할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팬분들도 아시겠지만 전 그리 많은 활동을 하지도, 긴 시간을 가수로 보내지 않았기에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하다 포스터에 적은 것처럼 ‘나의 음악 이야기’ 즉 제가 짧은 시간 동안 걸어온 음악을 이야기하는 콘서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
예성은 말을 하면서 무대 한쪽에 있는 피아노 앞에 자리를 앉았다.
“제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인터넷에 보면 목동1213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분이 적나라하게 저를 파헤친 글이 있으니 찾아보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흑역사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안 보시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그것 또한 저이니 관심 있으신 분은 보시면 됩니다.”
“이미 다 알아요!”
“노래방 가봤어요!”
한쪽에서 소녀들의 고함이 들려왔다.
“네. 확인사살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제 음악 이야기는 학교 음악실에서 시작됩니다. 우선 셀프 BGM 좀 깔겠습니다.”
예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계속 이야기를 이었다.
“우리 학교에는 음악 선생님이 계신 데, 그분은 굉장한 실력을 감추고 은둔하고 계신 성악가 출신입니다. 오페라를 전공하신 분으로, 열린 음악회에도 여러 번 나가신 실력파시죠. 이분을 만나면서 저의 음악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때 가수로 성공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생각을 하면서 꿈을 접으려고 했던 때였습니다. 네. 시작도 안 해보고 다른 길을 가자고 생각했던 때죠. 하지만 꿈이라는 게 버린다고 해서 버려지지 않더군요. 그런 가운데 학교 음악실에서 곡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마침 곡을 만든 때 우연히 음악실에 오시던 선생님이 듣고 음악을 관둘 거면 그 곡이라도 팔자는 이야기를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죠. 팔리면 그래도 내가 음악을 했었다는 추억은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너무 거물과의 계약을 가져오신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곡은 제 노래 중 가장 큰 히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리라 생각되는······.”
“그 한걸음”
“그 한걸음이요.”
“네 바로 그 노래입니다. 처음은 그 곡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피아노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연주된다. 그리고 예성의 입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우린 함께 걸었지. 너와 함께 걷던 거리]조용히 시작된 예성의 노래는 점점 콘서트홀을 메워갔다. 그리고 사람들도 익숙한 노래라 자신들도 따라 불렀다.
이곳은 콘서트장.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즐기는 자리다. 자신들이 노래하며 주위의 반응을 볼 필요가 없는 공간이다.
음치인 사람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할 것 없이 같이 호흡하는 공간이다.
예성의 피아노 소리에 기타가 얹어지고 드럼이 더해진다.
예성은 마이크를 잡고 일어섰다. 그러자 따라부르던 관객들도 조용해진다. 마치 이제는 감상의 시간이라는 듯이.
빠진 예성의 피아노 소리를 기수의 키보드가 그 자리를 메웠다.
예성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오면서 노래에 집중했다.
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에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기호가 작정하고 대여한 장비들은 여기에서 빛을 발했다. 관객들은 생생한 사운드와 거칠 것 없이 올라가는 고음에 털이 올올이 서는 느낌을 받았다.
‘제기랄, 시작부터 이게 뭐야?’
‘발라드에서 이런 고조되는 느낌이라니. 이거 오늘 심상치 않다.“
음악은 감정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계속되는 감정의 노동은 관객들에게도 피로감을 준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느낌을 받으니. 관객들도 힘든 시간이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의 노동이야말로 자신들이 원하는 바였다.
그런데 관객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노동을 했으니 쉬라는 듯이 예성은 한 곡을 하고 다시 이야기했다.
“네. 이 노래 이후 저는 슈스케를 나가게 됩니다. 이때의 저는 또 하나의 곡을 만들었었죠.”
“기도”
“네. 아직 공식 석상에서 부른 적이 없는, 네 저의 대표곡입니다. 인터넷사이트에서 공전의 히트를 했으니 그렇게 말해야죠. 들려 드리겠습니다.”
다시 커튼이 내려진다.
내려진 커튼 뒤에서 승아가 무대에 올라와 마이크 앞에 섰다.
나는 잘하라고 어깨를 두 번 두드려 줬다. 평소만큼만 하면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
무대 앞쪽에는 내가 서고 승아는 무대 뒤편의 발판 위에 섰다.
관객석에서 보면 내 위에 승아가 서 있는 것처럼 그렇게 보이는 자리다. 색감도 대비를 주기 위해. 나는 검은 재킷에 하얀 셔츠를 입었다. 승아의 하얀색 드레스와 대비가 이뤄지게 입은 것이다.
바이올린의 선율과 함께 커튼이 열리면서 승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승아는 긴장한 모습과는 달리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떨림도 없고, 목도 열려 있었다.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이지.’
승아의 파트가 끝나고 예성의 노래가 시작된다.
