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39
135. 내 눈에 바늘이지만 본부장님 눈에는 막대기다. >
아침이 되어 매니저 형에게 어제 찾아온 아이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래? 너 데려다주고 회사에 이야기할게.”
“네.”
그저 이런 일이 있었다 알려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의 반응은 극단적이었다.
회사에 가자 연습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본부장님과 석태 형이 나를 찾아왔다.
“예성 학생, 정말이야?”
“네?”
“사생팬이 찾아왔다는 이야기!”
“사생팬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냥 제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던 애는 왔었어요.”
“그게 사생팬이야. 남의 사생활을 궁금해한다고 해서 사생팬이라 부르는 거잖아. 어제 왔었어?”
“네. 여중생이 마산에서 올라왔다면서 찾아왔어요. 정말 간도 크지 않아요?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거기다 학교도 빼먹고 왔다고 말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찌할 거야? 이대로 집에서 계속 다닐 거야?”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집에서 계속 다니냐니? 제가 어디 가기라도 해야 하나요?”
“예성아, 넌 이게 지금 사소한 문제같이 보이나 본데, 큰일이다. 그동안 식당에 팬들이 왔다 간다는 이야기에 아무 말을 안 했다만 집에 찾아왔다고 하니 이제 이제는 미룰 수 없지 싶다.”
“미루다뇨?”
“너, 숙소생활 시작하자.”
“네? 숙소생활이라면 집에서 독립하라는 이야기인가요?”
“그래.”
“갑자기 왜?”
“갑자기는 무슨 갑자기야? 더는 미룰 수가 없게 되어서 이야기하는 거야.”
“고작 한 명인데요?”
내가 잘못 말하기라도 한 걸까? 두 분이 나를 한심한 눈으로 본다.
“예성 학생, 한 명이 왔다는 것은 두 명이 올 수도, 세 명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그러고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야지.”
“막는다는 이야기는···.”
“예성 학생이 집을 나와야지. 이대로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이야기해줄까? 이제 하나가 왔으니 다음에도 다른 이가 올 거야. 그리고 그런 이들이 늘어나겠지. 그러다 보면 자연히 예성 학생의 집 주위가 시끄럽게 되겠지. 늦게 오는 예성 학생을 기다리면서 자기들끼리 떠들며 이야기할 테니까. 동네 사람들이 짜증을 내게 될 거야. 욕먹는 것은 덤이지. 거기서 끝나지 않아. 그 사생팬들은 그저 소란만 피울까? 사생팬들은 스타의 사생활이 궁금할 만큼 엄청 좋아해. 그러면 당연히 그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거야. 어디에? 어라, 마침 예성 학생의 문과 벽이 커다란 도화지로 보이네. 사생팬은 생각해. 예성 학생이 문을 여닫을 때마다 자신을 생각하게 문과 벽에다 내 마음을 그려 놓자. 그러고는 락카를 사와서 자신의 마음을 예성 학생의 집 입구에다 크고 아름답게 표현해 놓겠지. 당연히 주위에서는 민원이 들어와서 예성 학생의 가족은 길거리로 쫓겨나고 예성 학생은 뉴스를 타게 될 거야.”
쉬바, 듣는데 건너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우리 가족이 그 일을 겪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정말 그 꼴 나는 거 아니야? 만약 그 꼴이 나면···. 나는’
동생의 온갖 짜증을 다 받아줘야 할 것이다.
‘이런 미친 오빠야, 진작 내가 집을 사자 그랬지? 이게 뭐야? 왜 건물 따위는 사서 가족들을 오갈 데 없게 만들어?’
‘아들 어쩜 좋니? 식당에 있는 쪽방은 작아서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살지 못할 텐데. 딸에게 고시원을 얻어줄까?’
‘사고는 오빠가 쳤는데 고시원은 왜 내가 가야 하는 건데?’
이런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지. 엄마에게 말해서 집을 팔고 이사를 해야 하나? 집이 쉽게 구해질까?’
“무슨 생각해?”
“그냥 이사를 해야 하나 싶어서요.”
