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53
148.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
이 여사는 희망보육원을 찾았다.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다.
명절 음식을 하는 방송을 찍을 때 만났던 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육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주 오지는 않았다.
그게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말이죠. 정을 쉽게 붙여요. 쉽게 붙이는 만큼 쉽게 상처를 받아요. 이 여사께서 자주 방문을 하시면 아이들은 좋아할 겁니다. 하지만 그러다 이 여사께서 일이 바빠 잠시 방문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큰 상처를 받고 맙니다. 어려서 버림받아서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인데 그런 상처를 또 받으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조 사장님의 말에 이 여사는 날짜를 정해놓고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은 그 생각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다시금 느꼈다.
딸이 아프다는 말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그런 마음이 든 것이다. 남는 시간마다 드나들었다면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은 이 아이들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서 오는 것이지 상처를 주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보육원의 아이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건 자신이었다. 어릴 때의 아들과 딸이 생각나서 더욱 그렇다.
“춘자 언니, 홍아, 오늘도 고생 좀 해볼까요?”
“아이고, 이사장 나도 내가 좋아서 오는 거야. 이거 왜 이래? 맨날 칙칙한 아저씨들만 보다가 여기 와서 똘망똘망한 아이들을 보면서 눈에 쌓인 피로를 풀 거야.”
“네. 춘자 언니”
“맞아요. 사장님. 이건 봉사가 아니라 저희가 힐링을 받고 가는 날이에요. 매일 칙칙한 아저씨들이 들락거리는 식당에서 일하다가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의 위안을 받는지 몰라요.”
“흥, 미안하구나. 칙칙한 아저씨들이 드나드는 식당이라.”
“어머, 사장님, 제 말이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알아. 얼른 내리자. 아이들 기다리겠다.”
“네 벌써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있네요. 호호”
이 여사가 홍이의 말에 창문을 쳐다보니 조그만 머리들이 창문으로 올라왔다 내려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여사는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얼마나 귀여운 모습이란 말인가?
차에서 내려 창문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창문에서 아이들의 머리가 사라졌다.
잠시 후 두두두두.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이 여사에게 달려왔다.
“와~아, 고기 아줌마다.”
“응. 고기 아줌마야. 기다렸어?”
“네, 아줌마, 오늘도 고기에요?”
“응. 고기야. 많이 가져 왔으니 많이 먹어.”
“네.”
“점심을 위해 오늘 난 아침을 굶었어요. 선생님께서 혼내셨지만, 꾹 참았어요. 남자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게 있으니까요.”
“흥, 고작 고기를 양보할 수 없는 너는 얼마나 좀팽이일까?”
“흥, 여자 주제에 같이 굶었던 넌 그런 말 할 자격도 없어.”
“이씨, 해보자는 거야?”
“내가 겁먹을 줄 알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여사는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딱 아들과 딸이 어릴 때의 모습이 저랬었다. 딸은 초등학생 때 언제나 아들을 이겨 먹으려고 했기 때문에 매일 싸우기 일쑤였다.
‘아이들이 참 밝구나.’
여기 오기 전만 해도 이 여사가 상상하기로는 세상에 상처받은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육원이라는 곳은 뜻밖에 활기가 넘치는 공간이었다.
힘들게는 살지언정 웃음을 잃지 않는 곳이다.
“자자. 싸우지 말고, 아줌마가 오늘 고기를 많이 가지고 와서 옮길 게 많아 도와줄래?”
“네. 그럴 줄 알고 아이들 다 데리고 왔어요. 야! 들어.”
아이들이 차로 우르르 몰려들어 짐을 나눠 들기 시작했다. 조막만 한 아이들이 낑낑거리면서 짐을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 여사님, 아이들에게 도와주겠다고 할 때 거절하지 마세요. 그 아이들 나름의 부담을 없애는 행동입니다. 아이들도 사람이라 무작정 받기만 해서는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불행한 아이들이라는 것은 스스로가 잘 압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고집이 있는 아이들이라 스스로 할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일을 도와 마음의 부담을 떨치고 싶어 하는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조사장으로부터 들었던 터라, 이 여사는 일부러 손이 많이 가더라도 소포장을 해서 재료들을 담아왔다.
