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37
132. 스카이 워커 >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음악실로 향했다. 음악실에 가까워지자 진한 커피 향이 풍겨왔다.
‘어라’
문을 여니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었다. 저번에 피아노 뒤에서 와인잔을 꺼낼 때부터 느꼈지만 거의 자기 집이나 다름이 없다.
“식사하셨어요? 선생님”
“흠~”
내 말에 대답하지 않으시곤 커피 드리퍼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시며 인상을 찡그린다.
온몸으로 커피 달라는 소리는 하지 말아 달라고 외치는 모습이다.
그런 마임에 난 원하는 대답을 들려 드렸다.
“전 안 마셔도 되니까 고민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 다행이야. 내가 여기에서 커피 마시는 이유가 ‘하 선생님, 나도 한 잔만’을 피하려고 이곳에 판을 깔았는데 너마저 ‘저도 한 잔만’ 이러면 여기에 온 보람이 없지 않겠어?”
“헐, 고작 그 이유란 말인가요?”
“고작이라니. 한 잔이 두 잔 되고, 석 잔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야. 커피를 타면서 점심시간을 날려버리긴 싫어. 그런데 넌 왜 왔어?”
“그거야 당연히 이 제자가 먼 길을 다녀왔으니 문안 인사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은 피식 비웃음을 보였다.
“예성아, 그만, 너와 나 사이에 이런 간 보는 행동은 하지 말자. 원하는 게 뭐냐?”
“헐, 선생님, 실망입니다. 제가 꼭 원하는 게 있어야 여기에 오는 겁니까? 이곳은 저에게 있어서···.”
“어허, 그래도 이놈이? 그래서 그냥 왔다고?”
“그건 아니고, 스카이 워커 때문에 왔습니다.”
“흠, 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
“네?”
선생님의 물음에 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잖아. 네가 기자들에게 커다랗게 떠드는 바람에, 학생들이 명곡을 묻어버린 사람이라고 하더라.”
“헉! 설마요? 농담이시죠? 저도 그저 가벼운 농담으로 한 말인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고 말지. 예성아,”
“네. 선생님”
“솔직한 것도 좋지만 말 좀 가려서 하며 살자. 너도 이제 네가 이야기하면 이슈가 되는 공인이잖아. 네가 가게에서 음식을 먹었는데 맛없다고 이야기하면 그냥 보통의 맛이라도 맛없게 느껴지는 게 인지상정이야. 거기다 네가 어디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이야기가 돌면 같이 분노해줄 팬들이 있는 처지다. 말을 할 때는 생각 좀 하고 말해라.
솔직한 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나이에 ‘정말 선생님이 스카이 워커 안 좋다고 말했어요? 실망이에요. 음악 선생님이시잖아요.’라고 학생들에게 시달려야겠니?”
선생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할 말이 없다. 그저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 말인데 그런 일이 있었다니.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깊지 못했네요.”
“알았으면 됐다. 너도 알다시피 이 선생님은 사소한 것은 신경을 안 쓰는 대범한 사람이라 그냥 넘어가는 거다.”
그러면서 커피잔을 우아하게 들어 올리신다.
‘선생님, 어디가 대범한가요? 다 말해놓고서는’
호로록.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그리고 ‘스카이 워커가 왜 이게 인기가 있을까요?’라고 물을 거면 그 물음 곱게 접어 넣어라. 선생님도 모르겠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노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네. 저도 알아요. 다른 문제에요. 선생님”
말을 하고 핸드폰을 꺼내 파일을 재생했다.
“어제 부른 겁니다.”
선생님은 가만히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이게 원본······.”
“아니 됐다. 네가 뭘 물으려고 하는지 알겠다. 다르다는 거지?”
“네. 똑같이 부르려는데도 뭔가가 달라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건 당연한 결과다. 다를 수밖에 없지. 네 목소리는 이제 완성되었다고 해도 되니까.”
“완성이요?”
“네가 너를 기획사에 소개하던 시기에 이런 말을 했다. 음악을 배우지 말라고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라고.”
“네. 그러셨죠. 쉬운 길을 알게 되면 생각의 범위가 좁아진다고 하셨죠.”
“그것과 마찬가지다. 네 목소리는 발성법이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어. 어떤 노래를 해도 너만의 창법이 묻어나와.”
“그런가요? 그런데 그거랑 이 노래의 차이가?”
“처음에 네가 녹음한 노래는 발성법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던 중에 녹음한 노래다. 당연히 완성을 향해 나아가던 중에 나온 부산물이지. 그런데 지금은 완성에 다다랐는데 다시 잠깐이라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야.”
