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32
127. 눈에서 멀어져도 마음만은 한결 같은… >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니 상우가 마중을 나왔다.
매일 촬영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마중을 나온 것이다.
회사에서 마련해주는 호텔이 있다고 이야기했건만,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떨어져 지내냐면서 징징거렸다. 그렇다 징징거린 것이다. 이놈과 난 절친한 친구기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오히려 감정 과잉이라 한술 더 뜨는 느낌이 있는 친구다.
공항에는 연예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비밀 통로가 있는 모양이다. 나는 상우를 통해 그걸 알게 되었다. 걸어나가니 한적한 공간에서 상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성아, 오랜만이다.”
“그래. 반가워.”
악수하려고 손을 내미니, 이 녀석이 내가 내민 손을 ‘탁’치고는 덥석 끌어안는다.
‘그래. 이 자식, 이런 놈이었지. 오랜만에 봐서 잊고 있었다.’
나는 얌전히 끌어안긴 채 상우가 풀어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놈이 놓을 생각을 안 한다.
“고만 좀 하지.”
그런데 이놈이 한술 더 뜬다. 내 몸을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는다. 순간 소름이 확 돋는다.
상우를 밀치고 재빨리 내 앞을 예린으로 막아 세웠다.
“난 왜?”
“오빠가 방금 정조의 위협을 느꼈다. 나를 지켜라.”
“뭣이? 상우 오빠 게이 된 거야?”
“친한 친구에게서 낯선 남자의 향기가 풍겨왔다.”
“그건 안 되지. 오빠는 대를 이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어. 나에게 맡겨.”
예린은 말을 하며 내 앞에 서서 상우를 노려봤다.
우리의 대화를 듣던 상우가 눈에 눈물이 고인다.
짠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또래와 지내는 시간보다 말도 안 통하는 어른들과 계속 부대끼고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잠깐 이 나라에 오는 나도 어떻게 될지 두근두근하는데 여기서 몇 달을 버티고 있는 이놈은 오죽할까?
몇 년이면 모르지만 몇 달은 짧은 기간이다.
나는 모르게 기분이 우울해진다.
“힘드냐?”
“…”
“나도 힘들다.”
내가 말하자 이놈이 울려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이런 말장난에 웃음을 터트리다니. 우리에게는 일상이었던 일이 아니던가?
“허, 심각하구나. 이런 말에 웃음을 터뜨릴 정도라니.”
“큭,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말할 때 예린이 똑같이 입을 벙긋거리면서 립싱크를 해서 정말 웃겼다고,”
“내 동생이?”
“오빠, 내가 오빠와 상우 오빠랑 같이 있는 거 원투데이 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약속된 대사를 하는데 놓치면 안 되지. 안 그래?”
“이런, 낄 때 안 낄 데를 구분 못 하는 동생을 봤나?”
“분명 내가 나서야 하는 타이밍이었거든. 여행 첫날부터 우울하긴 싫다고.”
“하여간에 그놈의 주둥이 참.”
상우는 그런 우리에게 웃음 짓고는 엄마에게 대뜸 큰절을 올린다.
“어머니,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어머나, 넌 더 잘생겨졌는데 이런 건 하나도 변하지 않는구나. 얼른 일어나. 건강한 것 같아 보기 좋네.”
“네. 저도 오랜만에 어머니 보니 기분이 좋네요. 예성아, 따라와라. 차 대기 하고 있다.”
“그래.”
상우가 사는 집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민폐라고 생각하고 호텔에 머무르겠다고 했지만, 이놈이 한사코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자기 엄마가 우리 가족 여행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한다.
“울 엄마도 중국 와서 내 옆에만 있다 보니 여행 가본 적이 없어. 그래도 쉬는 날이 되어 아버지가 오면, 밖을 다니셔서 주위는 아시니 도움이 될 거다.”
“그래. 고마워.”
낯선 나라에서 아는 사람이 있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짐 들어 드릴게요. 어머니”
“그래.”
“석태 형, 잘 따라오세요.”
“알았다.”
**
이기호는 일형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이렇게 난리 날 정도로 대단한 노래냐?”
“아니야. 아니 맞나? 분명 아닌데.”
