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55
150. 시대의 부름인가? >
이기호는 예성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본부장님, 바자회 때 저는 선글라스를 팔아볼까 해요. 삼촌네 회사에서 땡처리 상품을 지원해준대요. 동생이랑 함께 자리 깔고 열심히 할게요.”
‘하아, 이놈을 어찌하면 좋을까? 올림픽 경기장 한쪽 구석탱이에 부스를 마련해야겠구나.’
“조······. 좋은 생각이구나. 장소는 내가 알아서 준비해줄 테니 너는 걱정하지 말고 일본에 갈 준비나 잘해.”
“준비할 게 있나요? 이랏샤이마쎄!’라고 하면 하지메 마시떼! 신예성 데스. 이러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
“어디 음식점 들어가니? 이랏샤이마쎄는 왜 나와?”
“그냥 그렇다고요.”
“그래. 잘해라. 어차피 석태가 옆에서 통역해줄 테니.”
“아! 중국에서 석태 형의 통역이 시원찮았는데?”
“그래?”
“네. 여자분의 목소리를 석태 형 통역으로 들으니 못 들어주겠더라고요.”
“여자를 붙여줄까?”
“네. 프로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알았어. 그리고 예성 학생, 먼저 요구하니 좋잖아.”
“그런가요? 그럼 저도 이제 저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할게요.”
“권리씩이나 행사하려고?”
“네. 회사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올 때는 당황스러우니까요.”
예성의 말에 기호는 속이 탔다. 하필이면 하고 많은 날 중에 지금 그런 마음이 드는 거란 말인가?
“흠, 하필이면 왜 지금인데? 조금 더 참지.”
“네?”
“아니다.”
‘곤란하게 됐군. 극비로 진행하는 것이 맞겠어. 이놈은 설득하기에는 같이 해보자고 설득하는 것보다, 다 준비해놓고 지금 네가 하지 않으면 많은 이들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식으로 설득하기가 쉬워. 마음이 여린 예성 학생이니까.’
기호는 예성의 어머니인 이 여사를 먼저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성과 이야기를 나눈 후 이기호는 석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석태야 그쪽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어?”
“네. 본부장님, 이미 두 번 손을 맞춰서 그런지 빠릅니다.”
“그래?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담당자들과 함께 돌아보면서 설명을 들으면서 하나하나 확인해. 그게 다 공부야. 앞으로 예성이는 콘서트를 위주로 하게 될 거다. 이제 네가 그것을 배워서 나중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네. 알고 있습니다. 이들도 그런 걸 아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준비를 해주네요.”
“그래.”
자선 콘서트는 자선 콘서트이고, 순회공연은 순회공연이다. 이미 달마다 한 지역씩 방문해서 콘서트를 연다고 했으니 그 말을 지켜야 한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데 잘 버텨 줘야 할 텐데···.’
더운 여름은 콘서트를 하는 가수에게는 힘든 계절이다. 더구나 두 시간을 홀로 채우다시피 하는 예성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온 예성을 믿을 수밖에 없다.
****
“안녕하세요? 이 여사님.”
“네. 오랜만이에요. 본부장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
기호는 다부지게 마음을 먹었다.
예성의 가족은 언제나 이기호에게는 부담이 되는 가족이다. 가수를 하게 해달라고 하면서 크게 키워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 여사를 만나면 항상 그렇다. 언제나 이 여사는 말한다.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고, 하지만 자신은 예성을 더욱 크게 키우고 싶다.
당연히 크게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제약이 많아지는 게 가수다. 광고를 찍으면 이미지 관리를 해야 위약금을 물지 않고, 인기를 유지 하기 위해서는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이 여사와 자신은 예성이의 앞날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바로 예성이가 잘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오늘 제가 어머님을 찾아온 이유는 도움을 받을까 합니다.”
“도움이요? 제가 도와드릴 만 한 게 있을까요? 저는 식당을···. 혹시 회식하러 오실 건가요?”
다분히 식당 사장 마인드로 해석하는 이 여사였다.
“아···. 아닙니다. 원하시면 저희 직원들 데리고 매달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하러 왔습니다.”
“그래요? 말씀하세요.”
이 여사는 차분하게 기호의 맞은편에 마주 앉았다.