[♬너 없는 세상에서나 홀로 오늘도 너를 느끼며 숨을 쉬어
따스한 봄바람을 느낄 때도
차가운 칼바람을 맞을 때도
나는 너 없는 오늘을 네가 있던 어제처럼 살아가♬
….]
“좋다. 역시 이래서 콘서트를 오는 거지. 음원으로 듣는 거랑은 와 닿는 게 달라.”
“그런데. 음원 안 나왔잖아?”
“뮤비에서 다운받았지.”
“너 정말 일찍 알고 지냈네.”
“그럼, 딱 듣고는, 애는 되겠다 싶었지. 울림이 달라. 거기다 오늘 들어보니 목소리가 그때보다 더 깊어졌어.”
노래를 마치고 예성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치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관객들에게 들려주듯이.
예성이 지낸 1년간의 세월은 음악을 빼고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할 만큼 음악과 함께 지내왔다.
예성의 독특한 콘서트 진행에 관객들은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재미있고 즐겁게 느껴졌다. 마치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에 삽입된 OST를 듣는 느낌이었다.
예성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객들은 재치있고 조리 있게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 말하는 것에도 얼마나 준비를 했다고 느꼈다.
보러 온 관객으로서는 기꺼운 마음이다. 무료로 열리는 콘서트라 크게 기대를 안 하고 왔다가 로또를 맞은 느낌이다.
그저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를 위해 왔건만, 자신이 큰 응원을 받는 느낌이었다.
예성이 풀어내는 노래에 얽힌 사연이 팬들에게도 자신이 그저 좋게만 들었던 곡에 애착이 생기게 하였다.
“이제 마지막 곡만 남겨 놓고 있네요.”
예성의 말에 관객석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쏟아졌다.
“아우우~ 이제 시작인데.”
“그래. 하는 김에 터치 미도 불러라.”
“춤도 줘라.”
어디서 들리지 말아야 할 말이 들렸다. 터치 미라니. 그건 안 될 말이다.
“흠흠, 인이어에 문제가 있는 건가?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네요. 아무튼, 마지막으로 제가 준비한 곡은 이렇게 발라드만 하다 보니 돌아가는 길에 아쉬움이 크실 것 같아, 나름 신나는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얼마 전에 가면 가왕에 나가서 불렀던 곡입니다.”
예성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 관객석에서는 이미 노래 제목이 흘러나왔다.
“그대는 모나리자.”
“네 바로 그 곡입니다. 이 노래만큼은 저보다 큰 목소리로 부르셔도 아무 말도 안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예성의 말을 끝으로 무대가 암전되어 깜깜해졌다.
잠시 후, 아주 작은 소리가 어둠 속에서 흘러나왔다.
“우우우~”
기수형의 낮은 흉성이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온다. 거기에 예성의 고음의 샤우팅이 얹어졌다.
“아아야야야아~~~~악!”
샤우팅의 끝이 나며 조명이 켜짐과 동시에 태수 형의 시원한 드럼 소리가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두구두구두구. 구쿵. 쿵.
예성의 소절을 마치고 키보드 쪽을 쳐다보자 기수형이 마이크를 잡고 걸어 나오면서 노래를 이었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돌아서야 하는 걸까눈물이 없는 그대는 모나리자]그리고 기수형과 함께 부르는 파트가 시작된다. 거대한 홀을 채우다 못해 흘러넘치는 소리에 관객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헐, 미쳤다. 심장이 바운스하기 시작해.”
“신난다! 달려!”
[추억만을 간직한 채 떠나기는 너무 아쉬워끊임없이 속삭이며 그대 곁에 머물지만 이토록~ 아쉬워어어어아아아~~]“아아~악아악~]
예성의 샤우팅에 관객석에서도 몹쓸 샤우팅이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분위기에 분위기를 더하는 기분이다. 리허설 때보다 훨씬 신이 나는 무대다.
[정녕 그대는]예성이 옥타브를 올려 받았다. 그리고 고난의 시작을 알리는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정녕 그대는]다시 기수가 음을 올렸다.
[나의 사랑을]예성도 올린다.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 그대는 모나리자. 나의 모나리자] [나를 슬프게 하네에에워어어아~ 기타!!]샤우팅 후 예성이 소리쳤다. 그 말에 명태가 앞으로 걸어 나온다.
명태의 기타가 현란한 솔로 연주를 시작하면서 불꽃을 피워올렸다. 너희만 불기둥이냐? 나도 그럼 불꽃이다. 그러면서 기타에 기어이 장착하더니 빛을 발한다.
그 현란한 불꽃(?)같은 연주에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환호를 보냈다.
그 와중에 기수는 관객석으로 다가가 관객들에게 일어서라는 손짓을 했다.
이미 기타 솔로에 반은 일어선 상태지만 나머지도 기수의 손짓에 일어섰다.
