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41
136. 늘 지금처럼 >
5월에 접어들 때 동생이 나에게 말했다.
“오빠, 올해는 어떡할 거야?”
“뭘?”
“몰라서 물어? 5월 8일 말이야. 설마 바쁘다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다. 깜빡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뭔가를 해드리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넌 뭐할 건데? 설마, 이번에도 얌체처럼 오빠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들이밀 생각은 아니겠지?”
이놈의 동생은 언제나 내가 준비를 해놓으면 자는 사이 몰래 와서 숟가락을 들이민다. 일례로 내가 나름 신경 써서 선물을 준비하고 열심히 고민해서 카드에 글을 적어놓고 잠이 들면 몰래 들어와 그 카드에 자기의 이름을 살며시 적어놓는다.
‘아들 올림을 바꿔서 아들 딸 올림.’ 이런 식이다.
이런 동생은 내 말에 작년의 기억이 떠올라서 부끄러울 만하건만 여전히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나에게 말을 쏟아낸다.
“흥, 오빠 섭섭해. 오빠가 남이야? 거기다 남에게 선물해? 오빠와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엄마에게 선물하는 건데, 오빠가 준비하는 게 내가 하는 거고, 오빠가 적는 게 내가 적는 거야. 우리는 연년생이라 쌍둥이나 마찬가지니까.”
“야, 너 심심하면 자꾸 맞먹으려 하는데 너 뒤집기 할 때, 이미 오빠는 이 넓은 세상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어디서 자꾸 맞먹으려고 그래?”
“아아~ 됐고, 그래서 뭐할 거야?”
“이 계집애야 되긴 뭐가 돼? 아무것도 안 됐거든? 흥, 그리고 이번에는 어림없을 거다. 오빠가 준비한 선물은 집으로 오는 게 아니라서. 킁”
“뭣이? 집에 안 와?”
내 말에 동생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이러기야? 나 돈 없어. 서로 좀 돕고 살자. 상부상조 몰라?”
“허, 이 기집애 말하는 것 보소,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지.”
“오빠, 아직 멀었어. 짐이 가득 실려야 차가 출발하지. 아직 부족하다고.”
“그놈의 차는 얼마나 크기에 아직도 부족해?”
“흥, 나도 몰라.”
“그래? 그럼 나도 몰라.”
“오빠!!”
동생에게 큰소리는 쳤지만 나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건 별거 없었다. 기획사 앞에 있는 꽃집에 가서 꽃바구니를 준비하면서 카드를 적는 것 정도였다.
나머지는 주위의 도움을 얻어야 했다.
우선 심영 누나와 혜진 누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엄마의 옷을 한 벌 사기로 했다.
“누나. 부탁해요.”
“알았어.”
그다음은 석태 형을 찾아갔다.
“피아노가 있는 스카이라운지 말이냐?”
“네.”
“그런 곳은 연인들끼리 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만.”
“하지만 엄마가 예전에 드라마를 보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셨는걸요. 거기다 엄마를 그런 곳에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네요.”
엄마는 드라마에 야경이 아름다운 레스토랑이 나오면 부러운 눈빛을 보이셨다. 그래서 이참에 모시고 갔으면 한다.
나도 뷔페는 가봤어도 그런 곳은 가보지 못했다.
이번 어버이날은 내가 가수가 되고 처음으로 맞는 날이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자고 결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여전히 나는 나만 생각하고 살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막상 어버이날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니 이것저것 할 게 많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우리 엄마, 유람선도 한 번 타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석태 형을 바라봤다.
“그런데, 피아노 있는 곳을 찾는 것을 보니 노래라도 하려고?”
“네. 줄 수 있는 건 이 노래밖에 없고, 가진 거라고는 이 목소리밖에 없으니까요.”
“흠, 많이 듣던 멘튼데. 알았다. 내가 알아보고 예약해 줄게. 내가 다 준비해 줄 테니. 넌 콘서트랑 광고만 신경 써라.”
“네. 부탁드려요.”
그러고 나서 나는 광고도 찍고 선생님도 섭외해 콘서트 준비에 열중했다.
시간이 지나 어버이날이 되었다.
동생은 작은 카네이션 꽃다발을 준비해서 엄마에게 주었다.
“엄마, 키워줘서 고맙습니다.”
“저도 고마워요.”
“아들! 말로만?”
“엄마, 아들은 이번에 좀 스펙타클하게 준비했어. 식당에서 기다리면 도착할 거야.”
“그래. 엄마 기대해도 돼?”
“엄마,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 그리고 자고로 선물은 가치보다는 마음이야.”
동생은 자신의 카네이션 선물이 빛바래는 느낌이 드는지 서둘러 말했다.
“그래. 딸 엄마가 고마워.”