일형도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일형은 예전에 이 노래를 듣고는 가사를 전면수정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 예성도 동의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원곡이 우연히 흘러나왔다. 그리고 한국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기호야, 나 정말 늙었는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된다.”
“걱정하지 마라. 나도 이런 유치한 노래가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업로더가 유투브에 스카이 워커를 올렸다. 고소는 둘째로 치고라도, 기호는 예성의 흑역사를 더 늘리기 싫어 막으려 하다가 생각외의 댓글이 달려 지켜보기로 했다.
그날을 기점으로 유투브는 스카이워커에 열광했다.
다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길을 걷기 시작했으니 하늘에 올라 하늘을 걸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함. 아! 글을 적다 보니 눈물이···.] [항상 가출을 마음에 담고 있었어요. 왜 주위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남들 다한다고 나도 해야 하나? 그런데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니 나는 아직 하늘에 오르는 길을 발견하지 못한 것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늘과 맞닿는 길, 발견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에요.“ [윗분 핵 공감이에요. 이 노래 그냥 힐링 송이네요. 지쳐가는 마음을 어루만져 줘요.] [저도 무한 재생해놓고 멍하니 있는 중임. 중독성이 쩌네요.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장난인가 싶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공감이 가는 노래네요.]
“일형아, 이해가 되냐? 나는 도저히 이 노래의 어디가 힐링 송인지 감이 안 온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군보와 태호도 고개를 흔들었어.”
“그렇겠지. 내가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나도 연예계 짬밥 먹을 만큼 먹었거든. 노래 들으면 감이 온단 말이지. 하지만 이건 전혀 아니야. 오덕들이 설칠 때만 해도 그래. 역시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평범한 십 대들마저 그러네. 그런데 그냥 중이병에 걸린 놈들이라기에는 반응이 좀 그렇지?”
“맞아. 그냥 고민하는 십대들이다. 거기다 방금 예전 기억이 떠올랐는데 말이야. 내가 예전에 예성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가사를 썼느냐고 물었지. 그때 예성이가 말하기를 ‘길을 정한 우리를 부러워하면서 친구들이 자신들의 생각하고 있는 고민을 말하는 걸 듣고 적었다고.’ 그런데 당최 여기 어디에 그런 고민이 있는지 이해가 안 갔어. 그저 손가락 오그라들게 만드는 가사라고 생각하고 작사가 섭외해서 가사를 다시 쓰자고 했지. 그런데 이런 반응이라니.”
“어쩌면 저 십 대들만의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담긴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일형아 동태지 기억나?”
“그럼. 아! 그런 건가?”
일형도 기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지 싶다. 그때 동태지가 나와서 ‘난 알아요’ 했을 때, 어른들이 ‘네가 알긴 뭘 알아?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고 했을 때, 어린 우리는 안다고 생각했었지.”
“흠, 끝에 이상한 게 들어가 있지만, 나도 그때는 충격이었지. 어떻게 이런 음악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이랬었지. 안 그래?”
“그랬지. 이 노래도 그런 건가?”
“그렇지. 내가 어릴 때부터 장르 소설을 읽는 거 알지?”
“그래.”
“그때는 그렇게 재밌었던 기억이 남아서 하루는 그 책을 다시 꺼내봤어. 그런데 도저히 못 봐주겠더라. 그때의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거야. 이게 왜 그렇게 재밌었던 건지.”
일형의 말이 기호도 이해가 되었다. 어릴 때 그렇게 재밌게 봤던 만화가 지금은 유치한 거와 같은 것이다.
“그럼 내가 할 일은 정해졌네.”
“그래.”
“아! 갑자기 예성이에게 못 할 짓 했던 느낌이야.”
“나도 그래. 우리가 이해 못 하는 세계도 있다는 걸 잊고 있었어. 음악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도 없는데 말이지.”
까마귀 속에서 백로가 있으면 백로도 까마귀의 행동에 따를 수밖에 없다. 예성 같은 경우는 자신들이 자꾸 ‘이건 아니야.’라고 말하니 정말 아닌가 싶었을 것이다.
이번 경우는 우리가 아닌 경우였다.