그래서 아이들이 옮기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번거로운 행동이었지만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장, 보기 좋다. 그지?”
“맞아요. 언니”
아이들이 짐을 나를 동안 이 여사는 원장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왔어요. 자주 오고 싶지만, 생활이 바빠서 시간이 잘 나지가 않네요.”
그 말에 원장은 다 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지금이 딱 좋습니다. 부디 발길만 끊지 말아 주세요.”
“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아이들이 이날 아침만 되면 단식투쟁을 불사하네요. 하하”
“어머, 그래요?”
희망보육원은 50명의 아이가 있는 큰 곳이었다. 지금은 조 사장님이 후원하고 있지만, 애초에 이곳은 이름있는 중소기업이 후원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그러다 보니 건물도 좋고 시설도 깔끔했다.
하지만, 정작 만들어지고 나서 얼마후에 지원을 끊어버려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보육원에 조 사장님이 손을 내밀어서 유지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조 사장님이 이곳에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 풍족하지는 못했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풍요롭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저 운영이 빠듯한 곳이 바로 희망보육원이다.
그런 곳이라 이 여사가 방문하는 오늘이 아이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
이 여사는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려 내었다. 음식이 남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모자라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이 여사가 만든 음식이라 풍족하기 그지없다.
“허 헉, 꼬기님이 산이 되어버렸어.”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한 달을 기다렸다고.”
“고기 밑에서부터 빼먹으면 무너지니까 위에서부터 먹어. 특히 꼬꼬마들, 너희 깃발 무너뜨리기 게임을 하듯이 먹으면 혼난다.”
고등학생들이 아이들에게 주의를 시킨다.
“많이들 먹어. 이번에는 특별히 고기가 많아. 고기를 가져다주는 아저씨가 너희들 먹는 고기라고 하니까 특별히 더 많이 줬어. 먹고 모자라면 이야기해.”
“네. 고기 아줌마. 아줌마가 짱이에요.”
“아줌마가 고기 줘서?”
아이는 이 여사의 말에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그래. 고마워.”
“아줌마도 같이 앉아서 드세요.”
“그래 먹자.”
고기를 먹는 와중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슬금슬금 이 여사의 곁으로 다가와서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주머니.”
“응. 왜? 고기 더 줄까?”
이 여사의 말에 화들짝 놀라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초등학생들이 말한다.
“우와! 중구형이 외부 사람에게 말 거는 거 나 처음 봐.”
“그러게? 매번 방에서 컴퓨터 하느라 우리랑 놀아주기는커녕 이야기도 하지 않는 형인데, 외부 사람에게 말을 걸다니?”
어린아이들의 말에 자신에게 말을 건 아이가 말수가 많은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아이를 살피는데 묘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 다쳤니? 소독은 하고 붕대 감은 거니? 어디 아줌마가 좀 보자.”
“고기 아줌마, 다친 거 아니에요. 그냥 감고 있는 거예요.”
“중구형은 중이병이에요.”
“어머, 그런 거니? 아! 어쩐지 낯설지 않더라니. 우리 아들도 예전에 그러고 놀았는데···.”
이 여사의 말에 중구의 눈에서 빛이 났다.
설마 진짜란 말인가? 이분이 바로 갓 예성님을 낳으신 성모마리아 이현정 님이란 말인가?
“저···. 저기 아드님이 정말 갓예···. 아니 신예성 님이 맞으세요?”
“어머, 우리 아들 아는 거니? 하긴 우리 아들이 좀 유명하지. 내가 자랑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들이 요즘 정말 핫 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랑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야.”
“이 사장, 두 번이나 말해서 아무리 다르게 들으려고 해도 자랑하는 거로밖에 안 들려.”
“어머, 그래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런 후 고함이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들었어?”
“우와 고기 아줌마가 신예성 엄마래.”
“어쩐지 고기 탑을 쌓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아줌마라 생각했지만, 설마 신예성 엄마라니.”
“떽! 신예성이라니, 너희들보다 오빠고 형이니까. 이름을 막 부르면 못써.”
“네. 죄송해요. 아줌마.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 연예인 가족은 처음 봤어요.”