“아드님에게 이번에 자선 콘서트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아! 바자회 말인가요? 물론이에요. 안 그래도 아들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팔 물건이 없다고, 그래서 저라도 가서 옆에서 음식장사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거기다 저희 도련님도 같이하시기로 했어요.”
‘아! 이 가족들을 어찌하여쓸까잉!’
이기호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실은 그 바자회에 참가하는 기획이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래요? 취소되기라도 한 건가요? 곤란하네요. 저희 도련님이 도와준다고 해서 돈은 많이 모일 거 같은데···.”
“아니 그 반대입니다. 규모가 조~금 커질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이 여사가 갸름한 눈으로 기호를 쳐다봤다.
“그 조~금이라는 말이 심히 거슬리네요. 왜 자꾸 강조하는 것처럼 들릴까요?”
“하하, 그게 말입니다. 규모가···. 하아, 어머님, 지금 예성 학생의 콘서트 인원이 몇 명인지 아세요?”
“물론이에요. 500석이잖아요?”
“맞습니다. 그 콘서트의 20배 이상의 대형 콘서트가 될 것 같습니다.”
“스···스무 배요?”
이 여사는 오랜만에 손가락을 세워 계산에 들어갔다.
계산할 것도 없지만 너무 어이없는 숫자라 다시 한번 확인 한 것이다. 하지만 틀리지가 않다.
“만 명이 넘는다는 이야긴가요?”
“네. 맞습니다.”
“아니, 우리 아들이 그런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요? 천명도 아니고 만 명이라니···.”
이 여사는 말을 하면서도 만 명이라는 소리에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일까?
분명 대단한 일이건만 이 여사는 걱정이 앞선다. 그런 곳에서 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건가요?”
“실은 이번에 어머님과 함께 보육원을 방문한 게 이슈가 된 탓입니다.”
“그게 왜 문제가 되나요? 사람들에게 나쁜 소리 들은 것도 없잖아요?”
“그게 문제입니다.”
“그게 문제라고요?”
“예성 학생은 인기에 인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그저 노래를 잘 만들고, 노래만 잘해도 인기는 있게 마련입니다. 가수는 노래로 평가받으니까요.”
“아니라고 하기에는 우리 아들이 너무 잘하고 있죠? 물론 여러분들이 잘 돌봐주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별말씀을, 저희는 하는 것 없습니다. 그저 예성 학생이 잘한 결과입니다. 아무튼, 그런 예성 학생이 이번에 어머니를 따라서 보육원을 방문한 덕분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정도로 확고한 이미지가 구축되었습니다.”
“그래요?”
“네. 덕분에 이번 바자회에 재능기부로 참여한다는 이야기에 여러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어왔습니다.”
“그런가요? 고마운 분들이네요.”
“글쎄요. 자기들의 속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 그런데 그 금액이 너무 큰 게 문제입니다.”
“큰 게 문제라고요? 돈이 많이 모이면 더 좋은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기업들이 협찬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기업이요? 그냥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네. 예성 학생이 그동안 찍은 광고회사들입니다.”
“그런가요? 좋은 일이죠?”
“좋은 일입니다. 물론 예성 학생에게도 좋고, 그들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다른 이가 끼어들었습니다. 혹시 예성 학생이 방송출연을 했었던 나은태 기억하십니까?”
“아 슈스케 담당자분이요?”
“네. 그 친구가 이번에 방송을 만들자고 하더군요.”
“방송이요?”
“네. 어머니도 방송에서 한 번씩 보셨을 겁니다. 사랑의 성금을 모으기 위해 가수들이 나와서 공연을 하는 모습이요.”
“아! 그런 콘서트군요.”
“네. 비슷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예성 학생의 콘서트가 될 거라는 게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분은 참가 안 하나요?”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중간마다 게스트로 참가를 하는 겁니다. 주인공은 예성 학생이죠.”
그 말에 이 여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우리 아들이 잘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어머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성 학생은 하면 잘하는데 하기 전에 징징거림···. 아!실수, 흠흠! 걱정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예성 학생에게 어머님께서 잘 다독여서 힘을 주셨으면 합니다.”
“듣는 저도 걱정이 되네요. 아들이 벌써 그런 무대에 설 준비가 된 건지 말이에요. 마치 뒤에서 밀어서 어쩔 수 없이 오르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요?”