“별말씀을. 히힛”
매년 있는 날이지만 언제나 특별하게 다가오는 날이다. 자식들이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를 바라지만, 이렇게 잊지 않고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날은 기쁘기 그지없다.
이 여사는 딸에게 받은 카네이션을 들고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그런 이는 자신만이 아니었다.
띠용과. 나타샤도 모두 가슴에 꽃을 달고 있었다.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이었다.
그걸 보니 아들과 딸이 어렸던 때가 생각이 났다.
조막만 한 손으로 삐뚤빼뚤하게 만들어진 종이꽃을 자신과 남편에게 달아주던 날이.
이제 그 어린 아이들이 자라 종이꽃 대신 멋진 꽃다발을 자신에게 선물해준다. 오늘따라 먼저 떠난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이 여사였다.
“사장님, 예송이에게 받았어요? 저도 딸에게 받았어요. 예쁘죠?”
홍이가 이 여사에게 가슴을 쭉 내밀면서 이야기한다. 이 여사도 그랬었다. 처음으로 아이들이 카네이션을 만들어 왔을 때 일하면서 불편한데도 가슴에서 떼지를 못했다.
“그때가 제일 기쁘지.”
“네. 베트남에서는 7월에 부란 절이라고 어버이날과 비슷한 날이 있어요. 그래서 5월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딸이 이걸 달아주는데 눈물이 나지 뭐에요? 벌써 엄마에게 이런 선물을 할 정도로 자랐나 싶어서 말이죠.”
“그렇지?”
“네.”
누구나가 받는 선물이지만 자기의 자식이 선물해서 특별한 선물이 되는 것이다.
“이사장도, 띠용이도 지금 많이 즐겨둬. 나중에 자식들이 결혼하면 그런 건 다 끝이야.”
춘자 씨가 이 여사와 띠용의 카네이션을 보며 이야기했다.
“우리 딸은 안 그래요. 이모”
“그래요. 언니, 우리 아들은 안 그래요.”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식당 문이 열리면서 퀵 서비스 배달이 왔다.
커다란 꽃바구니와 쇼핑백이었다.
“이현정 씨 계십니까?”
이 여사는 얼른 대답했다. 커다란 꽃바구니를 보자 아들이 보낸 거라고 확신했다.
“네. 저예요.”
“사인 해주세요. 신예성 씨가 보냈네요.”
“어머, 좀팽이 예송이가 대인배가 됐어. 이런 꽃바구니라니.”
“이 사장. 다 한 때야. 한 때.”
이 여사는 사인하면서 대답했다.
“한 때라도 괜찮아요. 지금이 행복하니까.”
이 여사가 대답할 때 띠용은 꽃바구니에 담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정씨, 오늘은 당신에게 무척 특별한 날입니다. 당신의 남편이자 아버지가 계셨다면 분명 특별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겠죠. 아버지가 안 계시니 이 신예성이 오늘 당신의 저녁 시간을 빌릴까 합니다.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한강이 보이는 스카이라운지를 예약했습니다. 함께 식사하면서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신예성 올림]
“어머, 어머, 예송이 미쳤네. 사장님!”
띠용은 말을 하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곁에 있는 춘자 씨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이 여사만 아들이 보낸 선물상자를 열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왜? 부러워?”
“부럽지 않네요. 대신에 오늘 조퇴해야겠어요. 제 손발이 오그라들어 서빙을 하기 힘들어요.”
“이 사장, 나도 오늘 국자 질은 다 했네. 손가락이 말을 안 들어.”
“예송이가 예전부터 정신을 놓고 다닌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정말 심하네요.”
“흥, 우리 아들이 어디가 어때서? 남편 대신이라잖아? 얼마나 믿음직해?”
“이 사장 보면 딱 그 말이 떠올라. 목사에게는 하느님이 신앙이고, 엄마에게는 자식이 신앙이라는 말. 하여간에 이 사장은 아들을 너무 좋아해.”
“호호, 그래도 보다시피 짝사랑은 아니잖아요.”
이 여사는 아들이 보내준 옷을 꺼내 들며 미소를 지었다. 빚 걱정을 하는 아들이 정말 큰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솔직히 걱정도 되었지만, 뿌듯함이 더 컸다.
“어머, 사장님 옷 너무 예뻐요. 저 한 번 입어봐도 돼요?”
“안돼. 이건 절대 안 돼.”
“사장님, 나도 아들을 하나 더 낳을까 봐요.”
“참아, 남편 일찍 보내기 싫으면?”
“어머, 사장님, 우리 남편 아직 쌩쌩해요. 인생은 50부터라는 말 모르세요?”
“하나로 만족해. 나중에 늙어서 무슨 고생을 하려고. 낳기만 한다고 끝이야?”
춘자 씨가 띠용에게 면박을 준다.
“그래도 역시 사장님을 보면 아들이 하나 있는 게···.”