“그래? 나도 아직 연예인 가족은 아들 친구밖에 못 봤어.”
“우와 보셨어요?”
“그래. 우리 아들 친한 친구 중에 상우라는 아이가 있거든.”
그러자 여자아이들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어머, 설마, ‘절벽 위에 핀 꽃’ 김상우 님!!”
“헐, 절벽 뭐시기는 또 뭐니?“
“인간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얼굴을 가진 미남이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불러요.”
“그러니? 상우가 잘 생기긴 했지. 분하지만 내 아들이 아무리 잘 났어도 얼굴로는 상우에게 안 되지.”
“그럼요. 상우 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너 고기 그만 먹어야겠다. 엄마 앞에서 감히 아들을 까다니.”
이 여사가 고기 뺏는 시늉을 하자 여자가 필사적으로 접시를 잡았다.
“아줌마, 그게 아니라······.”
“누나가 잘못했네. 얼굴만 믿고 사는 상우와 대한민국을 접수하신 신예성 님을 비교하다니···.”
“이씨, 상우 님은 한국이 좁아서 중국 접수하러 갔거든. 땅이 넓어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그거야 결과가 말해주는 거지. 살아는 있으려나?”
“이씨, 살아 있어! 살아 있다고! 지금 드라마 찍고 있거든.”
“맞아. 상우 잘살고 있더라. 얼마 전에 아줌마가 확인하고 왔어.”
“우와~, 아줌마, 상우 님도 봤어요?”
“그래. 아들이 중국에 갈 일이 있어서 상우 집에 며칠 묵었어. 사진 보여줄까?”
“네.”
이 여사는 그 날 처음으로 연예인이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그저 고기 아줌마였을 뿐인데, 아들이 연예인이고, 아들 친구마저 연예인이니 아이들이 자신을 우러러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들부심이 넘치는 이 여사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우리 아들 한 번 데려올까?”
“헉, 정말요? 예성 오빠 지금 한 창 바쁘지 않아요?”
“그래도 내가 누구니? 예성이 엄마 아니니? 아들이 내 말이라면 껌뻑 죽어요.”
“우와 언제요?”
“아들이랑 시간을 맞춰볼게.”
“우와~ 아줌마. 짱!짱!이에요.”
“그러니? 너희들도 우리 아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 열심히 해.”
그 말에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솔직히 그건 아니잖아요. 예성 오빠 성적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맞아.”
“그래. 성공의 방법은 공부만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한 분이시지.”
아이들의 말에 이 여사는 다시는 공부를 들먹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내가 아들을 붙잡고 성적을 중간은 가게 해야 했는데···.’
보육원을 나선 이 여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사장, 뒤늦게 걱정이 돼?”
“춘자 언니, 좀 말리지 그랬어요?”
“그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말려?”
“그래요. 사장님, 입이 귀에 걸렸어요. 하여간에 예송이 일이라면 그저 입가에 미소가 그치질 않네요. 그런데 애들 정말 너무해요. 나도 TV 나왔는데 아무도 못 알아보네요.”
“바랄 걸 바래라. 아이들이 내 사랑 아시아를 볼까? 요즘에 볼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예송이도 나왔잖아요?”
“아니면 베트남 여자라서 그런지도 몰라.”
“그럴까요?”
“아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들 요즘 바쁜가 보던데?”
“그러게. 아이들이 크게 실망할 거야.”
****
“뭐? 보육원?”
“응.”
엄마의 말에 나는 놀랐다. 이야기를 들으니 나랑 같이 가고 싶다는데,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이야기에 놀란 것이 아니라 나 모르게 보육원에 봉사를 다니고 있다는 데서 놀란 것이다.
“엄마, 봉사 활동도 하고 있었어?”
“활동까지는 아니고, 조 사장님이 소개해 준 곳인데, 엄마가 이제 아들이 돈을 버니까, 식당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할 일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조 사장님이 그러면 봉사활동을 해보는게 어떠냐고 권하시더라.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곳에 직접 그 온기를 나누어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하시면서 말이야.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가고 있어.”
“그래? 언제 가면 되는데?”
아들의 말에 이 여사가 놀라 말했다.
“아들, 바쁘지 않아?”