“어머님, 예성 학생이 있는 곳은 연예계입니다. 기업에서 일한다면 경력이 쌓여 직급이 올라가겠지만, 이곳은 연예계,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합니다. 앞으로 예성 학생에게 다시 이런 큰 무대를 경험할 때가 언제 올까요?
1년에 몇 번의 큰 무대가 마련은 됩니다. 하지만 그건 방송국에서 마련하는 무대죠. 그런 무대에 참가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무대입니다.
오로지 예성 학생의 힘으로 만들어낸 무대니까요. 이제는 예성 학생은 그냥 고등학교 3학년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인정과 기대를 받고 사는 스타 신예성입니다. 예성 학생이 연예계 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그 인정과 기대에 부응을 해줘야 합니다.”
“큰 사랑을 받았으니 그걸 돌려줄 의무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습니다. 스타는 그 이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기호는 일을 진행한 자신은 쏙 빼놓은 채 벌어진 일을 재구성해서 이 여사에게 들려주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할게요. 그런 큰 무대라면 모이는 성금도 클 테니,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네요.”
“물론입니다.”
“알겠어요.”
이 여사의 말에 기호는 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줌마들이 많지?”
“너 몰라? 오늘 신예성 나오잖아. 우리 엄마도 내 방청권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지 뭐니? 이걸 내가 어떻게 얻은 건데, 그걸 넘겨줘? 용돈을 깎는다는 말에도 버티고 버텼지.”
“너 실수한 거 아니니?”
“뭐가? 우리 오빠들 나오는데 용돈쯤이야. 나중에 다시 올려달라고 하면 돼.”
“헐, 너 정말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월급이든 용돈이든 깎이는 건 쉬워도 인상 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야. 넌 이제 용돈 동결일 거다. 하물며 신예성을 보지도 못했으니, 더 할걸?”
“설마, 우리 엄마 금방 잊어버릴 거야.”
“네가, 여자면서도 여자의 심리를 모르네. 두고 봐. 이제 도시락 반찬부터 시작해서 집에서 먹는 반찬부터 모조리 차별당할 테니.”
“서···. 설마 그럴 리가?”
“넌 방청권 하나로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른 거나 다름없어. 저 아줌마들 봐라. 저 아줌마들이 자신들이 방청권을 얻었을까?”
그러고 보니 그랬다. 다들 자신 또래의 자식이 있을 만한 나잇대의 사람들이다.
“슈발, 나 망한 거니?”
“응, 100% 망했어.”
****
내 리허설을 본 음향 감독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자주 좀 봐요. 신예성 씨. 왜 이렇게 자꾸 튕길까?”
“헤헤, 제가 자주 나와봐야 다른 이들에게 민폐죠.”
“우리에게는 탄산수죠.”
“발라드에서 탄산수라니요?”
“내가 오죽하면 이러겠어. 오늘 잘 부탁해요.”
“제가 드릴 말씀이네요. 오늘도 민폐 좀 끼칠게요.”
“이런 민폐라면 대환영이야.”
결국 ‘영원’을 음악 방송에서 부르게 되었다.
본부장님 말씀대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부름이런가?
녹화가 시작되었다.
순조롭게 차례가 흘러가서 내 차례가 되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음향 감독님과 방송 PD님이 대 놓고 편애를 해주는 느낌이다.
1위 후보에 오르면서 음악 방송출연 요청이 왔었다.
하지만 나가기 싫었다. 영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아노 라이브를 하겠다고 했다. 안 되면 그냥 안 나가겠다고 튕겼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하고 싶으면 해라. 피아노가 필요한가? 우리가 구해주겠다. 몸만 와라. 시간이 필요한가? 시간도 할애해 주겠다. 이런 뉘앙스였다.
결국에 그런 상황을 거쳐 이렇게 왔다.
“신예성 씨, 준비하세요.”
“네.”
“오늘 드디어 다시 이분이 돌아왔습니다.”
“맞아요. 정말 뵙기 힘든 분이죠. 가수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싱어송라이터죠. 앨범만 냈다 하면 히트, 남에게 곡을 주기만 하면 받은 사람도 히트, 가수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가수.”
“가수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가수, 신예성이 부릅니다. ‘영원.’
깜깜한 무대 위에 조명이 하나가 켜진다. 그 조명이 비치는 곳은 조명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색의 그랜드 피아노.