본부장님은 내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예성 학생, 이사를 한다고 끝이 나는 이야기가 아니야. 왜 많은 연예인이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살고 있다고 생각해? 가족들에게 손해를 끼치기 싫어서야. 집을 옮긴다고 해서 사생팬이 없어질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사생팬을 무시하는 거야. 아직 예성 학생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제까지 사생팬이 생긴 연예인들을 보면 답이 나와. 사생팬은 말이야. 자기를 포기하고 스타를 쫓아다니는 거야. 스타의 일이 곧 자기 일이라는 말이지.”
“독립밖에 답이 없는 건가요?”
“그게 가장 확실하지.”
“나도 동감이야.”
“그런가요?”
이제껏 살아오면서 독립을 꿈꿨던 적은 한 번도 없는 데 어이없게 독립을 해야 하게 생겼다.
‘그냥 버틸까? 괜히 사서 걱정하는 건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그러다 정말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어제의 여중생은 그나마 정상이지만, 그런 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이사를 하고도 집 앞에서 죽치고 있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엄마의 생활도 있고, 동생도 매일 학교에 가야 한다. 그런데 매일 그런 사생팬들이 집 앞에 있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싸움이 붙을지도 모른다. 어제도 싸웠다고 하지 않는가?
“예성 학생, 집에 가서 의논해봐. 숙소는 내가 알아봐 줄 테니까. 이런 거로 구설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예성 학생도 없을 것 아니야?”
“그거야 그렇지만, 혼자 산다는 게···.”
“아니면 누군가 같이 살게 해줄까? 연습생들 숙소에 자리를 마련해줄 수도 있어.”
“아니요. 그건 피하고 싶네요. 혼자가 편하죠. 혼밥, 혼술이 대세인 이 시대에 합숙이라니 말도 안 되는 언어단도겠죠.”
“언어도단이겠지.”
흠, 그냥 넘어가지. 쯧
“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정말 독립의 필요성이 있는 건가요?”
“물론, 내가 예성 학생, 고생시키려고 이러는 거 같아? 나도 예성 학생이 집에서 다니면 좋아. 가정이라는 것이 일할 때 얼마나 큰 안정감을 주는지 잘 아니까. 하지만 일이 벌어지면 늦어. 동네가 시끄러워지면 당연히 기자가 등장하고, 기자가 등장하면 기사가 나가. 그 기사를 읽는 사람들의 반응이 다 좋을 수는 없는 거 알지? 사람의 마음은 다 제각각이야. 그러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피하자.”
“네. 집에 가서 이야기해 볼게요.”
****
집에 돌아와 가족회의를 열었다.
“이 야밤에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고 이렇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 거야?”
“아들, 회사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오늘 회사에서 본부장님이 숙소생활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어.”
“뭐? 숙소? 왜 멀쩡한 집을 놔두고 숙소생활을 해? 네가 그룹활동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도 다니는 어린아인데. 집에서 다녀도 충분한데 왜 그러니? 혹시 일이 많아지는 거니?”
“아니야. 어제 일 때문이야.”
“어제일?”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동생은 바로 알아들었다.
“사생팬 때문에 시끄러워질까 봐 그러는 가 보네.”
“그래. 동네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그러더라. 허 참.”
“그럴 수도 있지. 어제 같은 순둥이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오빠는 어찌할 건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
“엄마는 반대야.”
“엄마,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그냥 독립이 아니라 오빠가 편하게 활동하는 데 필요한 독립이야. 집에 있으면 어제처럼 집에 불쑥 팬이 찾아온다든가, 아니면 집 앞에 죽치고 있는 다던가? 하는 일을 피할 수가 없어. 거기다 그런 사생팬들이 죽치고 있으면 동네 사람들이 가만있겠어?”
“아들, 이사할까?”
“엄마, 돈 있어? 우리 이사할 돈 없잖아? 집이 하루 이틀 만에 빠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들어와야 전세금을 주겠지. 거기다 오빠는 기획사에서 10억이나 빌려서 돈을 빌릴 수도 없어. 무슨 돈으로 이사를 가? 거기다 이사를 한다고 해도 끝이 나는 문제가 아니야. 사생팬들이 또 찾아올걸? 그러면 또 이사할 거야? 사생팬을 막으려면 경비가 철저한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텐데. 우리 전세금으로는 어림도 없지. 쯧쯧, 오빠가 건물만 사지 않았어도···.”