“별로 안 바쁜데, 노래야 인기가 넘치고, 그냥 음악방송 있는 날만 피하면 돼.”
안 그래도 ‘영원’이 1위 후보란 소리에 기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다음날 회사로 가서 이야기했다.
“뭐? 갑자기 보육원은 왜?”
석태 형이 내가 하는 말에 놀란다.
그럴 만도 했다. 이때까지 봉사에 관심을 가지기는커녕 일언반구의 내색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흠, 보육원이라···. 나쁘지는 않은데, 방송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축제도 찾아주는 곳이 뜻밖에 적으니까.”
“그냥 없죠.”
“그래. 없다. 돌려서 말해줘도 싫냐?”
어느새 나는 최고의 가성비에서 최저의 가성비를 가진 가수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게임도 억억거리고, 광고도 억억거리게 되니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몸값이 오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값이면 다른 가수를 쓰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축제에 목숨을 걸지도 않고, 이제 돈 돈 거리지 않아도 돈이 쌓이고 있었다. 굵직한 거 하나가 자잘한 여러 개보다 나은 것이다.
“형, 이건 허락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하는 겁니다. 형이 말린다고 해서 안 할 게 아니에요. 엄마가 저에게 처음으로 하는 부탁인데 거절할 수는 없어요.”
“나도 말릴 생각 없다. 나는 네가 그런 일을 해도 좋고 뭔가 새로운 걸 경험하는 것은 무조건 찬성이다.”
“혹시 기자나 방송 붙일 생각도 하지 마세요.”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일 없다.”
시간이 지나 엄마를 따라 보육원을 방문하게 되는 날이 왔다.
“엄마, 섭섭해. 정말 섭섭하다고,”
“뭐가?”
“아들은 생선을 먹이더니, 보육원에는 고기가 넘쳐나네! 넘쳐나.”
“누구 아들이라 이렇게 속이 좁을까? 안 그래? 홍아”
“사장님, 이런 때 쓰는 속담이라면서 배웠어요. 누워서 침 뱉기라고 하죠?”
“이제 띠용이는 한국 사람이 베트남말 하는 여자가 다 됐어.”
“호호, 고마워요. 춘자 언니.”
그런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보면서 물었다.
“매번 이렇게 같이 가시는 건가요?”
“그렇게 됐어. 나야 가족도 없고, 시간은 남아도니까.”
“나도 내가 남을 도울 기회가 있다니까 좋아. 물질적으로는 힘들지만 이렇게 같이 하다 보면 내가 좋은 사람처럼 느껴져.”
“그래요?”
“그런데 사장님, 제 친구들이 자신들도 같이할 수 있겠냐고 묻는데 어떻게 할까요?”
“띠용 씨 친구면 외국사람 아닌가?”
내가 그냥 물었는데 띠용 씨가 눈을 치켜뜬다.
“예송이, 너 지금 외국인 차별하니?”
“아니 여기서 그게 왜 나와요? 그냥 물어본 건데?”
“흥, 우리도 남 도울 줄 알거든. 거기다가 아이들에게도 좋을 거야. 여러 나라 음식을 해서 맛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우리에게도 우리나라 문화를 한국에 알리는 뜻깊은 자리가 될 거야.”
“요즘 띠용 씨 너무 유식해진 것 같아 낯설어요.”
“흥, 그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는 걸 남들도 알았으면 해.”
“홍이가 사람들을 다독일 수 있으면 해도 돼. 하지만 홍이도 들었지? 가벼운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되는 거 알지? 꾸준한 게 중요한 거야.”
“네 사장님. 제가 사장님의 식당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게 바로 꾸준함이랍니다.”
엄마가 일을 키우는 느낌이다.
“엄마, 나중에 이러다 혹시 재단 만들고 이럴 건 아니지?”
“아들, 엄마를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엄마는 그럴 깜냥이 되지 못해요.”
보육원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모두 입구에 나와 우리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 밴이야. 정말 왔나 봐.”
“역시 이 세상의 최고 권력자는 엄마야. 친구들도 같이 놀다가 엄마가 부르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가잖아.”
“그래. 같이 군것질하다가도 엄마가 먹지 말랬어. 이런 말이 가슴에 비수를 꽂지.”