그 피아노에 신예성이 검은색의 정장을 입고 등장해 인사를 하면서 자리에 앉는다.
“어머, 오늘 완전 신사네.”
“그러게, 학생으로 보이지가 않아.”
“우리가 생애 첫 라이브를 듣는 거야.”
아줌마들이 신예성이 나오자 호들갑을 떨었다.
“너 얼마 줬어?”
“너는?”
“나 십만 원. 완전 도둑년이지?”
“아서라, 아서. 나는 이십만 원에 핸드폰 요금제까지 바꿔줬어.”
“헐, 딸이 장사할 줄 아네.”
“아쉬운 사람이 지는 거지. 뭐. 그런데 방청권이 콘서트 표보다 더 비싸다니, 이게 말이 되니?”
“그래도 처음이잖아. 어떻게 부를지 기대된다.”
“나도 그래. 쉿! 시작한다.”
가만히 피아노 앞에 앉아 눈을 감았다.
내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 영원나에게는 피하고 싶었던 노래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이상 누군가는 부르게 될 노래였다.
이 노래가 차트를 점령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노래를 들은 많은 사람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지독한 사랑이라고 해석하는 이가 있고, 슬픈 사랑,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내가 만들고 부른 노래지만 사람들은 다들 자기식으로 해석해서 듣는구나.’
노래가 차트를 점령하니 인터뷰 요청이 왔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노래는 제가 만들었지만, 판단은 듣는 이들의 몫입니다. 제 노래가 발표되고 나서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다 제 마음과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사랑을 주제로 말하면, 행복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사랑일 것이고, 떨어져 지내는 이들에게는 그리운 사랑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헤어진 이들에게는 슬픈 사랑이겠죠. 하나의 단어지만 겪은 상황에 따라 그 말이 주는 느낌은 다를 겁니다. 노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노래에 정답이 있을까요? 그냥 여러분이 듣고 느끼는 것이 정답입니다.”
‘내가 부르는 것을 어떻게 느끼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감정을 잡았다.
덤덤하고 기교 있게 부르려고 하지만 이미 멜로디는 나를 심상으로 끌어들여 갔다. 자연히 내 목소리에 아련함이 묻어 나온다.
언제나 함께 있는 당신과 나.
그대와 나의 사랑이 오래되기에 소중한 걸 모르죠.
함께 하기에 아름다운 세상인데.
당신 없이 내가 어떻게 살까요?]
슬픈 피아노 선율과 함께 예성의 목소리가 공개홀을 채워갔다.
그 목소리에 자연스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는 방청객이다.
아련하고 슬픈 목소리에 사람들이 동화되어 간다. 그리고 가슴에 먹먹함이 젖어들 때 피아노의 선율이 강해졌다.
그 강한 선율을 연주하며 예성도 감정을 쏟아내듯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면서 외치듯이 노래를 불렀다.
내일이 오면 당신이 떠나겠지만~ 내일이 오지 못 하게에~~에“
마치 마음에 담긴 감정의 편린을 쏟아내듯이 고음을 쏟아내는 예성이다. 그런 고음은 관객들의 가슴에 노크하듯이 스며들어 자신들의 감정에서 깨어나 예성을 쳐다보게 하였다.
그런 관객들에게 음울한 예성의 목소리가 다시 귀를 파고들었다. [항상······. 하아!]
떨리는 목소리로 읊조리듯 한 단어를 말하고, 한숨을 쉬는 예성이다. 그런 숨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관객들의 마음에 파고들어 더욱 애잔함을 느끼게 하였다.
[오늘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우리 함께하는 지금 같은 오늘을···.]노래가 끝났는데도 박수는커녕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한 아줌마가 벌떡 일어서면서 물개 박수를 쳤다.
“허엉, 어쩜 좋아!”
그게 시작이었다.
마치 파도가 치듯이 사람들이 일어서면서 피아노에 멍하니 앉아 있는 예성에게 박수를 보냈다.
“순간, 나만 가수다 방청 와 있는 기분이야.”
“너 울어? 아줌마가 되어서 눈물은!”
“아줌마도 여자거든!! 아, 라이브 들으러 오길 잘했어. 이런 기분이라니, 음원이랑은 전혀 느낌이 다르네. 너도 우냐?”