“그놈은 우리가 어른이고, 연예계에서 오래 있어서 우리말이 진리인 줄 아는 아이인데, 우리가 잘못된 거야. 안 그래?”
“이번 건 실수다. 다시 바로 잡아야지.”
“그래.”
“그럼?”
“그래. 발표하자.”
그들의 위함은 예성이 절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까맣게 모르는 예성은 상우의 집을 보면서 감탄을 내뱉었다.
“네가 한국에 왜 안 오는지 알겠다.”
“오빠, 내가 꿈꾸던 집이 이거야. 잔디가 있고, 뛰어노는 개가 있는 집.”
“너무 그러지 마. 이거 렌트거든. 내 집 아니고 우리 집도 아니야. 내가 머물 때만 쓰는 집이야.”
“그래도 대단하다. 기획사에서 너 확실히 밀어주는구나.”
“그렇다고 봐야지. 여기 중국에서는 체면이라는 걸 엄청 중요시한다고 말하면서 이런 집을 빌려주더라. 남들에게 보이는 만큼 대우해준다고 하면서.”
“그래? 아! 나는 보여줄 게 없는데. 큰일이네.”
“헐, 네가 왜 없어? 틴센트다. 중국에서도 틴센트는 괴물로 통하는 회사야. 그런 회사와 일하게 된 네가 왜 보여줄 게 없어?”
“그런데 양민이라는 분은 정상인에 가까우냐? 이름만 들으면 정상인일 수밖에 없는 느낌인데 말이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 아니 내가 요즘 만나는 여자 사람마다 뭔가 살짝 삐뚤어져 있어서 말이지.”
“으~음!”
친구는 말이 없다. 나는 역시 이번에도 정상인을 만나지 못하는 건가?
“나쁜 사람 아니야. 혹시 뭔가 나쁜(?) 일 당하는 게 걱정이라면 안 해도 돼. 그 누나 결혼했어.”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쪽이 아니거든.”
“그래? 일단 만나봐.”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여자 쪽도 신이 나 있었다.
“일단 자금성을 가야죠. 우리나라의 경복궁이니까.”
“만리장성도 가야죠.”
“용화궁과 이화궁도 가봐야죠.”
“쇼핑도 해요. 쇼핑!”
예린이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성, 성, 궁, 궁 하는 이야기만 들려서 끼어들고 말았다.
“그래.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날 가야지.”
예린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해갔다. 걷기 싫어하는 예린에게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시차 때문에 힘들어서 쉬어야겠다고 말할까? 고작 한 시간 가지고는 힘들겠지?’
“언니, 우리 딸이 중국에 체험 학습하러 온다고 결석신고서를 냈으니까요. 공부가 되는 곳으로 추천해주세요.”
“호호호, 걱정하지 마. 내가 동생 온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고 했어. 역사적인 곳은 다 가볼 수 있을 거야.”
“어머, 그래요? 정말 잘 됐어요.”
‘아니, 엄마, 잘 안 됐거든.’
말은 못 하고 속만 끓이는 예린이었다.
다음날이 되어 나는 상우와 함께 양민 씨를 만나러 갔다. 스타라서 되게 바쁜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한다.
“중국은 한국과 많이 달라. 사람들이 느긋하다고 해야 하나. 지금 찍는 드라마도 며칠 몰아서 촬영하고 며칠 쉬고 그래. 여기는 완결까지 촬영이 끝나야 방송에 나갈 수 있으니까 쪽 대본에 쫓기는 일도 없어.”
“그래? 일하기는 편하겠네.”
“그렇지. 촬영할 때 대기 하는 시간도 적어. 애초에 시간에 여유가 있니, 스케줄 조정이 쉽거든.”
“그래. 너에게는 다행이겠다.”
“그렇지. 배워야 하는 게 많은 나로서는 그 시간이 유용해.”
“그래. 말은 좀 해?”
“그냥 아직은 알아듣는 수준이다.”
“그래. 석태 형, 어깨가 무겁네요.”
“히···. 힘내마.”
양민 씨의 회사로 가서 그녀를 보게 되었다. 밖에서 만나려고 했지만, 오히려 나를 초대하는 형식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방문한 양민 씨의 기획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담하네.”