왜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했다. 요 삭퉁머리 없는 년.
“건물을 담보 잡고 대출하자 아들.”
“안돼. 건물은 안돼. 무조건 안 돼.”
그게 어떤 건물인데 담보를 잡아? 빚은 이제 그만이다. 제발
“아들 엄마 식당 담보 잡을까?”
“아니 그러지 마. 그냥 몇 달 지내볼까 해.”
내 말에 엄마가 놀란다.
“몇 달씩이나?”
“응,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르지만 해 보려고.”
“아들 집에 오기 싫어졌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냥 그게 엄마와 동생도 편하고, 나도 편한 길인 거 같아.”
“엄마, 그냥 오빠 말대로 해. 가수들 보면 대부분 다 혼자 살아. 아니면 숙소생활 하던가?”
“하지만, 아들 보는 낙으로 사는 엄마는?”
“엄마, 딸도 있거든.”
동생의 말에 엄마는 예린을 쳐다보다 긴 한숨을 토해낸다.
“엄마!!”
“넌 꼭 엄마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면서 확인을 해야 속이 시원해? 너 마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엄마의 반응을 즐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동생이다.
“내비두셔. 그래서 독립하겠다고?”
“그래야겠지.”
“그럼 내가 오빠 방 써도 돼?”
“그게 목적이냐?”
“내방은 너무 작잖아.”
“안돼, 네 오빠 한 달 후에 올 거야.”
“엄마, 한 달은 좀 그렇지 않아? 두 달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쯧쯧 둘 다 틀리셨네요. 엄마, 오빠는 이제 이 집에 안 와. 엄마가 가야 하는 거지. 새장을 벗어나 자유를 맛본 새는 다시는 새장으로 돌아오지 않아.”
이런 멋진 계집애를 봤나? 이 타이밍에 쓸데없이 멋진 말이라니. 자유를 맛본 새는 새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라.
“딸, 새장을 벗어난 새는 죽어, 주는 먹이만 먹어서 사냥을 못 하니까.”
새를 나로 바꾸고 새장이 엄마라면 나는···.
“엄마, 내가 마마보이인 거야?”
“누가 그래? 아직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어린 나이에 나간다니 하는 소리 아니니?”
“엄마, 그만 좀 해. 어차피 지방 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서울 바닥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보고 싶으면 가서 보면 되는 걸 가지고,”
“네가 아직 애를 안 낳아봐서 그래.”
“아! 그러세요? 그래서 딸은 대학에 붙으면 기숙사에 집어넣을 생각부터 하셨어요?”
“응? 내가 언제? 그리고 대학생쯤 되면 독립해야지. 언제까지 엄마가 밥을 해 먹여야 하니?”
“엄마, 너무해.”
“엄마가 너무하고, 예린이가 너무하고 간에 내가 독립하는 문젠데 왜 예린이 독립 이야기로 바뀌는 거야?”
“오빤 가만있어.”
“그래. 아들 가만히 있어.”
제길, 내 문젠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해?
하지만 이렇게 되면 끼어 들어봤자 본전도 찾기 힘들다.
‘내일 다시 이야기 해야 하나?’
이런 나의 고민은 다음 날이 되자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본부장님이 어제와 다른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가족이 모두 와도 좋다고 한다.
“네? 이사요? 그거 제 독립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죠?”
“그래. 내가 어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숙소가 하나 남는 게 있어서 말이지.”
“남는다고요?”
“그래. 계약 일자가 9개월 정도 남은 집이야. 거기 들어가서 살았으면 하는데 어때? 방 세 개에 화장실 두 개 달린 빌라야. 고급빌라촌이라 보안이 철저해. 그러니까 가족이 함께 살아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어.”
“빌라요? 누가 살던 집인가요?”
“응. 뷰티핑크.”
“그 누나들이 살던 집이라고요?”