“그래. 절제된 슬픔을 노래하는 게 음원이라면 이건 마치 감정을 토해내듯 불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
“나도 그러네. 얼마 만에 울어보는 거야?”
“맞아. 그래도 속은 뻥 뚫리는 느낌이야.”
교복 입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와~ 뭔지 모르겠는데. 가슴이 땡긴다. 어깨도 뭉친 느낌이고..”
“그게 바로 슬프다는 거다. 이 멍충아.”
“헐, 음악 방송 녹화 중에 혼자 경연프로그램 녹화하네.”
“사람들이 라이브, 라이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야.”
“콘서트 이번에는 대전이라고 했지?”
“갈까?”
“가자.”
“헐, 서울에서 지방으로 콘서트 보러 가야 하는 신세라니.”
“서울은 내년쯤이나 할까?”
“그러게.”
심호흡하면서 가슴에 남은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내었다.
‘어쩐지. 이렇게 될 거 같더라니. MR로 했으면 망할 뻔했다.’
나에게는 예전부터 안 좋은 버릇이 있다. 나도 알지만 고쳐지지 않는 문제.
바로 감정 과잉이다.
노래할 때 감정이 흘러넘치면 음악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몹쓸 애드리브가 등장하는 것이다.
노래가 끝이 났지만, 아직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다. 심호흡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무대 뒤로 들어갔다.
여전히 내 뒤로 박수 소리가 쏟아진다.
“PD님, 어쩌죠?”
“음, 감독은 어쨌으면 해?”
“살리죠.”
“욕먹을 텐데, 시청자 게시판 난리 날 거야.”
방송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시간을 늘이면 당연히 다른 가수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라고 하세요. 우리 방송에서 기립박수가 나오는 장면이 또 나올까요? 경연프로그램도 아닌데.”
“그건 그렇지. 정말 올 때마다 점점 괴물이 되어서 오네. 안 그래?”
“그러게요. 진짜 가수네요.”
“이번 주 1위는 축하합니다. 신예성의 ‘영원’입니다.”
‘슈발, 드디어 내 손으로 트로피를 받는구나. 이거 어쩌지? 울어야 하는데 아까 울었더니 눈물이 나오지 않아.’
“소감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예전에 빅밤님들에게 밀려나고 이제 내가 이 상을 받을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뜻밖에 1위를 하게 돼서 기쁩니다.
우선, 식당에서 보고 있을 엄마,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예린이, 그리고 저의 곡을 좋은 노래로 완성해 앨범을 만들어준 기획사 식구들, 끝으로 대표님과 저를 뒤에서 받혀주는 뮤직캐슬 여러분께 영광을 돌립니다.”
****
다음 날 인터넷과 신문은 신예성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심지어 스포츠 신문 일반신문 연예 편에도 신예성의 기사가 떴다.
기사를 보면서 낯이 간지럽다.
“방송이 나가기도 전인데 이래도 될까요?”
“글쎄.”
그런 예성의 우려와는 다르게 방송국은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시청률 대박은 예약한 거나 마찬가지야.”
“국장님이 불러서 칭찬하더라. 수고했다고.”
“헐, 우리에게요?”
마지못해 없애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자신들이다. 계륵 같은 존재. 그런 우리에게 칭찬이라니.
“그러게. 다시 보기도 고화질로 준비하라고 말씀하셨어. 음질은 당연히 최상으로 뽑아내고.”
“헐, 이게 무슨 일이래?”
“흠, 다음 주에 신예성 다시 섭외해. 해달라는 거 다 해줄 테니까 나오기만 하라고 해.”
“네. PD님”
한 편, 방송국 외에도 환호를 지르는 이가 있었으니 이기호 되시겠다.
“됐어. 이런 기사라니. 이건 하늘이 나에게 정도를 걷고 있다고 알려주고 있음이야. 슈발, 이렇게 된 거 갈 데까지 가 보는 거다.”
이기호의 브레이크는 그날로 부러지고 말았다.
부르르.
“추워? 에어컨 끌까?”
“아니요. 갑자기 소름이 돋네요. 이런 때는 항상 일이 터지던데. 불안하네요.”
방금까지 환하게 비추던 달이 구름에 가려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마치 어두운 내 미래를 암시하는 느낌이다.
“불안하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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