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45
140. 내가 모르는 나의 가치 >
“안돼. 예성 학생,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들어주던가, 말던가 하지,”
“말이 안 되는 건 또 뭐예요? 제가 안 부르는 곡이 될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면 그 곡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게 뭐가 나쁠까요?”
내 말에 본부장님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확인했다니까요.”
“그래? 그래도 안 될 말이야. 예성 학생, 다른 노래도 아니고 영원이야. 나와 일형이, 거기다 석태마저 엄지 척을 세웠던 노래야. 그걸 남에게 주겠다고? 차라리 타이틀곡을 남에게 주겠다고 말을 해! 그러면 우리가 영원을 타이틀로 밀테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는 부를 생각 없다니까요?”
그래. 난 아마 이걸 방송이나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면 울어 버릴 것이다.
공연할 때 자신만 울면 삼류 가수라고 하지 않던가? 마음에 걸리고 안 걸리고를 떠나서 청승맞은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가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예성 학생, 부르고 안 부르고의 문제가 아니야. 곡이 묻히느냐, 빛을 보느냐의 문제야. 예성 학생의 앨범에 들어가서 곡이 공개되는 거랑 사람 몇 없는 공연장에서 아마추어 공연을 하는 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거랑 파급력의 차이가 얼마나 클지 느낌이 오지 않아?”
“하지만 전 이 노래로 인기를 끌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거기다 인기는 지금도 넘치도록 받고 있잖아요?”
내 말에 본부장님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씀하신다.
“예성 학생, 지금만 생각하지 마. 예성 학생, 가수 하루 이틀하고 관둘 거 아니잖아?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일이 없을까? 내가 잘못했구나. 만약에 예전에 이랬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안 할까? 가령 예성 학생이 시험을 봤을 때 답을 적었는데 틀렸어. 그런데 시험 볼 때 두 개 중의 하나를 고른 건데 틀린 거야. 애초에 다른 답을 적었다고 하면 맞았을 걸 하면서 후회한 적 없어?”
“그거야 당연히 있죠.”
“그거랑 같은 거야. 예성 학생, 지금에야 내가 안 부르니 상관이 없다고 할지도 몰라. 하지만 시간이 지났을 때 그렇게 생각할까? 작곡가들이 왜 기를 쓰고 기획사에 곡을 돌리고 공짜로 불러주기만 해달라고 하는지 몰라? 그리고 예성 학생이 작곡한 노래들이, 곡 의뢰가 들어온 기획사에 이야기가 되는 거 알지?”
당연히 안다. 다른 작곡가분들이나 군보 형이 그 작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네.”
“하지만 아직 다른 가수에게 넘긴 곡이 없어? 왜 그럴까?”
“다른 기획사와 이야기가 잘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맞아. 그럼 왜 이야기가 잘 안 될까?”
“글쎄요. 그건 원했던 곡이 아니라서 그런가요?”
내 말에 본부장님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오히려 그들은 제발 주기만 해라. 이런 식이야. 예성 학생, 잘 들어. 난 예성 학생이 소박하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방송에 목숨 걸지 않는 것이 참 좋아.”
“헐, 지금 반어법인가요? 젊은 사람이 꿈도 희망도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야기?”
“쯧쯧, 예성 학생, 나 이기호야. 우리 사이에 돌려 말할 필요가 있어? 말한 그대로야. 예성 학생이 욕심을 내지 않는 게 참 좋아. 흔히 말하는 스타병이 안 걸려서 좋다는 이야기야. 내가 이 정도야. 내가 제일 잘 나가. 이런 미친놈이 아니라 그저 노래하고 작곡하는 지금에 만족하는 모습이 좋다는 이야기지.”
“고맙습니다. 칭찬이죠?”
“아직 말 안 끝났어. 하지만 예성 학생, 소박한 거랑 자기 밥그릇 못 챙기는 거랑은 다른 문제야. 예성 학생, 예성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연예계에서 위치가 높···. 아니지. 가치가 크다고 해야겠지.”
“가치요?”
“그래. 예성 학생 스스로가 화제를 계속 생산하다 보니 스스로 못 느끼는가 본데, 예성 학생은 이미 스타 작곡가야.”
“누가요? 제가요?”
“그래? 예성 학생, 내가 오래전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을 거야. 작곡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히트곡이 있어야 한다고,”
“네. 그랬었죠.”