“네가 이 여사처럼 아들을 사랑할 자신이 있으면 낳고. 거기다 예성이처럼 잘돼야 하는 건 덤이지.”
“그건 그렇네요.”
춘자 씨와 띠용이 말을 하면서 이 여사를 바라봤지만, 이 여사는 그저 아들이 보내준 카드를 읽고 또 읽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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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멋져. 방송할 때도 그렇게 물어봐 주면 좋을 텐데.”
심영 누나와 혜진 누나가 나를 보면서 말을 한다.
“에이, 프로가 하는 일에 아마추어가 끼어드는 게 아니죠.”
“하여간에 말은.”
심영은 예성의 말에 대답하며 피식 웃었다.
“하여간에 유별나. 아버지가 안 계셔서 그런가? 우리 집은 그냥 꽃 말고 현찰로 쏴 달라고 문자가 왔어. 거기다 안 와도 된다고 하면서 오히려 귀찮다고 생각하는 눈치야. 그런 눈치를 무시하고 갔다가는 결혼 이야기로 진을 다 빼놓지.”
“이런 날은 두 분이 보내고 싶은가 보죠. 전 이만 갑니다.”
“그래. 좋은 시간 보내.”
“네. 누나들도 좋은 밤 되세요.”
회사를 나와 차량으로 가니 석태 형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어? 영훈 형은요?”
“쉬라고 했다. 위치도 내가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네.”
석태 형과 함께 엄마의 가게로 가니 엄마가 내가 선물 해준 아이보리색 정장을 입고 동생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 이현정 씨, 오늘 아주 예쁘십니다.”
“얼씨구, 어디 엄마 이름을 함부로 불러?”
“어허, 어디 무수리가 감히 끼어드느냐?”
“뭐? 무수리?”
“그래. 너는 오늘 무수리 확정이니라. 오늘은 이현정 씨가 주인공이니 시중이나 잘 들거라.”
“이~익, 흥. 엄마, 가자. 내가 코스요리 때문에 참는다. 참아.”
“그럼 가실까요? 이현정 씨”
“그럴까요? 신예성 씨. 아들 이거 재밌다. 아빠랑 데이트하는 거 같아.”
“오늘은 아버지 대신으로 생각해 주시길.”
“잘들 논다. 놀아.”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들, 노래 연습해야 하는 거 아니야? 괜히 엄마 때문에 시간 뺏겨서 어떡해?”
“아들이 하루 이틀 노래 부르고 끝나는 가수 인생도 아닌데 괜한 걱정이시네요.”
“그럼 다행이고.”
“동생아, 연습은 확실히 했어?”
“이씨, 정말 해야 해?”
“그래. 밥값은 하자. 동생아.”
“그냥 오빠만 하면 되잖아. 굳이 나까지···.”
“나만 엄마 자식이냐? 이 오빠는 너에게서 오는 게 없으니 이제 알아서 챙기기로 했다.”
“무슨 이야기니?”
우리 이야기에 엄마가 궁금한 듯 물었지만 나는 감추기로 했다.
“아니야. 엄마. 그렇지? 동생아.”
“응. 엄마 아무것도 아니야.”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석태 형이 후다닥 내려 문을 열어 주었다.
“고마워 석태 총각.”
“네. 좋은 시간 되세요. 어머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엄마가 핸드백을 꽉 쥐신다. 긴장되는 모양이다.
나는 엄마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엄마, 나도 처음이라 긴장돼.”
“아들도 못 와봤어?”
“내가 이런데 올 일이 뭐가 있겠어?”
“하긴 아들도 어리니.”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웨이터가 우리를 맞이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자. 메뉴판을 가져 왔다. 나는 아예 열어보지 않았다. 어차피 봐도 모를 테니까.
“예약할 때 부탁했던 코스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물러가자 엄마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아들, 여기 정말 이쁘다. 야경도 좋고.”
창문밖에는 여러 불빛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색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밖에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고 있자,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양이 적게 자꾸 나와 먹고 기다려야 했다.
그런 나와 다르게 동생은 신이 났다. 사진을 찍으며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적당히 해라. 동생아.”
하지만 이놈의 동생은 그만하라고 하니 한술 더 떴다.
“오빠. 나 좀 찍어줘. 얼른”
“하~아! 줘라.”
나도 대충 이런 거에 여자들이 목숨 건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얼른 찍어주고 끝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먹는데 웨이터가 왔다.
“신예성 씨. 준비됐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오늘 실례 좀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 레스토랑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 또 뭔가 있어?”
“오늘 아들이 엄마가 드라마를 보며 부러워했듯이 여기서 엄마를 위해 노래를 한 곡 해드릴까 합니다.”
“어머, 아들, 엄마 심쿵해.”
엄마는 정말 간결하게 마음을 표현했다.
“여기 있는 딸도 거들거야. 뭐해? 일어나.”