그들의 눈에 고기 아줌마들과 신예성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헐, 대박, 진짜 왔어. 어쩌지?”
“가슴이 콩닥콩닥해.”
차에서 내려서 이 여사는 어리둥절했다.
“어라, 아이들이 짐을 들어 주러 안 오네.”
“이 사장, 예성이가 낯선가 보지.”
“그런가? 아들 손이라도 흔들어줘.”
엄마의 발에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오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손짓하니 우르르 달려왔다.
“안녕, 나 불렀다며?”
가볍게 인사를 했다.
“우와 부른다고 진짜 왔어.”
“당연하지, 건물주보다 무섭다는 엄마야.:”
나는 이 세상 모르는 초딩에게 진실을 알려주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허, 이 초등학생아, 건물주보다 무서운 건 이 세상에 없어. 엄마는 그저 위대한 사랑일 뿐이야.”
“우화, 쩔어, 말하는 거 봐. 중구형 같아.”
“어서 짐이나 들어. 꼬꼬마들아.”
“네.”
짐을 옮기고 나니 아이들이 나에게 몰려들어 사인을 요구했다.
“형, 저 사인 열 장만요. 그리고 인증사진도 부탁해요.”
“열 장이라니? 너 설마 내 사인과 즈위 사인을 바꾸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저를 어떻게 보고 그래요? 형 사인이 즈위 사인보다 더 가치 있어요. 그냥 친한 친구들이 받아달라고 했어요. 인증사진은 그 친구들이 사인이 진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거예요.”
그런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자 그 아이는 슬며시 눈을 피한다.
“뭘 받기로 한 거냐?”
“비···. 비밀이에요.”
“좋아. 묻지 않아. 하지만 값어치가 없는 것은 곤란해. 왜냐하면 난 핫한 남자니까.”
“네.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는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후 300장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사인 세례가 벌어졌다.
하지만 나쁜 기분이 들기는커녕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나를 선망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일과가 끝이 나고 식사시간이 되자 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고 고기를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그런 나를 낯선 시선으로 보았다.
“우와~ 형 완전히 깨네요. 고기를 마치 걸신들린 듯이 먹어요.”
“너도 생선만 먹고 지내봐라. 이렇게 안 되나?”
“돈 많이 벌잖아요.”
“흠,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너희들이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니?”
내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너희들이 보육원에서 차려주는 음식을 먹듯 나도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어. 엄마는 너희들에게 이렇게 고기를 푸짐하게 주지만 집에서는 생선을 매일 줘. 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을 먹나?”
“우와~ 형, 불쌍해요. 우리는 그래도 두 번은 나오는데.”
“부···. 부럽구나.”
식사를 끝내니 보육원 원장님께서 나에게 아이들에게 좋은 말을 해달라고 하신다.
“어린 제가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내 말에도 원장님이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
“그냥 희망이 담긴 이야기를 해주면 좋아요.”
“흠, 그런 거 잘 못하는데.”
하지만 부탁에 하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오늘이 특별한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다 해줄 만한 말도 생각이 났다.
“음, 나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나는 어릴 때 아버지 돌아가셔서 엄마의 손에서 자랐어.
하지만, 엄마는 돈을 버시느라 바쁘셔서 우리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어. 너희들도 학교에 다녀 알겠지만, 학교는 부모님이 필요한 행사가 참 많아. 학예회, 소풍, 학부모 참관일, 운동회 등등. 하지만 그런 일과에 우리 엄마가 참가한 적은 없어.
나와 동생을 먹고 입히기 위해서는 돈을 버셔야 했거든. 그래서 나는 너희들이 지금 학교에 다니는 것과 비슷하게 학교에 다녔어. 행사에 부모님이 오신 적이 없어.
물론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나는 말을 끊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엄마에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야. 너희들이 학교에서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는 때가 아마 그런 때가 아닐까 싶어서야. 남들은 다 부모님들이 와서 함께 하는데 나는 혼자라고 느낄 테니까. 그렇지?”
아이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어. 그리고 그때마다 한 친구가 나에게 함께 하자고 말을 걸어왔지.”
“상우 님이요?”