“목소리가 다르단 말인가요?”
“그래. 미묘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너는 이걸 네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목소리의 문제다.
이미 그 단계를 넘었기에 돌아갈 수가 없어. 네 성대와 발성은 발전을 거듭해서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야. 그렇기에 예전의 투박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내가 발성법을 가르칠 때 말한 적이 있을 거다.
가르치는 사람을 잘 골라야 한다고, 자신에게 맞는지, 아니면 망가지고 나서 후회한다고 했지, 목소리라는 것은 한 번 길을 정하고 갈고 닦으면 그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럼 전 그때와 똑같이 노래할 수는 없는 거네요.”
“그래. 내가 예전에 콜로라투라를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목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말했지? 내가 너를 가르치기를 망설였던 것도 그런 이유였지. 한번 바뀐 목소리는 예전의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비슷하게는 할 수 있지만, 그때와 똑같이는 무리야. 네가 느끼는 이질감은 그런 거야.”
“그럼 전 어떡해야 할까요?”
“그걸 왜 나에게 물어? 이건 네가 선택해야지. 그때를 흉내낼 건지. 아니면 지금의 너를 노래할 건지 말이야. 어느 것을 선택해도 좋아. 어차피 이건 너만의 문제야. 선생님은 듣고도 차이를 몰라. 하지만 내가 그런 일을 겪었기에 말을 해주는 거지. 전에도 말했듯이 사람은 자기 목소리에 객관적일 수가 없어. 그래서 작은 변화지만 크게 느끼는 거지. 지금의 너처럼.”
“그럴까요?”
“그래. 그게 아니라면 네가 노래를 낼 때마다 목소리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꾸준하게 나왔어야 정상이 아닐까?”
“그건 그렇네요.”
“아마 네가 이 노래를 많이 안 불러봤기에 그 차이가 크게 다가오는 거야.”
“그럼 이대로 불러도 상관이 없을까요?”
“그래. 이제 선생님 커피 좀 마셔도 되겠니?”
“네. 드세요. 두잔 드세요. 그런데 선생님”
커피를 따르던 선생님이 움찔하신다.
“또 뭔가 남았어? 그만하자. 선생님에게는 더는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 없다.”
“헐, 너무 솔직하신 거 아닌가요?”
“내가 너에게 감춰서 뭐하겠어? 얼른 가라. 밥도 안 먹었지? 가서 밥이나 먹어라.”
“네. 선생님 자주 인사드리러 올게요.”
“아니, 오지 마.”
“내일 뵐게요.”
****
학교를 마치고 회사로 와서는 연습실로 향했다.
‘목소리가 달라진 것이라고? 거기다 나만 느끼는 거라고?’
선생님은 자신도 경험을 해봐서 안다고 말씀하셨지만,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군보 형에게 부탁했다.
“저 좀 찍어주세요.”
“갑자기 왜?”
“유투브 채널에 스카이 워커를 올리려고요.”
“그래?”
“네.”
군보 형에게 사정을 설명할까 하다가 관두었다. 차라리 올리고 난 후 물어보기로 했다. 군보 형은 창의적인 생각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엔지니어를 해서 그런지 소리에는 민감한 귀를 가졌다.
녹음 실로 들어가 기타를 잡고 눈을 감았다. 내가 어떻게 이 노래를 만들었더라?
내가 슈스케를 나가고, 상우가 오디션을 본다고 하니 친구들이 투덜거리면서 부럽다고 했지. 자신들은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생각 중이라면서. 길을 정한 너희들이 부럽다고.
촹~촹~좡~
기타를 빠르게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
여전히 노래를 부르는데 이질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자, 오히려 이질감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나는 성장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낯선 것이다.
노래를 마치고 군보 형을 봤다. 그러자 군보 형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ok사인을 보였다.
“어때요?”
“묻긴 뭘 물어? 넌 언제나 최고지.”
역시 군보 형도 눈치채지 못했다.
“낯간지럽게 왜 그래요?”
“그러게 왜 물어? 이대로 올릴까?”
“네.”
대답하는 나를 군보 형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일까?”
“글쎄요. 저 가볼게요. 좀 올려주세요.”
“그래.”
군보 형의 작업실을 나와 연습실로 들어오니 손님들이 있었다.
“왔냐?”
“어서 와.”
“어디 갔다 왔어?”
“석태 형이야 그렇다고 치고, 호준 씨와 차영석 대리님은 웬일이세요?”
“대리님은 무슨 그냥 형이라고 불러라. 이제 같이 일하게 되었으니까.”
“네? 같이? 계속 제일 봐주고 계셨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이제 정식으로 너 전담이다.”