“좀 작지? 양민 씨가 차려서 그래. 중국에서는 공작소라고 해서 이렇게 연예인들 개인이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아.”
“너도 나중에 이렇게 되는 건가?”
“글쎄, 성공하면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도착하니 양민 씨가 직접 마중을 나왔다. 드라마에서나 사진을 봤을 때 키가 작은 줄 알았건만, 힐을 신은 양민 씨는 내 키만큼 컸다.
거기다 머리는 왜 이렇게 작은가? 작은 얼굴에 큰 눈과 오똑한 코가 있으니 정말 예쁜 모습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예쁜 여자인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예쁜 여자 중에 정상인은 드문 게 요즘 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니 하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석태 형을 내세웠다.
“빨리 와줘서 고마워요. 중국에 온 것을 환영해요. 만나고 싶었어요.”
물론 아름다운 양민씨 목소리가 아니라 굵직한 석태 형의 목소리로 이 말을 들었다. 순간 토할 뻔했다.
“석태 형, 번역기 버전으로 부탁해요. 동시통역 말고요. 비위 상해요.”
“흠, 알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예성입니다.”
“양민입니다. 급하게 연락해서 죄송합니다.”
아! 이건 또 이거대로 거슬리는구나.
“형, 다시 그냥 실시간 번역 버전으로 해주세요. 뭔가 어긋난 느낌이에요.”
“바라는 게 참 많다. 알았다.”
우리가 대화하는데 양민 씨가 피식 웃는다.
설마, 알아듣는 건가?
내가 상우를 보자. 내 눈빛의 의미를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 누나 말 알아들어. 한국노래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했데. 그렇죠. 누나?”
상우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서 이야기할까요? 이리로.”
“형, 저도 저분 행동 보면 알거든요. 일일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 안 해도 돼요.”
“아! 썩을,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그냥 해도 싫다. 대화체로 말해도 싫다.”
“음~ 잘?”
“내가 배웠다고 써 먹어보려고 했던 게 실수다. 그냥 통역가 데리고 오는 건데.”
우리를 보던 상우가 피식 웃는다.
“넌 여전하네.”
“당연하지. 난 지금 하태핫태한 예성이니까.”
“상우야. 매니저 필요 없어? 정말 못해 먹겠다.”
“좀 그렇죠? 저도 이놈이랑 놀 때 힘들었어요.”
“누가 할 소릴?”
이야기하며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이제 정말 일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나는 오면서 준비했던 말을 했다.
“일단 제 노래를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혼자 부르실 생각은 없습니까?”
“왜?”
정말 우리말을 아는가 보다. 짧은 대답이 바로 날라온다.
“그거야, 제가 중국어 발음이 안 좋아서 그렇습니다. 오기 전에 많은 연습을 했습니다마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노랫말에 감정이 실리지 않아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내가 노래를 못해서는 아니고?”
“응? 형 지금 똑바로 통역한 거 거 맞아요?”
“그래. 그렇게 말하고 있다.”
양민 씨는 말을 계속했다.
“나도 내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드라마를 하다 보면 투자자 쪽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거부하기가 힘들어. 그래서 몇 번의 OST를 부르고 있어. 내가 지명도가 있다 보니까 부르면 기본적인 인기는 보장되거든.”
이해가 된다. 본부장님도 그래서 설레발을 치지 않았던가?
“음, 제가 말하는 뜻은 그런 게 아니에요. 누나가 노래를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문제라는 겁니다. 나는 노래를 부르면 노래 가사에 내 마음이 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수입니다. 그래야 듣는 사람들에게 노래 가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전달이 되니까요.”
내 말에 양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노래를 연기라고 생각하고 부르는구나.”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럼 어떻게 하지? 난 너랑 같이하고 싶은데?”
“제가 생각한 방법은 제가 한국어로 노래하고 자막처리를 하는 게 어떨까 생각을 해봤어요.”
“각자 나라의 언어로 노래하자고?”
“네. 석태 형.”
내가 부르자 석태 형은 하나의 USB를 꺼냈다. 나는 그걸 받아서 양민 씨에게 넘겨주었다.