“그래. 상우 님은 아니고 상우지. 너희들에게도 친구들이 있을 거야. 그렇지?”
“네.”
“그런 친구들과 지내다가 아이들이 부모가 같이하자고 하면 괜한 자격지심 느끼면서 거절하지 마. 그냥 가서 같이 즐겁게 보내. 안 그러면 모처럼의 행사가 재미없잖아. 그렇지?”
아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내가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느낀 것은 사람은 절대 혼자서 성공할 수가 없어. 내가 아무리 잘나도 주위의 도움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야.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핫한 가수지. 1위를 하는 가수니까 안 그래?”
“우와~ 재수. 자기 입으로 이야기했어.”
“하지만 이런 나라도 내가 잘나서 성공했을까? 내가 노래를 만들어도 그 노래가 세상에 빛을 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줘야 해. 알지?”
“네.”
“하지만 그 도움을 내가 거절하면 내 노래가 이렇게 떴을까? 그건 아닐 거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너희들이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자존심 상해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야.
너희들이 평생 지금처럼 어리지 않아. 나중에 커서 너희들이 받았던 도움을 남에게 다시 베풀어 주면 되는 거야.
마지막으로 옆의 친구들과 잘 지내라. 어떤 친구가 성공할지 몰라. 나중에 괄시했던 친구가 성공해서 배 아파하면 늦어.”
“에이. 마지막이 왜 이래요?”
“이게 제일 중요해.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하고.”
“형도 공부 못하잖아요?”
“하지만 나는 노래를 잘하지. 넌?”
“헉!”
“그런 거다. 나처럼 뭔가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거기에 모든 것을 거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어설프게 ‘이거 하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은 안 좋아.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하니까. 공부라는 것은 나중을 위한 준비야.
난 꿈이 없는데, 아니면 나중에 뭐로 먹고 살까? 이런 생각을 한다면 지금 공부를 하면서 찾아보면 되는 거야.”
“끝으로···.”
“아~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같아. 마지막으로, 끝으로.”
“이 녀석이, 내가 알다시피 가수라서 마지막은 내 불후의 명곡인 ‘스카이워커’를 부르면서 마무리할게.”
“와~”
짝짝짝.
이 아이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한 이유도 이런 이유였을 거로 생각한다. 나를 보는 것도 좋지만 내가 부르는 노래를 곁에서 듣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노래를 부르니 아이들도 다들 아는 노래라 그런지 함께 부른다.
그 뒤로 작은 공연을 펼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줄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고, 가진 거라곤 이 목소리밖에 없는 나 아닌가?
노래를 부르면서 엄마를 보니 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계신다. 행여 상처가 되는 말을 한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남들과 다른 가정에서 자란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괴로움을 동반한다. 나는 왜 하필···. 왜 나에게···. 라는 괴로움을 선사한다. 하물며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더 심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하는 이야기가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보육원의 일을 마치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미안해. 괜한 이야기 꺼내서.”
“아니야. 아들 오늘 아들이 얼마나 의젓해 보였는지 몰라. 엄마가 뿌듯해.”
“하지만···.”
“아들이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엄마도 항상 마음에 걸렸었어. 하지만 이렇게 번듯하게 자라줬으니 좋기만 한걸. 거기다 이제부터 함께 지내면 되잖아? 그렇지?”
“맞아. 그런 의미에서 다시 고기반찬 콜?”
내 말에 엄마는 정색한다.
“아들,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지. 안돼”
“엄마!!”
보육원의 방문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이 되었지만 한 아이가 내 모습을 찍었는지 또 유투브에 올라왔다.
‘슈발, 또 올라왔어. 어제 초상권을 주장했어야 했나?’
[캬, 반듯하게 자랐구나. 지금처럼만 자라다오. 누나가 격하게 아껴주마.] [정말 멋지네요. 우리 엄마가 신예성 좋아하는 이유가 이해가 돼요.] [건강하게 자라만 주면 바랄 것이 없지만, 저렇게 반듯하게 자라줘도 좋을 것 같네요.] [저도 보육원에서 살고 있어요. 세상의 시선에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오빠의 말에 큰 위로를 받고 가요.] [저런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니 이런 명곡들이 줄줄이 만들어지는구나.]후속타로 기사가 쏟아졌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지겹지도 않은가? 뭔가 이야깃거리만 있으면 기사를 써 갈긴다.