예성이 그런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정녕 그대는~]“정녕 그대는~”
[정녕 그대는~]“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 그대는 모나리자, 모나리자.나를 슬프게 하네. 다시 한번~] [정녕 그대는~]
“정녕 그대는”
함께 부르는 노래의 즐거움에 노래가 끝이 나지를 않았다.
선창하는 예성도, 따라 부르는 관객도 노래가 주는 흥겨움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노래가 어디 있는가?
“모나리~자!”
노래를 마치고, 물을 마셨다.
얼마나 목이 마른지 예성은 물 한 병을 다 비워 냈다.
그러고는 관객석을 바라보고 마이크를 잡았다. 예성이 말하려 할 때 예성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인지 예상했는지 관객석에서 여기저기서 앵콜이 터져 나왔다.
“앵콜!, 앵콜!, 앵콜!”
예성은 관객석을 주욱 둘러 보았다.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자신을 향해 연호하는 모습이다. 이제 헤어져야 하는 시간인데 아쉬움이 흘러넘쳤다.
축제는 언제나 끝이 나기 마련이다.
‘준비한 곡은 모두 다 했어요. 여러분들이 아쉬운 만큼 저도 아쉬워요.’
마지막 인사를 건네야 하는데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괜히 관객석만 눈으로 ?고 있다. 앞쪽 한쪽에 앉아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엄마가 보이고, 앵콜을 외치는 조 사장님도 보인다.
다른 쪽으로는 오늘 처음 만났지만 언제나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도 보였다. 낯익은 얼굴도 있고 처음 보는 이들도 있다.
‘이제 이들과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
콘서트가 시작되어도 지방을 먼저 가게 될 거라고 했다.
한동안 이들을 다시 보게 될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아쉬운 마음이 더욱 컸다.
아무리 흥분하거나 가슴이 북받쳐도 울지 않는다고 다짐했건만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아쉽다. 준비된 것만 있으면 이들과 더 함께하고 싶은데.’
들뜨고, 흥분한 마음이 가라앉고, 아쉬움이 마음속에 가득 찼다. 그리고 그때 예성의 귓가에 낯선 멜로디가 들려왔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멜로디.
익숙하지는 않지만, 처음은 아니다.
예성은 부리나케 피아노 앞으로 달려가 앉았다.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멜로디를 손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투박하게 시작되던 연주는 몇 번의 반복을 거치자 매끄러워졌다.
앵콜을 외치던 관객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조용해졌다가 다시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한 20대 후반의 여성이 일어서서 외쳤다.
“조용히 해요. 지금 작곡중인 거 안 보여요?”
“아니, 노래하다 갑자기 무슨 작곡이야?”
“우리 가수는 원래 이래요. 여러분이 듣는 필연도 지금처럼 탄생한 거예요. 다들 영광으로 알고 조용히 지켜봐요. 여러분은 지금 명곡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거라고요.”
그녀는 예성이 축가를 부르는 곳에서 작곡하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예성이 보이는 모습이 어떤 순간인지 알기에 가만히 지켜봐 줄 것을 호소했다.
여성의 말이 끝나고 잠시 후, 피아노 선율과 함께 예성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정말이네. 허. 내 생전 이런 걸 보게 될 줄이야.”
“그분이 왔을 때 정말 뚝딱 한 곡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런데 정말 좋다. 나에게도 특별하지만 저 아이에게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 분명해. 정말 오길 잘했어.”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예성의 노랫소리가 관객들의 마음을 녹인다.
[처음 보았던 당신을 기억해요.당신과 나는 어쩔 줄 몰라 했죠.
함께하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요오늘이 지나면 언제 다시 만날까요?
Never say goodbye
이별이 있으니 다음에 만나는 기쁨을 알아요헤어짐의 슬픔보다 다시 만날 행복을 말해요눈에서 멀어져도 마음만은 함께하는 우~리….]
처음 듣는 노래지만 그 노래에 담긴 감정만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음이 느껴지는 노래다.
예성은 노래를 마치고 무안한 표정으로 무대 중앙에 섰다.
“죄송합니다. 이럴 생각은 전혀 아니었는데. 제가 이렇게 꽂히면 주위를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아무튼, 긴 시간 공연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라면서 공연을 마칩니다. 돌아가시는 길 조심해서 가세요.”
예성의 말이 끝나자 무대에 다시 커튼이 쳐진다. 이제 정말 끝났구나 싶은 관객들이 자리를 정리하면서 일어선다.
“마치 커다란 선물을 받고 가는 기분이야.”
“공짜라 더 그런 것 같아.”
“이게 바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가?”
“Y 앱으로 보는 사람들 아까워 죽으려고 하네. 내가 저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막이래.”
“그래서 작은 거에 연연해 하다가 큰 걸 놓치는 거지. 아무튼, 한동안 공연 구경 다닐 생각이 없어지네.”
“나도.”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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