거기에 담긴 노래는 내가 중국어와 한국어로 부른 ‘별리’ 즉 콘서트 마지막에 불렀던 노래가 담겨 있다.
나는 선택권을 양민 씨에게 넘겼다.
“예성아, 그냥 중국어로 해도 되겠는데?”
“이런 막귀를 가진 녀석이 내 친구라니···.”
“나도 들으면 한국어로 부른 것이 좋게 들리긴 하는데, 중국어도 나쁘지 않아.”
“너야 한국 사람이니까 그런 거야.”
다른 나라의 사람이 가요를 부르면 우리는 어색함을 느끼지만, 그 나라의 사람들은 잘한다고 생각한다. 미묘한 억양변화나, 발음, 숨 쉬는 포인트 등이 다르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양민 씨도 노래를 듣고는 말이 없다. 하지만 내 생각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중국 무협 드라마에 한국어로 된 노래가 OST로 흘러나온다니.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양민 씨는 두 가지를 다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선택권을 감독에게 넘기겠다고 한다.
양민 씨가 우리를 데리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에 가니 사람들이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양민 씨가 X라X라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었다.
장비를 보니 이름난 스튜디오로 보였다. 고가의 장비들이 세팅을 이루고 있었다. 장비 덕후인 군보 형 덕에 나도 어느새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사람들도 능숙해 보였다.
“예성아, 네가 먼저 불렀으면 하는가 보다.”
“네.”
녹음 부스로 들어갔다.
반주가 나오자 자신 있게 노래를 불렀다.
자기가 만들고 부른 노래에 자신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한 소절을 끝내니 반주가 끊긴다.
‘아! 또, 여기서도 이런 식으로 녹음하는구나.’
나는 헤드폰을 놓고 부스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했다.
“끊지 말고 한꺼번에 가는 거로 하자고 말해줘요. 끊어서 가면 감정의 흐름도 끊기니, 녹음이 번거로워지더라도 이게 저에게 맞는 방법이라고 전해주세요.”
“알았다.”
말을 하고 다시 들어와 녹음이 시작되었다.
한 번에 오케이 되는 상황이 생기면 좋겠지만,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데, 한국에서 부르는 느낌이랑 다르다.
그러다 보니 실수가 나기도, 내가 마음에 안 들기도 해서 시간을 잡아먹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막무가내로 요구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할 수 없었다.
음악은 장난이 아니다. 내가 진지하게 부르지 않는데 듣는 사람이 어떻게 진지하게 들을까?
‘말에는 힘이 있지요. 선생님?’
평소의 가벼운 나라도 음악마저 가벼워서는 안 된다. 성격을 바꾸는 데는 실패했지만, 음악만은 가볍게 여겨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런 나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도 나에게 자신들이 느끼는 단점을 말해왔다.
이해가 되는 단점도 있고,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단점도 있었다. 서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석태 형이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합의점이 필요했다. 이 나라에서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석태 형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도 배우고 그들도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공통된 언어인 음악으로 말을 하니 갈수록 분위기는 부드러워지고 서로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되었다.
‘그래. 이게 녹음이고, 음악이지.’
회사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작업은 처음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
어느새 내가 누구 때문에 와있는지 잊어먹을 지경이었다.
양민이 그 모습을 보면서 상우에게 말했다.
“참 열정적이네. 아까 봤을 때는 내키지 않는데 기획사 때문에 억지로 하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예전부터 음악에서는 장난이 없는 친구죠. 한국에서는 이 친구 이름 모르면 간첩이에요.”
“그래?”
“네.”
“아무튼, 이걸로 나도 편해지겠다. 은근히 스트레스거든.”
“그렇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나 노래 잘하거든? 그저 내 마음에 안 들 뿐이야. 이번에는 달랐으면 좋겠다 싶어서 듀엣을 하는 거야.”
“그런데 이렇게 따로 녹음해요? 더빙이랑 비슷하네요.”
“그래. 작곡할 때 악기를 얹듯이 나중에 맞추는 거지. 같이 부르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해보면 되지.”
“그렇군요. 아무튼,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
예성의 중국 첫날은 그렇게 녹음으로 시작이 되었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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