“그거 축하할 일일까요?”
“글쎄다. 네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다르겠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
호준 씨와 차 대리님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하지만 나는 이제 옛날의 내가 아니라 성장을 한 나다.
“그런 눈으로 보면 제가 쫄 거로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이미 한발 늦었습니다. 이 신예성 오늘부로 남들이 다 Yes라고 할 때 혼자 No라고 할 수 있는 남자가 되었죠. 그러니 이제 폭탄 돌리기는 의미가 없어진 겁니다.”
내 말에 석태 형이 호준 씨와 차 대리님을 봤다. 마치 ‘봤지?’라는 뉘앙스다.
“아직도 그런 헛소리야? 그런 거 아니···.”
“아! 설명 안 하셔도 돼요. 석태 형”
나는 말을 하면서 석태 형이 하려는 말을 손을 들어 막았다.
“제가 원하는 것을 말할게요.”
“얼씨구.”
석태 형은 내 말에 황당하다는 감탄사를 토하고 호준 씨와 차 대리님은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이 분위기가 아닌데, 마치 재롱부리는 느낌이잖아.’
“잠깐! 처음부터 다시 해도 될까요?”
“허, 어디부터?”
“나갔다가 다시 올게요.”
“거기까지 가야 하냐? 됐고, 요구사항이나 말해 봐. 생각 잘하고 말해라. 너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아침에 본 사람들과 군보 씨, 거기다 여기 이들까지. 더 합류할지도 몰라.”
“석태 형, 혼자 안 되니 인해전술인가요?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는 남들이···.”
“됐다. 나올 말 알고 있으니 요구사항이나 말해 봐. 말해두지만 네가 스케줄을 많이 소화하든, 적게 소화하든 인원의 변동은 없어.”
석태 형이 단호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게 말이 되나요? 일이 없으면 당연히···.”
“아니 말이 돼. 호준이와 차 대리가 합류하게 된 이유는 네 곡을 팔기 위해서니까.”
“곡을요?”
“그래 너도 알다시피 작곡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하지만 네가 그 일을 처리할 수가 없지. 안 그래?”
“그렇죠.”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편곡작업으로 곡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 그럼 그걸 그냥 묵힐까?”
“그건 아니죠.”
“그래. 하지만 네 곡을 ‘이거 당신들 해요.’ 라면서 그냥 던져 줄 수도 없는 노릇이지. 거기에 대해 협상과 거래가 필요해. 그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합류한 거야.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생각해도 이 인원의 변동이 생길 일은 없어. 네가 혼자 다 처리하지 않는 이상 이런 형태로 일이 돌아가게 될 거야. 스케줄에 대해서는 나와 아침에 봤던 인원들, 그 나머지 업무는 이들 두 명이 봐주게 되는 거지. 이해됐어? 다 필요로 모인 이들이야. 그러니까 제발 네 엉뚱한 상상은 그냥 머릿속에 간직하기만 해.”
“네.”
“그런데 요구사항은 뭐냐?”
“음악방송 말이에요.”
“그래.”
“라이브로 갈게요.”
“당연히 라이브지.”
“그게 아니라. 통기타 라이브요.”
“뭐? MR 안 쓰겠다는 거야?”
“네.”
석태 형은 대답하는 나를 물끄러미 본다.
“리벤지 매치냐?”
지난번에 했던 음악방송 때를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그런 거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는 것뿐이죠. 이것저것 치장한 제가 아니라요.”
“그래?”
“형은 반대인가요?”
“아니, 음악에 관해서는 네가 무조건 옳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걸 이루어 주는 게 내 임무지. 방송사에는 내가 이야기해 줄게.”
“부탁드려요.”
“그래.”
****
새벽부터 움직이는 날이 되었다.
차에 오르니 심영 누나와 혜진 누나가 앉아 있다.
“잘 잤어? 컨디션은?”
“좋습니다요.”
“그래? 오늘은 편한 표정이네.”
“혼자 해서 그런 거죠. 망해도 저만 망하니까. 걱정할 게 있나요?”
“그런가? 혼자 할 때 더 잘해야지.”
“누나, 제가 가수 데뷔할 때부터 본부장님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이야기가 뭔 줄 알아요?”
“뭔데?”
“넌 음악방송이랑 인연이 없다는 이야기였어요.”
“하긴, 그렇지.”
심영 누나도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지금의 내가 1위 후보인 것은 기형적인 현상이다. 조직적인 팬덤의 행동을 음원 판매량으로 눌러버린 것이다.
“그런데 괜찮겠어? 기타만 쓴다며?”