“그래. 작년 중국 가고 나서 집이 비어있다시피 했지. 이제 그 아이들도 나이가 나이니만큼 개인 생활을 하고 싶은가 봐.”
“스캔들 막 터지는 거 아닌가요?”
내 말에 본부장님은 피식 웃었다.
“제발 좀 터져줬으면 좋겠다. 너도 알다시피 아리와 앨리스는 올해 30이야. 팬들도 이제 그만 결혼하라고 등 떠미는 형국이다.”
“그렇긴 하네요. 누나들은 이제 그룹활동은 안 하는 건가요?”
“계획은 없어. 너도 알겠지만 아리와 엘리스가 몸에 무리가 많이 간 상황이라서 격한 댄스는 무리야. 그래서 개별 활동을 하게 될 거야.”
“그런가요? 그런데 누나들이 살던 집은 괜찮아요?”
“그래? 네가 지금 살던 집보다는 훨씬 넓지. 50평이니까. 회사와도 가깝고. 학교야 매니저가 태워다 주니 문제없잖아?”
“그런데 정말 들어가 살아도 돼요?”
“왜? 부담돼?”
“그렇잖아요? 그런데 강남, 강남이라고요?”
목동 50평이라고 해도 기겁할 텐데, 강남이라니.
“강남이라고 다 같은 강남이 아니야. 거기다 네가 부담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어. 네가 내는 수익이라면 충분히 누려도 되는 거니까. 그리고 이놈아, 건물도 덜컥 산 놈이 고작 빌라 전체도 아니고 집 하나 가지고 호들갑이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하여간에 너는 통장에 매달 천만 원 이상 돈이 꽂히는데 행동은 꼭 최저시급 받는 아르바이트생처럼 행동 해야겠어?”
“그 최저시급도 못 받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저를 몰라서 그러세요?”
“그러게 천천히 갚으라고 했잖아. 그런데 자기가 우겨놓고는.”
“빚이 있으면 마음이 무거우니까 그렇죠. 그런데 저 언제 들어가요?”
“지금 짐 빼고 있을 거다. 네 어머니랑 같이 내일 가 보자.”
“네.”
*****
“와~! 엄청 넓네요.”
감탄하는 나와는 다르게 엄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아들, 큰일 났어. 우리 살림 다 가지고 와도 반도 못 채울 거야.”
“집은 마음에 드세요?”
본부장님은 엄마에게 손을 비비면서 말씀하신다. 나에게도 저러면 좀 좋을까? 맨날 이게 아니다 싶으면 말 바꾸기나 하시지.
“마음에 들고 자시고, 우리가 살기에는 너무 넓네요.”
엄마가 집을 보면서 부담스럽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듣기에 그냥 50평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거실이 우리 집만 해.’
물론 과장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휑한 집안은 그만큼 넓어 보였다.
엄마가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엄마에게 본부장님이 획기적인 이야기를 했다.
“어머님, 이참에 살림살이를 새로 마련하시는 게 어떠세요?”
“아니, 본부장님, 아들이 빚을 지고 상태인데 여기서 더 돈을 쓰라고요?”
이 여사는 아들이 입에 달고 사는 ‘빚을 까야 해’라는 말이 자신에게도 옮아 자신도 ‘아들이 빚을 어서 까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릴 때가 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협찬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협찬이요? 우리 아들이 쓰고 있는 안경 같은 것을 말하는 거죠?”
“네. 본래 예성 학생 혼자 들어 왔더라도 협찬을 이야기했을 거지만 이왕 어머님이 오셨으니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협찬이라는 게 아들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거 아닌가요?”
이 여사도 연예인 협찬에 대해서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분별한 협찬으로 오히려 빈축을 사는 연예인도 있기에 거부감이 들었다.
“일부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에게 협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어머님도 알다시피 예성 학생은 지금 1위도 했고, 후보로 올라 있습니다.
그런 예성 학생에게 협찬하기 위해서 많은 회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저 한 번 입어주기만을 바라면서 옷을 들이밀고, 한번 착용해주기만을 바라는 액세서리도 많습니다.