“‘그랬었죠’가 아니지. 예성 학생은 지금 스타 작곡가야.”
“네? 제가요?”
내가 놀라 물으니 본부장님도 덩달아 놀란다.
“몰랐어?”
“네. 당연히 모르죠.”
“아니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누가 말해줘야 알죠!”
“그걸 말해줘야 알아? 그냥 알고 있어야지. 예성 학생이 불러서 히트한 곡이 몇 개야? 거기다 레드엔젤을 1위로 만들기까지 했잖아. 그 한걸음은 말할 것도 없어. 자, 벌써 두 명의 가수를 히트하게 한 작곡가야. 한 곡만 히트해도 이놈은 누군데 이런 곡을 만드는 거냐고 찾아보는 게 이 바닥이야. 그런데 예성 학생은 자기고 다른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다 히트를 해버렸어. 심지어 우리가 이건 아니라고 말했던 스카이워커마저 초대박을 쳐버린 위대한 작곡가님이지.”
“아니 위대하다고 할 것까지야···.”
또 설레발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것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내 말에 본부장님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진다.
“아니, 누가 뭐래도 위대해. 특히 스카이 워커는 그래.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할 때 혼자 예스라고 했는데 예성 학생이 맞다고 모두를 이해시켜버린 노래야. 그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
본부장님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하지만 나는 이걸 되물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본부장님과의 대화 패턴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자동으로 내 입에서는 본부장님이 원하는 말이 나와 버렸다.
“모르겠는데요?”
‘제기랄, 완전히 말려버렸어.’
본부장님은 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층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니,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남들이 아니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한 예성 학생의 말이 옳았잖아? 이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라는 걸 왜 몰라?”
“그···. 그런가요?”
“그래. 예성 학생,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가 열렸어. 그런데 그것을 본 다른 나라의 디자이너들이 비웃어. 저게 무슨 옷이야? 왜 저런 옷을 입고 패션쇼를 하는 거지? 이렇게 말이야.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니까 자기 나라의 사람들이 그 옷차림을 하면서 우와 멋져 이러는 모습이 보이는 거야. 그런 모습을 보고 비웃었던 디자이너는 자신도 그 옷을 만들게 되었어. 이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이 들어?”
“제가 파리 패션쇼인가요?”
“바로 그거야. 예성 학생, 트렌드라고, 트렌드. 예성 학생은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작곡가라고, 스카이워커만이 아니야. 나와 일형이가 예성 학생이 노래를 만들어냈는지 수시로 체크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그거야, 제가 감추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
“다시 말할게. 내가 전속작곡가들이 곡을 만들어 놓은 게 있는지 궁금해할까?”
본부장님은 말씀하시며 나를 지긋이 바라보신다.
그 작곡가분들에 대한 예의상 ‘네’라는 답을 해줘야겠지만, 본부장님은 절대 확인할 스타일이 아니다.
“아니죠.”
“그래. 확인 안 해. 안 할뿐더러 궁금하지도 않아. 그런데 예성 학생에게는 수시로 체크를 해. 왜일까? 그만큼 예성 학생의 곡에는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퀄리티가 있기 때문이야. 예성 학생은 예성 학생의 노래가 순위에 오래 버티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당연히 생각해야지. 우리가 흔히 말할 때 이 세상에 나올 멜로디는 다 나왔다고 이야기를 해. 지금의 노래 순위에는 한 달을 버티면 손뼉을 쳐주는 시대야. 그런데 예성 학생의 곡은 한 달이 뭐야? 6개월이 넘은 곡도 버티고 있어. 이게 이상하지 않아?”
“듣고 보니 이상하네요. 왜 그럴까요?”
“그거야 당연히 다른 노래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예성 학생의 고유 색깔이 있기 때문이야. 다른 노래로는 대체할 수 없는 감성이 예성 학생만의 노래에서만 느껴지는 거지. 오죽하면 신예성 뮤직월드라는 말이 나오겠어?”
“그···. 그런가요? 역시 전 천재인 걸까요?”
웃자고 한 말인데 본부장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는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너를 천재라고 생각해.”
“헐. 본부장님 여기에서는 ‘그건 아니지. 예성 학생.’이라는 약속된 대사를 말씀하셔야죠.”
“그건 아니지 예성 학생. 천재 맞아. 일형이도 인정했어.”
“아니 지금 말고, 전에···. 하아, 아니에요. 그냥 제가 천재 하죠.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는데, 다시 돌아와서.”