“그냥 오빠 혼자 해. 쪽팔린단 말이야.”
“그럼 먹은 거 토해 내던가?”
“이씨~”
나는 동생을 끌고 레스토랑 중앙에 있는 피아노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가수 신예성입니다. 오늘 어버이의 날을 맞아 어머니와 외식을 하러 나왔습니다.
오늘이 누구에 안 특별할까 싶지만, 저에게는 아주 뜻깊은 날입니다. 제가 가수가 되고 처음으로 맞는 어버이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로 오늘 어머니에게 동생과 함께 재롱을 부려 볼까 합니다. 잠시 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
말을 마치자 조용한 박수가 나왔다.
사실 오늘의 나에게는 이들의 반응이 중요하지 않다. 오늘은 나를 위한 날이고, 동생과 엄마를 위한 날이다.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연주를 시작했다.
연주를 시작하자 작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곡의 멜로디를 알아들은 것이다.
지금 연주하는 곡은 우리 가족에게 아주 의미가 깊은 곡이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곡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곡이니 엄마가 알고, 나도 알고, 동생도 안다. 그리고 가사도 우리에게 의미가 깊다.
연주하면서 동생을 쳐다봤다. 동생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망설였다. 나는 의미 없는 도입부만 서너 번을 연주했다. 그러자 드디어 동생이 노래를 시작했다.
두 눈에 어린 눈물
씻어주리라]
동생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아버지가 참 좋아했던 노래다.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엄마와 서로 함께 의지해서 잘살아 보자는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자주 엄마에게 불러줬다고 했다. 어린 우리도 자주 들었다. 맨정신일 때 들은 적은 없었다. 꼭 약주 한잔 들어가면 항상 나오는 레퍼토리였다.
서로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살자는 노래. 아버지는 우리 곁에 없지만, 이 노래는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가 깊다.
동생이 소절을 마치면서 나를 쳐다본다. 어서 부르라는 뜻이다.
물리치리라]
노래하면서 건반에 힘을 실었다.
[외로운 그대 위해험한 세상에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노래하면서 아버지는 언제나 이 부분을 부르면서 엄마를 바라봤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아버지지만 이 노래를 할 때만은 항상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술을 드시고, 이 노래를 하면 항상 열심히 살자. 행복하게 살자고 이야기를 하시던 아버지였다.
이제 지금의 내가 아버지 대신 엄마를 지긋하게 보면서 부르고 있다. 동생도 엄마를 본다.
그대 지키리~]
‘오늘 같은 날은 괜찮겠지.’
[그대 괴롭고 외로울 때그대 지친 영혼
위로하리라
재난이 와도 오~
물리치리라
외로운 그대 위해
험한 세상에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험한 세상에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노래를 마치자 박수 소리가 들려 온다. 결국, 동생은 앞부분 한 소절만 하고 내가 다 부르고 말았다.
노래가 끝나자 동생은 후다닥 자리로 돌아가 엄마 옆에 앉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 불러드릴 노래가 남았다.
다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이걸 사람들 앞에서 부를까 고민을 했었다. 나는 가족으로 방송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싫다. 하지만 이건 방송도 아니고, 그저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공부도 못하고 그저 가진 거라곤 부모님이 주신 목소리. 그 목소리로 나는 가수를 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엄마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것도 노래밖에 없다.
눈을 감고 피아노 선율에 맞춰 감정을 잡았다.
언제나 아낌없이 사랑을 주던 당신.
어린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기만 했죠.
자라서 세상에 나오니 이제 알아요.
그 당연한 사랑이 얼마나 무거운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랑이다. 여러 사람과 일하면서 겪어보니 그 사랑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내가 받은 사랑을 엄마에게 모두 돌려줄 수 있을까? 언제나 생각하지만 불안한 미래는 항상 마음속의 걸림돌이다.
작은 선물과 노래로 사랑을 말하지만 당신의 사랑에 한없이 부족하죠.
엄마, 언제나 부르는 이 이름이 왜 이리도마음이 저릴까요?
사랑해요. 엄마
언제나 내 곁에. 당신과 함께라면이 험한 세상도 두렵지 않아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지금도, 그 후에도 항상 지금처럼 행복하면 좋겠어요.]
노래를 마치자 주위가 고요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그리고 뒤늦게 박수가 쏟아졌다.
다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자리에 앉으니 엄마가 눈물을 닦으면서 이야기한다.
“아들, 오늘 엄마가 정말 행복해.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은 날이야. 하루에 한 번씩만 불러줘도 엄마가 매일 행복할 거야.”
“엄마, 그건 좀···.”
“흥, 오빠가 제 무덤을 팠지. 누굴 원망할까?”
동생의 핀잔에도 내 마음은 훈훈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낯부끄럽고 꺼내기 어려운 말인가? 그런 말을 노래로나마 엄마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늘 오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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