이런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내장식은 물론 가전제품도 이야기만 하면 다 채워줍니다.
”
“그···. 그게 정상적인 건가요? 좋게 들으려고 해도 좋게 들리지는 않네요.”
“그건 어머님이니까 그런 겁니다. 예성 학생은 스타입니다. 그리고 그런 스타가 자신들의 물건을 쓴다고 하면 당연히 광고효과가 생깁니다. 여러 협찬을 받았다고 해도 이들에게 뭔가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요?”
“네. 이들은 그저 물건을 주고 기다릴 뿐입니다. 예성 학생의 경우 활동을 하다 보면 당연히 인터뷰나 방송을 통해 집을 공개하는 날이 오게 됩니다. 어머니도 방송에서 보셨죠?”
“네. 봤어요.”
“그런 겁니다. 협찬을 해주는 이들은 그걸 노리는 겁니다.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스쳐 지나가듯 자신들의 제품이 잠시 나오는 그 순간을 말이죠. 그것만으로도 협찬한 것 이상의 광고효과를 얻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인터넷에서 연일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가요프로그램에서 이름이 불리는 예성 학생이 자신들의 물건을 써준다고 하면 오히려 고마워할 겁니다.
”
“하지만 공짜라는 게 좀···.”
본부장님은 엄마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공짜가 절대 아닙니다. 예성 어머님. 이건 예성 학생의 이름값으로 가격을 치르는 겁니다. 예성 학생이 광고를 찍으면 억입니다. 그런데 그런 예성 학생을 통해 제품을 광고하게 됩니다. 그들은 장사꾼인데 손해 볼 행동을 할까요? 어머님도 장사하시니 아실 겁니다. 밑지면서 음식을 팔고 싶으세요?”
“아니요.”
“그런 겁니다. 그러니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억지로 협찬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서로 해주려고 할 겁니다. 그게 지금 예성 학생의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본부장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우리가 입주하는 날에 정말 간소한 짐을 들고 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든 것이 새것이었다. 가구도 새것, 침대도 새것, 주방용품, 가전제품 모든 것이 새것이다.
엄마는 그저 여기저기 돌아보고, 쓰다듬으며 어머나, 어머나를 연발한다. 여기 오기 전에 오래된 물건을 버리기 아까워하던 엄마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사랑스러운 눈으로 새 가전제품을 보는 엄마만 있을 뿐.
“동생아, 너는 그냥 그 집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윗집 총각은 어쩌고?”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그냥 오빠 동생 사이라고 했잖아?”
“그건 너와 나지.”
“아무튼, 거기에 있어도 긴 시간 만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람, 그런데 오빠, 정말 좋다. 특히 화장실 두 개가 마음에 들어. 오빠는 그냥 하나만 써. 괜히 둘 다 변기 뚜껑 들어 올리지 말고.”
“그게 마음대로 되냐? 그런데 방은 마음에 들어?”
“좋아. 이게 다 협찬이란 말이지?”
“그렇다네. 정말 어이없지 않아? 내가 돈이 없어 아무 말 안 했지만, 이건 정말 너무한 거 같아.”
내 말에 동생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오빠, 진짜 너무한 건 그런 게 아니야. 정말 너무한 건 오빠가 협찬 이야기 나올 때 동생의 노트북 협찬을 이야기 안 한 게 너무한 거야.”
하여간에 이 기집애는 진짜!
동생의 주둥이를 손가락으로 찝고 흔들었다..
“요놈의 주둥이는 하루라도 망발을 안 하면 입안에 가시라도 돋냐? 엉?”
“에이. 퉤. 퉤. 그러게 신경 좀 써주지 그랬어? 흥! 방이나 정리하러 가야겠다.”
동생을 뒤로하고 집을 둘러 보았다.
새로운 집, 새로운 집기,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뭔가 뿌듯하면서도 불편한 기분이다. 내 이름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뿌듯함과 돈이 없어 거부하지 못했다는 찜찜함.
‘정말, 나 지금 혼자 산다. 프로그램이라도 나가야 하나? 하지만 혼자 안 살잖아. 제길’
가족을 잠시 옛날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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