그런 기사 속에 하나의 기사가 내 눈에 들어왔다.
금액에서 놀라기도 했지만, 찍힌 사진이 더 놀라웠다. 조 사장님이 금액을 받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거기다 찍혀있는 팬클럽 대표도 낯설지 않았다. 자신이 악수회를 하러 가서 만났던 이 여사라고 불리는 아줌마였다.
‘1억이라니······.’
기사를 보고 조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성이냐?”
“네. 사장님. 기사 난 것 보고 전화했어요. 무슨 일이래요?”
“나온 대로다. 갑자기 전화해서는 기부에 관해 묻기에 오시라고 했다. 너 배경이 좋구나.”
“배경이요?”
“나도 아는 분이더라.”
“네. 있어 보이는 분이긴 하셨죠. 그런데 1억이면 금액이 너무 크지 않은가요?”
“걱정하지 마라. 그분 혼자 내는 게 아니라 십시일반으로 모았다고 말씀했어. 보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아. 그냥 자신이 어울리는 이들끼리 모았는데도 그렇게 모였다고 하더라. 거기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지속해서 후원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거겠죠? 그러다 또 후원이 끊기면···.”
“신경 쓰지 마라.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도 후원이 없고, 나중에도 후원이 없는 것보다는 지금만이라도 있는 게 낫지 않겠니? 거기다 그분들 같은 경우는 자존심이 있어서 웬만하면 후원을 끊지 못해.”
“그런가요?”
“그래. 예전에 네가 한 말이 생각나서 왔다고 하더구나. 예성이 네 엄마가 기부할 때, 생색내기로 봐도 좋다. 그저 나의 기부가 다른 이들에게도 기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면 족할 뿐이다. 말했던 거 기억나?”
“아, 그 당시에는 겉멋이 들어서···.”
“결국, 네 말대로 됐구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너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기부나 봉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면 좋은 일 아니겠냐?”
“그렇기는 합니다만.”
“너에게 어떻게 하라는 게 아니다. 그저 지금처럼만 해라. 소신껏 네 생각대로.”
“그저 엄마 손 잡고 갔을 뿐인데.”
너무 나를 크게 보는 느낌이다. 나는 그런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걸로도 좋아. 그저 지금처럼 엇나가지만 않으면 네 주위의 사람들이 너를 지지해줄 테니까.”
“네. 사장님”
조 사장님과 통화를 하고 난 후의 본부장님께서 의외의 제안을 해왔다.
“예성 학생, 자선 콘서트 한번 열까?”
“네? 자선 콘서트요?”
“그래. 재능기부 형식으로 가수들을 모아서 한 번 열어볼까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저야 뭐 준비된 재능기부 가수긴 한데.”
생돈을 남에게 주는 거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재능기부라면 언제든지 좋다.
“없으면 우리끼리 해도 되지. 딕스야 무리지만 뷰티핑크는 네가 전화하면 와줄 테고, 레드엔젤도 시간 빼면 되고, 네 슈스케 친구들도 부르면 되겠지. 안 그래? 사람 많으면 한 곡만 하고, 아니면 여러 곡을 예성 학생이 책임지면 되는 거지.”
나는 본부장님의 말에 게슴츠레하게 쳐다봤다.
“웬일이세요? 이런 돈 안 되는 일에 나서자고 하시고?”
“글쎄, 그냥 나도 좋은 일 한번 해볼까 해서 말이지.”
본부장님의 말에 나는 계속 뚫어지라고 본부장님의 얼굴을 쳐다봤다.
“하아, 알았어. 실은 예성 학생 팬클럽에서 제안이 들어왔어. 자신들이 자선 행사를 해볼까 하는데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가해줄 수 있겠냐고.”
“그래요?”
“그래. 들은 김에 판을 키워볼까 해. 스타들의 애장품도 내놓고 해서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할 것 없이 참가하는 그런 행사를 만들어 좋은 일 한번 해보자.”
“네. 좋은 일이라는데 해봐요.”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진행한다.”
“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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