“헐, 돌아오기에는 너무 먼 길을 가버렸지 않나요?”
“어허, 모로 가도 서울에만 도착하면 되는 거지. 예성 학생, 나와 일형이는 예성 학생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그런 예성 학생의 노래 중에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곡이 영원이야. 심지어 그저 시켜서 촬영만 하던 석태가 내게 와서 먼저 들어보라고 좋지 않냐고 먼저 이야기했던 곡이야. 그런 곡을 그냥 묻어버리겠다고?”
“아니, 제가 언제 묻어버리겠다고 말했어요?”
“ 예성 학생이 북두칠성에게 그 곡을 준다는 이야기는 묻어버리겠다는 말과 똑같아. 예성 학생이 그들을 좋아하는 것은 알겠는데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냉정해져. 그들이 영원을 불러서 히트할 수 있을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 무리야. 예성 학생, 그들이 크게 될 거라면 애초에 예성 학생처럼 슈스케 이후 성장을 해야 했어. 이미 주목을 받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지. 거기다 음악 활동을 짧게 한 이들도 아니잖아.”
“아니, 본부장님, 그렇게 말씀하실 게 아니라 일단 들어보시면···.”
“들어본다고? 음! 그래. 들어보자. 너랑 이야기할 게 아니라 북두칠성과 내가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네? 직접요?”
“그래. 너는 가서 연습하고 북두칠성들 좀 오라고 해라.”
“네. 저도 같이······.”
“넌 오지 마. 사업적인 이야기니까.”
“네.”
예성이 사무실을 나가자 이기호는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탁, 탁, 탁
‘영원을 편곡했다고, 허, 이 사람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이기호는 전화기를 들어 군보에게 연락했다.
“네. 본부장님”
“군보야, 너 혹시 영원을 북두칠성에게 들려준 적 있어?”
“네. 제가 작업할 때 들어와서 그들이 곡을 본 적이 있습니다.”
군보의 말에 이기호가 고함을 쳤다.
“야! 이 미친놈아, 네가 정신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미발표 음원을 기획사 내의 관계자가 아닌 사람에게 들려줘도 곤란한 판에 회사와 관계도 없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다니 미쳤어?”
“아니 저는 그냥···.”
“그냥이고 저냥 이고, 네가 곡을 들려주는 바람에 그놈들이 영원을 자기가 부르고 싶다고 예성이에게 말했다고 한다.”
“네에~? 아니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해요?”
“당연한 거 아니냐? 좋은 곡을 보면 당연히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하지만 부르고 싶다고 다 부르면 아마추어가 왜 아마추어일까? 아무튼, 너 3개월 감봉이다.”
“네? 본부장님, 갑자기 전화하셔서 감봉이라니요?”
“군보야, 너 임마, 이거 회사 기밀유출이야. 회사가 소송을 걸어도 넌 할 말이 없어. 네가 저지른 건 그런 일이야. 보안이 뚫려서 유출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유출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
“…. 하아, 죄송합니다.”
“됐고, 너 제대로 일해. 또 이러면 곤란해. 예성이가 그러면 말려야 할 놈이 오히려 유출하면 되겠어?
“죄송합니다.”
“아무튼, 너 시말서랑 감봉이다.”
“네.”
“예성이에게는 아무 말 안 할 거야.”
“알겠습니다.”
이기호는 전화를 끊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 단속해야 했나? 이건 내 실수기도 하구나. 아마추어를 데려오면서 이런 일에 관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니.’
잠시 후 북두칠성이 이기호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왔어요? 일단 앉아요.”
“네.”
이기호는 일어나 북두칠성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말을 꺼냈다.
“리더가 태수 씨던가요?”
“네. 그렇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말할 테니 잘 들어요. 편곡한 곡 우리에게 넘기세요.”
“네?”
태수는 이야기를 듣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가 잘 안 됐다는 말을 예성에게 들었지만, 편곡을 넘기라니.
하지만 기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말을 했다.
“놀랐나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놀랐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정말 몰라서 물어요? 미발표된 곡을 멋대로 가져가서 편곡하고는 마음에 든다고 부르게 해달라니? 그게 어느 나라 상식인가요? 여러분들이 한 행동은 절도에요. 모르겠어요?”
“헉, 아니 말씀이 좀 심하···.”