“네. 뭐 잘 되겠죠. 안 되면 마는 거죠.”
“어울리지 않게 왜 그래? 완전 태평이네.”
“이제 깨달았을 뿐이죠. 인정받으려고 할 게 아니라 인정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을요.”
“뭔 소리야?”
“그저 노래만 좋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이렇게 1위 후보가 되잖아요? 그러니 제가 할 일은 좋은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는 게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에요.”
“그렇긴 하네. 너 이 노래 활동 전혀 안 했지?”
“네.”
“입소문이 무섭긴 무섭다. 그지?”
“그러게요.”
방송국에 도착했다.
“누나가 같이 가줄까?”
“아뇨.”
저번 방송국 출근길에는 누나가 같이 가줬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이상하게 떨리지 않는다.
“그럼 방송국에서 봐요.”
“그래.”
차에서 내려 방송국으로 걸음을 옮기니 함성이 들려 온다.
“신예성이다!!”
“오빠 여기요!!”
“신예성, 파이팅!!”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손을 흔들어주며 걸어 들어갔다.
저번에 들어올 때 안달복달했던 나 자신이 떠오른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그러기에 긴장을 하고, 부끄럼을 느꼈던 것이겠지.
하지만 스카이 워커의 반응을 보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저들이 좋아할 음악을 만드는 게 일이라는 것을.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인다.
“감독님, 안녕하셨어요?”
“그래요.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통기타만 쓴다고 들었어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에요.”
감독님과 인사를 나누고 리허설을 시작했다. 마이크의 상태도 좋고, 공개홀을 울리는 소리도 만족스럽다.
“좋은데요.”
“그야 소리가 복잡하지 않으니까요. 녹화 때도 문제가 전혀 없을 겁니다.”
“네.”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하는 가운데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신예성 씨. 준비하세요.”
“네.”
기타를 쥐고 일어섰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기타에 스트링을 연결하고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섰다. 어두운 무대에 하나의 조명이 켜지면서 나를 비춘다. 오로지 나만 빛나는 무대.
“와아아~ 휘익!”
“오빠!!”
“신예성!”
음악방송에서 처음 들어보는 환성에 마음이 들뜨지만,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다.
촹, 촹. 촹
기타 현을 강하게 스트로크하면서 스카이워커를 시작했다.
노래를 시작하자 관객들이 따라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기분 좋은 시작이다.
음정도 박자도 어긋나서 오히려 노래하는데 방해되는 느낌이지만 마음만은 흥겹기 그지없다.
‘또래들에게 사랑받는 노래는 이런 느낌이구나.’
노래를 부르면서 방청석을 보니 관객들의 입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 보인다. 모두 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나를 들뜨게 한다. 하지만 들떠서는 곤란하다. 오늘은 이 한 곡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날, 아쉬움만 커질 뿐이다.
[하늘에 올라(I can do it) 하늘에 올라~ 하늘을 밟고(I can do it) 하늘을 걸을 거야~~]“꺄아악~!!”
함성이 터져 나온다.
허, 노래 사이에 구호를 넣다니. 내 팬들이 나를 위해 만든 것일까? 아니면 노래방에서 놀다 보니 만들어진 걸까?
아무렴 어떤가? 내 노래를 부르면서 같이 호흡하고 즐기면 그만인 것을.
방청객들의 커다란 구호 소리가 노래 사이에 들어가니 절로 흥이 나는 무대다. 하지만 이 공연은 정해진 시간만 공연해야 하는 무대.
‘아쉽다.’
촹. 촹, 촹.
노래의 마지막 음을 연주하고 왼손을 치켜들며 주먹을 꽉 쥐었다. 준비한 행동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절로 힘이 들어갔다.
“와아아~ 라이브는 이런 느낌이구나. 지린다!”
“예성 오빠! 멋지다. 달랑 기타 하나인데 무대가 꽉 차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역시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긴 기타를 든 그는 무적이라능.”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른다.
관객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니 진심으로 즐기면서 손뼉 치는 모습이다. 거기다 벌떡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대기실로 돌아오니 석태 형과 누나들이 엄지 척을 내세운다.
“멋졌어. 오늘 정말 제대론데.”
“그런가요? 저보다는 방청객들이 제대로죠.”
“그런가? 아무튼, 수고했어.”
“네.”
고대하던 1위 발표의 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언제나 내 인생이 그렇듯 시작이 좋으면 끝이 안 좋은 법이다.
“이번 주 1위는 빅밤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나는 빅밤을 향해 손뼉을 치며 웃음을 지었다.
‘슈발, 어쩐지 노래하는데 흥이 나더라니.’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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