“심한가요? 심한 건 여러분들이죠. 여기가 어디 아마추어 놀이터인 줄 알아요? 여기는 스타들이 활동하는 연예 기획사입니다. 그런 곳에 와서 몰래 곡을 빼가다니.
당신들은 간이 부었어요? 예성이가 어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 하는 마음이 큰 아이죠. 예성이가 댁들을 불러서 같이 콘서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 내가 허락한 이유는 단 하나에요.
예성이가 마음에 들어 하니까. 당신들도 알겠지만 예성이는 기분파 가수에요. 당신들과 콘서트를 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에 내가 승낙을 한 겁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당신들보다 뛰어난 이들을 구할 수 없어서 당신들을 선택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에요.
당신들이 기획사를 시끄럽게 만들어도 마찬가지였어요. 예성이가 당신들을 좋아하니까 가만히 있었던 겁니다.
예성이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기획사라는 곳이 외부 사람이 설치고 다니게 두는 그런 무른 회사가 아닙니다.”
태수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할 말이 없었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걸 잠시 망각했던 모양이다. 자신들은 음악에 목숨을 걸었지만, 세상의 평가는 냉정하다. 예성과 콘서트를 하면서 자신들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거마냥 착각했다.
사람들이 환호하고 응원하는 것이 자신들을 향한 것인 줄 착각한 것이다.
‘호가호위인가?’
“당신들이 락을 해서 자유로운 행동을 하는 건 참아 줄만 합니다. 하지만 너무 나갔어요. 미발표된 곡을 편곡하다니 도대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것도 앨범에 실릴 곡을 말이에요. 그거 도둑질인 거 몰라요?”
“아니 도둑질이라고 하시···.”
“도둑질이 아니라고 할 건가요? 그럼 그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당신들의 것도 아닌 것을 마치 당신들 것마냥 고쳐서 자신들이 부르겠다니? 이게 어느 나라에서 용납이 되는 행동인가요?”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게 아닌가요? 예성이가 만든 곡이잖아요?”
가만히 듣던 기수가 말을 했다.
“그래서 예성이가 허락한 후 당신들이 편곡했어요? 그랬다면 예성이가 나에게나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는 건 당신들이 더 잘 알 겁니다. 그리고 나에게 그 이야기가 들어 왔다면 내가 허락했을까요?”
“…”
이기호의 말에 북두칠성들은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닙니다. 그냥 곡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영감이 떠올라 작업을 했고, 그러다 보니 욕심에 눈이 멀었나 봅니다.”
태수가 고개를 숙이면서 사죄를 했다.
“그걸 아니까 이렇게 말로 하는 겁니다. 아니었으면 이미 변호사 불러서 소송하고도 남았어요. 예성이가 작곡한 곡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치가 훨씬 큽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걸 잠시 망각했을 뿐입니다. 곡 넘겨 드리겠습니다.”
“야!”
다른 멤버들이 태수에게 소리쳤지만, 그들도 내심 자신들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기호는 말했다.
“예성이, 어리고 착해요. 그렇다고 이렇게 이용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당신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밖에 보이지가 않네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고의는 아닙니다.”
“사과는 받아들일게요. 이런 사고가 있지만, 그래도 공연 준비는 차질없이 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예성이에게는 쓸데없는 말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네.”
북두칠성은 사무실을 나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슈발,”
“왜?”
“아니, 그냥, 왜 이렇게 됐나 싶어서.”
“우리가 너무 들떴었다. 안 그러냐? 태수야”
“그래. 히트가 예정된 곡인데, 우리에게 주기는 좀 아깝지.”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애초에 우리가 도둑질했다잖아. 틀린 말이 아니라 듣는데 등에서 식은땀 나더라.”
“그런데 우리야 그렇지만 군보 형 괜찮을까? 저 사람 지금 보니 장난 아닌데?”
“나도 예성이랑 매번 농담 따먹기를 하길래, 참 한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무섭네. 무서워.”
“별일 없으면 좋겠는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들이 군보 형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런 와중에 명태가 진지한 표정으로 친구들에게 말했다.
“예성이에게는 아무 말 하지 말자.”
“그래. 쪽팔린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 없다는 것을 예성이가 알아서 좋을 건 없어.”
“그래. 이건 비밀이다.”
그들은 큰 비밀을 숨긴다는 생각으로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예성이 이들과 만났을 때부터 참 생각 없고 나잇값 못하는 형들이라 생각하고 있던 것은 예성만의 비밀이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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